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58화
무림맹(武林盟)으로 가다(4)
제갈성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시선이 쏟아졌다.
이 대결로 인해 무림맹주가 결정 날 것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황금표국와 화산파의 무인들은 물론, 여러 중인들은 덩달아 들뜨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단판 승부로 무림맹주를 가리자는 제안에 이번에는 일검매향 예천관이 먼저 응답하였다.
“저도 좋습니다.”
장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했다.
바라던 바이자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장운 역시 예천관의 실력이 궁금했다.
예천관이 장운을 신경 쓰듯 장운 역시 예천관을 신경 쓰며 그와 비무 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첫 비무가 이런 중대한 자리에서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군.’
씨익!
그 긴장감에 장운이 웃었다.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냥 비무도 아니고 무림맹주 직위가 걸려있는 비무라니, 이건 운명의 장난과도 같았다.
“좋습니다. 두 영웅께서는 준비를 하십시오.”
제갈성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먼저 비무대 위로 신형을 날렸다.
아무래도 차기 무림맹주가 정해지는 중대사이니만큼 현재 무림맹 내부 실질 권위자인 제갈성천이 판정을 맡아야 할 터.
우드득!
급작스럽게 비무가 진행되었기에 장운과 예천관은 서둘러 몸을 풀었다.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 없었다.
이들은 타고난 무인들로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먼저 몸을 푼 장운이 거침없이 제갈성천이 있는 비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파아아앗!
마치 기선제압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부신 경공 실력을 보여주었는데 어찌나 빠르고 쾌활하던지 무공이 약한 자들은 미처 두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였다.
오오오!
그 멋들어진 신법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정말 대단하군.”
“금령검제의 검법이 강한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어도 신법이 이리 고강할 줄이야.”
“예끼, 이 사람아. 벌써 잊었나? 신법이라면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문파, 무영문이 황금표국 금옥관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대화에 무영문주를 비롯하여 문도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깃들었다.
금옥관에 거주하며 금령검제와 뜻을 함께하는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었다.
-매향신보(梅香神步)!
다음은 일검매향 예천관의 차례였다.
일찍이 화산파에도 뛰어난 절기와 더불어 경공과 신법이 존재했다.
널리 잘 알려진 것이 아무래도 암향표(暗香飄)인데 그보다 한 단계 더 뛰어난 보법이자 신법이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이 매향신보로.
파앗!
너무나도 빠른 속도는 물론이오.
예천관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의 별호에 걸맞게 매화의 향기만이 그윽하게 남아 있었다.
“오오오!”
“예 소협도 만만치 않다!”
“이 그윽한 향기!”
“매화향은 족히 만리까지 간다지!”
절세의 신법을 지녔다는 금령검제 장운과 비교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는 날랜 몸놀림에 화산파를 지지하던 자들은 일제히 감탄하고 말았다.
씨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요자도 웃었다.
‘관아야. 보여주거라. 지금부터 네 시대임을 증명하여라!’
마음속으로 열렬히 응원하며 숨죽일 따름이었다.
“준비가 되었다면 곧바로 비무 시작을 선언하겠습니다.”
자신을 쫓아 비무대 위로 올라온 장운과 예천관을 향해 말하는 제갈성천.
무림맹의 군사이자 비범한 두뇌라는 그조차 긴장이 되었는지 손에 땀이 흐르는 반면, 정작 비무에 임하는 당사자 두 사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이들은 긴장도 안 된단 말인가?’
제갈성천은 그리 생각하며 외쳤다.
“비무 시작!”
비무 시작과 동시에 일세를 풍미할 두 절세 고수인 만큼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검강이 오갈 줄 알았다.
한데 이게 웬걸?
장운과 예천관은 그저 빤히 바라보더니,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내공으로 먼저 자웅을 겨루었다.
두 사람의 성향은 신중한 편이었기에 먼저 탐색전을 가지겠다는 의도였다.
-천허심법(天許心法)!
내공이라면 천하에서 최강을 자부하는 장운이 선수를 쳤다.
파아아아앗!
희대의 기인, 천룡거사(天龍居士)에게서 물려받은 천허심법의 내공이 소용돌이쳤다.
어찌나 강력하던지 주위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 기세였다.
‘우리 장 가가의 내공은 하늘을 초월한다고!’
천세은은 내공으로 탐색전을 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내심 기뻐했다.
왜냐하면 장운의 내공은 이미 세대를 뛰어넘은 수준이 아니라 역대급에 꼽혀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예천관에게는 승산이 없을 줄 알았다.
모두가 그런 예측을 하고 있을 때 반전이 일어났다.
-자하신공(紫霞神功)!
모두가 잊고 있는 것이 화산에는 자색의 기운이 맹렬히 흐르는 엄청난 절세의 심법이 존재하였다.
그것은 너무나 아름답고 고강하지만 동시에 어마어마한 난이도와 난해함을 자랑하여 범인(凡人)들은 감히 구결을 외우는 것조차 불허(不許)했다.
한데 예천관은 달랐다.
파아아아앗!
그의 전신에서는 선명한 자색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그 기운이 어찌나 강했는지 여러 중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화산파의 고수들마저도 경악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언제 예 소협의 내공이 저리도…….”
“영약을 많이 먹었어도 저 정도는 아닐진대…….”
같은 소속 문원마저도 놀라 자빠질 정도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 노력으로는 부족한 성장에 예천관의 아비인 예정천조차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가 화산파의 장문인은 곧바로 감을 잡았다.
“설마…… 소요자 어르신께서!”
예정천은 눈치가 빨랐다.
