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2화 (15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2화

절반의 완성(3)

마침내 원수 중 한 명인 광혈흑마 태상천과 마주한 장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초령검을 휘둘렀다.

비록 현재의 육신은 달라졌다고 하나 검신 장인랑의 검에 장인랑의 무공이 날아들었으니 그 뜻은 같았다.

채애애앵!

사파의 무인으로 태어나 일세를 풍미한 사흑천주답게 태상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고 허를 찌르는 기습을 받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것은 분명…… 놈의 무공!’

태상천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결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검신 장인랑을 잊고 살았는데 이게 웬걸?

눈앞에 보이는 어린 청년은 그의 검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던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구나.”

단 일검을 주고받은 것에 불과하나 태상천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강호에 알려져 있기로 차기 천하제일인은 금령검제 장운과 일검매향 예천관 둘 중 하나라고 하였다.

이에 태상천은 뭣도 모르는 정파 놈들의 허울 좋은 장난이라며 우습게 보았는데 이럴 수가.

장운의 실력은 예상을 초월하였다.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장운은 그치지 않고 기세등등한 검강을 자랑하였다.

오랫동안 숙성된 분노가 발출되었으니 공격이 어찌나 흉흉하던지 두 사람만 태운 배가 격렬히 흔들릴 정도였다.

채재재쟁!

그 서릿발 같은 검강에 태상천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누가 봐도 장운의 일방적인 공세에 금옥관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산서수채의 수적들조차 화색일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직 기뻐하기 이르다.”

어찌 된 일인지 노련한 수중밀검 광표만이 고개를 내저었다.

장운이 이기고 있는데 왜 저러나 싶었지만 천만의 말씀.

광표는 태상천의 진면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태상천. 너의 숨겨진 절기를 보여줘.”

그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장운은 득세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하지 말라는 어투였다.

씨익!

이에 태상천은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장운의 말마따나 그는 아직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다.

진중한 고수들이 그러하듯 태상천은 그저 탐색전을 즐긴 것뿐이었다.

“오냐. 사부에 이어…… 그 제자도 처참하게 죽여주지!”

태상천은 장운과 장인랑을 동시에 건드는 발언을 하면서.

-폭마위천(暴魔僞天)!

광폭흑악검결(狂暴黑惡劍結)의 초식을 시전하였다.

흔히들 사흑천 하면 사파의 여러 절기들이 유명하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흑천주를 상징하는 이 검법, 광폭흑악검결이었다.

이 광폭흑악검결에는 하나의 사연이 있었는데 본래 검신 장인랑의 혼원무극검법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파 제일의 검공이오, 파괴력에 있어서는 정파의 검법들을 상회한다고 알려졌다.

하나 혼원무극검법이 도래하자 세간의 평가는 뒤바뀌고 말았다.

광폭흑악검결은 혼원무극검법과 비교하자면 위력도 약하고 사파의 제일도 아니었으니 태상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우웅, 우우우웅!

그 서러움을 오늘 모두 쏟아내기라도 하듯 태상천의 검에는 깊고도 진한 검은색의 강기가 흘렀다.

‘내 오늘 너를 꺾음으로써 광폭흑악검결의 우수함을 증명하겠다.’

태상천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리 생각했다.

검신 장인랑이 살아 있을 때는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못하다가 장운은 해볼 만하니까 이제 와 무공의 우수함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문제는 장운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콰아아앙!

장운은 어렵지 않게 그의 초식을 방어한 다음.

-무영보법(無影步法)!

무영문의 절기를 밟아 순식간에 간극을 좁혔다.

“흡!”

장운이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자 태상천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이 거리는 검의 거리가 아니라 주먹과 발이 오가는 권각의 거리였던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장운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나 싶던 그때였다.

“네놈은 좀 맞아야 해.”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장운은 허를 찔렀다.

검으로 승부를 보는 척하면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발길질을 하였다.

퍼어어억!

아니나 다를까?

전생의 한이 녹아든 장운의 각법은 우람한 준마(駿馬)가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거칠고 야생미가 넘쳤다.

“억!”

지근거리의 공격에 태상천은 속수무책으로 정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자신을 상징하는 묵빛 검강마저 뽑고 있었는데 검법이 아니라 발길질을 해댈 줄은 감히 누가 알았겠는가?

휘청!

태상천은 호신강기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상체가 낫처럼 꺾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의 한을 풀겠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장운은 전생의 빚을 모두 갚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지금부터는 제대로, 혼원무극검법 후반부 초식을 펼쳐 들었다.

파아아아앗!

장운이 뿜어내는 거대한 검강이 태상천을 향하며 무서운 기세를 선보였다.

그 압박감이 어찌나 강하던지 태상천의 동공이 확장되고 있었다.

‘과연 검신 장인랑의 후예로다.’

태상천은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장운의 모습에서 검신 장인랑의 후광을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잊고 있었던 기억.

강호무림 유일 검신에 대한 공포심이 선명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광악무흑(狂惡武黑)!

그러나 그대로 쓰러질 태상천이 아니었다.

장운의 검강이 눈부신 밝은색이라면 태상천이 뿜어내는 검강은 검은색을 넘어 이 세상 모든 빛을 잠식시킬 것만 같은 묵(墨)의 색이었다.

채쟁!

다시 한번 검강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팽팽한 백중세를 이루었고 그 짧은 사이에 무려 수십 합이나 되는 검초를 나누었다.

