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7화
무림맹(武林盟)으로 가다(3)
으드득!
남일산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두고 보자. 반드시 나는 돌아온다!’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장운을 처치할 것은 물론, 무림맹주의 직위와 더불어 평판을 되찾아 오겠다고 말이다.
그의 대단한 결심과는 별개로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파아아앗!
비루한 모습으로 도망가는 무림맹주 남일산.
아니, 이제는 무림맹주가 아니라 무림의 공적(公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잡아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장운의 판단이 아니라 무림맹과 정파 무림에 속하는 이들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무림맹의 무인들을 물론이오, 구파일방의 여러 추격대를 보냈지만 연막탄을 자욱했고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것은.
“무림맹주 방에 숨겨진 지하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의 도주로였다.
자고로 어느 집단이건 수장의 방에는 수장만이 알 수 있는 도주의 길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무림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멸문지화(滅門之禍)의 업에 대해 대비하기 위함인데 남일산은 이를 도망의 길로 사용하였다.
“이 더러운 쥐새끼 같으니!”
결국 놓치고 말자 소요자는 거침없는 언행을 보여주었다.
화가 나는 것은 황금표국의 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잡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맹주의 방 내부 지리만 알았어도!”
특히 무영문주와 그 일행들은 땅을 치고 아쉬워했다.
신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들이기에 거의 따라잡았지만 무림맹주의 방은 크고 넓었으며 남일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그 결과,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말았다.
“세상에! 믿을 수 없어!”
“그 고고하고 청렴결백의 상징이었던 맹주가…….”
“알고 보니 사흑천주와 손을 잡고 위대한 무인, 검신 장인랑 대협을 죽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운은 화가 나거나 분통이 터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세상 사람들이 전부 알게 되어서였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며, 누가 진정으로 위선자인지 명백히 밝혀졌다.
장운은 그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도망자 남일산. 네놈은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네놈의 목숨을 포함하여…… 네가 가진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절망에 빠뜨릴 것이다.’
장운은 자신이 있었다.
황금표국의 부국주로서 중원 각지 지역은 물론이고 서역의 지리마저 빠삭하였다.
물론 중원이 드넓다고 하나 장운은 남일산이 어디에 숨어 있더라도 그를 찾아내 죽이고 말 것이다.
“위선자이자 썩어빠진 악인이었던 남일산은 더 이상 무림맹주가 아닙니다!”
비록 남일산은 놓쳤지만 그의 분통을 터뜨릴 방법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서며 혼란에 빠진 이들을 통솔하였다.
“그의 진면목은 검신 장인랑 대협의 무공을 탐내는 소인배이자 그가 너무 위대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사흑천주와 손을 잡고 비겁한 짓을 행한 패배자일 뿐입니다!”
내공을 담아 호령하는 장운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화답이 들려왔다.
“옳소!”
“합당한 말씀이시오!”
“나는 그 누구보다 금령검제의 말을 지지한다!”
일검매향 예천관은 물론이고 심지어 장운을 탐탁치 않아하던 화산지화 예진설조차 그를 지지했다.
“나는 바보야. 이런 사실도 모르고…….”
그녀는 오라버니를 잘 따르고 화산파를 너무 좋아했을 뿐, 악인은 아니었기에 사리분별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내심 장운에게 끌리고 있었는데 예천관의 호적수임에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오늘 일련의 일에 대해 깨닫게 되자 측은지심(惻隱之心)과 더불어 모성애도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 무림이,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하다못해 사흑천도 수장이 바뀌었으니 새 부대에는 새 술이 필요하고 새 시대에는 새 인물이 필요합니다.”
장운이 다시 한번 외쳤다.
그의 의도는 명백했다.
‘남일산, 너는 더 이상 무림맹주가 아니다.’
무림맹주이자 정파 무림의 하늘이라는 본인 위치에 그 누구보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남일산.
그가 새로운 무림맹주 탄생 소식을 듣는다면 아마 열이 뻗쳐서 주화입마가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야.”
“그렇긴 하지. 지금 부맹주도 공석이니 대리 맹주를 맡을 사람도 없고…….”
오늘 모인 대부분의 인원들이 동의를 하였다.
아니, 실질적 최고 공로자이자 정사대전을 끝냈으며 무공의 수준으로 독보적인 장운의 말에 토를 달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일례로.
스윽!
장운이 무림맹의 군사이자 전형적인 친 맹주파, 경천지낭 제갈성천에게 시선을 주자 그는 펄쩍 뛰며 반응을 보였다.
“오, 옳으신 말씀입니다. 실제로 본맹의 율법에도 그리 적혀 있습니다. 부당한 사유로 맹주에서 퇴출이 되면…… 새로이 맹주 선출이 가능합니다.”
무림맹 군사마저 그렇게 말하니 더 이상 반박할 사람은 없었다.
“제가 감히 무림의 여러 동도와 정파의 여러 명숙께 건의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맹주를 뽑는 것이 어떻습니까?”
장운이 외쳤다.
그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다.
장운은 남일산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하려 했다.
그 복수는 다름 아닌…….
‘내가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장운이 무림맹주가 되어 남일산을 무림 공적으로 선언, 종전에는 그를 개 쫓듯 사냥하여 단죄를 내리는 일이었다.
장운은 무림맹주 직위가 탐나기보다는 완벽한 복수를 위해 그리 이루고 싶었다.
