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4화 (15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4화

절반의 완성(5)

“너는 정말로……!”

장운의 전음을 들은 태상천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끝맺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온 신경과 집중이 장운에게 쏟아지던 그때!

콰지지직!

건재하던 장운의 초식인 무궁무형검의 검강이 날아와 태상천의 상반신 전체를 관통해 버린 까닭이었다.

“컥! 커커컥!”

태상천은 장운의 정체에 대해 깨닫자마자 그것을 발설할 새도 없이 죽음이 찾아왔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오감이 약해지며 주변이 암전되는 그 기분 더러운 느낌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휘청!

제아무리 고강한 광혈흑마 태상천이라고 해도 상반신 전체가 관통되었는데 살아남을 리 없었다.

쿠당탕!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 같던 거인(巨人)이 넘어지자 주변은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드디어 쓰러뜨렸다!”

“사파 지존 태상천이 넘어갔어!”

“이제 진정한 세대교체의 순간이 왔다.”

장운의 일행들은 물론이오, 광표와 산서수채의 인원들도 희열에 가득 찬 음성을 내뱉었다.

그들은 장강수로채의 명운을 걸며 황금표국과 장운을 도왔기에 합당한 기쁨이었다.

“후우우.”

그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장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장본인, 태상천에게 집중하였다.

“점점 추워지고 오싹해지는 기분이 어때?”

장운이 물었다.

그가 묻는 것은 죽음으로 향하며 종말로 나아가는 필멸자(必滅者)로서의 괴로움이었다.

“커컥, 나는, 나는…….”

태상천은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

장운은 그런 태상천을 냉정히 내려다보며 오히려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참혹한 경험을 전생에서 네놈 때문에 당했다.’

오감이 식어간 채 주변이 암전되며 세상이 소멸되고 종전에는 자신이 꺼져가는 그 기묘한 느낌은 죽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장운은 전생에 한 차례 죽어보았기에 그 기분을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태상천. 너와 함께 가담하였던 천운학검 남일산도 곧 뒤따라 갈 테니까.]

장운은 천천히 죽어가는 태상천을 향해 아량을 베풀었다.

콰직!

머리를 날림으로써 확인사살을 하였다.

이것이 왜 아량이냐 하면 장운이 한 차례 죽어본바, 서서히 죽는 것이 오히려 더 괴로웠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주는 편이 더 유익하였다.

“으으으읍!”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태원평이 거칠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막을 수 없었다.

이미 태상천은 죽고 말았으며 허망한 시신이 되었으니 말이다.

오오, 오오오!

태원평을 비롯하여 사흑천의 병력들은 깊은 탄식을 터뜨리며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사흑천주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이것은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사흑천의 병력들에게 있어 사흑천주 태상천은 하늘이자 땅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이자 자신들을 휘어잡는 군주와도 같았던 것이다.

태상천의 죽음은 곧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슬픔이었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뿐.

덥석!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태상천의 목을 들고 외쳤다.

“사악한 악적이자 사파의 거두였던 광혈흑마 태상천이 내 손에 죽었다!”

그는 기세 좋은 모습을 보이며 호령을 하였다.

지금 장운은 복수의 절반을 완성하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격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남은 자들은 순순히 투항한다면 목숨을 보전해 주겠다. 그러나 반항을 한다면…….”

태상천과 일전으로 지쳤을 법도 한데 장운은 여전히 팔팔한 모습을 자랑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놈들은 오늘 모두 물고기 밥이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 오늘의 일은 완벽히 종료되었다.

* * *

-사흑천의 주인이자 사파 지존인 광혈흑마 태상천이 죽었다!

-그 태상천을 꺾은 자는 다름 아닌 황금표국의 부국주 금령검제 장운이다!

정사대전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 와중, 갑자기 퍼져 나가는 소식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사파 무림은 불리하였어도 사흑천주 하나만을 믿고 끝까지 항전하던 찰나였다.

한데 그 태상천이 죽어 목이 무림맹에 진상되고 있다는 첩보에 모두들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금옥관, 무영문의 병력들은 나와 함께 사파 악적 소탕에 들어간다!”

장운은 자신에게 몰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사파의 구심점, 사흑천주 태상천이 죽음으로써 정사대전은 정파의 승리로 흐르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대로 모든 공로를 무림맹과 구파일방, 오대세가에게 뺏길 수는 없다.’

그런 계산을 한 장운은 금옥관과 무영문의 인원을 이끈 채 먼저 섬서성의 사파 무인들을 소탕했다.

“화, 황금표국이다!”

“금령검제 장운!”

장운이 출현하자 그 후폭풍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장운은 솔직히 자신이 태상천을 죽였기에 사파 무인들의 거센 반발을 생각하였는데 웬걸?

그들은 황금표국의 깃발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도망가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황금표국은 우스갯거리나 한낱 표국으로 정의되기에는 너무 많은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렇게 섬서 소탕 작전에 성공한 장운.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너무 허무하게 완승을 거두자 천세은이 기뻐하면서도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흑천의 성으로 향한다!”

장운이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곳은 무림맹의 총 병력이 집중되는 각축전이었다.

장운은 사흑천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그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무림맹의 공식적인 도움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정파의 습성을 잘 아는 두길준이 염려하며 묻자.

“무결단을 도와주며 사흑천과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얻었으니 상관없지.”

