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70화
복수의 완성(2)
전생부터 시작하여 오로지 이 날만을 바라고 또 바라온 장운이었다.
그러니 어찌 장난을 칠 수 있단 말인가?
-무영보법(無影步法)!
그 기백과 기세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장운은 이례적으로 거칠게 뛰어들었다.
그는 화가 났지만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오를수록 침착과 초심을 찾았다.
파바밧!
그리하여 가장 기초적인 보법부터 차근히 밟아나갔다.
무영보법은 순식간의 적의 앞을 점하며 공간 싸움의 우위를 가져갔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그와 동시에 탄환이 튀어 나가듯 부드럽게 혼원무극검법 첫 초식이 분출되었다.
파앗!
장운이 구태여 혼원무극검법 일식을 선택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것은 천운학검 남일산의 죽음을 뜻하는 예고임과 동시에 검신 장인랑의 모든 진전을 물려받았노라 공표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채재쟁!
그런 만큼 아무래도 위력이 떨어졌고 첫 초식으로 백운학검 남일산을 무릎 꿇릴 수 없었다.
“흥! 검신 장인랑의 독문무공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결코 네놈은 검신이 아니다!”
장운의 첫 초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남일산이 호령하였다.
장운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웃기는 순간이었다.
본인에게 본인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물론 남일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의 장운은 검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며 정통의 후계자가 아니라는 뜻이지만 말이다.
“하아아압!”
장운이 선제공격을 가져갔듯이 남일산도 뒤이어 후속공격을 취하기 시작했다.
-백로군명(白鷺群鳴)!
남일산은 자신을 무림 맹주 직위로 올려놓았으며 검신 장인랑을 만나기까지 단 한 번의 좌절도 겪지 않게 만든 무공, 백운천명학검결(白雲喘鳴鶴劍結)의 초식을 시전하였다.
이 백운천명학검결의 원류는 널리 잘 알려진 무공, 백학검법(白鶴劍法)을 기본 바탕으로 오로지 남일산의 재능과 무골로 인하여 덧붙여 만든 완성형의 무공이었다.
아울러 검신 장인랑에게 밀리기 전까지 정파 무림을 장식하던 무공이기도 했다.
파아아앗!
마치 고귀한 백학이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환한 빛의 검강이 휘몰아쳤다.
그 날갯짓에는 거대한 폭풍이 담겨져 있었다.
‘과연 쉽지 않군.’
장운은 뒤로 밀리면서도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남일산의 백운천명학검결은 이미 전생에서 경험한 바 있었다.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왜냐하면 워낙 인상적이었으며 자신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대단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당시 광혈흑마 태상천의 무공보다도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으니 장인랑이 얼마나 놀랐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리라.
-금령조화(金靈造化)!
당황하지 않은 장운은 백운천명학검결의 부족한 점을 알았기에 혼원무극검법보다는 오히려 금령풍운검법으로 방어를 취했다.
이 행동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먼저 첫 번째로는 백운천명학검결은 오로지 검신 장인랑이 만든 혼원무극검법을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생소한 금령풍운검법이 더 유리했다.
두 번째는 장운의 의지였다.
장운은 무림 맹주뿐만 아니라 황금표국을 이어나간다는 뜻을 보여준 것인데 황금표국을 상징하는 금령풍운검법을 사용함으로써 만인에게 고하는 중이었다.
콰가강!
장운이 만들어내는 황금빛과 남일산이 빚어내는 순수한 백광(白光)이 여울지며 퍼져 나갔다.
그 모습만 보자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휘학비접(揮鶴飛椄)!
장운이 남일산의 첫 초식을 쳐내기가 무섭게 천운학검이 달려들었다.
으드득!
심지어 어금니까지 꽉 깨문 채로 전력을 다했다.
‘나는 네놈을 반드시 이긴다. 그리고 반드시 죽인다.’
남일산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였으며 살기가 등등했다.
