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5화 (5/267)

5화 이런 놈도 있었지

“음. 맛있어. 맛있어. 탕수육은 역시 충남원이지.”

식사를 다 마친 후 그릇을 정리해 밖에 놔뒀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충남원.

고기가 가득 찬 한국식 탕수육이었다.

나는 물 한 잔을 마시며 입가심을 한 후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흐흐.”

자리에 앉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까 확인했던 소설 수익 때문이었다.

그걸 떠올리니 배부르다 못해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이 절로 들었다.

[총 정산 금액: 1,283,235원]

128만 원.

내가 어제 하루 동안 번 금액이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내 예상보다 정산금이 훨씬 많다.

물론 내 지난 작가 생활 동안 이 정도 수익을 못 올려 본 건 아니다.

이벤트가 들어갔을 때는 하루에 천 단위 매출도 찍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웹 소설 시장이 한창 잘나가는 미래에나 있을 법한 얘기고, 지금은 2012년도다.

조아유에서 1위를 찍는 작품이 달에 천만 원 조금 넘게 벌어가는 2012년.

아무리 48화를 한꺼번에 올려서 얻은 수익이라지만, 나는 하루 만에 그 10분의 1을 벌어 버린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야.’

내가 이 시절에도 웹 소설 작가로 활동했던 건 아니었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대략 듣기로는 이 시절의 탑 작가들이 보통 월에 1,000에서 1,50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 들었다.

나는 황족이다와 메모라이제이션도 얼추 그 정도의 수익을 벌고 있다.

그렇기에 하루 수익으로 많아 봐야 4~50만 원 남짓을 생각했는데, 그 두 배를 넘다니.

아무리 나라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반짝이긴 하겠지만.’

물론 나도 128만원의 수익이 일시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수익이 나온 건 내가 어제 50화에 달하는 분량을 한꺼번에 투척했고, 첫날인 만큼 더 많은 조회수가 찍힌 덕분이다.

조아유 독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듣도 보도 못한 작품이 갑자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댓글란도 호평으로만 가득하니, 어찌 그런 작품을 클릭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었겠는가?

아마 어젯밤부터 조아유를 이용했을 독자 중 반 이상이 내 작품을 클릭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업로드된 분량이 48화로 조아유의 작품치고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니, 글이 재밌게 읽혔다면 아마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었을 거다.

그리고 안늙강은 내 입으로 말하기 뭣하지만 충분히 재밌는 글이었다.

어쨌든.

내 말은 그거다.

앞으로의 하루 수익이 지금 정도로 나올 일은 드물 거라는 거.

며칠 간은 입소문을 타고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겠지만, 며칠만 지나면 반의 반도 안 되게 하락할 거다.

뭐,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이번 달은 어쩌면 2,000만 원 이상.

그다음 달부터도 월에 1,000만 원을 넘게 가져갈 수 있을 거다.

물론, 21년도에는 월에 1억을 벌던 작가도 몇 명 있던 걸 생각해 보면 적디적은 액수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놈들에게나 그런 거고. 내가 누구?’

바로 회. 귀. 자.

내게 있어서 1,000만 원은 그냥 1,000만 원이 아니다.

왜냐.

잘 때도 샤워할 때도, 내 곁에서 절대 떼 놓지 않는 노트.

그곳에는 지금의 시드 머니를 1년 만에 500배로 늘려 줄 보물 같은 정보가 있지 않은가?

그럼 얼마야.

1,000만 곱하기 500은 50억.

즉.

‘나는 사실상 한 달에 50억을 버는 거라고! 50억!’

내가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살면서 50억이라는 금액을 버는 걸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매일을 웹 소설 쓰는 데에 매진했어도 평생 반의반도 못 벌었을 거다.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은 돈임에도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이미 돈을 벌면 어디다 쓸지도 고민해 봤다.

우선 집안에 있는 1억 남짓의 빚을 갚고.

다음에는 예전에는 아이쇼핑만 했던 각종 비싼 옷을 사들이고.

성인이 되는 기념으로 내게 외제차를 선물할 생각이다.

그다음에는 내가 적어 놓은 미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다시 돈을 재투자할 거다.

그리고 그때는 50억이라는 큰돈도 ‘겨우 50억?’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돈이 되겠지.

‘이거 참, 재벌물 주인공이 따로 없네.’

내게 어느 날 10억이 생긴다면…….

어느 날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사람이라면 다 한 번쯤은 했을 법한 상상이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외제차나 명품 옷 같은 현실에서 해 보지 못한 소비를 상상 속에서나마 했을 거고.

