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2화 (16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2화

해남귀환(海南歸還)(2)

웅성웅성!

해남이라는 소리에 수채에 모인 여러 중인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남은 중원에서도 오지(奧地)로 여겨지고 있었으며 과거 해남파(海南波)가 구파일방에 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 관계로 익숙지 않은 곳이었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합당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확실치 않으나…… 본 수채에서 마지막으로 통보를 받은 곳이 바로 해남의 외딴 섬입니다.”

수왕 사유혼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통보라 함은…… 어느 정도 되셨습니까?”

장운이 묻자.

“대략 일 년 전이었지요.”

사유혼은 기억을 되짚으며 대답해주었다.

장강뿐만 아니라 중원 전역의 강줄기, 심지어 해역에서도 수적들은 존재하기에 천룡거사의 이동 경로를 통보하는 것은 철저했다.

“해남은 가장 큰 섬 이외에도 무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존재합니다.”

반골 응운곤이 다가와 장운에게 작게 속삭였다.

하필이면 사유혼이 가리킨 곳은 해남의 본토가 아니라 그보다 외곽, 즉 수십 개의 섬이 존재하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즉,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찾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남은 본 수채의 영역이 아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 아직 나갔다는 소식을 받지 못했으며 내부의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사유혼이 친절하게 제안했다.

만약 해남으로 간다면 직접 배를 내어주고 수적 수하들을 선원으로 내어주겠다는 뜻이 다분하였다.

“도움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장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반드시 천룡거사님을 찾아야 한다.’

최종 오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의 도움이 필수였다.

그런 이상, 어떤 일이 있더라도 천룡거사와 만나 천허심법을 강화하여 최종 오의를 습득할 요량이었다.

“그럼 곧바로 가도록 하죠.”

* * *

해남으로 향하는 여정은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수왕 사유혼이 약속했던 대로 무척이나 호화로운 배를 지원해주었고 노련하기 그지없는 수적의 선원들이 뒤따랐다.

어디 그뿐인가?

무림맹의 두뇌라는 경천지낭 제갈성천에 장운 못지않은 실력자, 일검매향 예천관까지 따랐다.

거기에다가…….

“해남 인근에 들어서면 제가 선장을 대신해서 방위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남 출신인 응운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에 장운은 안도를 하였다.

왜냐하면 장강수로채를 떠나기 전에 수중밀검 광표와 사유혼이 염려하며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해남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데 현지인을 붙여드려야 하나?

사유혼의 제안에 나서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응운곤이었다.

응운곤은 자신하며 말했다.

-해남은 제 앞바다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기뻐하였지만 장운은 정작 응운곤의 얼굴에서 우울의 기조를 읽었다.

장운의 눈치는 착각이 아니라 해남이 가까워 오고 있을수록 응운곤의 얼굴이 부쩍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 있나?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군.”

그래서 호화 객선이 해남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도중, 장운이 응운곤을 따로 불러냈다.

“그것이…….”

그러자 무척이나 주저하는 응운곤.

“우리 사이에 숨길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지금은 단둘인데 말일세.”

그 모습에 장운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자신이 무림 맹주 직위에 등극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같이 겪으며 함께 행동해 왔기에 하마터면 서운할 뻔하였다.

“제가 해남 출신이라는 것은 맹주님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 표사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 아닌가?”

응운곤은 우물쭈물하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는 해남파의 장문인인 남해격검(南海激劍) 응천산의…… 이복형제입니다.”

“……!!”

그가 밝히는 엄청난 말에 장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복형제라 함은 어머니가 다른 아들을 뜻하는, 즉 배다른 형제라는 뜻이었다.

“맹주님도 직접 경험해 보셔서 잘 아실 테지만 후계 문제는 꽤나 골치 아픈 법이지요.”

응운곤의 짧은 말에 장운은 전후 사정을 얼추 유추할 수 있었다.

장운 역시 황금표국 후계 문제로 이복형 둘과 치열한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장운은 완벽한 실력과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으로 후계 싸움에서 승리하였지만 응운곤은 이야기가 달랐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말이 서툴고 사람 사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응천산 형님에 비하면 지지 기반도 없었기에 도망치듯이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렵사리 자신의 옛이야기를 밝히는 응운곤.

‘그렇구나. 그래서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군.’

응운곤은 이복형이자 해남파의 장문인 직위를 차지한 응천산과 후계 다툼을 하게 되었고, 결국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다.

“천산 형님은 저를 내쫓으며 말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앞으로 해남에 영영 돌아오지 말 것을 당부하며 해남파의 무공 또한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배가 달라도 어린 시절 잠시나마 가까웠던 적이 있기 때문일까?

응천산은 완벽하게 패배하여 사지에 내몰린 응운곤을 해남파 사람들 모르게 풀어주었다.

본디 해남의 방식은 후계 걱정 없이 응운곤의 목을 벨 것을 요청했지만 응천산이 이례적으로 아량을 베풀었던 것이다.

“그렇군. 한데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는 뭔가?”

