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69화
복수의 완성(1)
금령검제, 아니, 이제는 금령검신이라 불리기 마땅한 장운은 기적을 빚어내었다.
초령검에서는 하늘이 내린 황금빛이 서림과 동시에 거대한 검강이 내리쳤다.
아니, 그것을 감히 검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콰가가가가가강!
죽음의 섬 사구도를 순식간에 황금의 섬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기적은 인간이 펼쳐낸 무공이 아니라 하늘에서 강림하는 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운이 가볍게 지평선에 펼쳐내었는데 사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였다.
“어어어억!”
심지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천룡거사조차 크게 흔들리며 당황의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 세상에!”
장운이 펼쳐낸 황금빛 검강의 폭포를 아직까지 바라보고 있는 무림맹의 부맹주, 일검매향 예천관은 기립한 채로 입을 쩍 하니 벌리는 중이었다.
‘이제는 나를 아득히 초월하였구나.’
부정하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장운은 짧은 사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훌쩍 달아나고 말았다.
아니, 이제 예천관은 두 번 다시 그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됐다!”
예천관의 뒤로 무림맹의 군사인 경천지낭 제갈성천을 비롯하여 황금표국의 인원들이 일제히 만세를 하였다.
대략 삼 주의 시간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성과를 맺었다.
그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마침내 천운학검 남일산의 위치를 유추할 수 있었으니 이제 남은 것을 그를 처치하는 일뿐이었다.
부르르르!
감격에 찬 것은 장운 본인 스스로도 마찬가지였다.
아직까지 지평선 너머로 멀리 뻗어 나가는 황금의 검강을 바라보며 그는 전율에 젖고 말았다.
“이것이 정녕…… 내가 만들어낸 무공이란 말인가?”
두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은 상상 속에서, 이론 속에서 존재했던 최종 오의 칠식인 만큼 감개가 너무나도 무량하였다.
그가 감동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이제 나는 정말로 전생을 초월하였다.’
장운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했다.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현생의 나는 전생의 나를 뛰어넘었노라고.
“축하하네!”
천룡거사가 득달같이 달려와 장운을 축하해 주었다.
그도 잘 알았다.
“드디어 검신을 뛰어넘었군.”
천룡거사 역시 감격에 찬 눈빛이었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여 뛰어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천룡거사는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역대급 천하제일인이라는 검신 장인랑의 수준을 돌파한 현재의 장운이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이제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장운은 천룡거사의 손을 마주 잡으며 웃었다.
“복수를 완성할 수 있어요.”
* * *
천신만고 끝에 사구도를 찾고 천룡거사와 조우한 금령검신 장운.
그는 천허무극심법을 만들어냈으며 동시에 최종 오의인 칠식 혼원무극천검을 완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니 무엇이 두려우랴?
“맹주님. 드디어 남일산 그 악적의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좋은 소식은 연달아 일어난다고 예천관이 기쁜 얼굴로 다가와 그간 밀린 보고를 하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장운이 놀라서 묻자.
“네. 사실 어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남일산이 드디어 미쳐 버렸는지 중원의 한복판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더군요.”
예천관을 위시로 제갈성천과 이 정보를 물고 온 개방의 용두방주인 기룡걸개 홍주안까지 모두 기쁜 얼굴이었다.
그러나 오로지 장운 만이 표정이 밝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응운곤이 다가와 묻자 장운은 그 이유에 대해 알려주었다.
“남일산 같이 간악하고 계산적인 놈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그간 익히고 있던 마공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하지.”
역시나 장운의 예측력은 하늘을 초월할 정도였다.
대번에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으음, 역시!”
그 말에 긴가민가하던 제갈성천도 놀라며 두 손을 모았다.
설마 했었는데 장운의 말을 듣는 순간 확신으로 뒤바뀌었다.
“한데…… 마공이 완성되었다면 자신을 추락시킨 본 맹에 복수를 한다던가, 아니면 다른 무인들을 급습해야 정상일 터인데 어째서 얌전한 걸까요?”
예천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무릇 마공에 물든 자가 그것을 완성시켰다면 남은 것은 파괴 본능에 몸을 내맡긴 채 즐기는 일뿐인 것이다.
“남일산은 아직도 큰 착각에 빠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에 장운은 그의 특징과 성격을 들먹일 수밖에 없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지요?”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모이자 장운은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무림 공적으로 추락한 것이 스스로의 잘못이 아니라 온전히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중일 겁니다. 따라서 놈은 저를 이긴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믿는 것이 분명해요.”
장운이 호언장담을 하였다.
실제로 천운학검 남일산은 무림 맹주라는 높은 직위는 물론이오, 청렴하고도 고고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취한 위선자였다.
따라서 완성시킨 마공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금령검신 장운을 꺾을 계산이 분명했다.
“그전에 타인을 죽이거나 맹을 급습하여 스스로의 평판을 깎아내릴 짓을 할 리 없습니다. 그는 오히려 저를 죽이고 다시 무림 맹주 직위로 회귀하고자 노리는 것이 틀림없어요.”
장운의 말은 정확했다.
남일산은 아직도 뭘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마공을 익혔으며 장운을 비롯한 수뇌부들에게 들켰는데 오로지 남일산 본인만이 아무도 모를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저는 그에게 냉정한 현실을 알려줄 겁니다.”