하지만 나는 그런 상상들이 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올해 안으로 몇십 억을 벌 거고, 그 몇십 억이 몇 년 후에는 몇백 억, 몇천 억이 될 거라는 건 확정적인 미래니까.

꿈꾸는 일들을 모두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게 가져다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다른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탁. 타닥.

‘오늘도 3시간 만에 12화.’

오늘도 글이 쭉쭉 나온다.

미친 속도가 따로 없다.

이야기가 2권을 넘어서고 있는 데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처음 글을 쓸 때보다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원래라면 글이 가장 빨리 써질 때는 처음 글을 써 내려갈 때다.

초반에는 소재에 따른 아이디어들이 막 샘솟고, 캐릭터들의 서사가 마구 날뛸 수밖에 없으니까.

이야기가 쌓일수록 글 쓰는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떠오르는 뒷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니.

다른 작가들이 알았다면, 아니 회귀하기 전의 내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단박에 쌍욕을 날렸을 만한 일이다.

‘우선 써진 분량은 모두 올리고.’

업로드는 글이 써지는 대로 족족 올릴 예정이다.

사실 작품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하루에 2~3화 정도씩만 올리는 게 최선이다.

연재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더 많은 독자의 유입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수익을 버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

정산이 한 달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만큼 투자가 늦어지는 일이니, 첫 달 정산금을 늘릴 수 있는 대로 늘려야 한다.

-1빠!

-와, 오늘은 12연참이네ㅋㅋㅋㅋ

-대체 이 작가 뭐냐? 혹시 완결까지 다 써 놓은 거?

-아니, 근데 여기서 끊는다고? 인성 실화냐?

-아; 하루만 더 참고 볼걸 ㅠㅠ

-여기서 끊으면 어떻게 하라고…….

글을 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최신화에 달린 댓글들은 벌써 수십 개.

그만큼 내 작품이 현재 인기가 있다는 거다.

반응은 역시나 어제 이상으로 폭발적이다.

다만, 오늘 같은 경우는 댓글들에 원성이 가득하다.

대체 왜 여기서 끊었냐는 반응들이 여럿 보인다.

의도한 반응이다.

오늘 최신화의 마지막 부분을 딱 이번 에피소드의 클라이맥스로 가기 직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엄청난 뽕이 터질 부분에서 끊었기 때문이다.

일명 절단마공.

독자들을 다음 화까지 붙잡기 위한 작가들의 여러 스킬 중 하나다.

-아,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다음 편 내놔요.

-와… 이건 진짜 잔인하네. 이걸 여기서 끊어?

-더 줘! 더 내놔!

사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다음 화가 궁금하도록 써졌기에, 나를 보고 너무하다고 댓글을 다는 독자들이 많다.

물론 불만에 가까운 정도는 아니다.

투정 섞인 애교? 딱 그런 느낌들의 댓글이다.

어쨌든.

“흐흐.”

그런 반응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아, 난 독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역시 내가 봐도 나는 성격이 조금 꼬였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어서 빨리 다음 화를 써 내려가고 싶다.

이번 에피소드의 클라이맥스를 어떤 식으로 쓸지도 미리 구상해 놨다.

주인공이 줄 수 있는 뽕을 극대화하면서, 히로인과의 새로운 관계 구성까지.

남은 건 머릿속의 내용을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쓸 수 없다.

감성적인 내용이 듬뿍 들어갈 편인 만큼, 나도 조금 더 감성적으로 변하는 새벽에 쓰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늘은 안늙강을 쓰는 것 말고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으쌰.”

노트북을 덮은 후 나는 옷장 앞으로 향했다.

와, 씨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9년 전 내 패션 센스… 싸대기 마렵네.’

이맘때의 나… 대체 이런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녔던 거냐!

대놓고 이상한 옷들은 아니었지만, 2021년을 살아가던 나에게는 뭔가 미묘하게 촌스러운 옷들만 옷장에 가득했다.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모조리 다!

“아. 그나마 얘네는 덜하네.”

그래도 찾다 보니 미래의 패션 센스로도 그리 촌스러워보이지 않는 기본 템들이 옷장 안에 있었다.

검정색 카라티와 베이지색 반바지.

2021년의 미래에서도 먹힐 법한 스테디셀러들이다.

게다가 원래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 법.

타고나길 잘 태어난 덕분에 대충 입어도 봐줄 만했다.

“잘생겼네.”

내 얼굴 보고 내가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이 꽤 잘생기긴 했다.

흠흠.

아무튼.

나는 거울을 조금 더 살피다 집을 나섰다.

