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0화
무림맹(武林盟)으로 가다(6)
“푸핫!”
장운은 예천관의 솔직한 말에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를 우습게 여겨서 웃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친구를 하자는 말이 너무나도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싫……으십니까?”
장운이 웃어버리자 예천관은 당황하며 물었다.
“싫다니. 나는 우리가 진즉 친구일 줄 알았는데.”
장운이 먼저 말을 놓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모든 비무가 끝났으니 진정한 친구 관계로 거듭나자는 뜻을 담은 악수였다.
“하하하핫!”
장운의 재기발랄한 말에 예천관은 마주 웃으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현 무림, 그리고 차세대를 지배할 두 절대 천재들은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무림맹주 직위를 가리는 단판 비무! 그 승자는…… 황금표국의 금령검제 장운 소협!”
비무가 완전히 끝나자 판정을 맡은 무림맹의 군사, 경천지낭 제갈성천이 외쳤다.
그의 얼굴에서도 뿌듯함과 개운함이 묻어나왔다.
한 때는 장운과 황금표국에 적대감을 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제갈성천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로 장운의 실력은 대단했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무림맹, 그 맹주가 될 인물이 표국 출신임에 따라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갈성천과 본 맹의 인물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장운은 그 반발을 실력으로 직접 잠재울 인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무림맹을 새로 이끌 맹주로 금령검제 장운 소협께서 추대되었음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제갈성천의 외침이 맹 너머로 넓게 울려 퍼졌다.
그 말에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반박을 할 여지가 없었다.
금령검제 장운은 자신의 실력이 천하제일인임을 입증한 것은 물론, 정사대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기에 그의 공로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감히 누가 있으랴?
우와아아아!
마침내 장운의 승리 선언이 이어지자 황금표국의 모든 인물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기뻐하였다.
그를 가슴 깊이 따르는 응운곤, 두길준은 물론이오.
“축하드려요, 장 가가.”
천세은은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장운과 함께 모든 고난을 함께 하였기에 그 기쁨은 두 배였다.
“울지 마시오. 울긴 왜 운단 말이오. 본 표국과 강호무림의 부귀영화는 바로 지금부터이거늘.”
장운은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토닥였다.
그 모습에 예진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빠른 시일 내로 무림맹주 취임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군사 제갈성천이 기다렸다는 듯이 장운 옆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장운은 내심 웃고 있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콧대 높은 무림맹의 군사가 내게 충성을 맹세할 줄이야.’
누군가는 그런 태세 전환을 욕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제갈성천은 전혀 굴욕을 느끼지 않았다.
금령검제 장운은 무림맹주를 넘어 역대급 천하제일인이 될 전설의 싹이 보여서였다.
“시간을 더 오래 끌 이유가 있겠소? 지금 무림의 많은 명숙들과 정파의 수장들이 모두 모였으니 당장 거행토록 합시다.”
가장 먼저 그런 제안을 한 것은 화산파의 소요자와 예정천이었다.
그들은 예천관의 패배에 가슴이 아플 법도 한데 패자로서 완벽한 품격을 보여주었다.
“소림도 동의를 하오.”
“우리 무당도 뜻을 따르겠소.”
거기에다 구파일방의 북두(北斗)인 두 큰 문파까지 동의를 하니 기정사실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장운의 무림맹주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본래는 식이 무척이나 길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무림맹 본맹의 어른들과 수뇌부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무림맹주가 된 장운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맹세하였다.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습니다.”
말을 잠시 멈춘 장운.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많은 감정과 기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전생보다 훨씬 행복한 삶이었다.
‘비참하게 혼자 죽은 전생에 비하면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많은 이들과 함께 무림맹주 자리에 올랐으니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제가 무림맹주에 있는 한, 강호무림은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맞이할 것이며 사악하고 부패한 자가 득세하는 세상은 없어질 겁니다.”
장운이 말했다.
남일산과 더불어 태상천 등 위선자와 악인을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더불어 무림맹주로서 맹원들이 창피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림맹 본맹 장내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장운 맹주님 만세!”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첫 시작부터 이렇게 환대를 받던 무림맹주가 있던가?
그야말로 새로운 전설이 쓰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 * *
-알고 보니 천운학검 남일산은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과 손을 잡은 더러운 배신자였다.
-심지어 검신 장인랑의 실종도 남일산과 태상천의 합작이었으며 그를 죽인 이유는 성명절기인 혼원무극검법을 탐해서였다.
-검신 장인랑의 후계자인 금령검제 장운은 그의 정체를 폭로하였으며 뒤를 쫓고 있다고 한다.
강호무림은 연일 들썩이고 있었다.
그 서막을 알린 것은 당연히 무림맹주, 아니, 이제는 무림맹주 직위가 취소되어 무림맹 연감에서조차 삭제가 되었기에 무림공적이 된 남일산의 실각이었다.
무림공적이 된 남일산은 연일 정파 무림의 추격을 받고 있었으며.
-우리 사흑천은 이제 남일산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무림맹과 강호 동도분들게 알리며 그를 사로잡는 데 있어 도움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급기야 태원평을 필두로 새로 태어난 사흑천조차 남일산을 잡는 데 일조를 하겠다며 무조건 장운과 무림맹의 편임을 내세웠다.
