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56화 (15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6화

무림맹(武林盟)으로 가다(2)

예천관이 손을 들자 소요자는 옳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예정천 장문인과 예진설은 기겁을 하며 놀라고 있었다.

하물며 화산파의 수뇌부들은 어떻겠는가?

그런 주류 의견과 상관없이 예천관의 두 눈은 여전히 밝고 총명하였다.

그 두 눈에는 그 어떤 불의(不義)도, 비겁도 용납지 않았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예천관이 말하자.

“어허!”

“맹주님의 뜻을 따르거라.”

화산파의 여러 어른들이 자신의 선에서 잘라내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저는 당연히 무림맹주님과 무림맹 본맹 명숙들을 존중하고 뜻을 따르고자 합니다. 하지만…….”

예천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며 뒤에 있는 장운을 바라보았다.

장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심계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사흑천주 태상천을 이기고 사흑천 결사대마저도 함락시킨 장운 소협과 제가 공이 같다니요. 그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예천관은 고개를 세차게 돌렸다.

많은 권력자들이 내 새끼 챙기기를 시전하는 와중에도 예천관은 적어도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이었다.

“예천관 소협. 이것은 본맹 상부의 결정이오. 이것을 뒤엎겠다는 말인가?”

한편 무림맹주인 남일산도 특유의 고고한 기개를 자랑하며 절대 꺾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잠시 남일산과 예천관, 두 사람의 팽팽한 눈빛이 교차되었다.

“네.”

예천관은 이에 응답했고.

“그렇지. 그래야 합당하지.”

소요자는 만족해하며 자신의 손자라 할 수 있는 예천관을 자랑스러워하였다.

‘재밌군.’

흥미를 보이는 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속물들 중에서 소요자와 예천관만이 남다른 작자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청렴한 모습을 보여주니 감탄할 따름이었다.

“현재 부맹주 자리가 공석이네. 나는 내심 자네를 부맹주로 생각하고 있었지. 한데…….”

세속에 얽히지 않은 산속 신선(神仙)처럼 보이던 남일산.

돌연 그의 눈이 탁하고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이번 정사대전 최고 공로자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부맹주로 취임시킬 구실이 없네. 그와 더불어 화산파에도 불이익이 있을지 모를 텐데?”

부맹주 직위와 더불어 화산파까지 건드는 장면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천관은 꼿꼿했고 생각의 변화는 없었다.

“제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세상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부맹주 직위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며 설령 그 대가로 본 파에 불이익이 닥친다 하더라도 저와 본 파는 능히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하하하하핫!”

바로 그때였다.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최고 공로자를 지정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불이익을 받고 있던 금령검제 장운이 돌연 웃는 것이 아닌가?

술렁술렁!

가만히 있던 장운의 개입에 여러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시선이 집중되었다.

“음? 왜 웃지?”

치하하는 자리 내내 장운에게 시선을 주지 않던 남일산이 물었다.

“우스우니 웃는 것 아니겠소?”

장운은 이에 언짢은 심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다.

“뭐가 그리 웃긴가?”

재차 묻는 남일산의 질문에 장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발언하였다.

“여기 모인 여러 귀인분들만 아니라 강호의 모든 동도들이, 무림과 연관이 없는 여러 양민들도 모두 알 것입니다. 이번 정사대전에서 진정으로 큰 공로를 세운 자가 누구인지 말입니다. 그런데…… 눈에 불을 켜고 특정한 인물을 밀어주려는 모습을 보니 어찌 우습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장운의 그 말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예천관은 괜히 얼굴이 빨개져 왔다.

“흐음, 그럼 자네는 화산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다시 물어오는 남일산.

그의 발언은 교묘하여 장운과 화산파 사이에 이간질을 부추기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맹주답지 않게 아둔한 말씀이시군요.”

그런 간악한 질문에 화가 난 까닭일까?

장운은 보다 더 센 발언을 하였다.

오오오!

“이런 무례한!”

“지금 이곳이 어떤 자리인 줄 알고!”

“이곳이 표국 바닥인 줄 아는 것인가?”

그러자 장운과 황금표국만을 기다리고 있던 몇몇 자들이 잘 걸렸다며 부리나케 달려들었다.

그래도 저들의 반응에 흔들릴 장운이 아니었다.

“올바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찌 화산파를 배제하는 발언으로 바뀌는 것입니까? 지금 맹주의 발언은 명백히 다른 의도가 느껴지는 것 같군요.”

장운은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운학검 남일산. 네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목숨보다도 무림의 체면이자 위치인 것을 잘 안다.’

장운은 오늘!

남일산이 가장 귀히 여기는 것을 끄집어 내려줄 요량이었다.

그것이 장운이 바라는 복수이기도 하였다.

“허허,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해일세. 나는 그저…….”

남일산의 안색이 굳으려는 찰나, 재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며 변명하려 했지만 장운의 발언이 더 빨랐다.

“거두절미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바라던 바네.”

“제가 검신 장인랑 대협의 진전을 이은 사실은 잘 아시죠?”

장운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남일산의 얼굴이 뒤흔들리고 말았다.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입이 살짝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호무림에 엄청난 흔적을 남긴 무인이었지. 자네가 그 검신의 무공을 사용한다는 소문은 들었네.”

남일산은 끝까지 장운을 검신의 후계자라고 확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운은 상관없었다.

“제게 있어 사부나 마찬가지인 장인랑 대협께서는 어느 날 실종이 되어 여러 중인들의 걱정을 샀습니다.”

