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46화 (14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6화

혼란스러운 무림(武林)(3)

십초식도 아니고 오초식만이라도 버텨보라는 장운의 광오한 말에 무결단주인 무주용은 크나큰 치욕을 느꼈다.

부들부들!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전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제한을 내건 비무건 아니건 자신은 실적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가장 잘 나간다는 금령검제 장운을 눌렀다는 실적이.

그것은 무림맹 또한 마찬가지일 터.

“하핫. 오초도 부족하오?”

장운은 끝까지 도발을 하며 무주용을 궁지로 내밀었다.

반면 그동안 굴욕을 참고 있었던 황금표국 이들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으드득!

장운의 제안에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던 정천고검 무주용.

아무리 기회라도 분한 것은 분한 것이었다.

한참을 지나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럼 칠초로 하겠소.”

그 말에 장운과 일행들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오초는 무리고 절충한 것이 칠초라는 뜻이었다.

‘푸후훕.’

장운은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내가 일곱 번의 공격을 가할 테니 무 단주께서 버티면 이기는 거요.”

“좋소이다. 버틴다는 기준이……?”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서 있는 것을 의미하오.”

“공간의 제약은?”

“섬서성 전체로 하지.”

장운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비무대처럼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거는 것이 아니라 섬서성 전체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네가 아무리 뛰어봤자 벼룩이니 마음껏 도망치라는 의미였다.

“으으, 나를 어떻게 보는 거요.”

그 홀대에 무주용은 크나큰 굴욕을 느꼈지만 참아내었다.

어떻게든 장운의 높은 콧대를 눌러주리라 생각했다.

“준비가 되었소?”

장운이 물었다.

끄덕!

무주용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격언을 떠올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지.”

마침내 장운이 비무 시작을 선언하고 금령검제와 정천고검 사이, 기묘한 대결이 시작되었다.

총 일곱 번의 초식을 버티면 무주용이 이기는 기묘한 비무였다.

파아아앗!

시작 선언과 동시에 무주용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법을 개진하였다.

그의 신법이 남달리 뛰어나거나 비범하진 않았어도 무림맹 학관의 수석 수료생이었다.

그 말인즉슨 신법이나 내공, 초식 등 그 어느 분야에서도 모자람이 없이 모두 다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오오!

무결단원들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재빠른 무주용의 신형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장운이 쫓아가지도 못한 채 칠초식의 제한이 끝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장운은 무영문의 비기이자 천하제일의 신법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 출발이 늦은 것은 장운인데 어찌 된 일인지 추격을 하더니 급기야 압도적으로 퇴로를 점거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무주용이 아무리 빨리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허억,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물러섰던 무주용의 입에서는 단내와 함께 머리는 산발이 되었다.

동시에 산발이 된 머리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체력의 소모보다도 놀라운 것은 정신력의 소모였다.

‘말도 안 돼. 이 거리를 쫓아온다고?’

그러고 보니 무림맹 첩보 소식에서 어깨너머로 들은 바가 있었다.

황금표국이 한때 신법으로 강호무림을 주름잡던 무영문을 흡수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크게 웃고 넘어갔는데 이럴 수가!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경공을 사용하였으니 일초식은 버틴 거요.”

놀란 와중에도 무주용은 끝까지 입을 떠벌렸다.

어찌 보면 발상의 전환이었다.

공격 초식만 세겠다고 미리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마음대로 하시오.”

이에 화낼 법도 한데 장운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무주용이 노리는 것은 그런 어설픈 심리전이었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 다음,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다.

스윽!

동시에 날카로운 초령검을 그에게 겨누어 한 번 더 도주의 전술을 사용한다면 반으로 갈라 죽을 것임을 암시하였다.

이렇게 되니 무주용도 함부로 도망가지 못한 채 가만히 서서.

“하아압.”

전력을 다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이는 최대한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어떻게든 버텨내겠다는 방향을 뜻했다.

‘이기지는 못해도 버티는 것은 가능하리라. 얼마든지 와라, 금령검제!’

무주용은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발산하며 장운에게 공격을 종용했다.

씨익!

장운은 그 모습이 퍽 우습다는 듯이 미소를 짓더니, 마침내 첫 초식 아니, 두 번째 초식을 전개하였다.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혼원무극검법 기본 초식 중 빠르기로는 단연 발군이라는 분광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뿜어져 나왔다.

파앗!

공간을 가르며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검강의 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청량감마저 들게 만들 정도였다.

물론 그것을 마주하여 상대해야 하는 무주용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채앵!

어떻게 어떻게 막아내기는 하였는데 그 후유증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악!”

막자마자 나오는 것은 찬사나 감탄이 아니라 비명이었다.

비명과 동시에 무주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고통을 느꼈다.

주르륵!

심지어 양 손아귀에서 새빨간 핏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단 일검.

제대로 된 초식을 처음 마주하였는데 무주용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초를 버텼소. 다음이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장운의 반응이었다.

장운은 흡사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놀라지도 실망하지도 않은 채 무심히 다음 초식을 전개하려하는 데 그것을 지켜본 무주용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또, 또 온다고?’

