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45화 (14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5화

혼란스러운 무림(武林)(2)

-모든 것은 네게 일임하마.

그날 밤, 장천호는 아무도 모르게 아들이 있는 금옥관까지 와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뭐든지 뜻대로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전하여 장운의 힘이 되어주었다.

이에 장운은 크게 감격하고 무림맹을 도울 인원을 분출하였다.

금옥관을 같이 만든 인원들을 비롯하여 무영문의 인원들까지 모아 대략 삼십 명을 대동한 장운.

“이렇게 무림맹 본맹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든 인원을 뽑은 장운은 뽑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실망 말라고 독려하며 무림맹 무결단이 있는 섬서 지부로 이동하였다.

다행히 같은 섬서성이라 멀지 않았고, 장운은 황금표국 인원들의 축하를 받은 채 무림맹 섬서 지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구십니까?”

무림맹 섬서 지부에 도착하자 입구의 호위 무인이 물었다.

“황금표국에서 왔습니다.”

장운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허억! 서, 설마…… 금령검제 되십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홀대받을 줄 알았는데 홀대는커녕 오히려 무림맹 섬서 지부 입구를 지키는 무인이 기겁을 하며 놀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여기 서신도 가지고 왔지요.”

장운은 품안에서 무림맹에서 온 지원 요청 서신까지 전하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장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령검제 장운은 지금 연일 상승세였으며 일검매향 예천관과 더불어 차기 천하제일인 후보로 손꼽히던 참이었다.

한데 이곳에서 만나게 되니 놀랄 수밖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단주님께 알리겠습니다.”

호위 무인은 부리나케 달려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응운곤과 천세은이 웃었다.

“참으로 놀랍네요. 과거에만 하더라도 표국 출신이라고 우습게 보았는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 정도로군.”

두 사람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섬서 땅만 벗어나도 명문 정파 출신들은 황금 표국 무인을 얕잡아 보거나 장사치라며 우습게 보곤 하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들이 말하는 표국 출신인 금령검제 장운이 파란의 비무행을 통해 써내려 간 역사는 이제 신화가 되었으니 말이다.

“안으로 들라 하십니다.”

그렇게 명이 떨어지자 장운은 동료들과 함께 무림맹 섬서 지부에 들어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림맹 네 개의 집단 중에서도 무림맹 학관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무결단의 인원들이 오와 열을 맞추며 도열해 있었다.

그 무리들을 이끄는 체구 좋은 이가 유독 눈길을 끌었는데.

‘저자가 바로 무결단주 정천고검(正天高劍) 무주용이구나.’

장운은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무림맹 천무학관이 낳은 최고의 수료생이자 그야말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그는 정파 하늘의 높은 검이라는 뜻의 별호를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 정천고검 무주용은 무림맹주의 총애를 받고 있으며 자신보다 반 세대 정도 배분이 낮은 예천관과 장운을 몹시 고깝게 여기던 차였다.

“어서 오시오.”

그 일례로 어서 오라고 말했지만 행동은 전혀 반기지 않고 있었다.

혹자들은 무림맹이 도움을 청했으면서 이게 무슨 짓이냐 반문할 테지만 천만의 말씀.

‘어딜 가나 텃세는 있는 법이다.’

하물며 단원 전원이 무림맹 학관 출신인 무결단 입장에서 외부 인사들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장운 무리들은 정파 무인들이 낮춰 보는 표국 출신의 표사들이었으니 오죽하였을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옳은 일에 힘을 보태고자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장운은 한눈에 무주용이 자신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허허, 그렇소? 과연 명성을 떨치는 금령검제 다운 이야기요.”

한데 무주용의 반응이 미묘했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비꼬는 말투에 성격이 괄괄한 자들은 이내 분노를 느꼈다.

특히 반골 응운곤이나 일검일섬 두길준 같은 자들은 검을 꺼내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에 장운은 눈짓으로 만류하였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어떠한 작전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장운이 차분하게 물었다.

