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1화
해남귀환(海南歸還)(1)
그렇다.
장운이 장강수로채를 찾아온 이유.
그것은 바로 천룡거사를 찾기 위함이었다.
“천룡거사라 함은…… 무림 최강의 내공심법의 창안자이자 검신 장인랑 대협과 더불어 맹주님에게 천허심법을 전수해 준 일대의 기인이 아니십니까?”
광표가 놀라며 사부인 수왕 사유혼을 보좌하였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소림의 법승 출신으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는 기인이라는 천룡거사는 굳이 분류하자면 정파의 인물이었다.
한데 그 인물을 수적 무리에서 찾겠다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천룡거사께서는 평소 뱃놀이를 즐기시며 모든 이동을 강줄기 따라 노닌다고 들었습니다.”
장운이 말했다.
사실 들은 것이 아니라 장운이 전생인 검신 장인랑 시절부터 무수히 목격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자 장강수로채의 총채주, 사유혼이 크게 놀라며 반응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맞습니다. 전대 총채주이자 제 사부이신 불자수왕(佛子水王) 조인랑 스승님과도 인연이 깊지요.”
사유혼은 좀처럼 믿지 못하며 말했다.
그의 사부인 불자수왕 조인랑은 매우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별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불자, 즉 스님 출신이었다.
장운은 이 사실을 다름이 아니라 천룡거사에게서 직접 들었다.
-흐흐흐, 수적질을 하고 있는 조 모와는 내 절에서부터 같이 공부를 하던 사이였지.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야.
부처의 제자가 되겠다는 놈들이 한 놈은 수적이 되고 또 다른 한 놈은 한량이 되어 전 중원을 떠돌아다니니 말이다.
풋풋하던 검신 장인랑에게 천허심법을 전수해 주며 스쳐 지나가듯 말을 했던 것이다.
“비록 사부님께서는 일찍이 돌아가셨지만 사부님의 유언을 따라 그분의 이동 경로를 최대한 돕고 경비 물자를 보태는 등, 아직도 친분이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사유혼의 말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친분이라기보다 사부의 유지를 받들어 행한 것에 불과하지만 남들은 완전히 모른다는 천룡거사의 거처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한데 왜 그분을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유혼이 장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장운은 무림 맹주 직위에 취임한 그 날 밤을 상기하였다.
* * *
약식으로 무림 맹주 정식 취임이 확정된 그 날, 장운은 새로 개편된 무림맹의 수뇌부들과 함께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다.
무림맹의 맹주는 당연히 금령검제 장운이었고, 장운은 부맹주의 자리에 일검매향 예천관을 직접 천거했다.
군사는 여전히 경천지낭 제갈성천이 되었고 무림맹 본맹을 이끄는 세 명의 대주로는 응운곤과 두길준, 천세은이 지목이 되어 황금표국의 겹경사를 알렸다.
무림맹의 장로전은 화산파의 소요자와 무당파의 자견이 대표로 선정되었다.
그 친목의 자리에서 제갈성천이 솔직한 말로 장운을 돕고자 했다.
“맹주님. 천운학검 남일산을 죽일 계획이십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에 장운은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자는 너무나도 위험한 작자입니다.”
제갈성천은 현재 진심으로 장운을 따랐기에 조언을 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장운이 묻자.
“남일산이 실각하기 한 달 전부터 무림맹 본맹에서는 괴이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부맹주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더불어 본맹 인재 여러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지요.”
제갈성천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동조를 했다.
“맞아! 부맹주가 갑자기 죽었었지.”
“본맹의 기대주가 사라지면서 정사대전의 여파가 아닐까 말들이 많았지요.”
본맹의 사람들은 아직도 여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많은 의문점을 낳았어도 이 모든 것들이 다 정사대전으로 인한 부작용이거나 우연이 겹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제갈성천은 그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저는 스쳐 지나가며 보았습니다. 당시 부맹주였던 비룡도객(飛龍刀客)께서 남일산의 발아래 죽어 있던 장면을 말이죠.”
부르르!
제갈성천은 몸을 한차례 격렬히 떨고 있었다.
그는 남일산을 잘 알았다.
“단언컨대 그것은 환상이나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남일산은…….”
제갈성천은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악몽과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필시 금기된 마공(魔功)에 손을 댄 것이 분명합니다.”
비룡도객이 그저 평범하게 쓰러졌거나 죽었다면 이렇게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제갈성천 역시 무림세가의 수장이기에 많은 죽음과 시체를 목격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말라붙어 형편없이 쪼그라든 강직된 시체는 처음이었다.’
흡사 강시처럼 말라붙어 생명력을 모조리 빨려 버린 듯한 시신.
제갈성천은 그때 깨달았다.
천운학검 남일산은 진정으로 타락하였으며 무언가 금지된 마공에 손을 대었다고.
그 어느 누구보다 남일산에게 호의적이었으며 그를 따랐던 제갈성천이 장운을 만나며 변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것이 분명합니까?”
장운이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물었다.
제갈성천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엄청난 것을 의미했다.
‘현재 천운학검 제갈성천은 내 실력과 비교하여 아주아주 약간 쳐지거나 반수 정도 쳐지는 걸로 알고 있다.’
한데 그런 어마어마한 초인이 금지된 마공에 손을 대었다?
