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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6화 (16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6화

천룡거사(天龍居士)(2)

두근두근!

장운은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간신히 그를 발견하게 되자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발견의 기쁨과 더불어 어쩌면 재회하기 직전의 떨림일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전생의 인연과 직접 대면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와 더불어 혼원무극심법 최후의 초식이자 최종 오의를 익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지닌 인물이었기에 장운은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어서 가 보자!’

결론에 도달한 장운은 서둘러 이동하였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죽음의 섬, 사구도의 해안 절벽이 무척이나 가파르고 험했지만 장운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속도를 자랑하며 내달렸다.

파아아아앗!

오히려 가파른 길을 역행하며 가뿐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끝에.

“천룡거사님!”

장운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와 대면할 수 있었다.

“으음?”

차분히 면벽 수련을 하며 가부좌를 트고 있던 천룡거사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본래 그의 실력이라면 장운이 다가오기 전부터 기척을 알아차려야 할 터인데 알아차리기는커녕 오히려 놀라는 중이었다.

“……누구인가?”

초췌하게 마른 체구에 수염과 눈썹은 호호백발이 된 채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장운의 기억보다도 훨씬 더 노쇠하고 쇠약해진 모습에 장운은 뭐라 말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저는…… 장운이라고 합니다.”

궁리 끝에 장운은 어렵사리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구태여 무림 맹주니, 금령검제니 하는 수식어는 붙이지 않았다.

천룡거사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면인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오랜 기간 동안 속세를 떠난 탓에 천룡거사는 장운은 물론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장운은 그에게 부탁을 했다.

“저는 인연이 닿아 검신 장인랑 대협의 진전을 잇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아니, 부탁을 차마 다 말하기도 전이었다.

덥썩!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초췌한 모습에 깡마른 몰골이었던 천룡거사는 어디서 그런 힘과 내공이 솟았는지 곧바로 장운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장운의 뒤를 따라오던 무림맹의 인원들을 경악했지만 장운은 손을 펼쳤다.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감히 그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겸허히 앉아 있던 천룡거사는 이례적으로 흥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장운이 예고 없이 다가올 때조차 얌전히 있었는데 거칠게 화를 내며 씩씩대었다.

[거사님과 나, 단둘이서 마무리를 지을 테니 다들 물러가십시오.]

장운은 함부로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일행들을 뒤로 물렸다.

천룡거사와 단둘이서 끝을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일행들이 물러난 뒤에야 장운은 행동을 시작하였다.

“정말입니다.”

장운은 억울하기보다 진실을 알아달라는 자세로 침착하게 말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그는 고고한 늑대이자 동시에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철저한 혼자였다. 그런 그가…… 후인을 남길 것 같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룡거사는 완고하였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계속해서 장운의 말을 부정했다.

‘……!!’

그 말은 장운에게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당시에는 외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무인의 자세이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천룡거사는 검신마저도 모르고 있던 본심을 간파한 모양이다.

장운은 약간의 여운을 느끼고 있다가 이내 판단을 내렸다.

스윽!

장운은 해명보다 보란 듯이 초령검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흥! 그의 신물은 운이 닿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여전히 믿지 않자 장운은 하는 수 없었다.

처억!

초령검을 땡겨 자세를 취했다.

그 자세에 천룡거사는 혹여 자신을 향해 공격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천만의 말씀.

“믿어지지 않으신다면……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죠.”

장운은 그 말을 남기며 초령검을 들어 그가 놀랄 만한 무위를 선보였다.

흉내 내거나 어설픈 가짜의 초식은 당연히 아니었다.

애초에 검을 쥔 모습만 보아도 완성도가 남달랐던 것이다.

-삼식(三式) : 진천검(振天劍)!

다름 아닌 검신 장인랑의 특기이자 성명절기인 혼원무극검법을 시연하여 증명하는 일이었다.

초식도 너무 초반의 초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후반부라 사구도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을 선에서 적절하게 뻗어내었다.

파바바밧!

장운의 멋들어진 솜씨가 초령검을 타고 사구도 하늘을 수놓았다.

장운이 보여준 것은 비단 혼원무극검법만이 아니었다.

-천허심법(天許心法)!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공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장운은 혼원무극검법을 펼치면서 동시에 천룡거사의 특기인 천허심법도 같이 보여주었다.

파아아아앗!

그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강의 절기들이 완벽한 화합을 보여주었다.

천허심법과 혼원무극검법, 각 무공의 창안자와 완성시킨 무인은 달랐어도 이 두 무공의 합은 단언컨대 무림 역사상 역대급이리라.

흠칫!

장운이 펼치는 완벽한 무공 시연에 천룡거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너는 정말로…….”

천룡거사의 공허한 두 눈에는 실로 오랜만에 생기가 맴돌았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과거 지나가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요즘 들어 검신 장인랑의 초령검을 사용하며 그의 진전을 이은 표국의 무인이 있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허황된 이야기라고 치부했었다.