그 내막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일치했는데 정사대전에서 패하였기에 막대한 배상을 짊어진 이상, 어떻게든 무림맹과 새로운 무림맹주의 비위를 맞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금령검제 장운이 일검매향 예천관을 꺾고 공석인 무림맹주의 직위에 올랐다!
-예천관을 꺾었으니 명실상부(名實相符) 천하제일인이라 할 수 있다!
남일산의 실각 덕에 놀란 강호무림.
강호무림이 진정되기도 전에 또 어마어마한 후속 소식이 중원을 강타하였다.
정사대전에서 가장 큰 공과 업적을 세운 장운이 필생의 호적수라 할 수 있는 예천관을 단판 비무로 이겨 무림맹주 직위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국주님, 국주니이이임!”
그 어마어마한 소식은 가장 먼저 황금표국을 강타하였다.
대표두들부터 시작하여 집사들까지 모조리 황금표국의 국주이자 장운의 아비인 금령검객 장천호를 찾았다.
“으하하하핫!”
장천호는 이미 이 소식을 무림맹 공식 서신으로 전달받은 상태였기에 함구하고 있다가 이제 소문이 퍼지고 확실시되자 실컷 즐기고 있었다.
덩실덩실!
그는 어찌나 즐거워하였던지 이례적으로 어깨춤을 추면서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 한때는 마음속에서 지워냈던 아픈 손가락이 부활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무림을 제패하였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무림맹주라네!”
장천호는 만나는 사람마다, 수하마다 그 이야기를 하며 아들을 사랑하는 팔불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크흐흑. 불효자 같으니. 네가 돌아오는 대로 은퇴하여 국주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는데…….”
또 웃었다.
“무림맹주 직위를 수행하는 날까지 내가 국주를 해야겠구나.”
물론 이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장운이 무림맹주 직위에 익숙해져 무리가 없을 때까지만 국주 자리를 돌본 다음, 물려줄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만세! 금령검제 만세!”
“우리 황금표국에서 무림맹주를 낳았다!”
“황금표국이야말로 천하제일의 집단이자 문파로다!”
장운이 무림맹주가 되었다는 기쁨은 장천호의 것만이 아니었다.
표국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물론, 쟁자수부터 대표두들까지 한마음 한뜻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정사대전에서 활약하고 있을 때만 해도 한낱 표국이니 그래 봐야 표국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니 말들이 많았다.
한데 지금 모습을 좀 보라.
부국주인 금령검제 장운은 그러한 불리함을 이겨내었고 오로지 실력과 무공만으로 무림맹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맙소사, 장운 부국주가 이제 무림맹주가 되었어?”
놀란 집단은 또 있었다.
다름 아닌 산서수채의 채주인 수중밀검 광표였다.
그는 사부이자 장강수로채의 총채주인 수왕 사유혼을 설득한 장본인으로 사파 최강 문파인 사흑천을 배제하고 장운과 황금표국에 모든 운명을 건 인물이기도 했다.
“사부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늘 모처럼 장강수로채 모임에서 모든 채주들에게 광표가 소리를 쳤다.
본래 광표는 수왕의 막내 제자로 감히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래, 그래. 네 말이 옳다. 황금표국의 그 어린 친구가…… 이리 성장할 줄이야.”
수왕 사유혼조차 하나뿐인 제자를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이것은 어마어마한 대박이나 마찬가지였다.
기껏해야 무림 서부 상권을 장악한 황금표국의 덕을 보나 싶었는데 웬걸?
서부뿐만 아니라 정파 무림 전역에 이득을 보게 된 것이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광표는 뛸 듯이 기뻐하며 생각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업적을 세웠으니 차기 총채주 자리는 수중밀검의 것이 유력해졌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무림맹과 장강수로채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금령검제 장운 무림맹주께서 장강수로채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림맹주가 된 장운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하여 장강수로채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왕 사유혼은 그를 직접 맞이하고자 산서수채까지 도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금령검제 장운입니다.”
무림맹주가 된 장운이 왼쪽에는 제갈성천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부하가 된 예천관을 대동한 채 나섰다.
“오오, 드디어 오셨구려. 반갑습니다. 장강수로채를 이끄는 사 모입니다.”
사유혼 또한 정중히 포권을 하며 그를 반겼다.
예전처럼 황금표국의 부국주라면 편히 하대를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아무리 장강수로채의 총채주라고 해도 무림맹주를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눈치를 봐야 했다.
“먼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저를 선택하여 광혈흑마 태상천을 처치하도록 도움을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운은 은혜를 기억하고 갚는 인물이었다.
그 일을 다시 상기하며 꺼내었다.
“후후훗, 아닙니다. 마땅히 그래야 했지요. 한데…… 맹주께서 무슨 일로 이런 누추한 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장운의 인사치레에 사유혼과 광표는 크게 기뻐하며 용건을 물었다.
그러자 장운은 이곳에 찾아온 진정한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이곳에 온 까닭은…… 천룡거사(天龍居士)님을 찾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