지금 일검만으로도 쓰러지고 싶은 판국에 후속 공격이 이어지자 어안이 벙벙했다.

-삼식(三式) : 진천검(振天劍)!

그런 무주용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운은 재차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진천검의 초식이었다.

분광검보다 속도는 느려도 그 속에 담긴 중(重)의 묘는 하늘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무주용도 놀라게 만들었다.

콰지직!

이번에는 제대로 막아내는 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찢기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무주용의 신형은 뒤로 주르륵 밀려나 버렸다.

이것은 방어한 것이 아니라 장운의 검강이 날아와 그를 때렸다고 봐야 무방할 것이다.

“허억, 흐어어억!”

무주용은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와 대면하고 있었다.

이제 삼초식을 버텼나?

‘아직 절반도 안 왔잖아?’

무주용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참담한 심경이었다.

아니, 오초만 버티기로 할 것을 괜한 자존심에 칠초를 부른 과거의 자신을 후려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이제는 손아귀가 아니라 양손이 저려왔다.

그러면서 무주용은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하였다.

“더 할 것이오?”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것처럼 장운이 물어왔다.

무주용은 그의 음성이 천상의 옥황상제 목소리처럼 들렸다.

‘어쩌지?’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단주님! 힘내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야속한 무결단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열심히 응원만 하고 있었으니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끄응, 아, 아직…….”

부하들의 눈치 때문이었을까?

무주용은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아닌 매우 어정쩡한 대답을 내어놓았지만.

“과연 무결단주요.”

장운은 자기가 좋을 대로 해석한 다음, 이번에는 자세를 제대로 고쳐 잡았다.

“조심하시오. 단계를 더 올릴 테니.”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

“허어어억!”

무주용은 장운이 출수하기도 전에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서 이탈하고 싶었다.

사실 무주용을 지탱하는 것은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었다.

자존심은 처음 일검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출타해 버렸으니까.

그가 버티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무결단원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서였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기권보다는 항전하다가 패배하는 것이 더 나았다.

“하아압!”

궁지에 몰린 쥐는 때때로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법이다.

무주용은 장운이 공격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공격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정극혜천(正極慧天)!

무림맹 학관에서 수석 수료를 완수한 다음, 맹으로부터 하사받은 뛰어난 검공 정혜검법(正慧劍法)이었다.

강호를 진동시키는 초절정의 절학은 아니더라도 초일류는 능히 달성하는 훌륭한 무공이었다.

또 하나 더.

이것을 제대로 익힌다면 정파의 웅혼한 기상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었다.

파앗!

장운이 칠초를 버티라면서 제안하길, 먼저 공격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 오히려 방어를 유도하여 초식을 남발하도록 하자.’

위기 탓일까?

무주용은 간만에 그럴싸한 계획을 세웠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공격이 주효하며 계획도 잘 맞아떨어지리라 믿었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하나 곧이어 이어지는 장운의 뛰어난 상급 초식에 그 계획은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콰지지직!

방어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주용의 초식이 깨어져 본인이 방어해야 할 판국이었다.

초식 남발?

웃기는 소리였다.

도리어 무주용이 방어를 위해 열심히 초식을 남발하였으나 혼원무극검법 사식인 무극만검부터는 초절정 고수도 고전하는 절초였기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커억!”

결국 무주용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솔직히 싸우려면 더 싸울 수 있었는데 그는 생존 본능으로 눈치를 채었다.

‘그렇구나. 금령검제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따지고 보면 무주용과 장운은 한 일행으로 활약을 해야 하는데 무주용을 중상에 빠뜨린다면 가장 기뻐할 것은 다름 아닌 사흑천의 흑골대였다.

“더 하겠소?”

장운은 뒤로 발라당 넘어져 거친 숨을 헐떡이는 무주용의 근처에 다가와 물었다.

아직 두 초식인가 세 초식이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주용은 깨끗하게 포기를 하였다.

더 버텨봤자 기다리는 것은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초식이었기에 현명히 대처한 것이다.

“내가…… 졌소이다.”

무주용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아니, 버텨봤자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혹시라도 장운을 화가 나게 만들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판단해서였다.

그것은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와아아아아!

장운이 오초식도 사용하지 않아 무결단주이자 무림맹의 절정 고수인 정천고검 무주용을 너무나 손쉽게 꺾어버리자 황금표국 일행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오오오!”

놀랍게도 무결단원들 중에서도 몇몇 인원들이 덩달아 소리를 내질렀다.

이것은 무주용의 패배를 바란 것이 아니라 금령검제가 보여준 무위에 대한 순수한 경탄에 가까웠으리라.

“그럼 이제 약속을 지킬 때요.”

장운은 무주용의 기를 완전히 꺾은 다음, 그를 일으켰다.

이제 한편으로 활동해야 하니 채찍 다음에는 당근이 필요했다.

스윽!

그를 일으킨 다음 장운은 초령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지휘권과 통제권은 내가 가지겠소. 아울러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내가 짊어질 테니…… 무 단주의 많은 도움을 바라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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