장운은 사구도를 떠나 남일산이 있는 곳을 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공이 아니라 죽었다가 깨어나도 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남일산이 있는 곳까지 단 삼 일.
삼 일 후에는 모든 것이 결판이 나 있으리라.
* * *
천운학검 남일산은 무림맹이 포착한 대로 그가 즐겨 거주하며 무림맹 본맹에 가까운 천산(天山)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천산은 한때 남일산이 활동하는 주거지로서 천산의 고고한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별호가 바로 이 천운학검(天雲鶴劍)이었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은 다시 재기하겠다는 뜻이 역력하였다.
“나는 억울하외다. 이 모든 것은 가짜 맹주, 금령검제 장운의 조작된 증언이었소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천산에서 모습을 밝히자마자 여러 군중들, 무인들 앞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그래. 천운학검께서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어.”
“맞아. 저토록 청렴하신 분이 왜 그런단 말이냐고.”
“우리들의 맹주는 장운이 아니라 남일산 대협이다!”
심기가 굳건하지 않은 몇몇의 사람들은 이미 남일산의 언변에 속아 끓는 가마솥처럼 행동하였다.
그나마 생각이 있는 자들은 오히려 신중한 자세를 취한 채 장운과 무림맹 인원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그때였다.
“드디어 왔다!”
“무림맹주 장운 소협!”
“이제 금령검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금령검신이라고 하셨다지?”
“그 말인즉 전대 천하제일인인 검신 장인랑 대협의 경지와 같다는 뜻인데…… 과연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장운과 무림맹 본맹의 인원들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왔군.”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남일산은 찰나의 순간에 짧은 미소를 지었다.
그에 반해 장운은 여전히 덤덤하고 평온한 모습인 가운데.
와아아아아!
갑자기 모여든 군중들이 놀라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 옆에는 천룡거사님이다!”
“무림 제일의 기인!”
“검신 장인랑 대협의 유일한 벗이지!”
오랜 기간 동안 강호무림을 떠나 활동을 멈췄기에 검신을 따라 죽은 것이 아닌가 알려진 천룡거사가 장운 옆에 서 있었다.
본래는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장인랑의 재림인 장운을 만나 다시 살겠다는 삶의 의지를 되찾았으니 활동을 재개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포착한 여러 무인들은 물론, 남일산의 동공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저, 저 빌어먹을 늙은이가 여기를 왜…….’
눈치가 빠른 남일산은 순식간에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고 그것은 곧 적중하고 말았다.
“남일산, 네 이노오오옴! 감히 나의 친우인 검신 장인랑의 무공이 탐나 비겁하게 급습하였단 말인가?!”
천룡거사는 모처럼 강호무림에 모습을 비추며 노호(怒號)와 같은 음성을 내질렀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하고 신통하였는지 파마(破魔)의 기운이 깃든 것만 같았다.
“크윽!”
오죽했으면 남일산 같은 간악한 자조차 함부로 대답하지 못하였다.
남일산도 천룡거사가 무림의 동도들에게 큰 호감과 공신력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오. 억울하오!”
결국 남일산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잡아떼는 것뿐이었다.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던 천룡거사와 장운.
“정말이지 부끄럽지도 않더냐? 그래도 명색이 맹주 출신이자 정파의 소속이면서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다니.”
천룡거사는 말문을 잃을 지경이었다.
위선자 남일산이 벌인 일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은 악행이자 집착에 가까웠다.
뒤이어 장운을 지지하는 자들의 격앙된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장운이 나서며 천룡거사를 뒤로 물렸다.
“모든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거사님.”
장운은 그렇게 말하며 남일산의 앞으로 나아갔다.
“이 비겁자! 위선자 같으니!”
남일산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장운을 호도하려고 했지만 그런 얕은 술수에 흔들릴 장운이 아니었다.
“스스로 자기소개를 하는군.”
“뭐?”
장운의 여유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곧 마공을 사용하여 사악한 모습을 드러낼 터인데…… 그렇게까지 연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예리하게 핵심을 찔렀고 정곡을 찔린 자는 울컥하게 마련이었다.
“여, 여전히 입을 함부로 놀리는군. 마공이 아니라…… 이 천운학검 남일산이 검신 장인랑을 이기기 위해 창안한 비장의 한 수일 뿐이다!”
남일산은 세차게 부정을 하며 그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새하얀 검신에 그야말로 한 마리 백학(白鶴)이 스며든 것 같은 명검(名劍).
남일산이 사랑하는 애병의 이름은 백학신검(白鶴神劍)으로 초령검과 비교하여 거의 밀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즉, 최후의 일전만을 남긴 이 두 사람은 병장기 부분에서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누가 우월하고 누가 분리하고 따질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인 것이다.
“부족한 자가 많이 떠드는 법이지. 그러니 그만 떠들고 검을 들어라.”
장운은 긴말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 날, 이 순간만을 위해 현생을 살아왔고 각고의 노력 끝에 최종 오의이자 최후의 초식을 익혀냈다.
그런 만큼 말로 떠들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싸우고 싶었다.
“흥! 좋다. 내 이전에는 미처 완성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일산이 백학신검을 꺼내 든 채 특유의 고고하고 깔끔한 자세를 자랑하였다.
그 말에 장운은 웃음을 흘릴 뻔했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으니 어찌나 재밌던지.
“피차일반이지. 각오해라.”
웃는 것도 잠시.
순간, 장운의 눈빛이 뒤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