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7화
혼란스러운 무림(武林)(4)
이로써 황금표국과 무결단 협업 작전의 수장이 결정되어졌다.
“……알겠소이다.”
무결단주인 무주용은 애써 굴욕을 버티며 억지로 대답하였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두고 보자. 어디까지 잘하나 지켜보겠어.’
그는 이를 갈았다.
만약 장운이 헛발질을 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신랄하게 비평하리라 다짐했다.
어찌나 울분을 다졌던지 심지어 사흑천의 흑골대를 응원할 지경이었다.
“일단 정리가 되었으니 무결단원들께서도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장운은 보다 더 확실히 했다.
누가 더 우월한가 증명하였으니 그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자 한 것이다.
단주 앞에서 무결단원을 다루기까지 했다.
웅성웅성!
무결단원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웅성거리자.
“알겠습니까?!”
장운이 노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존명!”
심지어 몇몇은 존명이라고 까지 대답하여 무주용의 속내를 헤집어도 한참 헤집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무주용은 약속을 내뱉었고 엎질러진 물이거늘.
씨익!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황금표국의 표사들이었다.
이긴 것만 해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시원한데 무주용의 얼굴이 시뻘게지는 것을 보자 불구대천 원수의 목을 취한 것처럼 가슴이 뻥 뚫렸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작전은 내가 주도한다.”
장운은 씨익 웃으며 위풍당당하게 선두에 섰다.
“흑골대가 숨어든 위치가 어디요?
장운의 질문에 무주용은 우물쭈물하며 힘겹게 대답했다.
“장골의…… 장산 일대입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존심 때문에 절대 알려주지 않았던 곳이었다.
황금표국의 이들이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진즉 말해주면 얼마나 좋았소?”
장운은 무주용의 상관이 된 것처럼 그의 어깨를 한 번 두들기며 확인사살을 한 다음, 동시에 표사로서의 능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지금부터 나만 따라오면 됩니다.”
그 멋들어진 모습에 무결단원은 감탄을, 무주용은 다른 마음을 품었다.
‘그 길이 아니기만 해봐.’
자신이 알고 있는 길과 다른 곳으로 가기에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뒤에서 생생히 지켜보았다.
한데 이게 웬걸?
장운과 표사 일행들의 자신감은 다 이유가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장산 일대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시진이 걸리리라 예측했는데 그것은 형편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심지어 이곳에 숨어들기로 한 흑골대 인원들보다도 더 빨리 도착한 것이 아닌가?
“우와아아!”
“대단해!”
“저기 능선과 장산이 이어진다고?”
“이곳 토박이인 나도 몰랐는걸?”
특히 편견이 없는 무결단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끄으응.”
괜한 무주용만이 다시 한번 뚱한 얼굴로 신음했을 뿐이었다.
“자자, 이럴 때가 아니오. 곧 적이 나타날 것이니 기습을 노립시다.”
장운이 먼 길을 주파하느라 지친 일행을 독려하며 말했다.
무결단원들은 무림맹의 일원답게 빠른 표사의 발걸음을 잘 쫓아왔지만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쉴 수 없었다.
‘곧 사흑천의 흑골대가 도착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흑골대가 도착하기 전에 많은 이점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했다.
“흑골대는 개인의 무력으로 따지자면 우리보다 더 우월하고 손속도 잔인한 자들이오. 최대한 흘리는 피를 줄여야지.”
장운이 말했다.
무결단원들은 이미 금령검제에게 잔뜩 취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봐도 수장 기량 차이를 명백히 느꼈던 것이다.
“정공법이 아니라 기습을?”
오로지 단 한 사람.
무주용이 실눈을 뜨며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렇소. 이곳은 산이니…… 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지.”
장운이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이는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증거였다.
* * *
“곧 도착이니 장산 일대에 들어서는 대로 은폐를 준비하라.”
사흑천의 정예, 흑골대를 이끄는 흑골대주 흑골삭풍(黑骨朔風) 묘주룡은 지시를 내렸다.
그러지 않아도 사납고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주의 지시에 흑골대의 무인들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였다.
개개인이 능히 일류 고수라는 흑골대원들은 눈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어떻게든 정파 무림을 쳐서 공을 세운다!’
현재 정사대전이 점점 더 확장되어가는 지금 흑골대와 흑골대주 묘주룡은 공을 세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끔찍한 전쟁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출세의 지름길일 수도 있었다.
흑골대가 섬서성을 노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섬서성에서는 구파일방에 속하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있는 것은 물론이오, 사흑천의 일에 제법 훼방을 놓은 황금표국도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였다.
“대주님. 버려진 민가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냥꾼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는 곳처럼 보입니다.”
수하의 보고에 흑골삭풍 묘주룡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름지기 험난한 산에는 약초꾼이나 사냥꾼들이 쉬어가는 쉼터가 있게 마련이었다.
“좋다. 거기서 결정을 내리자꾸나.”
묘주룡이 말했다.
그들이 섬서성에 들어선 이유는 하나였다.
화산파나 종남파, 황금표국, 그리고 무림맹 섬서 지부 이 넷 중 하나를 치기 위하여.
당연히 언감생심 종남과 화산을 넘보지는 못하고 아마 황금표국이나 무림맹 섬서 지부를 노리던 차였는데 버려진 민가에서 그 결정을 내릴 요량이었다.
“오, 제법 그럴싸하군.”
묘주룡은 민가로 들어서자 제법 흡족해하였다.
