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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3화 (16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3화

해남귀환(海南歸還)(3)

‘해남이여! 드디어 내가 돌아왔다!’

과거사 때문에 해남 땅에 발을 디디길 주저했던 것도 잠시.

쿠웅, 쿵!

응운곤은 호화 객선이 정박하여 해남의 뭍으로 내리자마자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모래사장에 거칠게 머리를 처박았다.

이는 본래 해남의 뱃사람이 기나긴 항해를 끝내고 무사히 귀환할 때 보이는 전통이기도 했다.

주르륵!

급기야 응운곤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저리도 기쁠까?”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제갈성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똑똑한 그조차 이해하기 힘들었으며 너무 격렬한 반응이 아니냐는 의미였다.

이에 장운이 대답하였다.

“해남의 사람들은 본래 자신들 외에 타 지역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합니다. 거센 억양, 살아온 환경 등등 때문이지요. 특히 운곤 같은 경우 투박하고 거친 사람이기에 더 섞이지 못했고 너무나도 외로웠을 겁니다.”

적어도 장운은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 해남의 독주(毒酒)인 홍주를 주었을 때 응운곤이 반응만 봐도 알아차렸다.

그만큼 응운곤은 고향을 그리워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응운곤은 해남의 푸른 바다를 보며 말했다.

그가 이리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이 해남 땅에서 부모를 여의고 그들을 묻었다.

부모를 묻은 땅에 다시 돌아왔으니 그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누구냐?”

“허가받지 않은 선박이다!”

하나 그 해후가 다 사라지기도 전에 방해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장운 일행이 타고 온 호화 객선 인근을 둘러싸는 자들이 존재했다.

흡사 선원 같은 복장에 투박한 말투, 거기에다가 특유의 독특한 검까지 허리에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장운은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해남파의 무인들이로군.”

장운의 말을 들었는지 해남의 무인들은 뿌듯한 얼굴로 거들먹거리며 다가왔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러나 그들의 잘난 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무림 맹주인 금령검제 장운이라고 하오.”

장운은 그 한마디로 엄청난 파격을 선사하였다.

“……?!”

“허억!”

실제로 제 잘난 맛에 사는 해남의 거친 촌사람들조차 제대로 호흡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전 중원 어디에서나 새로운 무림 맹주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어딜 가도 금령검제 금령검제, 심지어 이런 오지나 드문 외곽에서도 무림 맹주에 대한 소문이 한창이었다.

한데 그 화제의 인물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해남의 땅에 도착하다니.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거, 거짓말!”

“무림 맹주가 이런 해남에 왜 온단 말이냐?”

그러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갈성천에게 눈짓을 하였고.

스르륵!

제갈성천은 미리 준비한 하나의 깃발을 풀어헤쳤다.

그 깃발은 다름 아닌 무림맹을 상징하는 푸른 깃발이었으며 맹(盟)이라는 글자가 황금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정말이다!”

“무림맹의 깃발이 확실해!”

이쯤 되니 해남파 무인들도 자신들의 무례를 자각하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정말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뭐래도 금령검제 장운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기에 모두가 흥미를 보이며 다가오던 그때였다.

선발대로 나선 해남파의 무인들 중 실질적인 대장이자 노련한 중년의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응운곤에게 계속 시선을 보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인데…….’

사실 눈에 익은 것이 당연했다.

어머니는 다르지만 같은 아버지의 피를 이었기에 현 해남파의 장문인인 응천산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장로.”

심지어 그 장본인, 반골 응운곤이 다가와 직접 말을 걸기까지 했다.

그는 한눈에 해남파의 장로를 알아보았다.

“헉! 아, 아니, 그것을 어떻게…….”

해남파의 장로인 풍랑검(風浪劍) 오균상은 화들짝 놀라며 말하다가 이내 깨닫고 말았다.

“당신은!”

처음에는 부정하려 했지만 점점 더 각인되어지는 모습에 오균상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당신이 되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장문인의 마지막 아량을 배신하겠다는 건가?”

오균상은 눈을 의심하며 물었다.

오균상은 응운곤이 살아서 도망쳤다는 사실을 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응천산이 아량을 베풀었을 때 극렬히 반대한 인물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되돌아와 분란의 불씨가 되니 과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오해하지 마시오. 나는 해남파에 관심이 없소.”

오균상이 먼저 극성을 떨려고 하자 응운곤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재차 입을 열었다.

“나는 무림맹의 대주로서…… 장운 맹주님을 보좌하기 위해 온 것뿐이오.”

응운곤의 화려한 해남귀환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 * *

“이 빌어먹을 나귀 같은 자식! 은혜를 몰라보고!”

한편 해남파 내부에서는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정에 휩쓸려 그를 살려준 응천산을 비롯하여.

“뭐? 그가 살아 있었어?”

“후계 다툼 때 죽지 않았나?”

“아무래도 장문인께서 살려주셨나 보군.”

응운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된 자들도 많았다.

그렇게 혼란을 빚어내며 무림맹 인사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해남파의 무인들의 초점은 오로지 응운곤에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문주님. 그를 당장 죽여야 합니다.”

“맞습니다. 그자는 약속을 어겼습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해남의 노고수들은 거세게 주장을 하였다.

“알고 있소. 과거 잘못된 것을…… 마땅히 바로잡을 계획입니다.”

응천산 역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이번에야말로 바로 잡겠다고 천명하였다.

그의 호언장담에 해남의 무인들은 어느 정도 침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무림맹의 방문입니다!”

