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67화 (16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7화

천룡거사(天龍居士)(3)

‘과연 거사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처럼 긴장한 순간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일이리라.

장운은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그의 반응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냉혹하기만 했다.

안 믿는 수준이 아니라 천룡거사는 자신을 농락하는 거냐고 믿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정말입니다. 우리들이 처음으로 만난 곳이 바로 소림 인근의 객잔이었지요?”

장운은 이에 질세라 두 사람이 아니면 완전히 모르는 이야기마저 꺼내 들었다.

흠칫!

장운의 정확한 말에 천룡거사는 분노를 멈춘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았다.

“당시에 거사님께서는 소림의 무승과 법승들 앞에서 보란 듯이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만든 규율과 잣대에 스스로 얽매여 있다고, 우리 같은 기인들은 저런 것들에서 탈피하자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장운은 거듭 두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를 하였고 이에 천룡거사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맙소사, 맙소사!”

더 이상 생기를 잃어 죽어가는 천룡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 눈을 반짝거리며 장운에게 가까이 다가오기까지 했다.

“저는 정말로 장인랑입니다. 억울하고 비통하게 죽었기 때문일까요? 죽기 직전 두 악적을 처단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 다짐했는데…… 운이 좋게 이 억울하게 혼이 사라진 소년, 황금표국의 장운 몸에 깃들었습니다.”

장운은 그에게 전반적인 이야기까지 하며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크흐흐흑!”

그러자 천룡거사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인랑!”

어디 그뿐인가?

장운을 거칠게 껴안으며 전생에 미처 하지 못했던 해후를 나누었다.

주르륵!

천룡거사는 울고 또 울었다.

사실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검신 장인랑이 죽은 이후 삶의 모든 의욕을 잃었다.

비단 그만이 절친한 지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가장 이해해 주며 동시에 무공으로 뜻이 잘 통하던 천하제일인이 사라졌으니 어찌나 비통하던지.

“하하하. 전생 시절에는 단 한 번도 울지 않더니 바뀌셨군요.”

장운은 장난스럽게 그를 부축하며 놀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고 천룡거사는 이제 완벽하게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놀랄 노 자네.”

천룡거사는 거듭 혀를 내두르며 장운의 전신을 확인하였다.

‘하긴, 돌이켜 보면 말이 안 되었어.’

검신 장인랑의 무공은 절대로 유출되지 않을 그만의 기밀이었다.

심지어 혼원무극검법은 천룡거사 자신조차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광혈흑마 태상천과 천운학검 남일산조차 그것을 노리며 부들부들 대지 않았던가?

한데 그 뛰어난 절기를 무려 어린 장운이 물려받았다니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장운이 장인랑 본인이 아니라면 그 어떤 해명으로도 해소가 안 되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하늘이 허락한 모양입니다.”

장운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흐흐, 죽어가면서 강렬히 소망했나 보군. 전생에는 죽을 때조차 혼자였는데…… 이제는 무림 맹주에 최연소 천하제일인이라. 믿기 어렵단 말이야.”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천룡거사는 이제 여유가 돌아왔는지 모든 사람들이 아는, 장운이 아는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거사님의 말이 옳습니다. 그러니…… 거사님도 죽지 마시고 좀 더 오래 사십시오. 이 현생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갑시다.”

장운의 농담에 천룡거사는 한참을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 몸이 이래서 되겠는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운은 미리 준비했던 여러 영약과 절세의 약초들을 꺼내 들었다.

“허억! 아니, 이것을 어찌 구했는가?”

천룡거사는 하나 같이 수백 금자를 주어도 구하기 힘든 진귀한 영약들을 바라보며 펄쩍 뛰고 말았다.

“말했지 않습니까. 현생의 저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라 천하제일의 표국을 물려받을 아들이며 무림 맹주입니다.”

씨익!

장운이 환하게 웃으며 치열을 드러냈다.

그가 꺼낸 가장 진귀한 영약은 단언컨대 무림 맹주에 취임한 이후 받았던 천세음양과(千歲陰陽菓)였다.

이는 무림맹에서조차 구하기 힘든 것으로, 시기가 적절하게 장운이 새로이 맹주에 취임될 때쯤 구할 수 있어 취한 것이었다.

“이걸 드십시오. 내공을 복구하지 못해도 충분히 천수 그 이상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장운이 흔쾌히 천세음양과를 내밀었다.

“이리 귀한 것을 내가 어찌 덜컥 받겠는가? 나는 이미 늙고 노쇠했네. 자네가 먹게.”

천룡거사는 한사코 만류하고 거절했지만 장운의 고집은 불통(不通)이었다.

“제가 먹어봤자 내공과 단전이 한계치까지 성장했기에 그저 쓴 열매일 뿐입니다.”

장운이 단언했다.

그의 말은 실제로 옳았다.

역설적으로 내공과 단전이 한계치까지 성장하였기에 그가 필요한 것은 천허심법을 새로 익혀 자신에게 최적화시키는 방법뿐이었다.

“아니, 그래도…….”

“부탁입니다. 거사님이 없다면 주변에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저는 고독하고 외로울 겁니다.

장운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천룡거사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이 무림을 떠나려 하고 죽음을 준비했던 것은 검신 장인랑이 죽고 무림이 혼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인랑이 장운으로 되살아나고 혼탁한 무림도 남일산만 제거하면 끝이 나니 구태여 죽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 결심했어.’

