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49화
혼란스러운 무림(武林)(6)
흑골삭풍 묘주천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정하기 싫지만 상황이 분명했다.
‘이놈은 나를 상회하는…… 천주님과 맞먹을 만한 실력자다!’
적이 싫어도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 실력을 직접 견식한 묘주천 입장에서 금령검제의 실력은 너무나도 확실한 것이었다.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아니, 능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말이다.
“여기 아무도 없느냐?!”
이제야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간파한 묘주천은 서둘러 수하들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늦었다.
황금표국의 표사들을 필두로 무결단원들이 산사태에 허우적대고 있는 흑골대 생존자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흑골대주 묘주천. 내게 넘겨줄 정보가 있나?”
묘주천은 궁지에 몰린 쥐와도 같았다.
쥐는 다급하면 고양이를 문다지만 금령검제 장운은 고양이가 아니라 거대한 대호(大虎)였다.
“…….”
장운의 말에 묘주천은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교차하였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무림맹이 혹할 만한 정보를 발설하고 순순히 투항한다면 포로 대우를 극진히 해주겠다는 은밀한 제안과도 같았다.
부르르!
한 차례 깊은 고민을 하던 흑골삭풍 묘주천.
그는 이윽고 목청을 높여 외쳤다.
“사파제일 사흑천! 곧 사흑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묘주천은 다시 한번 도를 빼어 들고 장운에게로 돌진했다.
그 행동은 자결이나 다름이 없었다.
번쩍!
묘주천의 사력을 다한 공격이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그러지 않아도 뛰어난 고수가 죽음을 각오하자 보이는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물론 금령검제를 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장운은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눈부신 황금빛의 검강을 휘둘렀다.
금령풍운검법의 후반부 절초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대로 묘주천의 목을 갈라 버릴 것 같았지만 이게 웬걸?
콰앙!
검강은 그의 살을 베어내기는커녕 오히려 후두부를 노렸다.
이것은 실로 하늘에 닿은 감각으로 예리한 칼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요리사와 같은 솜씨였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찢겨 나간다는 검강의 옆면으로 뒤통수를 내려쳤는데 머리가 잘리기는커녕 그대로 기절하고 만 것이다.
“그륵! 그르르르!”
그대로 나자빠져 게거품을 물어버린 흑골삭풍 묘주천.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지.”
장운은 그런 묘주천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냥 죽이는 방법도 좋았지만 지금은 정사대전이 한참이었다.
흑골대주 묘주천은 사흑천 수뇌부 중의 수뇌부였기에 빼낼 수 있는 정보는 모조리 빼어내야만 했다.
우와아아아아!
장운이 악명 높은 묘주천을 흡사 어린아이처럼 제압하는 광경에 무결단원의 두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경악하고 말았다.
금령검제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는.
“단주께서 패배한 게 당연한 거로군.”
“그러게 말이야.”
“죽지 않은 것이 용했지.”
무결단주인 정천고검 무주용을 험담하는 수하도 속출할 정도였다.
“맙소사!”
정작 그 장본인인 무주용은 화를 내기보다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들린 무위에 거듭 감탄을 했다.
‘내가 저런 자에게 시비를 걸었다니.’
당시에 무엇에 홀렸는지 몰라도 지금 돌이켜 보면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무 단주.”
무주용은 넋이 나간 채로 서 있다가 갑자기 장운 호명하자 뒤통수를 세게 강타당한 것처럼 움찔하며 곧바로 외쳤다.
“네? 네에엡!”
심지어 말투까지 바뀌었다.
그전이 반 존대였다면 지금은 극존대를 하고 있던 것이다.
“무 단주께서 직접 이 묘주천의 혈도를 제압하고 포획하여 무림맹으로 끌고 가십시오. 알겠습니까?”
장운이 말했다.
이제 황금표국과 무림맹의 공조는 끝났으니 묘주천을 후송할 적임자는 무주용뿐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장운은 그 대답은 듣지도 않은 다음 무심히 몸을 돌렸다.
아직도 살아남은 혹골대가 너무 많았기에 전멸이 필요했다.
“자아, 황금표국의 일원들이여! 그리고 무결단원들이여! 지금부터 흑골대 소탕에 돌입한다!”
도대체 누가 무결단주고 누가 지원 병력이란 말인가?
무결단원마저도 확답을 할 수 없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흑골대는 단 한 명의 생존자 없이 전멸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생존자는 하나 있었다.
흑골대주인 묘주천.
그는 결국 무주용과 무결단원에게 이끌려 처참한 몰골로 제압당한 상태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주용은 더 이상 장운을 향해 시기나 질투,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다.
동시에 무림맹에 보고를 할 때 그의 공을 가로챌 욕심도 사라졌다.
속이려고 해도 무림맹 본맹 측에서 반기를 제시할 것이다.
무주용 단주의 실력으로는 흑골대주 묘주천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찌 제압하였는가, 공식 조사가 나온다면 꼼짝없이 거짓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별말씀을. 무 단주와 무결단원 분들이 더 수고를 하셨지요.”
장운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는데 그 모습마저 어찌나 멋지던지 무결단원들의 두 눈에는 존경이라는 글자가 새겨질 정도였다.
“도대체 황금표국이란 곳은 어떤 곳일까?”