그 말인즉 그 실력보다 적게는 절반 이상, 많게는 두 배 세 배 정도 증폭이 되었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금지된 마공이 왜 무섭냐고 하면 현 상태보다 몇 배 강해지는 쉬운 지름길을 알려주는 대신, 본성이 타락하는 등 가혹한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운학검 남일산이 금지된 마공에 손을 대었다면 그 실력은 어떻게 될까?
“그, 그래서 저는…… 그가 순순히 도망쳤을 때 어느 정도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제갈성천은 다시 한번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그날 남일산이 마음먹었다면 장운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터.
바로 그때였다.
“그가 도망간 이유는 따로 있을 겁니다.”
장운이 고개를 도리질 치며 답했다.
“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갈성천을 비롯하여 예천관과 모든 인물들이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금지된 마공이 완성되었다면 남일산이 과연 도망갔을까요? 아직 제대로 연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내뺀 것이 분명합니다.”
장운의 혜안에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내려치며 동의를 하였다.
“옳거니.”
“그렇겠군요.”
“남일산, 그 간악한 놈이라면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장운의 말은 십중팔구 사실이었다.
남일산은 아직 마공이 불완전했을 것이고 장운의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해 미지수인 반면 그는 혼자였다.
그에 반해 장운의 옆에는 그 못지않은 일검매향 예천관을 비롯하여 소요자까지 무수히 많은 고수들이 존재했기에 그대로 내뺀 것이다.
“저는 그를 잘 압니다. 보다 더 높은 곳을 집요하게 노리는 사악한 인물이지요. 필시…… 맹주님을 노릴 것이 분명합니다.”
제갈성천이 우려하자 장운 역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더 강해지면 되는 문제군요.”
장고(長考) 끝에 장운은 결단을 내렸다.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였다.
마공을 익힌 천운학검 남일산보다도 강해지면 된다는 논리였다.
“네? 그게 무슨…….”
예천관마저 놀라며 묻자 장운은 확답하였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익힌 혼원무극검법에는 마지막 오의, 칠식(七式)이 있습니다.”
오오, 오오오오!
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맹 수뇌부들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의 말마따나 혼원무극검법에는 최종 오의라 할 수 있는 칠식이 존재했는데, 이는 혼원무극검법을 총망라하여 완성시킨 검신 장인랑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한 미지(未知)와 미완(未完)의 오의라 알려졌다.
한데 장운은 이에 직접 도전해 보고자 뜻을 천명하였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게 가능하실지요?”
장운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예천관이 물었다.
“맹주께서는 혼원무극검법 육식에 도달했지만 그 이상은 검신 장인랑 대협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과거 장운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화산파의 큰 어른, 소요자도 한마디 보태었다.
그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엄청난 미지와 미완의 영역인 만큼 장인랑의 도움이 필수라 믿었다.
한데 그는 죽고 없지 않은가?
‘내가 검신 장인랑이라 외치고 싶군.’
그들의 발언에 장운은 입이 간지러운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혼원무극검법 최종 오의인 칠식에 도달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자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검신 장인랑 대협께서는 죽어 사라지셨지만 그에 준하는 다른 인물이 있지요.”
장운의 말에 소요자와 예천관을 비롯한 모든 인원들은 크게 놀라며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소리쳤다.
“천룡거사!”
“천허심법의 창시자인 무림 최고의 기인(奇人)!”
그 사람은 바로 천룡거사였다.
실제로 천룡거사는 혼원무극검법을 완성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내가 검신 장인랑이었던 시절, 육식부터 헤매고 있을 무렵 그가 큰 도움을 주었지.’
천룡거사가 천허심법을 알려주고 큰 도움을 준 결과 칠식을 이론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일 뿐, 검신 장인랑 시절에도 칠식을 펼칠 수 없었다.
‘천룡거사님과 재회하여 다시 한번 천허심법을 강화하고 내공이 증진된다면…….’
이에 장운은 생각했다.
‘나는 최종 오의인 칠식을 익힐 수 있을 것이고 혼원무극검법을 진정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
그럼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그제야 현생인 금령검제 장운은 전생 검신 장인랑을 명실공히 뛰어넘었다 자부할 수 있으며 그를 초월했다고 여길 수 있었다.
전생을 완전히 극복하고 초월했다는 의미였다.
“그럼 천룡거사님을 찾아야겠군요.”
두길준이 말했다.
“무림 최강의 기인을 어떻게 찾는다는 거죠?”
천세은 또한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천룡거사의 거동을 아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전생 시절인 검신 장인랑조차 자주 만나지 못할 정도였다.
“제가 짚이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운은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통해 천룡거사의 거처에 대해 알고 있을 무리들을 알았다.
그들이 바로 장강수로채이자 그 수채를 이끄는 총채주, 수왕 사유혼이었다.
* * *
“무림공적 남일산은 마공을 익혔으며 그는 분명 저를 넘어 강호무림에 어마어마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 총채주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장운은 이 모든 사실을 알리며 다시 한번 장강수로채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허어, 이런.”
그 막중한 사실과 책임에 사유혼은 적잖이 놀라며 자신만의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곳을 가리켰다.
처억!
놀랍게도 그곳은 바로…….
“해남(海南)!?”
그곳 출신인 응운곤이 화들짝 놀라며 누구보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사유혼이 지도에 손을 들어 가리킨 곳은 바로 강호무림의 최남단이라 할 수 있는 곳.
해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