죽을 모든 이유가 사라지자 천룡거사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호법을 좀 서주게. 이 끈질긴 목숨을 더 연명해야겠어.”

천룡거사 특유의 넉살 좋은 말에 장운은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축하드립니다, 거사님.”

장운은 천세음양과를 취한 다음 기력을 비롯하여 약간이나마 내공을 회복한 천룡거사를 반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룡거사는 천세음양과를 취함과 더불어 장운의 추궁과혈(推宮過穴)의 도움을 받아 회춘을 하기까지 했다.

처음 봤을 때는 죽기 일보 직전인 호호백발의 노인이었는데 지금은 머리카락 색이 회색 정도로 돌아온 것은 물론, 십 년은 젊어진 모습이었다.

“허허, 이거 참.”

천룡거사는 그런 자신의 변화에 민망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겸허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회춘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와 더불어 죽은 줄로 알았던 검신 장인랑이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옛 선인들이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했군.’

천룡거사는 옛 어른들의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며 본론에 들어갔다.

“그래, 천허심법을 다시 한번 제대로 익히고 싶다고 그랬지?”

받은 것이 있으니 응당 돌려줘야 하는 법.

아니, 설령 장운에게 천세음양과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가장 절친한 지인이 죽음에서 돌아왔는데 뭔들 못 해주겠나.

“그렇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는 거사님께 천허심법을 꽤나 이른 시기에 익혔지 않습니까?”

장운이 물었다.

그가 전생도 살고 현생도 살아보니 무공이란 것은 그저 멈춰진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 무공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발전하는 살아 숨 쉬는 녀석이었다.

그런 관계로 현재 장운이 말하는 바는 현재 발전한 천허심법을 익히고 싶다는 뜻이리라.

“역시 예나 지금이나 눈치만 빨라서는. 그렇네. 천허심법은 발전하였지. 자네에게 알려준 그 당시보다 훨씬 더.”

아니나 다를까?

천룡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씨익!

그의 확답에 장운은 웃었다.

혼원무극검법의 원류가 오롯이 검신 장인랑의 것이라면 그것을 완벽히 보조하며 바탕을 해주는 천허심법은 오롯이 천룡거사의 것이었다.

그런 관계로 천허심법을 개량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천룡거사보다 더 뛰어난 인물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알려주겠네. 아니, 곧바로 느끼게 해주지.”

천세음양과로 인해 젊어지고 기력이 되살아난 천룡거사.

그는 무림의 많은 것을 깨우치고 득도했다는 소문답게 비범하였다.

보통 무공은 구전(口傳)이나 행동으로 가르치게 마련인데 그는 궤를 달리했다.

“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장운을 향해 손짓했다.

“등을 돌리게.”

장운은 도대체 그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의심을 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뭘 몰라도 천룡거사 뒤만 따라간다면 뭐든 이득을 보고 굶어 죽지 않았으니 말이다.

처억!

장운이 등을 돌리자 천룡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조금 따끔할지도 모르네.”

경고를 한 채 마침내 달라진 천허심법, 개량되고 발전된 천허심법을 시전하였다.

-천허심법(天許心法)!

천룡거사가 천허심법을 운용하며 그 거센 기운을 장운에게로 흘려보냈다.

그가 직접 느끼라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였다.

무림 최고이자 최강의 기인이사로 각종 도술과 환술에 통달했다는 작자다운 행동이었다.

파아아아앗!

천룡거사가 예고했던 대로 달라지고 부쩍 거대해진 기운의 천허심법이 장운의 등을 타고 전신에 스며들었다.

이는 장운이 허락했기 때문이다.

장운이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등이 아니라 단전을 내밀어도 외부의 내력이 침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오오, 오오오! 이럴 수가!’

장운은 거대한 장강이 쏟아져 내리는 기시감을 그대로 느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개량되고 현시대에 맞게 발전된 천허심법은 실로 놀라운 경지였다.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그 기세는 전혀 달라졌으니 장운은 그를 찾기 잘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기쁨도 잠시.

장운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그가 완전히 집중하였을 때 나오는 장면이었다.

‘선사님이 알려준 새 시대의 천허심법은 실로 대단하다. 이대로 사용해도 이전보다 훨씬 큰 발전을 이룰 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새로 발전한 천허심법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자신에 맞게 개량하고 바꾸는 것이었다.

이대로도 출중하지만 현재의 천허심법은 어디까지나 천룡거사의 몸과 내공, 감성에 맞게 발전하고 바뀐 것에 불과했다.

한데 장운이 이 천허심법을 자신에 맞게 바꾼다면 그때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한번 해보자!’

그 결심과 동시에 장운의 전신과 단전이 꿈틀대었다.

“녀석, 여전하군.”

그 모습을 보며 천룡거사는 부쩍 밝아진 모습으로 웃음 지었다.

검신 장인랑은, 현생의 장운은 여전했다.

‘도전을 하려는 것이 뻔해.’

천룡거사는 그의 단전과 내공에 어느 정도 연결이 된 상태였기에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니, 연결되지 않았어도 충분히 유추했으리라.

그는 여전히 무모했고 도전적이었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룡거사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니 종전에는 원했던 것을 반드시 획득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보여주게, 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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