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3화 (15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3화

절반의 완성(4)

놀라는 것은 금령검제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던 전생의 정보보다 더 상회한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광혈흑마 태상천의 발전을 뜻했다.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단련을 게을리하는 것처럼 보여도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게 된다면 결국 깨달음의 수련으로 이어진다.

그 말인즉슨 태상천은 말년에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깨우쳐 발전을 했다는 소리였다.

“검신 장인랑이 죽던 그 날…….”

태상천은 천천히 호흡을 갈무리 며 장운에게 말했다.

말하는 데는 체력을 채우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나는 고심에 빠졌다. 지금부터 천운학검 남일산과의 싸움인데 그를 이기고자 부단히 노력을 하였지.”

태상천이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태상천은 진정으로 강호무림의 패자가 되고 싶었다.

무림맹주 남일산과 최후의 격전을 벌여 누구나 인정하는 현세대의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하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한 것에는 어쩌면 검신 장인랑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일까? 나는 광폭흑악검결 최후의 초식을 완성할 수 있었지.”

씨익!

사흑천주가 특유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정사대전에서 밀리면서도 기가 죽지 않은 이유, 동시에 절대로 항복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는 천운학검 남일산을 이길 자신이 있다. 하물며…… 아직 채 여물지 않은 금령검제에게 패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태상천의 심산인 것이다.

“마지막 초식을 준비하지. 너도 나름 최후의 한 수가 있을 테니.”

태상천은 선배 고수로서 아량을 베푼다는 듯이 권하였다.

실제로 그는 장운이 어떠한 초식을 펼치더라도 놀라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재밌겠군.”

오랜 세월에서 오는 여유와 노련함에 눌릴 법도 한데 장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운 역시 검신 장인랑 시절부터 경험과 노련미를 갖추고 있었기에 도리어 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 잘됐군.’

자신이 복수를 완성시켜야 할 대상은 총 두 사람이다.

눈앞에 있는 광혈흑마 태상천과 천운학검 남일산.

지금 이 자리에서 태상천을 이긴다면 능히 남일산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나는 아직 혼원무극검법 최후의 초식인 칠식을 익히지 못했다.’

태상천을 이기고 남일산을 경험하면 그때는 능히 혼원무극검법의 칠식을 익히지 않을까?

장운은 그리 생각하며 초령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번쩍!

다시 한번 전력을 다해 내공을 발산하며 자신의 모든 경험과 기운을 일검에 담고자 노력했다.

아직 칠식을 생각하기보다는 현 최강의 초식인 육식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해야 했다.

“기질이 딱…… 검신 장인랑을 닮았구나.”

그러한 장운의 모습에 태상천은 혀를 내둘렀다.

분명 장인랑과 장운은 큰 접점 없이 검신 사후 비급서를 얻었거나 영향을 받았으리라 추측했다.

한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현재의 장운은 장인랑을 쏙 빼다 닮아 의아함을 주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반드시 이긴다.’

태상천은 필승(必勝)을 다짐하며 재차 집중을 했다.

지금부터는 정신이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한 자가 패배하고 만다.

이 대결에 있어서 패배는 곧 처참한 죽음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요구했다.

“후우우웁.”

“후우.”

두 사람은 호흡을 머금었다.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맛볼 마지막 호흡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쿠쿠쿠쿵!

사흑천주와 금령검제.

두 사람이 사력을 다해 내기를 끌어올리자 주변은 다시 한번 지각변동을 보였다.

이곳은 지금 섬서의 강줄기였는데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강물이 소용돌이를 칠 정도였고 주변의 배들마저 부서져 나갈 정도였다.

꿀꺽!

이 모든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광표와 더불어 천세은, 두길준, 응운곤 등등은 침을 삼키며 집중했다.

이제 일검이면 이 치열했던 승부의 행방이 결정될 것이다.

과연 누가 이기고 누가 패할 것인가?

세대교체가 될지, 아직까지는 사흑천주의 시대인지 곧 있으면 판가름이 난다.

“죽어어어엇!”

팽팽한 대치 속에서 먼저 초식을 완성하여 뻗은 것은 태상천의 몫이었다.

그에게 있어 살기(殺氣)란 곧 생명력의 원천과도 같은 것.

서릿발 같은 살기를 내풍기며 광폭흑악검결 최후의 초식을 시전하였다.

-광폭흑풍악중검(廣幅黑風惡中劍)!

사악한 마음을 벼르고 견고히 갈아 하나의 검강으로 완성시킨 잔인하고도 강력한 필살 초식.

광폭흑풍악중검이었다.

콰직, 콰지지지직!

새까만 증오의 검강은 거침없이 뻗어 나가며 장운의 전신을 덮치기도 전에 번쩍거리며 묵빛 뇌전(雷電)을 선보였다.

사파 지존이라는 광혈흑마 태상천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초식이 또 있을까?

태상천은 어찌나 사력을 다하였던지 두 눈은 악으로, 검은색 뇌전에 물들었고 목과 전신에는 핏줄 다발이 곤두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과 팽창을 이루었다.

-육식(六式) : 무궁무형검(無窮無形劍)!

당연히 장운도 만만치 않았다.

얼마 전 오식을 넘어 깨우친 육식의 초식, 무궁무형검을 펼쳐내었다.

강력한 검강을 거침없이 내뿜는 장운의 모습은 정녕 인간의 내공이 맞는지, 내공의 끝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극명히 대조를 이루었다.