본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체면 관리를 완벽히 하는 위선자인데 이 정도로 노골적인 살기를 드러냈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을 써서라도 장운을 죽이겠다는 의지의 방증!
채재재재쟁!
살기는 결코 장운도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화나고 분한 것은 장운이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현재 남일산이 딱 그 태도였기에 장운 역시 신중을 기하며 그와 싸워나갔다.
하여, 비무가 시작된 지 반의반 각도 지나지 않아 천산 주변은 쑥대밭이 되었는데.
푸드드득!
천산 일대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아름다운 백학 떼들이 무리를 지어 이탈할 정도였다.
그 보기 드문 장면에 여러 사람은 감탄을 하였고, 몇몇 사람은 저 모습이야말로 천운학검 남일산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라 장담을 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초반부조차 지나지 않았다.
-백운천명지검(白雲喘鳴之劍)!
진정한 접전은 바로 지금이었다.
진지해진 남일산은 실로 무시무시했는데 그가 어찌하여 많은 자들을 매료시켰으며 나아가 추종자 반열로 이끌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파바바밧!
특히나 백학이 현신한 것처럼 요동치는 새하얀 순백의 검은 아름답다 못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그 기세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넋을 놓고 지켜보는 이들이 속출했다.
-오식(五式) : 천하제왕검(天下帝王劍)!
그에 밀리지 않게 장운의 실력도 대단하였다.
혼원무극검법을 극한까지 익힌 뒤 정리가 끝나자 이해도가 일취월장하였는데 오식까지는 코로 숨을 쉬는 것만큼 편하고 익숙하게 펼칠 수 있었다.
과거 장운이 오식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벽에 부딪혔는지 아는 자들이라면 경악할 만한 일이리라.
쿠우우우우웅!
두 절대자의 검기 맞물리자 천산은 다시 한번 뒤흔들렸다.
지각이 변동되고 석면이 떨어져 나가는 이 비무는 필시 역사에 남을 그런 비무가 분명했다.
보통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
이 두 사람의 비무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과연 자신할 만한 실력이야.”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자 남일산이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흘러나왔다.
“엉덩이를 내빼고 있군.”
이에 장운은 반응하기보다는 중심부를 찔렀다.
“뭐?”
남일산이 되묻자 장운은 다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지금쯤이면 마공이 완성되었겠지?”
정곡을 찔리자 남일산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강한 위력이기에 마공이라 부른다면…… 나는 기꺼이 비난을 감수하겠다.”
여전히 궤변과 허울 좋은 답변으로 무장한 남일산은 백학신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스으으윽!
이전의 기세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을 좀 보라.
‘진정한 전투는 바로 지금부터다.’
장운은 변하기 시작하는 남일산의 기색을 포착하며 살짝 주의를 기울였다.
실제로 남일산에서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의 색상은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 보여준 빛이 고귀하고 정갈한 하얀색 빛이라면 지금은 보랏빛 아니, 피가 굳어버린 색과 비슷했던 것이다.
“하아압!”
무언가 기세가 바뀐 남일산이 재차 검을 휘둘렀다.
백운천명학검결도 아니라 그저 가볍게 휘두른 것에 불과하였는데.
콰가가가강!
불길한 색상의 검강이 잔뜩 실린 그의 백학신검은 어마어마한 폭발을 낳았다.
휘청!
오죽했으면 장운조차 힘없이 뒤로 물러서야 했을 정도였다.
장운이 이럴진대 관람을 위해 몰려든 일반 군중들은 어떻겠는가?
“어어억!”
“이게 무슨!”
갑자기 천산 인근이 무너져 내리자 기겁을 하며 뒤로 내빼고 말았다.
정말이지 두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흐흐흐흐.”
한번 파괴적인 마공을 슬쩍 내풍긴 천운학검 남일산.