오자마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뭐…… 별일이야 있겠소이까? 그저 우리 뒤를 잘 따라오고 화살 좀 막아주면 될 것을, 흐흐.”

무주용은 여전히 무례의 극을 달렸다.

심지어 호의를 가지고 무림맹에 도움을 주러 온 금옥관 이들을 향해 화살받이나 하라는 막말마저 일삼았다.

발끈!

그 말에 산전수전 다 겪은 감우량 표두마저도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였다.

장운이 나서지 않는데 자신이 나선다면 기강이 해이해 보일까 봐 참은 것이다.

“그리 궁금하면 대충 설명을 해두지. 내일 우리들은 섬서 지역에 숨어든 사흑천의 흑골대(黑骨隊)를 전멸해야 하오. 아주 치열한 격전이 될 것이니 푹 쉬는 게 좋을 거요.”

참으로 빠듯한 일정이었다.

장운과 일행들은 이제 왔는데 오자마자 사흑천 흑골대 수색에 나서다니.

“알겠소.”

이에 화를 낼 법도 한데 장운은 알았다는 말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그 숙소조차 가장 초라하고 거미줄이 쳐져 있어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부국주님. 어째서 참으셨습니까?”

“맞습니다. 화를 낼 때는 내야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할 텐데요.”

숙소에 오자마자 상수 노관과 감우량 표두가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들의 말은 충분히 타당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정천고검 무주용과 무결단과 적이 되어 사생결단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등을 맞대고 적을 함께 상대해도 모자랄 판이죠.”

장운은 굳이 처음 오자마자 적이 될 필요가 있냐는 뜻이었다.

또 하나 더.

“또한 무주용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을 겁니다.”

“네?”

천세은이 놀라며 묻자 장운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였다.

“저를 도발하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게 만든 다음, 무림맹 상부에 보고해서 점수를 따려고 할 게 뻔합니다.”

그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이거 걱정이군요.”

“이렇게 어긋나는 두 일행이 같은 임무에 투입해서야 되겠습니까?”

금옥관 인원들 중에 가장 노련한 노관과 감우량이 걱정스레 말했다.

자고로 아군이 든든하고 믿을 만해야 적지에 나가 적과 마음 놓고 싸우는 법이다.

그런 점에 있어 무결단과 황금표국의 동행은 위험천만하였다.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행의 걱정에 장운은 자신하며 답했다.

“제가 정리를 할 테니까요.”

* * *

무결단주 무주용의 말대로 바로 다음 날, 새벽 같이 이동을 하였다.

심지어 장운 일행은 섬서 지부까지 달려오느라 여독이 깊었음에도 해가 뜨기 전에 전진하였다.

이는 모두 무주용의 지시 때문이었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입니까?”

다음 날이 되어서도 장운과 무주용 간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은 계속되었다.

“허허, 마음도 급하시구려. 그냥 따라오면 된다니까.”

무주용은 여전히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는 섬서 지역에 잔뼈 굵은 황금표국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다.

또한 몰라도 너무 몰랐다.

“부국주님. 이 방향은 섬서 장골 방향입니다.”

“장골은 섬서의 외각 지역으로 장산(獐山)으로 유명하지요. 노루가 많이 나는 관계로 사냥꾼들의 출입이 잦습니다.”

감우량과 노관은 위치만 보고도 어디를 가야 하는지, 어떤 정보가 있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 먼 서역행의 지리도 훤히 꿰뚫는 노련한 사람들인데 하물며 내 집처럼 돌아다니는 섬서 근방을 왜 모르겠는가?

우와아아!

이들의 일사분란한 말에 대부분이 학관 출신들이라 아직 관생 티가 덜 빠진 무결단원들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비유하자면 장운 일행은 외근 임무에 특화가 되어 있는 반면, 무결단원들은 서책으로 배운 티가 역력하였다.

“만약 목적지가 장골이라면 이쪽보다 지름길이 있습니다.”