“나도 황금표국으로 가 볼까?”
“예끼, 이 사람아! 표사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맞아. 특히 황금표국의 표사가 되려면 최소 일류 중에서 중급 이상의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자네는 간신히 일류 턱걸이지 않은가?”
심지어 무결단원 중에서 황금표국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는 자마저 속출하였다.
이는 현 황금표국의 기세가 어떠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럼 몸 조심히 가십시오.”
장운은 무주용과 무결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를 따라 황금표국 금옥관 인원들 역시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무결단 개개인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고 정파 특유의 허영심이나 콧대도 거의 없었다.
흑골대를 상대로 같이 싸운 전우이기에 정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
“황금표국 분들도 조심히 가십시오.”
무주용은 무결단을 대표하며 손을 흔들었다.
“무림맹은 분명 황금표국과 금령검제 장운 부국주님의 공적을 기억할 겁니다.”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정사대전이 끝난 다음, 커다란 보상을 예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장운과 일행들도 황금표국에 무사히 귀환을 하였다.
그리고 대략 일주일이 흘렀을까?
-금령검제 장운과 황금표국 표사들이 사흑천의 흑골대를 물리쳤다!
-특히 장운 부국주의 무위는 하늘을 찔러 혹골대주 흑골삭풍 묘주천은 감히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장운은 묘주천을 생포하여 무림맹에 보내 일급 기밀을 빼내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나가 무림 전역을 때리게 되었다.
황금표국 사람들은 이 소식에 어찌나 기뻐하던지 장운을 붙잡고 얼싸안을 정도였지만 정작 본인은 웃고 있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부국주님?”
응운곤이 다가와 물었다.
“무림맹으로부터 공을 세운 것은 좋았지만…… 사흑천이 우리를 노릴 공산이 커졌습니다.”
장운의 말에 천세은과 두길준의 두 눈이 커지고 말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를 노리다뇨?”
장운은 지난 흑골대 기습 작전을 회상하며 답하였다.
“당시 묘주천이 말하기로 섬서 지역까지 침투한 것은 우리 황금표국과 무림맹 섬서 지부 중 둘 중 하나를 노리기 위해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걱정은 합당한 것이었다.
흑골대 섬멸로 인해 황금표국은 표국이라는 한계에 벗어나 명실공히 무림의 한 집단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이로써 분명하게 사흑천의 적임을 알렸으니 그에 따른 불이익도 있을 것이다.
“현재 정사대전이 치열한데 높은 확률로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은 우리 황금표국을 노릴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장운이 며칠 동안 고민을 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사흑천은 섬서 지역 정파를 섬멸하리라 벼르고 있는데 무림맹보다는 황금표국이 이래저래 탐이 나는 곳이었다.
“그들 입장에서 우리 황금표국은, 거대한 자금에 군량까지 어마어마하게 소유하고 있으니 감정 문제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짓밟고 가리라 예상됩니다.”
장운의 걱정은 무척이나 합리적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세은의 질문에 장운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적의 침입을 기다리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제가 먼저 치겠습니다.”
적이 때리길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치겠다는 것이 장운의 계획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감우량 표두는 몹시도 궁금해하며 집중했다.
“사흑천은 지금 연이은 패배로 몹시 예민해졌을 겁니다. 동시에 군량도 부족하고 자금도 씨가 마른 상태고요. 자연히 우리 황금표국을 향해 선발대를 보낼 게 틀림없습니다.”
장운이 호언장담을 하며 말했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장운을 그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추종하는 두길준이 물었다.
씨익!
그러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림맹 본맹에서 내려온 서신이자 무결단주 정천고검 무주용이 보낸 서신이기도 했다.
사실 그 서신은 이틀 전에 왔는데 장운은 미리 입수하고는 아비인 장천호와 함께 고심 끝에 작전을 짜고 있었다.
스윽!
장운은 그것을 펼쳐서 보여주었는데 그 내용은 정리하자면 몹시도 간단하였다.
-……(생략)……하여 아직도 장운 부국주님과 금옥관 여러분들이 그립습니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흑골대주 제삼차 고문을 하면서 새로 획득한 정보가 있습니다.
사흑천주인 광혈흑마 태상천이 위기의 사흑천 자리에서 벗어나 수하들과 함께 황금표국을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라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확 바뀐 무주용의 태도와 더불어 눈여겨볼 점은 하나였다.
사흑천의 주인이자 사파 제일의 지존이 지금 장운과 황금표국을 노린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사흑천의 터를 버리고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우리 황금표국을 새로운 사흑천의 자리로 삼으려는 공산이 큽니다.”
사흑천주가 아무도 모르게 황금표국을 노리며 다가온다.
이 어마어마한 사실에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오로지 장운 만은 웃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다 방법이 있으니…….”
장운 입장에서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은 호재였다.
원수의 대상 중 하나인 태상천이 이렇게 기어오고 있으니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저는 이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미리 준비한 것들이 있습니다.”
장운이 자신감에 가득 찬 음성으로 답했다.
그의 준비성은 예로부터 철두철미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남은 것은 사흑천주 태상천의 죽음과 더불어 일망타진(一網打盡)뿐이리라.
“잘만 하면…… 우리는 사파의 수장인 태상천의 목을 취하고 정파 무림의 주류로 우뚝 설 기회를 차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