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8화
혼란스러운 무림(武林)(5)
“바라던 바다.”
장운은 그러지 않아도 적의 수장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친히 다가와 주니 기쁠 따름이었다.
그 옆에서 정천고검 무주용이 안절부절못하며 있다가 급기야는.
“저어, 장운 부국주.”
어렵사리 입을 여는 게 아닌가?
장운은 이를 뻑뻑 갈며 다가오는 흑골대주 묘주천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자 당황하며 답했다.
“무슨 일이오?”
무슨 이야기인지 듣지 않아도 얼추 예측이 가능할 정도였다.
보나 마나 허튼소리를 할 것이라 믿었다.
“제가 흑골대주를 한번 상대해 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무주용은 흑골삭풍 묘주천을 탐내고 있던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어떻게든 공을 세우고 싶다는 뜻이겠지.’
장운은 손쉽게 유추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수하들인 무결단원들 볼 낯도 없고 무림맹 상부에 보고할 때 지휘권을 빼앗겼다 알려지면 경을 칠 것이 뻔하니 뒤늦게 흑골대주라도 잡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지금 공적 다툼을 할 때가 아니오. 저 흑골삭풍 묘주천은 생각보다 강하오.”
장운은 답답하다는 듯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방심해서 그렇지, 제대로 싸우면 또 다르오.”
무주용은 울다시피 하며 간청을 하였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무주용의 생명까지 완벽하게 챙길 이유는 없으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관을 봐야만 우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장운은 그런 자들마저 돌봐줄 여력이 없었다.
“알아서 하시오.”
승낙인지 방관인지 모를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무주용은 웃었다.
씨익!
환하게 웃으며 무주용은 검을 고쳐잡았다.
“이 더러운 사흑천의 악적아! 네놈은 내가 상대해 주겠다!”
심지어 장운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묘주천을 향해 도발까지 감행했다.
‘이건 또 뭐야?’
묘주천은 장운을 향해 이를 갈고 있다가 갑자기 웬 개뼈다귀 같은 작자가 등장하자 우습지도 않았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정점혜운(正漸惠雲)!
어떻게든 공을 세우고자 혈안이 되어 검풍을 흩날리는 무주용의 모습이었다.
분명 무주용은 출세가도를 달리며 무림맹의 촉망받는 고수지만 흑골대주의 상대는 아니었다.
묘주천을 상대하려면 무결단주가 아니라 최소 그 이상의 고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흑풍천하(黑風天下)!
묘주천은 콧방귀를 내쉬며 자신의 성명절기인 흑풍괴음도법(黑風傀陰刀法)을 시전하였다.
이 흑풍괴음도법은 매우 독특한 개성이 있었는데 이름에 걸맞게 도기(刀氣)를 뿌릴 때마다 괴상한 음파(音波)가 울려 퍼졌다.
우웅, 우우우웅!
듣는 이에 따라 한이 서린 여인의 울음소리 같기도, 비명처럼도 들렸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 괴음이 고막에 무리를 주면서 정신을 분산시킨다는 점이었다.
묘주천의 흑풍괴음도법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윽!”
독특한 도기의 음파에 귀가 아파 뒤로 물러서는 정천고검 무주용.
기세등등하게 선제공격을 날렸지만 그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제대로 검을 내뻗지도 못하고 귀를 부여잡았다.
“흥! 정파 애송이 단주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나?”
더욱이 묘주천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사흑천 소속 무인들에게조차 괴상하다고 알려진 성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베풀 자비는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파아아앗!
그다음 도풍을 휘날리며 후속 공격에 들어간 묘주천.
우우우우우웅!
상승 초식을 꺼낸 까닭인지 특유의 정신을 헤집는 음파는 한층 더 강력해져 있었다.
“아아악!”
특히 무공이 취약한 무결단원 중 한 명은 고막에 무리가 와 전투불능에 빠질 정도였다.
묘주천의 흑풍괴음도법은 도법과 음공(音功)을 절묘하게 뒤섞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크윽!”
그 음파에 고전하는 것은 무결단원만이 아니었다.
단주인 무주용조차 크게 난처해하며 제대로 실력을 뻗지 못하였다.
급기야는 점점 밀리다 못해 일방적인 난타가 시작되었다.
서걱!
끝끝내 무주용이 어깨를 크게 베여 피를 보고 말았다.
호기롭게 나선 것이 무색하였으며 큰소리를 떵떵 친 것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불운한 점도 있었다.
무주용은 정파에서 가장 많이 보이며 흔하디흔한 정통파 무인이었는데 무공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기에 변칙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흑골삭풍을 이기는 건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였다.
“잘 가거라, 애송아!”
묘주천은 그렇게 조롱하며 무주용의 목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를 더 가지고 놀지 않은 것은 그 뒤에 있는 인물, 금령검제 장운 때문이었다.
실제로 묘주천은 무주용을 상대하였어도 더 신경을 쓴 사람은 바로 장운이었다.
언제 가담하여 공격할까 노심초사했기에 그것이 자연스레 억제가 되었고 무주용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부우우웅!
재차 귀곡성(鬼哭聲)을 퍼뜨리며 무주용의 목이 바닥에 떨어질 그 찰나에 무주용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너무 과욕을 부렸구나.’
짧은 찰나에 순간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하였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니, 너무 늦었다고 판단하던 그때였다.
-금령가화(金靈加貨)!
마침내 금령검제가 나섰다.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초령검을 꺼내 변화무쌍한 금령풍운검법을 시전하였다.
한눈에 봐도 적의 흑풍괴음도법은 다변(多變)의 무공에 취약하다는 것을 판단하여 보다 적절한 초식을 선택했다.