요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소요자의 안색이 좋지 않으며 몹시 피로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흘흘, 관아의 약점은 부족한 실전 경험과 금령검제처럼 절세 고수들에 비해 내공이 다소 모자라는 점이었지. 그러나…… 그것을 모두 채워내었다.”
소요자가 파리한 안색을 애써 숨기면서 웃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소요자는 손자나 마찬가지인 일검매향을 보다 더 완전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여, 정사대전의 선두에 서서 그 실전 경험을 채웠으며 정사대전이 끝나자 자신의 내공 팔 할가량을 모조리 예천관에게 전수해 주었다.
“어르신!”
“대장로님!”
그의 고귀한 희생에 예정천을 비롯하여 모든 화산파 문인들이 크게 감동하고 말았다.
예천관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지금이야말로 화산파가 무림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맞아. 소요자 어르신께서 귀한 것을 내게 주셨지. 그래서 나는…….’
꽈드득!
예천관은 이를 꽉 깨물며 보다 더 격렬히 자하신공을 개진하였다.
“절대로 질 수 없다!”
콰아아아아아!
사력을 다한 예천관의 내공은 검강을 폭발시킨 것처럼 엄청난 위력을 낳았다.
특히 장운의 천허심법과 맞물리면서 거센 후폭풍을 낳았는데 비무대 전역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말도 안 돼!”
“비무의 서막이 이 정도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두 사람의 대결에 오늘 모인 중인들은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누가 이길지는 몰라도 진정한 승자는 이 비무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설 정도였다.
“대단하군.”
“그대도 마찬가지.”
장운의 말에 예천관은 화답을 하며 말했다.
사실 자신은 소요자에게 물려받은 것이었기에 오히려 장운이 더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그럼 가겠소.”
“오십시오.”
둘은 모든 것이 걸려 있는 비무에 응하면서도 그 품위와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선의의 호적수였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던 서로를 전력과 진심으로 응원할 자신이 있었다.
‘정말 멋진 친구이자 멋진 호적수다.’
장운은 감탄을 하며 그를 존중했다.
동시에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이 행복은 철저히 고독함을 누리며 홀로 무림을 떠돌던 검신 장인랑 시절을 훨씬 더 상회하였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존중하는 만큼 마음을 일검에 담아내었다.
자잘한 초식은 그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그 생각에 머문 장운은 먼저 초령검을 뻗었다.
전생과 현생을 든든히 지켜주는 초령검이 어찌나 믿음직스럽던지 이런 중요한 대결일수록 믿음이 갔다.
콰아아앗!
장운의 내공을 머금은 혼원무극검법의 초식, 무극만검이 거대한 검강을 낳았다.
‘이것이 바로 전설의…… 혼원무극검법!’
옛 이야기로만 듣던 검법을 육안으로, 또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자 예천관도 너무나 기뻤다.
지금보다도 더 어렸을 때 검신 장인랑의 실종 소식을 들으며 어찌나 좌절을 했던지.
사실 예천관은 어린 시절부터 검신 장인랑을 응원하는 추종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검신의 성명절기인 혼원무극검법을 지켜보는 것이 기쁘고 재미있었다.
-자하천검(紫霞天劍)!
동시에 선망하던 전설의 검법을 자신과 화산파의 자랑거리인 자하천명신검(紫霞天鳴神劍)으로 꺾으리란 호승심이 치솟았다.
채재재재재재쟁!
장운의 환한 빛의 검강과 예천관의 보랏빛 검강이 공중에 뒤엉키며 몇 번이고 서로를 해하기 위해 치열한 양상을 빚어내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몇 번의 공방과 몇 개의 검강이 오갔는지 필부(匹夫)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리라.
‘화산의 검이 이리도 강했나?’
단 일검만 주고받았지만 장운은 너무 놀라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솔직히 구파일방에서 무공이라면 소림과 무당이 더 유명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이럴 수가!
화산파의 검이 개중 가장 강하다고 여겼다.
물론 이는 무공의 우월이 아니라 개인의 고하(高下)에서 오는 것이었으나 구태여 줄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훌륭하군.”
장운은 경탄하며 진심을 담아 말하였다.
“장운 소협도 마찬가지요.”
실은 예천관도 놀라 벌써부터 떨려오는 것을 애써 감추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정녕 기뻤다.
이미 장운과 예천관의 머릿속에는 무림맹주이니 황금표국과 화산파를 최고의 집단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은 잊은 지 오래였다.
이 두 사람은 어린아이 시절로 회귀한 것처럼 그저 이 싸움이, 이 놀이가 재미있을 뿐이었다.
좋은 날씨에 좋은 호적수와 검을 나누고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랴?
적어도 장운과 예천관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옳은 말씀이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아직 이 두 사람의 실력이 절반조차 채 발휘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존중과 보기 좋은 장면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그 어느 대결보다도 치열하고 맹렬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자하비천무(紫霞飛天舞)!
먼저 속도를 올린 것은 의외로 일검매향 예천관이었다.
그는 가슴이 벅차 정말로 승부에 대한 집착을 잊기 전에 상승의 초식을 사용하였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오래 즐기고 싶지만…… 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예천관은 자색 검강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난무하는 초식, 자하비천무를 펼치면서 각오를 하였다.
이대로 즐기다가 패배한다면 무인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내공을 물려준 소요자를 볼 낯이 없었다.
그리고 화산파는 못난 자신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였으며 착한 사제들과 동생은 기꺼이 그 희생을 감수하였다.
화산파의 맏형이자 차기 장문인인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이겨야 한다.
-오식(五式) : 천하제왕검(天下帝王劍)!
바뀐 분위기와 흐름에 걸맞게 장운의 반격도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