“맞아요. 노루 사냥꾼들이 즐겨 사용하는 길이지요.”

노관과 감우량은 사이좋게도 아는 사람만이 아는 최상의 정보를 제공하였지만.

“어, 어허! 판단은 내가 하오. 만약…… 그 길이 잘못되면 어떻게 할 것이오?”

순순히 따를 무주용이 아니었다.

무주용은 주도권을 뺏기다 못해 완전히 강탈당할 위기에 놓이자 기겁을 하며 만류했다.

아울러 조금만 더 가면 장골에 숨어든 사흑천 흑골대와 마주치게 되므로 여기서 확실히 해야만 했다.

누가 대장이며 누가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하는 명제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바로 그때였다.

“책임은 내가 지겠소.”

드디어 장운이 나섰다.

그가 신중한 것은 첫 대면인 어제뿐이었다.

‘오늘은 다르다.’

빠르면 오늘 사흑천과 만나 전투를 치를 수 있기에 사전에 정리를 해야한다.

그것이야말로 의뢰 완수의 지름길이자 조금이라도 피를 줄이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 지금 나랑 장난하오? 무림맹 상부에서 독촉받을 사람은 난데…….”

“내 말대로 하시죠. 그 결과는 내가 다 책임지겠다니까? 설령 임무에 실패하면 내가 직접 무림맹에 가서 처벌을 받도록 하겠소.”

장운은 무주용의 말을 자르며 더 세게 나갔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귀하들은 손님이요. 객(客)이란 말이지. 그런데 어찌 주인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오?”

무주용이 화를 참지 못하며 펄쩍 뛰자 장운은 여전히 냉정한 태도였다.

“우리들은 손님 입장에서 놀러온 것이 아니오. 무림맹으로부터 확실히 도움을 주어 정사대전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왔지. 귀하의 수발이나 들며 화살받이를 하러 온 게 아니란 말이오.”

장운의 발언은 금옥관의 일행들로 하여금 속이 뻥 뚫리는 소리였고, 무결단 입장에서는 양심이 꾹꾹 찔려오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무주용은 가책을 느끼기보다는 분노를 먼저 느꼈다.

“아무리 본맹 측에서 요청하였다고는 하나! 이것은 월권행위가 아닌지요?”

장운도 이에 질세라 언성을 더 높였다.

“도움을 바라고 요청하였으면 도움을 받아야지, 어째서 괜한 자존심으로 일을 돌아가게 만듭니까?”

이제는 정리가 필요할 때였다.

“한 배에 선장이 두 명일 필요는 없지 않소이까?”

장운은 차분히 초령검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더 강한 자의 말에 따릅시다.”

정파건 사파건 결국 무림이란 강자생존(强者生存)의 법칙이 동반되었다.

보다 더 강한 자의 말에 따르자는 입장이었다.

흠칫!

그 말에 무결단주 무주용은 크게 움츠리며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중대사를 어찌 무공의 고하로 논하려고 하오?”

그 말에 장운은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을 하였다.

“그것은 우리가 무공으로 먹고사는 무림인이기 때문이지.”

장운은 그렇게 말하며 슬슬 바람을 잡았다.

“아무래도 무결단주께서는 자신이 없으신가 보군.”

푸하하핫!

이에 금옥관의 일행들이 기다렸다는 듯 폭소를 터뜨렸다.

그동안 무주용의 발언에 참았던 감정을 모두 폭발하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무결단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무주용을 바라볼 뿐이었다.

두 집단의 인원들이 극명히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끄응.”

무결단의 수장으로서 점점 더 느껴지는 눈치와 책임감에 무주용은 견디기가 어려웠다.

“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찌 금령검제를 이길 수 있단 말이오? 귀하가 강한 분야로 대장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요.”

제법 일리가 있는 말에 여러 사람이 혹하던 찰나!

“나를 상대로 십초를 버티시오. 자신이 없나? 그럼 오초는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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