채애애앵!
그 결과는 무척이나 주효했다.
장운의 검은 기세등등하게 묘주천의 검을 막아내었는데 사실 그가 자랑하는 흑풍괴음도법의 귀곡성은 도가 미친 듯이 떨리는 것에서 새어 나왔다.
장운은 그것을 눈치채고는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며 그 떨리는 도를 멈춰 세운 것이다.
“아니, 어떻게?!”
“자, 장운 부국주!”
그 어마어마한 통찰력과 무위에 묘주천과 무주용은 크게 놀라며 동시에 같은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같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당연히 금령검제 장운이었다.
“그러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니까.”
장운은 더 이상 골치 아프게 만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며 무주용을 압박하였다.
“…….”
무주용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라 침묵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부들부들 치욕에 떨며 장운을 응원하는 일뿐이었다.
“애송이에 이어 또 다른 애송이인가?”
흑골대주 묘주천이 말했다.
그가 보기에 무림맹 학관을 수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주용만큼이나 장운 역시 어리고 어설퍼 보였던 것이다.
“글쎄……. 누가 애송이인지 한번 해봐야 알겠지.”
그 도발에 장운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받아넘겼다.
장운이 웃는 것을 빤히 바라보던 묘주천은 긴장을 하였다.
‘확실히 이전의 머저리와 격이 다르군.’
그러고 보니 사흑천 내부에서도 금령검제의 이야기가 많이 돌았었다.
비단 많은 일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어진 파란의 비무행은 사파 무인들로 하여금 피를 들끓게 만들었었다.
한데 여기서 이리 대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입만 살아서는. 하긴, 정파 놈들은 언제나 입으로 떠들 뿐이지.”
묘주천은 애써 내색하지 않고 흑풍괴음도법의 본격적인 절초를 폭발시켰다.
-흑풍강파(黑風强波)!
이 흑풍강파 초식은 다름 아닌 검은색 폭풍이 지면을 긁으며 거센 소리를 내듯이 도법 자체보다는 귀곡성 공격에 초점을 맞춘 초식이었다.
끼이이이이익!
이전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고 듣기 싫은 소리에 그것을 들은 좌중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아악!”
무공이 약한 이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한편 장운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음파 공격에 당할 철부지는 아니거니와 너무나도 강한 내공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내공을 끌어올려 호신강기로 음파 공격을 차단하였다.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방어와 동시에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반격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파아아앗!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눈이 부신 속도의 초령검이 음파를 자르고 흑골대주 묘주천의 앞으로 쇄도하였다.
“히이익!”
흡사 자신을 두 동강 낼 것 같은 거센 검강에 묘주천은 기겁을 하며 부리나케 뒤로 물러났다.
그 선택은 추하긴 했어도 안전을 위하여 최고의 선택에 해당되었다.
수하들 앞에서 체면은 구겼지만 다행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일 뿐.
-무염지(無炎指)!
변칙에는 변칙 공격으로 응대했다.
장운은 음파 공격을 위하여 묘주천이 일부러 거리를 벌린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풍 공격으로 선회를 하였다.
따악, 따아아악!
장운의 괴물 같은 내공을 머금은 무염지의 지풍이 휘어져 묘주천의 이마를 때렸고, 다른 한 발은 복사뼈를 강타하였다.
“어억!”
그러자 묘주천은 숨을 삼키는 비명을 내지르고 격렬히 아파하였다.
어찌나 아파하던지 전신을 떨고 말았다.
복사뼈를 다쳐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곳에 제대로 직격할 경우 전신의 모공들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금령검제, 네 이놈! 이런 하찮은 수작만 부릴 셈인가?”
묘주천은 아파하면서도 입을 놀리는 걸 잊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멀찍이서 하찮은 수작으로 이기고자 한 것은 본인이었다.
명색이 도객(刀客)이란 작자가 도기나 도강은커녕 음파 공격으로 득세하려는 자체가 잘못되었다.
물론 음공은 강호무림에서도 보기 드물며 희귀한 탓에 대처가 어려워 금령검제를 잡아두는 패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진정한 도객이라 볼 수는 없었다.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장운은 적당히 묘주천의 대화 장단을 맞춰준 다음,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였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이번에는 혼원무극검법이었다.
무의 극을 향해 가득 메워지는 장운의 검강이 빛이 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흑골대주 묘주천의 낯빛이 어두워지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제 실력에 자신이 가득 찬 묘주천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애초부터 내 상대가 아니었어.’
묘주천은 나락에 떨어지는 절망을 느꼈다.
이건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으며 금령검제는 자신을 아득히 초월한 고수였다.
사흑천에서 금령검제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한 사람.
묘주천의 주인이자 사흑천을 다스리는 절대 지존, 광혈흑마 태상천 뿐이리라.
서거걱!
불과 한순간 만에 묘주천의 검은색 무복은 넝마주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몸은 무사했을까?
천만의 말씀.
주르르륵!
묘주천은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화끈한 격통을 느끼며 앞섬에서 피가 흐르는 걸 감지했다.
믿기 어렵게도 장운이 펼친 한 수로 인해 자신의 공격은 물론이오, 자랑하는 귀곡성 음파 공격은 완전히 파훼가 되어버렸다.
또한 위력은 어찌나 강하던지 자신의 호신강기마저 문풍지처럼 찢어버리고 살점을 갈라 버렸으니 소름이 끼칠 따름이었다.
“나보다 강한…… 어린놈이 있다니.”
실력에 자신감이 대단한 묘주천이 말했다.
그 말은 곧 너무나 강하다며 극찬에 해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