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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4화 (16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4화

해남귀환(海南歸還)(4)

강호무림에는 해남과 관련하여 유명한 말들이 있다.

해남의 사람들은 어린아이라도 노련한 수공의 대가라는 말과 더불어.

-절대로 해남 사람과 척을 지어선 안 된다.

그들은 집요하여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복수를 하려 들기 때문이다.

해남 사람과 원수지는 일을 금기시하는 말이 존재했다.

이는 해남의 호전적이고 반드시 복수하는 기질 때문이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응천산은 아량을 베풀었는데 기어코 해남 땅을 밟은 응운곤을 그냥 놔주지 않았다.

“흥미로운 소리로군. 어떻게 증명하라는 거요?”

장운이 다시 한번 나서며 물었다.

“답은 간단합니다. 그가 나와 겨루면 되지요.”

응천산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실로 얄궂은 계략으로 응운곤을 상대로 복수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공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위기의 순간에는 감출 수 없는 법. 내가 직접 응운곤을, 아니, 응운곤 대주를 상대하며 본 파의 무공을 사용하는지 아닌지 제대로 점검하도록 하겠소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에 장운은 응운곤에게 시선을 보냈다.

사실 걱정할 거리도 안 되었다.

왜냐하면 장운은 그가 해남 무공을 쓰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해서였다.

실제로 응운곤의 무공은 해남의 기질과 수공에서 영향을 받았으되 철저히 낭인 생활과 표사 생활에서 적립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본 표국의 정식 표사가 되어 내게 발탁된 이후에는 나에게 무공 훈련마저 받았다.’

장운은 응운곤뿐만 아니라 두길준과 천세은 등등에게 금옥관 내부에서 여러 무공을 알려준 바 있었다.

하여, 응운곤은 해남파의 무공을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응하겠습니다.”

응운곤도 더 이상 해남파와 엮이는 것은 싫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개는 아직 살아 있군. 그런데 어쩌나?”

응운곤을 향해 응천산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답했다.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 있어 불가피하게 피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응천산은 이번엔 장운을 바라보았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맹주님?”

그 말에는 장운을 맹주로서 존경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놀리는 뜻이 다분했다.

화가 날 법도 한데 장운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기는커녕 응운곤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이해하는 바요. 혈기왕성한 무인이 비무를 벌이는데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소?”

오히려 장운은 한술 더 떠서 당연한 일이라고까지 하였다.

그의 호언장담에 풍랑검 오균상은 일말의 불길함을 느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하하하핫! 좋소. 그럼 바로 하도록 하지.”

응천산은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로 검을 움켜쥐었다.

해남의 무인들이 사용하는 끝이 뾰족하고 길이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어정쩡한 길이의 검이었다.

이는 배를 타는 선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검과 흡사하였는데 수공에 최적화된 검이기도 했다.

“나도 준비되었소.”

응천산의 기세에 눌릴 법도 한데 응운곤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이복형, 그리고 해남파와 지긋지긋한 악연은 이 자리에서 끝내겠다.’

응운곤은 그런 생각을 품으며 자세를 취했다.

처억!

이 자세는 황금표국 표사들 중에서도 금옥관 상급 표사들이 익히는 대표적인 검법, 금인검법(金刃劍法)이었다.

금인검법은 장운이 금령풍운검법을 보급하고자 개량화한 무공이었는데 응운곤은 이 금인검법을 장운 만큼이나 잘 사용하는 인물이 되었다.

“흥! 아닌 척하지만 오래 속이지 못할 것이다!”

이복동생의 자세를 본 응천산은 코웃음을 치면서 해남파의 절기이자 대표적인 무공, 남해삼십육검(南海三十六劍)의 초식을 준비했다.

남해삼십육검은 중원에서도 널리 알려진 무공이었으며 해남의 웅대한 바다의 기상을 담은 절정의 검법으로 이름이 높았다.

-남해격풍(南海激風)!

남해격검 응천산은 이를 갈며 격렬히 초식을 펼쳤다.

다소 급하고 다혈질인 그에게 있어 남해삼십육검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초식이었다.

바다에 불어 닥치는 풍랑처럼 거세고 빨랐기에 기질과 잘 어울렸다.

파아아앗!

응천산의 개성 넘치는 검기가 해남의 바람을 타고 응운곤에게로 불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손가락이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강하군.’

응운곤은 위축이 될 법도 한데 그의 검기를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응천산은 예나 지금이나 해남 제일의 기재로 이름이 높았으며 이복동생인 응운곤에게 있어 커다란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후계 다툼에서 밀린 것도 투박한 성격과 더불어 응천산보다 무공이 약했기에 축출된 면도 다분했다.

‘흐흐흐, 네놈은 결코 나를 이기지 못한다.’

응천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응운곤을 내려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반응조차 못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응운곤은 사랑하는 해남 땅을 울며 빠져나와 냉정한 중원의 땅에서 생존하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사선을 넘나들었다.

동시에 금령검제 장운이라는 커다란 은인을 만나 무공 실력을 일취월장하여 그 경지가 이미 초절정에 도달했다는 점이었다.

-금쾌벽인(金快劈刃)!

응운곤은 마침내 검을 들었다.

우우웅!

어디 그뿐인가?