“알고 있네. 나 역시 사람을 풀어…….”

“헛소리는 집어치우시죠.”

장운은 화를 내기보다 승부수를 던졌다.

그의 거친 발언에 여러 중인들이 개입하기 전에 장운은 폭탄 발언을 터뜨린 것이다.

“당신은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과 손을 잡고 몇몇 수하들과 함께 천라지망을 펼쳐 검신 장인랑 대협을 살해하였습니다.”

오오오오!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장운의 연이은 발언은 축하 자리가 되어야 할 모임을 순식간에 제사 자리로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누구 하나 반발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금령검제 장운은 결코 허튼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또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장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장내 상황을 주시하였다.

“이 무슨…… 허언이란 말인가? 지금 자네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자각이나 하고 있나?”

이쯤 되어서는 남일산조차 화를 참지 못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알고 있지요. 제가 아무런 증거 없이 왔을 것 같습니까?”

그렇다.

금령검제 장운은 그 누구보다 심계가 깊고 꾀가 많으며 수완이 좋은 작자였다.

그런 그가 많은 인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일산 맹주를 저격하는 발언을 했을 때는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가져오지.”

장운이 뒤에 있던 천세은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천세은은 날랜 몸놀림을 자랑하며 여러 서신을 가져왔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사흑천의 직인이 찍힌 서신!”

얼마 전까지 무림맹과 죽자사자 혈전을 펼친 사흑천의 직인이 선명히 찍힌 서신이었다.

“하! 무엇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나 했더니 고작 사흑천의 서신이었나?”

그것을 확인한 남일산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 입을 놀려댔다.

“자세히 보십시오. 사흑천의 직인이 찍혀 있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자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장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의적으로 보인 사흑천 직인 아래 접어두었던 부분을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접혀진 공간이 드러나더니 그곳에는 무림맹주의 직인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맹주님의 직인이야!”

“절대로 흉내 낼 수도, 조작할 수도 없는 무림맹주의 직인이 왜…….”

일단 서신의 내용을 떠나 사흑천주와 무림맹주의 직인이 나란히 찍힌 것만으로도 지탄받아야 할 사안이었다.

쿠웅!

그 어마어마한 증거에 남일산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이것은 조작이다! 나를 음해하려는 시도다! 뭣들 하는가?”

고고한 구름 속 한 마리 학처럼 우아한 검법을 펼친다고 하여 붙여진 별호, 천운학검 남일산.

그는 이례적으로 충혈된 눈으로 부하들을 휘어잡았다.

당장 뛰쳐나가 장운의 발언을 멈추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무림맹주를 호위하는 호위대 중 절반의 발은 멈춰져 있었고 절반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마음속에 의문이 생겼으며 심지어 그 호위대 중 몇몇은 검신 장인랑을 처치하는 데 가담한 작자가 있어서였다.

“천운학검 남일산! 어딜 감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장운의 외침에 맹주를 호위하기 위해 다가온 나머지 절반의 동공마저 지진 난 듯이 흔들리고 말았다.

채앵!

이에 질세라 일검매향 예천관과 소요자, 화산파를 필두로 깨어 있는 여러 무인들이 검을 뽑아 들고 장운의 편에 섰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군.”

“검신 장인랑을 쓰러뜨리기 위해 그 짐승 같은 사흑천주와 손을 잡았다니.”

“강호 뒷세계에서 은은히 돌던 소문이 사실이었어!”

그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면서도 무언가 켕기는 듯이 행동하는 남일산의 행동에 일단 제압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지고자 하였다.

“맹주시여. 진정으로 당당하다면 내부 논의를 거치시오.”

소요자가 나서서 최후의 기회를 주고자 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장운이 가져온 증거를 샅샅이 살펴 검토를 하고 남일산에게 최후의 변론을 들어보고 싶던 것이다.

그런데 남일산은 자신의 복을 발로 차버리고 말았다.

“아우들 도와주게!”

남일산은 크게 당황한 기색으로 호위대 중 지옥 끝까지 동행한다는 충성심을 자랑하는 좌검우도(左劍右刀) 천씨 형제를 호명하였다.

좌수(左手) 검객 천고와 극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도객(刀客) 천평은 남일산의 수족이자 의형제들이었다.

개개인이 초절정 고수이자 무림맹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기도 했다.

파아아앗!

남일산의 부름에 좌검우도 천씨 형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튀어나와 장운과 소요자, 예천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퍼어엉!

남일산은 도대체 언제 준비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품속에서 연막탄 몇 개를 꺼내 터뜨린 다음,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신법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무영문의 인원들조차 당황할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천씨 형제의 동귀어진에 이어 성능이 너무나 뛰어난 연막탄이 터지니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말았다.

[두고 보자, 장운! 네놈은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더 졸렬한 것은 남일산의 전음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세상 고귀한 척을 할 때는 언제고 본색이 탄로 나자마자 추한 모습으로 도주하였다.

이것은 인격 살해이자 사회적 지위를 말살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꽤나 통쾌한 복수이긴 하나 이것만으로는 장운의 복수심을 채울 수 없었다.

[천만의 말씀. 목 씻고 기다려라. 무림맹을 정리하고 네놈을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장운은 흑방 도둑놈처럼 도망가는 남일산을 향해 선명한 전음을 보내었다.

누가 보더라도 남일산의 완벽한 패배이자 몰락이며 추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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