태상천은 자신의 별호대로 새까만 빛의 검강을, 장운은 그와 반대로 선명하고 눈부신 광휘(光輝)를 선보였다.

콰강, 콰가가가가강!

세기의 대결에 걸맞게 현 강호무림에서 가장 고강하다는 초식이 서로 맞붙었다.

두 사람의 기세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그대로 섬서의 강줄기 전체가 증발하면 어쩌나 걱정마저 들었다.

“이이이익!”

“하아아압!”

서로 초식이 힘겨루기를 하듯 상대를 끌어내리고 베어버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많은 고수들을 상대하였으나 단언컨대 태상천이 가장 고강하고 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으으읍!”

이 모든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소광마 태원평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 자신의 아비가 나서면 장운이고 나발이고 모두가 쓰러질 것이라 관망했다.

한데 이게 웬걸?

자신에게 있어 거대한 산과 같은 아비와 동수를 이루더니 급기야 이기려 드는 게 아닌가?

“괴물! 네놈은 정녕 괴물이다.”

놀라는 것은 그 장본인인 사흑천주도 마찬가지였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고 있던 태상천이 소리쳤다.

이제는 인정을 넘어 경외의 마음마저 품게 되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싹을 잘라야 한다.’

지금 잘라내지 못한다면 영영 이기지 못한다.

그 말은 무슨 뜻이냐?

새로운 검신 장인랑의 탄생을 의미하였다.

태상천이 그토록 시기하고 질투하였으며 동시에 경외하였던 그 대상 말이다.

“안 돼, 안 돼애애!”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는 상상에 태상천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사력을 다하였지만 그는 장운보다 내공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체력이 오래가지 못했다.

장운은 한창인 나이인 반면 태상천은 이제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나이대인 것이다.

그 차이는 역력했다.

쿠웅, 쿠우우웅!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장운의 일검에 점점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 합에서 얻었던 왼쪽 어깨의 자상이 점점 더 벌어지며 출혈이 심해지자 그것도 영향을 주었다.

자고로 이런 고수들끼리 싸움에서는 작은 흙먼지 하나, 시야를 가리는 핏방울 하나가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하는 법이다.

쩌어억!

아니나 다를까?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태상천의 검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패한다고?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처참한 패배를 목전에 둔 태상천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그리고 장운을 흘겨보았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믿기 싫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가 나락에 점점 발을 들여놓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태상천. 내가 놀라운 것을 하나 알려줄까?”

내공의 소모의 체력의 부족으로 인해 허덕거리고 있는 태상천과 달리 몇 시진이고 버틸 수 있다는 장운이 입을 열었다.

그는 어찌나 여유롭던지 전전긍긍하는 태상천의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를 이루었다.

스윽!

놀라운 것을 알려주겠다는 갑작스러운 장운의 말에 태상천은 슬그머니 시선을 보냈다.

지금 대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전하였기에 시선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잠시.

[내가 바로 검신 장인랑이다.]

장운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의 엄청난 폭탄발언에 태상천은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콰아아앙!

어찌나 놀랐던지 고전하긴 했으나 잘 버텨오던 장운의 공격을 허용할 정도로 놀라 버린 것이다.

“뭐, 뭐엇?”

급기야 육성을 내어 물어보는 사흑천주 태상천.

그는 듣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말했잖아. 내가 검신 장인랑이라고.]

반면 장운은 여전히 육성이 아니라 전음만을 고수하였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에 태상천은 도리질까지 치며 열심히 부정을 했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

“금령검제가 무슨 전음을 했기에 저러는 거지?”

“아니면 너무 고전을 하여 환청을 보는 게 아닐까?”

제삼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눈치가 빠른 자들은 장운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전음을 했다는 생각을 하였고, 조금 아둔한 자들은 패배 일보 직전인 태상천이 미쳐 버려 괴이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 관망했다.

[정말이라니까. 그럼 검신만이 아는 정보를 알려줄까?]

장운은 그에 그치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만이 아는 사실을 흘려보냈다.

[네놈과 무림맹주 남일산이 손을 잡고 합심해서 나, 검신 장인랑을 죽였잖아. 정파와 사파, 그 어느 곳에 속하지 않으면서 적을 너무 많이 키웠다고 했지, 아마?]

그 전음을 듣자 태상천은 폐부를 깊숙이 찔린 사람처럼 놀라고 말았다.

“허억! 그, 그것을 어떻게……!”

동공은 확장이 되었고 놀라움은 점점 더 커져 갔다.

특히 뒤의 전음은 태상천이 검신 장인랑을 죽이기 전에 했던 발언이었다.

이는 오로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는 대화인 것이다.

콰직!

놀라움과 마음의 흔들림은 곧 균열을 발생시켰다.

아직까지 열심히 최후의 초식을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도 곧 한계가 찾아왔다.

이제 장운의 초식에 점점 잠식이 된 채 태상천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끝까지 발버둥 치는 일뿐이었다.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야. 내가 장인랑이니 알지. 내가 그리 허망하게 죽을 줄 알았던가?]

그에 반해 장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로지 이날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물론 아직 나머지 절반인 천운학검 남일산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추후의 즐거움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럴 수가, 이건 아닌데. 아니야…….”

태상천은 흡사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정신이 완전히 파괴될 지경이었다.

그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에 다시 한번 장운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날 내 육신은 죽었지만 내 정신은 온전하여 황금표국의 장운에게로 깃들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이대로 악적들의 손에 사그라들 수 없었기에 죽음의 늪에서 벗어나 하늘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절반의 복수를 완성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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