그의 검에는 장운 만큼은 아니더라도 거센 금빛의 검강이 넘실대고 있었다.

단순히 검강을 사용하는 것을 떠나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 모습은 단 하나를 의미하였다.

“맙소사!”

“초절정의 고수!”

그렇다.

응운곤은 초절정의 고수였으며 해남파의 모든 무인들은 이 초절정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심지어 해남 제일고수라는 응천산조차 말이다.

채애애앵!

그 증거로 단 일검을 나눈 결과!

“크흑!”

기세등등하게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한 응천산이 도리어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그에 반해 후속으로 마주 공격을 가한 응운곤은 너무나도 평안한 모습이었다.

이는 두 사람의 실력 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어째서?”

“중원에서 떠돌던 응운곤이 어째서 우리 문주님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그 믿기 어려운 모습에 장로인 오균상을 비롯하여 많은 해남파 무인들이 자괴감을 느꼈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장운은 그 이유를 알았다.

“해남파는 과거 눈부신 명성과 뛰어난 검법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오지에 갇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해남 제일의 문파라며 으스대는 것이 고작이지. 반면 응운곤은 중원의 중심에서 무수히 많은 실전을 거쳤으며 본 표국의 금옥관을 대표하는 무인이다.”

장운이 호언장담하였다.

그의 말이 옳았다.

해남파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무공은 사람이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 작은 물에서 으스대봤자 스스로 도태되게 마련이었다.

응천산은 자신이 잘난 사람이며 타고난 기재라고 생각하였으나 천만의 말씀.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도 많은 사람들 속에서 경쟁하며 커야지, 스스로에 취해 자만하였다간 그 자리에서 퇴보할 뿐이었다.

채재쟁!

이어지는 후속 공격에서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처음에는 기세로 잘 버티었으나 응천산은 응운곤의 무공 여부를 판별하기는커녕.

“허어억!”

크게 놀라 헐떡이며 연거푸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수가! 이게 정말로…… 운곤이라고?’

응천산은 지금 장운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 이복동생인 응운곤은 그저 요령이 없으며 언제나 자신의 등만 바라보는 외톨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응운곤을 자신의 호적수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집요하고 작은 도량을 가진 응천산이 응운곤을 살려준 것은 자신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았기에 즉흥적인 변심으로 베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좀 보라.

채앵, 챙!

응운곤의 공격 한 번마다 연거푸 뒤로 물러서며 급기야 기가 죽는 모습은 누가 봐도 상위 고수가 하위 고수에게 지도 대련을 하는 모습이었다.

으드득!

그것을 자각한 응천산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우리 해남의 무공은…… 절대로 중원의 무공에 비해 뒤처지지 않아!”

그는 악다구니를 쓰며 미친 듯이 남해삼십육검의 초식을 펼쳐내었다.

확실히 그는 하수는 아니었다.

다만 현재 중원의 수준을 잘 몰랐으며 오로지 좁은 해남의 무공만이 전부인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였을 뿐.

“하아아압!”

응천산은 다시 한번 절초를 사용하려 했지만 그보다 응운곤의 공격이 먼저였다.

서걱!

이복동생의 검이 이복형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제대로 했다면 왼쪽 팔을 잘랐을 테지만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천산 형. 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이것으로 갚았어.’

응운곤은 그렇게 생각하며 후속 공격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멈추었다.

주르륵!

이미 응천산의 어깨에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했다간 응천산이 크게 다칠 것이 분명했다.

부르르르!

그 고통보다도 응천산은 패배의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다.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던 이복동생이, 목숨 구해준 은혜를 어기고 자신에게 대든다고 생각했었는데 비무에서 이기다니.

그것도 완전한 패배였다.

“해남파의 장문인이여. 나는 내공심법도, 검법도 모두 다 황금표국의 무공을 사용했습니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동시에 응운곤은 제대로 선을 그었다.

자신은 황금표국의 중인이자 무림맹의 대주이고 당신은 해남파의 장문인이니 서로 갈 길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해남파를 탐낼 이유도, 위협할 걱정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사실 누가 봐도 그러했다.

이렇게 멋지고 강한 무공을 익혔으며 무림 맹주 장운이 최측근이라 부르는데 해남파의 장문인 자리를 왜 탐할 것인가?

“이이익!”

응천산은 한참을 부들거린 끝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본 파는…… 더 이상 무림맹을 적대하는 것은 물론, 돕는 것을 비롯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겠소.”

이는 해남파 전 지역을 돌아다녀도 좋으니 무림맹의 전력으로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즉, 절대로 함락되지 않을 것 같은 해남이란 천혜의 요새가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웅성웅성!

또 하나 더.

존경의 눈빛을 무림 맹주 금령검제 장운에게만 보내던 해남파 무인들이 이제는 응운곤에게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응운곤의 출발을 알았다.

한때는 자신보다 못했던 무인이 바로 이 응운곤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응운곤은 초절정의 무인이 되어 무림맹 최연소 대주가 되었으니 어찌 부러워하지 않고 흠모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해남파의 무인들은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응운곤을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으며 장운에게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금지된 구역을 가도 된다는 소리입니까?”

해남을 잘 아는 응운곤이 자신의 이복형에게 물었다.

그야말로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되는 모습이었다.

“끄응,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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