장운은 단언을 하며 곧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섬서성에서 사흑천의 성이 있는 곳까지 자그마치 사흘이 걸렸지만 걱정은 없었다.

육로는 황금표국과 인연이 깊은 녹림에서 지원을 해주고 수로는 장강수로채가 지원을 해주니 오히려 다른 무림맹의 인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사흑천 영역에 도착하였다.

“황금표국!”

“금령검제 장운!”

정사대전은 종국으로 치달아 남은 극렬 분자들이 사흑천의 성에서 마지막 수성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섬서의 사파 무리들과 달리 장운을 보자마자 치를 떨었다.

“감히 우리의 사파 지존을 죽이다니.”

“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

눈물마저 주르륵 흘리는 광신도와 같은 그들을 바라보며 장운은 웃었다.

씨익!

그가 웃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정당당하게 일대일 비무를 하였고 그는 나보다 약했기에 죽었다. 내가 알기로 사파 무림은 강자의 말이 곧 법이며 규율인 것으로 아는데…… 왜 나를 존중하지 않은가?”

그들의 증오를 받아야 할 이유가 하등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또한 광혈흑마 태상천은 내게 있어 사부라 할 수 있는 검신 장인랑을 죽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 사부의 복수를 정당히 갚았는데 누가 감히 내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랴?”

장운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이제 그는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은 사흑천과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두 집단이 두려워 자신의 사부가 누구인지, 사부를 죽인 것은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발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다.’

사흑천은 이대로 무너질 것이고 무림맹도 곧 커다란 변화를 낳을 게 분명했다.

혼란과 변화는 금령검제 장운처럼 새로 성장하는 무인에게 있어 엄청난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흐, 흥! 아무튼! 우리들은 이 자리에서 맹렬히 저항하다 죽을 것이다!”

결국 논리에서 밀리니 억지를 내세우는 적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준비하지.”

장운이 신호를 보내자 두길준과 응운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에서 누군가를 꺼내었다.

“읍! 으으으읍!”

그는 놀랍게도 태상천의 유일한 혈육이자 이 극렬 분자들을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는 소광마 태원평이었다.

“소문주님!”

“도련님!”

아니나 다를까?

그를 보자마자 크게 반응을 보였고 몇몇 완고한 사파의 장로들은 눈물마저 짓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장운은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예측했던 대로 흘러간다.’

지금 이 사흑천에 모여든 사파 무인들의 반항이 워낙 격렬하여 무림맹과 구파일방조차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이들을 무너뜨리려면 커다란 희생이 뒤따랐다.

아무리 사파 무림이 쪼그라들었다 하더라도 마지막 불꽃은 존재하니 말이다.

이제 정사대전이 슬슬 종료되는 분위기에 그 어느 누구도 큰 희생을 두려워했다.

서로 눈치만 본 채 누군가가 앞장선다면 그 뒤를 따라 공로만 가로채려 든 것이다.

장운은 이 분위기를 간파하고는 상황 자체를 타개하고자 했다.

“사흑천이여, 그리고 사파 무림이여.”

금령검제의 검법도 무섭지만 그보다도 심계와 깊은 생각이 진정으로 무서웠다.

그는 목소리에 강력한 내공을 담아 사흑천의 성 전역에 퍼뜨렸다.

“이대로 항복하여 정사대전을 종료시킨다면…… 태상천의 아들이자 그대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소광마 태원평을 보내드리리다.”

이전의 방식이 채찍이었다면 이번에는 당근이었다.

그것을 절묘히 번갈아 주는 것은 장운의 특기 중 하나였다.

게다가 사흑천에서 마지막 반항을 하는 이들은 사흑천의 수뇌부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태원평이 귀환한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다시 사흑천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뜻.

“그게…… 정말인가?”

장운의 방식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태원평의 생사를 확인하자 몇몇은 그대로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이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구태여 태원평을 왜 살려두었겠소?”

장운이 말했고.

“읍읍! 크흐흐흡!”

여전히 입이 막아져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구슬피 울며 말하는 태원평을 보자 사흑천의 수뇌부들과 결사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회의를 거친 끝에!

“……금령검제께서 약속을 지키리라 믿겠소이다.”

결국 그들은 순순히 항복하였고 마지막 결사대가 모인 사흑천의 성은 완전히 함락되고 말았다.

이로써 정사대전은 완전히 종료되었으며 사파 무림은 어느 때보다 처절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흑천의 말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뇌부들은 태원평을 구심점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子)가 존재했다.

태원평의 무재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으나 그는 향락을 즐기는 소인배일 뿐, 결코 거대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재목은 아니었다.

‘태상천이여, 지옥에서 사흑천의 몰락을 지켜보거라.’

장운은 그들의 미래를 예견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운은 광혈흑마 태상천이 죽어서도 그가 비통하며 절망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복수를 한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하고도 통쾌한 복수가 아닐 수 없었다.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장운은 한 차례 쾌감을 느낀 다음 다시 집중했다.

사흑천과 태상천은 무너졌지만 그것은 절반의 완성이었다.

이제 남은 절반은 바로 무림맹과 천운학검 남일산으로 그들은 어쩌면 사흑천보다도 더 까다롭고 무서운 적들이었다.

‘기다려라, 남일산. 네놈도 곧 태상천 뒤를 따라가게 될 테니.’

장운의 두 눈이 불타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