일검, 일합이 어찌나 살벌하던지 서로를 죽이려는 의도가 명백히 담긴 살인(殺人)의 초식이었다.

기필코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과 기백이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실로 엄청난 공방이로다.”

“두 눈으로 좇기조차 힘들구나.”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운의 일행은 물론, 광표의 수적들 심지어 사흑천의 병력조차 넋이 나가고 말았다.

목숨이 오가는 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절세 무인들이 펼치는 검의 무학은 눈과 귀가 즐거운 것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강호무림에서 칼밥을 먹으며 내로라하는 작자들인데 장운과 태상천의 대결을 보고 있자니 절로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수중밀검 광표의 놀라움이 가장 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고수였다.’

그는 장운의 움직임을 애써 따라가려 발버둥을 치며 생각했다.

몇 해 전, 장운을 처음 만났던 그때가 떠올랐다.

자신을 상대로 버티기만 하면 이기는 기상천외한 대결도 했었다.

한데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광표가 장운을 상대로 십초를 버티면 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광표는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금령검제 장운 부국주! 꼭 이기시오! 당신은 천하제일인, 그것도 역대급 천하제일인이 될 재목이란 말이오!”

광표는 더 이상 장운을 낮추어 보거나 하대하지 않았다.

아니, 처음 대면하는 순간부터 그가 대성하리라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산서수채를 넘어 장강수로채가 사흑천주 태상천이 아닌 장운을 선택한 것은 광표의 공헌이 지대했다.

-사부님. 금령검제 장운은 강호무림을 평정할 인물입니다.

지금 그를 도와 빚을 만들면 추후 엄청난 이득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한눈에 깨달은 광표가 사부인 수왕 사유혼을 설득하였다.

그 결과, 사흑천주 태상천을 처치하기로 합의를 본 다음 철저히 장운과 황금표국의 노선을 타리라 결단 내렸다.

그런 만큼 광표는 그 어느 누구보다 장운이 이기기만을 바랐다.

“하아아압!”

광표의 바람과는 달리 대결은 백중세를 넘어 노련한 태상천이 득세를 하고 있었다.

채재쟁!

장운의 초령검이 뒤로 밀려나면서.

주르륵!

장운도 동시에 뒤로 밀렸는데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광혈흑마 태상천도 그동안 발전을 했구나.’

장운은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전생의 죽음과 현생의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광혈흑마 태상천 역시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발전을 한 것이다.

그것을 인정한 장운은 초령검을 고쳐 잡았다.

“흐으음.”

장운의 자세와 기세에서 무언가 대단한 공격이 나올 것 같자 자연스레 긴장하는 태상천이었다.

“얼마든지 와라.”

그렇다고 하여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네 사부를 비롯하여 많은 고수들과 대면했다. 내 아들뻘인 네게 패배할 것 같으냐?’

태상천은 아집과 오기마저 부리며 방어를 준비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내심 금령검제 장운을 인정하였지만 애써 부정하려 했다.

그것만이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오식(五式) : 천하제왕검(天下帝王劍)!

노련한 태상천이 예측한 대로, 장운은 점점 더 고난이도의 상위 초식을 펼쳐냈다.

혼원무극검법의 오식 천하제왕검은 한 번 펼쳤다 하면 모든 적을 쓰러뜨린 최강의 초식 중 하나였다.

장운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가로막는 적을 쓰러뜨리리라 믿었다.

-광폭혈천하(狂暴血天下)!

하지만 태상천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혼원무극검법을 한 번 견식한 인물답게 머릿속에서 그리고 또 그렸다.

혼원무극검법의 상위 초식이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그 준비성은 태상천의 목숨을 살렸다.

광폭혈천하는 포악하고 광오한 성정을 검강에 녹여 폭발시키는 초식으로 그 위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강호무림 검법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는 두 검법이 한풀이를 하듯 자웅을 겨루었다.

서로 상위 초식을 펼친 만큼 더 이상 배가 버틸 수 없었다.

와장창창!

배는 거의 반파가 되었고 고요하던 야밤의 강줄기는 이리저리 출렁이며 심지어 어느 방위에서는 역류(逆流)를 할 정도였다.

이것만 보아도 두 사람의 무공이, 그리고 초식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었다.

“허억, 헉!”

“후우우우.”

이리저리 부서진 배의 잔해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이제 그것은 배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였다.

널빤지 위 출렁이는 강물을 버티며 균형을 유지하는 장운과 태상천은 고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사실 그들에게는 배 위나 널빤지 위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주르륵!

어마어마한 공방을 주고받은 탓에 장운은 이마에서 출혈이, 태상천은 왼쪽 어깨에 자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놀랍구나. 정말 놀라워. 동 나이대 검신보다 더 강해.”

이쯤 되니 태상천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격렬히 싸운 지도 벌써 반 시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태상천은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현 강호무림에서 천운학검 남일산을 제외하고 자신을 이토록 고전하게 만들 고수가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곧 상대의 인정으로 변하였다.

‘천재다. 저놈은 부정할 수 없는 천재다.’

인정을 하고 나니 검신 장인랑에 대한 질투로 이어졌다.

‘검신, 네놈은 죽어서도 나를 괴롭게 만드는구나.’

어쩌면 자신은 장인랑과 아주 질긴 악연으로 묶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라고 있소. 솔직히 오식만으로도 이길 줄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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