정찰대로 나갔던 장로 풍랑검 오균상 일행들이 한 무리를 데리고 왔다.

그들이 바로 무림 맹주로 거듭난 금령검제 장운과 그 일행들이었는데 지금 응천산과 해남파 무인들의 눈에는 그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해남파의 거친 무인들의 눈에는 오로지 단 한 사람, 응운곤만 보였던 것이다.

오오오!

급기야 응운곤이 위축되지도 않은 채 위풍당당한 기세로 해남파 내부까지 걸어 들어오자 완고한 바닷가 노고수들은 크게 노하며 탄성을 외쳤다.

“여기가 어디라고!”

“썩 물러가지 못할까?”

사실 이렇게까지 지탄받을 일은 아닌데 해남파는 이제 자리를 잡아 발전하려던 중요한 시기였기에 장문인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는 즉결 처분해야 했다.

“운곤! 네 너를 살려줄 때 뭐라고 하였느냐? 절대로 이 땅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하였으며 해남파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잖느냐?”

응천산은 어찌나 분기탱천(憤氣撐天)하였는지 급기야 무림 맹주인 장운과 그 일행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외쳤다.

그러던 차였다.

“오해를 바로 잡겠습니다.”

그 순간에 마침내 장운이 나섰다.

그는 차분한 음성으로 응천산과 응운곤 사이에 서서 말하였다.

“응 대주는 본디 해남 땅에 발을 디디지 않으려 했지만 맹과 관련된 업무로 인해 불가피하게 온 것뿐입니다.”

장운은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말로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응천산과 해남파 무인들에게는 소용없는 듯 보였다.

“귀하는 누구인데 문파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오?”

예상했던 대로 응천산의 날카로운 외침이 거칠게 파고들었다.

“무림 맹주 금령검제 장운이라 하오.”

이에 장운은 자신의 소개로 응천산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본래 무림 맹주는 정파 소속 문파의 다툼이나 분란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와 명분을 가지고 있다.

즉, 중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오오오오!

장운의 소개에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감탄들이 터져 나왔다.

그 말로만 듣던 장안의 화제, 금령검제 장운을 코앞에서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을까?

실제로 이들 중에서는 황금표국 출신인 장운이 승승장구하여 무림 맹주가 된 신화를 동경하는 무리들도 많았다.

왜냐하면 중원의 중심에서 벗어난 해남파 입장에서 여러모로 감정이 이입되고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장운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아니, 다가갈 수 없었다.

해남파 장문인인 응천산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아서였다.

“흥! 무림 맹주면 다요? 맹주면 형제들의 사사로운 일에 개입해도 되는 것이오?”

응천산은 교묘히 말하였다.

처음에는 문파지간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말라더니 이번에는 형제간의 사사로운 일이라며 개입을 꺼렸다.

장운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번에 응운곤이 나섰다.

“해남파 장문인이시여. 저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잊었습니다. 저는 해남파의 응운곤이 아니라 무림맹의 대주 응운곤일 뿐. 일이 끝나면 그대로 돌아갈 겁니다.”

응운곤의 말은 자신에게 있어 실로 통쾌한 소리였다.

그의 말마따나 응운곤에게 있어 해남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고향 땅이 그리웠을 뿐, 해남파는 전혀 그립지 않았다.

‘아니, 이번 일이 아니었더라면 해남파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응운곤이 진심으로 그리웠던 것은 고향의 바다와 더불어 부모님을 묻은 고향 땅이었을 뿐이었다.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해소하였으니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았다.

“응 대주의 말이 맞소. 따지고 보면…… 무림맹 최연소 대주로 그야말로 출세길이 탄탄대로인데 왜 해남파를 탐내겠소?”

이에 장운이 도움을 주었다.

그의 말에 응운곤은 십 년 묵은 체증이 속 시원하게 내려가는 것을 만끽했다.

해남의 바다와 땅이 사랑의 대상이라면 응운곤에게 있어 해남파는 애증 아니, 증오의 대상에 가까웠다.

사실 이렇게 이들과 조우하는 것조차 싫었다.

“무림맹을 이끄는 맹주로 단언하겠소. 지금 이 시간부로 계속해서 내 최측근이자 황금표국을 이끈 공신이며 무림맹을 발전시킬 최연소 대주를 방해하고 괴롭힌다면!”

채앵!

장운은 초령검을 빼어 들며 호전적인 그들에게 경고했다.

“해남파는 무림맹을 적대시하며 나아가 정파에서 탈퇴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소이다.”

장운의 말은 간단했다.

무림맹 대주인 응운곤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것은 곧 무림맹을 무시하고 적대시하는 것과 같은 걸로 간주하겠다는 뜻이었다.

“뭐, 뭐라?”

장운의 발언에 응천산은 벌벌 떨었으며.

“정파 탈퇴는 절대 안 됩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해남파가…… 하루아침에 족보도 없는 정사 중간의 문파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장로인 오균상을 비롯하며 장로전과 노고수들은 일제히 반발을 하였다.

그들뿐이겠는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들이라면 펄쩍 뛰고 격렬히 반대를 했다.

사실 무림맹원을, 그것도 무림맹의 요직에 앉힌 자를 억압하는 것 자체가 무림맹에 대한 전쟁 선포이자 퇴출하고 싶다는 뜻이었기에 감히 그럴 수도 없었다.

“……좋소. 그럼 내 요구 조건은 하나뿐이오.”

응천산은 오랜 고민 끝에 나름의 한 수를 빼어 들었다.

“응운곤, 아니, 무림맹의 대주인 응운곤은 본 파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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