* * *

집에서 50m 정도를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30분.

그리고 버스에서 내린 다음 걸어서 5분 정도 더.

그렇게 가면 꽤 추억 어린 곳이 하나 나온다.

[STR엔터테인먼트]

소규모의 연예 기획사.

내가 아는 2021년의 미래에서는 그나마 남자 아이돌 그룹 하나가 중박 이상이 터져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형 기획사 취급은 꿈도 못 꿨던 STR엔터테인먼트.

언젠가의 내가 무려 6년 동안.

그리고 지금의 나는 2년 정도 몸을 담궜을 소속사였다.

‘이렇게 보니까 또 그리운 기분이 드네.’

이게 얼마만이야.

내 발로 나갔다기보다는 회사에서 재계약 제의가 없어 나간 거라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한 곳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와 본다고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좋은 기억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기도 했고.

물론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많기는 했지만 말이다.

뭐, 사람 사는 곳이 으레 그렇듯, 어딜 가나 좋은 놈도 있고 나쁜 놈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야, 선우진이! 임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STR엔터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마주한 이놈.

비록 이놈은 여기서 만난 나쁜 놈 중 제일 뭣 같은 놈이었지만 말이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껄렁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던 놈에게 대충 인사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김대훈.

직책은 팀장.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을 잔뜩 찌푸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얼굴처럼 성격도 더러운 놈이다.

‘얘는 이때도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있네.’

“너 이 새끼야, 똑바로 안 해?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이제 연습하러 와? 가뜩이나 실력도 떨어지면서? 어휴, 이래서 최 실장 그노마가 데리고 온 놈들은 안 된다니까?”

마땅찮다는 듯한 눈초리로 내 아래위를 훑는 김대훈.

이놈이 방금 말한 최 실장은 길거리를 걷던 고1 시절의 나를 캐스팅했던 최지윤 실장을 말하는 거다.

김대훈과는 달리 생긴 것도 멀끔하고 성격도 좋은 최지윤 실장.

아마 지금쯤 홍보 팀 여직원이랑 막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떠나 있을 거다.

이놈은 그런 최지윤 실장에게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최지윤 실장과 결혼한 홍보 팀 여직원을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건지, 최지윤 실장이 캐스팅했던 나를 사사건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것도 아니면 독두꺼비 같은 자기 얼굴과는 정반대의 외모를 가진 내가 그냥 싫었거나.

어쨌든.

“스읍, 하여간 허우대만 멀쩡한 놈들이 이래서 안 돼. 너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네 연기력으로는 데뷔는 한참 멀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어? 그랬어, 안 그랬어?”

예전에는 김대훈한테서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 사과하고는 했다.

김대훈의 말처럼 내 연기력이 좆 박은 건 나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내게도 STR엔터가 연기 선생을 붙여 주는 등의 지원을 해 준 것도 사실이었고.

뭐, 따지고 보면 회사는 본인들이 처음 약속한 계약서대로 나를 트레이닝시킨 거지만, 그래도 이맘때의 나는 그 사실에 꽤 미안함을 느꼈다는 거다.

마치 가망 없는 내게 회사가 큰 혜택을 베푸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김대훈 이놈한테 빈번하게 개지랄을 받던 19살의 내가 그랬다는 거고.

19살의 내가 아니라 28살의 내 정신으로 판단하자면?

“야 임마. 너는 아들내미 원하는대로 배우시켜 주겠다고 너 뒷바라지 해 주시는 부모님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어? 남들보다 일찍 와서 연습해도 모자랄 판에.”

내 연기력이 좆 박은 건 좆 박은 거고, 그게 이 김대훈 개자식한테 이딴 개소리를 들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어디서 이 씹새가 우리 부모님을 들먹여?

“그러게요. 저도 김 팀장님 같은 허우대 안 멀쩡한 얼굴로 태어났으면 주제에 안 맞는 배우는 꿈도 안 꿨을 텐데요.”

“…뭐? 선우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는 김대훈.

뭘 그렇게 노려 봐, 임마.

나 오늘 여기 그만두러 온 거야.

어?

빨리 글 써서 코인 살 돈 모아야 하는데, 여기서 가망 없는 배우 지망생 놀이 할 때가 어딨어?

“못 들었어요? 제가 김 팀장님처럼 생겼으면 배우는 무슨, 공부나 열심히 했을 거라고요. 그것도 아니면 열심히 알바 뛰어서 성형 수술 비용 모으거나. 저 사실 계속 잘생기게만 살아와서 김 팀장님 얼굴로 살 자신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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