장운이 물었다.

해남 땅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약속 때문이라면 안내만 할 뿐, 배 내부에서 숨어 있으면 될 문제였다.

바로 그때, 응운곤이 입을 열었다.

“역시 잘 모르시는군요. 해남이란 곳은 말입니다.”

응운곤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해남파의 장문인 허락 없이는 이동이 불가한 곳이 많습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이는 해남의 지리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인데 많은 섬으로 인해 외적의 침입을 걱정하였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 더.

해남이란 곳은 워낙 폐쇄적이었기에 외부인들 일거수일투족 모두 해남파 장문인의 눈과 귀에 보고되게 마련이었다.

“아마 그들은 우리 배가 닿는 순간, 정찰을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해남파의 인물들은 십중팔구 응운곤이 돌아왔음을 눈치챌 것이다.

그들의 협조를 바라도 모자랄 판에 해남파와 반목하는 응운곤이 일행으로 있으니 일이 어렵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응운곤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였다.

“맹주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그냥 호화 객선 안에 머물며 몸을 숨기겠습니다.”

목숨처럼 존경하는 장운에게 방해가 되느니 차라리 쥐 죽은 듯이 숨는 게 더 나았다.

그것이 바로 반골 응운곤이 살아가는 방식이니 말이다.

“아닐세.”

하나 장운의 생각은 달랐다.

“해남파가 해남 땅에서 가지는 위상이 대단해도 결국 정파 소속인 이상, 무림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법이지.”

그는 다짐했다.

이참에 오랫동안 도움을 주고 보좌를 해준 응운곤의 기를 살려주기로.

“응운곤, 자네는 이제 평범한 표사가 아니라 무림맹 대주이네. 탕아귀환(蕩兒歸還)이 아니라 금의환향(錦衣還鄕)으로 방향을 잡지.”

장운의 말에 응운곤은 크게 감동을 받고 말았다.

어찌나 감격했던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사실 해남 땅은 그에게 있어 그리움의 대상이자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돌아갈 수 없기에 열렬히 그리워했으며 황금표국에서도 섬서 토박이들과 제대로 섞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림맹의 대주가 되어 해남 땅으로 화려하게 돌아오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해남파와…… 천산 형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응운곤은 해남의 사나운 기질을 알기에 그리 말했으나.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손을 쓰는 수밖에.”

무림 맹주이자 천하제일인으로 부상한 장운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 *

“보고되지 않은 호화 객선이 도착했다고?”

해남파의 장문인이자 해남 제일고수로 불리는 장본인, 남해격검 응천산이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네, 그렇습니다.”

“상단의 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수적들처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중원 양식을 지닌 호화스러운 배가 최남단 해남까지 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사람이 사는 땅인지라 가끔 배가 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해남파와 적게는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 동안 거래를 하며 신용을 쌓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 본 파의 검수(劍手)들은 출동하였는가?”

응천산이 묻자 모두가 도열하며 대답하였다.

“네.”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걱정은 없었다.

적어도 이 해남 땅에서 해남파를 적대할 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중원 본토에서는 해남파를 이빨 빠진 호랑이이자 구파일방에서 제외된 변방의 문파 정도로 치부하지만 천만의 말씀.

‘우리 해남파는 그동안 많은 힘을 쌓았다.’

문주인 응천산은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무림은 정사대전을 겪고 사흑천이 무너지고 무림맹도 큰 변화를 겪는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응천산은 지금이야말로 자신과 해남파가 치고 나가 다시 구파일방 자리를 차지할 적기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잠깐. 설마…… 운곤이가 다시 돌아온 것일까?’

돌연 그 생각이 들었다.

실은 얼마 전부터 응천산이 꿈을 꾸었는데 어린 응운곤과 정답게 뛰어놀던 유년 시절의 꿈을 자주 꾸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응천산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그가 해남파를 떠난 지도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응운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고 설령 살아 있다고 한들 쥐죽은 듯 조용히 살고 있으리라 믿었다.

왜냐하면 중원 땅에서 해남파 무공을 쓰는 자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없어서였다.

해남파의 무공은 중원의 검공과 다른 매우 독특한 특색이 있으며 중원 땅에서 해남파 검법을 사용하는 자는 매우 드물기에 활동하면 소문이 나는 것은 필수였다.

“설령 되돌아온다고 해도…….”

응천산은 해남파의 전경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해남파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것을 방해한다면 설령 너라고 해도 내 손으로 직접 베겠다.”

응운곤이 우려했던 대로 응천산이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무, 문주님! 문주님!”

허가받지 않은 호화 객선을 향해 탐사를 나갔던 병력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되돌아온 것이 아닌가?

필시 무슨 일이 생겼을 것만 같은 모습에 응천산은 이복동생의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응천산은 모두가 당황하는 그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럴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 호화 객선은 무림맹의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새로 무림맹주로 추대된 금령검제 장운과 그 일행들이 방문하였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그 장운 맹주의 측근 중에…… 놀랍게도 응운곤, 그자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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