사냥꾼의 쉼터가 확실한 것이 짐승 가죽을 비롯하여 커다란 호피까지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사냥꾼들이 추위를 피해 지내는 곳이 틀림없었다.
“그럼 결정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거대 방파나 무림맹보다는 황금표국이 낫지 않을까?”
따뜻한 불길을 피워 몸도 녹였겠다, 본격적으로 의논을 하려던 그때였다.
부르르!
어디선가 저 멀리서 진동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묘주룡은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진동이 울리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더니 급기야!
쿠르르르릉!
흡사 지진이 강림한 것처럼 거세게 흔들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뭐야?”
묘주룡은 적이 올 리는 없다고 판단하여 문을 활짝 연 다음, 주변을 살폈는데 이윽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허어어억!”
믿을 수 없게도 산 아래 민가 사이로 거대한 바위와 무시무시한 무게를 지닌 흙더미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산사태와 직면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피해!”
“산사태다!”
얼어버린 묘주룡 사이로 눈치 빠른 몇몇의 인원들은 사력을 다해 소리를 내질렀다.
산에 기거하던 자들은 알 테지만 산사태의 진동을 느꼈을 때 이미 때는 늦었다.
콰아아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 흑골대가 자리한 민가는 물론이오, 외부에서 대기하던 말단의 무인들에게마저도 급습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가에 쉬고 있던 수뇌부들의 피해가 큰 반면, 말단의 대원들은 비교적 무사했다는 것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이 흑골대를 이끄는 묘주천은 작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섬서의 정파를 공격하러 왔는데 갑자기 산사태를, 그것도 은밀히 맞게 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묘주천이 놀라 흑골대를 채 추스르기도 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사흑천의 졸개들이여. 섬서성 흙 맛이 어떠한가?”
그들은 당연히 금령검제 장운을 위시로 한 황금표국과 무결단 인원들이었다.
* * *
‘맙소사, 이게 된다고?’
흑골대를 이끄는 대주, 묘주천이 놀라고 있을 때 그만큼이나 놀라 자빠질 뻔한 장본인이 있었다.
무결단주 무주용이었다.
그는 맨 처음 장운이 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즉 산사태를 이용하자고 했을 때 코웃음을 쳤었다.
심지어는.
-지금 나랑 장난하오?
아닌 밤중에 연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잔잔한 산에 어찌 산사태를 일으킨단 말이오?
조롱을 퍼부을 정도였다.
하나 이것은 곧 설레발이 되어 제대로 박제되고 말았다.
장운은 그의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몸소 증명을 하였다.
-장산 맨 꼭대기 위에는 많은 암석(巖石)들이 존재하지.
나는 이것을 이용할 것이오.
장운은 호언장담을 아끼지 않으며 거대한 암석 사이에 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주용은 여전히 코웃음을 내쉬며 믿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무결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고강한 금령검제라고 해도 산신령이 아닐진대 산사태를 불러일으킨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금령검제 장운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위의 장본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천허심법(天許心法)!
장운은 그 암석이 가득한 지대 사이에서 전력을 다해 어마어마한 내공을 일으켰다.
공격 초식을 퍼붓지 않은 이유는 암석을 파괴하는 게 목적이 아니어서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은밀히 진동이 퍼져 암석이 장골 일대에 내려가는 것이었다.
흑골대가 민가에 들어서는 것을 포착한 다음, 암석을 그대로 굴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그대로 적중을 하여 암석은 많은 흙을 불러일으키며 그대로 흑골대에 직격!
많은 사상자를 낳고 말았다.
“자, 이제야 균형이 맡겠군. 이제 전력을 다하여 흑골대를 섬멸한다!”
개개인이 능히 일류 고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흑천이 자랑하는 정예 중의 정예.
오죽했으면 무림맹 본맹에서조차 무결단으로는 어렵다고 판단, 황금표국에 합류를 부탁했었다.
무주용마저도 쉽지 않은 혈투가 되리라 믿었는데 이럴 수가!
장운은 표사로서의 능력인 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흑골대 병력 절반 이상을 황천길로 보내는 데 성공하였다.
“모두 쳐라!”
장운은 마치 용맹한 장수처럼 외쳤고,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그의 외침에 황금표국 인원들은 물론이고 무결단원들도 일제히 감탄하며 따라나섰다.
우와아아아!
지금부터는 정파 무림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아무리 강력한 흑골대라고 해도 인위적인 산사태에 맞은 이상 무사할 수 없었다.
서걱!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통에 기습마저 날아오니 버틸 리가 있나?
그대로 적의 공습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 아니, 도대체 어찌 알고 왔단 말인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묘주천은 정신이 없었다.
흑골대와 함께 출격에 나서는 그때부터 무림맹이 냄새를 맡게 되리란 건 잘 알았다.
그런데 자신들보다 먼저 이 장산 일대에 도착하여 술수를 쓸 줄은 죽었다 깨어나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네놈은…… 금령검제 장운!”
묘주천은 적의 기습에서 선봉에 나선 기린아(麒麟兒)를 주시하였다.
아니, 바라보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눈이 갈 정도였다.
묘주천은 그를 바라본 순간 어느 정도 현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다 네놈의 술수였나?’
돌이켜 보면 무언가 이상했다.
사흑천의 일이 모조리 막히는 순간에는 황금표국과 장운이 있었다.
“네놈만은 용서하지 않겠다!”
수하들이 죽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묘주천은 이를 갈았다.
설령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금령검제만큼은 함께 불귀의 객이 되어 황천길로 인도하고자 결심하였다.
과연 그는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