그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의 상징이자 한 때 고결함의 상징이었던 백학신검은 이미 타락하여 맑은 빛을 잃은 지 오래였고 백학(白鶴)이라 불리기에 색이 너무 탁해져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남일산의 두 눈에는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살기와 더불어 귀기(鬼氣)가 어렸는데 누가 봐도 정상의 범주 아니었다.
오오오오!
눈치가 없는 자가 봐도 확연히 변한 모습에 모여든 군중들이 입을 모아 놀라는 중이었다.
심지어 쉽게 선동이 되어 천운학검을 지지하였던 사람들조차 소스라치게 경악하였다.
“누, 눈빛이 왜 저래.”
“마공! 마공이다!”
“마공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누군가가 외쳤다.
그들의 말이 옳았다.
사악한 마공을 익힐 경우 가장 먼저 변질되는 것은 인간의 창(窓)이라 할 수 있는 두 눈, 즉 동공이었다.
맨 처음에는 평범히 충혈이 되거나 흰자 부분이 탁해지게 마련인데 마공의 위력이 강력하거나 그 성취도가 깊어질수록 두 눈도 귀기가 어려졌다.
번뜩!
현재 남일산의 두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사악한 어떤 혼령의 눈빛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물며 그가 뿜어내는 검강과 기운은 어떻겠는가?
“마공이 아니다!”
이에 완전히 모습이 뒤바뀌어 이전의 고귀한 척하던 인상이 사라진 남일산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마인(魔人)과도 흡사했다.
“그저! 그저…… 위력이 고강한 무공일 뿐이다!”
남일산은 결코 인정받을 수 없는 궤변을 앞세웠다.
필시 그가 이 마공을 접했을 때는 다른 일반 사람들과 의견이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다가 그는 마공의 유혹에 빠지고 만다.
제대로 익힌다면 과거 이기지 못했던 검신 장인랑은 물론이오, 그의 후인이자 쉬워 보이지 않은 장운까지 이길 수 있다는 유혹에 마공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 결과, 천운학검 남일산은 전형적인 마도(魔道)의 길에 접어들었다.
“다들 보았는가? 이런 자가 억울하게 함정에 빠진 사람이라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정당한 인물이라고?”
장운은 남일산의 말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군중들에게 소리쳤다.
이들의 삼분지 일은 천운학검 남일산을 옹호하며 장운과 현 무림맹의 저의를 의심한 작자들이었다.
그리하여 장운은 어리석은 그들에게 호령을 하였다.
눈과 귀를 속이는 허황된 말에 결코 속지 말라고 말이다.
“이노오오옴!”
장운이 자신을 무시하며 여러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자 남일산은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혈사폭심법(血邪暴心法)!
이윽고 남일산은 자신이 익힌 마공, 스스로는 마공이라 생각하지 않은 내공심법인 혈사폭심법을 운용하였다.
파바바바밧!
그러자 남일산의 기세는 완전히 악(惡)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나마 이전에는 어느 정도 정파의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이나 여지라도 있었지, 지금의 모습은 위선(僞善)이 아니라 완전한 순수의 악, 그 자체였다.
“크흐흐흐.”
사악한 마공은 손쉽게 엄청난 위력과 폭발력을 가지는 대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동반하였다.
앞서 말한 대로 동공의 변화를 비롯하여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심마(心魔)였다.
두뇌에 심마가 생겨서 포악해지거나 광포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것은 남일산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어졌으며 두 눈은 이미 악의 것으로 충만하였다.
“죽어! 죽엇!”
어디 내공심법뿐인가?
그가 익힌 마공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혈악폭참(血惡爆斬)!
그는 혈사폭심법의 강맹하고도 사악한 위력을 온전히 담아 또 다른 마공이자 검공, 혈사위천검법(血邪僞天劍法)의 절초를 펼쳐내었다.
그전에 펼친 검강이 새하얗고 순수한 빛의 백운천명학검결의 검강이었다면, 지금은 핏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불길하고도 사악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