실제로 천룡거사는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검신 장인랑이 표국의 무인과 엮일 일이 아예 없다고 믿은 탓이었다.

한데 이게 웬걸?

“그렇습니다. 거사님. 저는 그의 진전을 완벽하게 이어받았습니다.”

장운은 다시 한번 신뢰가 가는 눈빛을 발산하며 천룡거사를 마주 보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그는 분명 후인을 키울 만한 사람이 아닌데…….”

보고도 믿어지지 않은 광경에 천룡거사가 중얼거렸다.

장운은 그의 반응을 십분 이해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당연히 제자를 키우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분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진전을 이어받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장운은 검신 장인랑과의 인연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난감했다.

왜냐하면 천룡거사는 기인인 동시에 뛰어난 인물이라 어지간한 거짓은 완벽하게 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중요한 것은 그의 무공이 너의 연(緣)에 닿은 것이지.”

천만다행인 것이 천룡거사는 더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이 또한 하늘의 안배이며 순리임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어찌하여 이 먼 곳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나는 이대로 최후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천룡거사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장운은 자신의 예측이 옳았음을 느꼈다.

천룡거사가 죽음의 섬 사구도에 계속 머물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해안 절벽에서 면벽 수련을 자랑한 것은 득도(得度)나 우화등선(羽化登仙)을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연에 의해 전신이 흩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장운의 손에 방해를 받은 꼴이 되었으니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장운의 말에 놀란 천룡거사가 되물었다.

“네. 아마도 거사님께서는 검신 장인랑 대협의 실종과 죽음 이후, 무림에 뜻을 잃었겠지요. 동시에 사흑천과 무림맹이 빚어내는 혼탁한 세상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흡사 자신의 마음속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장운의 말에 천룡거사는 펄쩍 뛰며 놀라는 중이었다.

그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비단 검신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림이 너무나도 오염이 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강호무림이라는 곳에 몸을 담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점점 가까워 오고 있는 죽음을 느꼈다.

이런저런 이유가 혼합이 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이자 죽음을 맞이하는 최적의 장소인 사구도까지 찾아온 연유였다.

“천룡거사님에게 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장운은 미리 부탁을 준비하였지만.

“네가 검신의 무공을 계승한 것은 놀라우나 난 이미 은퇴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천룡거사는 딱 잘라 거절했다.

이에 질세라 장운은 그가 무림에 뜻을 잃은 이유인 사흑천과 무림맹의 최후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어찌저찌 하여 검신 장인랑의 죽음이 사흑천주와 전대 무림 맹주의 합작인 것을 알았고 그 복수를 위해 두 곳을 부수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이제 복수의 절반이 남았습니다. 전대 무림 맹주, 아니, 이제는 무림 공적인 천운학검 남일산이 금지된 마공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대로 필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흐으음.”

폭풍처럼 엄청난 이야기를 모두 들은 천룡거사는 눈썹이 꿈틀대고 있었다.

실은 검신 장인랑이 두 사람과 두 집단에 의해 실각되었다는 사실은 예측하고 있었다.

‘아니다. 사실 그전부터 이미 예견한 바였다.’

그런데 장인랑의 불행을 막지 못한 관계로 천룡거사가 느끼는 책임감과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없다. 나는 이미 모든 내공이 소멸되고 있는 상태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열반(涅槃)에 들게 될 터이니…….”

한참을 생각한 끝에 천룡거사는 고개를 저었다.

장운에게 내공을 전수해 줄 수도 없는 요량이었다.

이미 천룡거사의 생명은 꺼져가고 있었고 무림에 뜻을 잃었기에 목숨과 같은 내공이 새어나가는 것을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지켜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조언입니다. 천허심법을 좀 더 제게 맞게 개량을 한다면 능히 혼원무극검법 최후의 초식을 완성시킬 수 있을 테지요.”

장운의 야심 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룡거사는 코웃음을 쳤다.

“허헛! 당돌하구나. 혼원무극검법 최후의 초식이자 최종 오의를 완성시킨다고? 네가? 웃기지 말거라.”

천룡거사의 비웃음은 합당했다.

왜냐하면 천룡거사는 아직 장운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모르는 반면 검신 장인랑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천룡거사라는 희대의 기인이 거듭 감탄하고 인정한 세기의 천재, 강호무림에서 천무지체(天武之體)라 거들먹거리는 인재보다 훨씬 더 대단한 재능이 바로 검신 장인랑이었다.

그런 만큼 장인랑도 감히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이 어린 친구가 우스울 따름이었다.

“하아아.”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지 않겠다 싶은 장운은 그동안 오랫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주저함은 없었다.

적어도 전생 시절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유일한 지인이었던 장본인, 천룡거사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고 믿은 까닭이었다.

[천룡거사님.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검신 장인랑입니다. 그 두 악적의 손에 죽어 그대로 흩어지나 했는데 운이 좋게 현생의 장운의 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적을 죽일 때를 제외하면 사상 처음으로 장운은 자신의 사연을 타인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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