동시에 무림맹주에 등극한다면 황금표국이 무림 최강의 집단이 되는 꿈을 조금이라도 빨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나쁠 것이 없었다.
“그 후보로 누가 좋을까요?”
제갈성천이 물었다.
사실 대놓고 장운을 천거하기는 조금 그래서 무림의 여러 인물에게 자문을 여쭌 까닭이었다.
몇몇은 장운보다 위의 세대를 열거했지만 이내 기각당하고 말았다.
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더 두고 볼 것이 있나?”
이에 가장 먼저 소요자가 나섰다.
그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을 가리켰다.
당연히 금령검제 장운과 일검매향 예천관이었다.
“허억! 너, 너무 어린 것이 아닙니까?”
무림맹의 다른 수뇌부 한 명이 그리 말했지만 소요자를 비롯하여 구파일방의 존장들은 고개를 저었다.
“장운 부국주의 말이 맞네. 새 시대에는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지. 그리고 저 두 사람이라면…… 능히 맹주의 자격이 있어.”
소요자가 진정성을 담아 말했다.
자신이 천거한 후보 중 한 명은 손자와도 같은 인물이지만 사심이라곤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파 무림인 중에서 새로운 인물 중, 아니, 모두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인물이 바로 장운과 예천관이었던 것이다.
‘관아는 얼마 전 나를 뛰어넘었다.’
소요자는 두 사람을 추천하였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예천관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는 부정(不正)이 아니라 부정(父情)에 가까웠다.
순수한 응원의 마음으로 예천관이라면 능히 금령검제 장운을 이기고 맹주 직위에 오를 것이라 판단했다.
“저도 두 사람을 천거합니다. 어느 누가 맹주가 되어도 자격이 충분하며 맹주의 자리는 화산파 장문인이나 황금표국 국주가 되어도 겸임이 가능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여러 수뇌부들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개방의 용두방주인 기룡걸개(技龍乞丐) 홍주안이 쐐기를 박았다.
그는 오히려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듯이 장운과 예천관, 두 인물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응하겠는가?”
홍주안은 아예 앞으로 나서서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스윽!
그러자 예천관은 장운에게, 장운은 예천관에게 시선을 보냈고 두 사람의 시선은 또 한 번 교차하였다.
이 정도 되면 매우 큰 인연이 아닐까 싶었다.
“저는 응하겠습니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장운이었다.
그의 목표는 무림맹주로서 정점에 서는 것과 더불어 황금표국을 사상 최강의 집단 반열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 있어 무림맹주 직위는 너무나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남일산을 다시 마주하였을 때 무림맹주 대 무림공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상상만 하더라도 너무 행복하였다.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장운이 나서자 예천관도 큰 결심을 하였다.
본디 그는 여동생으로부터 야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내 안에도 언제나 뜨거운 열정과 승부욕이 불타고 있었다.’
예천관은 그리 생각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역설적으로 금령검제 장운과 마주칠 때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의 진가에 대해 몰랐다.
무수히 많은 선례들처럼 장운 역시 잠깐 반짝하다 사라질 무림 외곽의 젊은 재능이라 생각했다.
한데 이게 웬걸?
그 이후 파죽지세(破竹之勢)의 기세로 장운이, 황금표국이 쌓아나간 업적은 예천관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말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금령검제 장운 소협과 모든 것을 걸고 멋들어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
일검매향 예천관의 마음속에는 그런 생각과 상상이 싹트는 중이었다.
물론 무림맹주의 직위와 명예도 탐나고 자신의 승승장구에 그 누구보다 기뻐할 화산파 식구들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하나 그보다 예천관의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것은 단 하나.
누가 더 뛰어나고 우월한 재능인가?
그리고 당대 최고의 재능은 누구인가?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세대 천하제일인은 누구인가?
그것을 명실공히 가려보고 싶었다.
씨익!
마침내 예천관이 활활 불타자 소요자는 웃었다.
‘오라버니, 힘내세요.’
응원하는 마음은 예진설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장운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 나가 배덕감이 들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예천관을 열렬히 응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다른 도전자 계십니까?”
제갈성천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당연히 응답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금령검제 장운과 일검매향 예천관을 이길 수 있다 자부할 만한 자는 거의 없었다.
비슷한 실력자는 있어도 그보다 젊은 세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무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재능은 오로지 유이(有二)했으며 그것은 여기 두 사람이었다.
“무림맹주 지원자가 두 사람입니다. 맹주 직위는 어떻게 가릴 건가요?”
천세은 역시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으며 물었다.
그러지 않아도 금옥관의 일원들은 장운이 남일산을 사회적 말살시키고 나아가 무림맹주 직위에 도전할 때부터 잔뜩 들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우리의 부국주님께서 무림의 정점에 서신다!
그 원대한 꿈은, 그 대단한 바람은 장운 뿐만 아니라 그와 동거동락(同居同樂) 해온 수하들에게도 거칠게 불어 닥치고 있었다.
하여, 그 어느 누구보다 응원했다.
심장이 터져 나갈 정도로 말이다.
“본래는 무림맹의 수뇌부들과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여러 명숙들로 이루어진 심사관들이 엄중히 가리고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합니다만…….”
천세은의 질문에 제갈성천이 주춤하며 힘겹게 대답했다.
탐욕이 있을지언정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그는 두 사람의 기류를 읽은 것이다.
“여기 두 젊은 영웅분들이 원하신다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단판 승부로 결정하셔도 상관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