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8화 (8/267)

8화 회귀자 펀치!

우우웅-

“오. 드디어 들어왔네.”

나는 스마트폰에 온 문자를 확인하며 미소 지었다.

며칠 전 STR엔터에 요청했던 환불금이 들어왔다는 문자였다.

정확히 1,870만 원.

계좌에 원래 있던 내 용돈 조금을 합치면 우수리 떼고 1,900만 원.

타닥. 타다닥.

통장 잔액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한 사이트로 접속했다.

그 이름은 마운트콕스(Mt.Kox).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의 사이트였다.

내가 알기로는 14년도에 해킹으로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하면서 파산하는 회사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그 전에 정리해 다른 계좌로 옮겨 놓으면 되니까.

어쨌든, 마운트콕스에 접속한 나는 바로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를 살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1BTC = 7.78$]

한국 돈으로 9천 원도 되지 않는 금액.

그게 지금 비트코인의 시세였다.

‘다행이야. 요 며칠 사이에 가격이 꽤 떨어져서.’

내가 회귀한 첫날의 비트코인 가격도 대략 7불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격도 7.8불 정도.

그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에 거의 변동이 없던 거냐고?

그건 아니었다.

내가 회귀한 이후 점점 상승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며칠 전만 해도 15.3$라는 고점을 찍었었다.

회귀 첫날 가격과 비교하자면 대략 2배에 달하는 가격.

첫날에 비트코인을 샀으면 바로 2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거다.

그거 때문에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STR엔터에 다시 연락해서 환불금 언제 들어오냐고 몇 번이나 쪼았을 정도다.

물론 절차상의 이유 때문이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런데 결국 며칠 걸려서 들어온 게 전화위복이 됐네. 흐흐, 기다리는 사이 이렇게 떨어질 줄이야.’

하지만 내게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며칠 전 두 배가 올랐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엄청나게 하락했다.

하루 만에 고점 대비 대략 30%가 하락하고, 그다음 날에도 비슷한 만큼이 하락.

그리고 결국 오늘 날짜 기준으로는 7.78$이 됐다.

내가 아무리 회귀자라고 해서 이맘때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할 줄은 몰랐었으니.

환불금이 며칠 일찍 들어왔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뻔한 것이다.

‘뭐, 심정적으로 손해인 거지 15불에 샀어도 엄청난 이득이 되긴 했겠지. 내가 과거로 오기 전에 비트 가격이 분명 7천을 넘겼었으니까…….’

7천 원이 아니라 7천만 원이다.

지금은 9천 원짜리 비트코인이 9년 후면은 7천만 원으로 파멸적인 상승을 하는 거다.

즉, 지금 사 놓고 묵혀 놓기만 해도 8,000배가 오르는 마법이 존재한다는 것.

‘거기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더한다면?’

내 자산은 단순히 8,000배가 아니라 수만, 수십만 배의 상승이 가능하게 될 거다.

하핫.

지금의 만 원이 9년 후에는 수십억 원이 되는 꼴이라니.

“후우우.”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마운트콕스에 로그인했다.

가상 지갑은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참으로 다행인 점은, 이때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등의 가상 화폐 거래에 성년, 미성년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규제를 통해 미성년의 코인 거래가 금지되지만, 아직은 그런 규제가 생기기 전이었다.

덕분에 나도 무리 없이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었다.

‘혹시 다른 데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 비상금으로 30만 원은 남겨 놓고…….’

나는 남은 1,900만 원 전부를 우선 달러로 환전했다.

대략 1만 6,800달러.

몇 가지 절차를 거쳐 모두 거래소에 입금했다.

‘오. 그사이 7.63$로 떨어졌네.’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살짝 떨어져 있었다.

작은 차이였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큰 차이리라.

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가즈아! 비트코인 풀 매수!”

두구두구두구.

계획했던 대로 사기만 하면 되는 건데도 가슴이 엄청 떨렸다.

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서.

띠링-

알림음과 함께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표시가 뜬다.

그렇게 내가 사들인 비트코인의 수량은…….

“이예에에에에쓰!”

화면에 뜬 숫자를 보는 순간 괴성을 질렀다.

미리 계산을 해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던 것이다.

[보유 BTC: 2,200.68BTC]

2,200비트코인!

2,200비트코인이라니!

이게 바로 회귀자 펀치다, 평범한 좆간들아!

* * *

하하.

미쳤네.

진짜 미쳤다.

“2,200비트코인?”

그만큼의 비트코인이 이제 내 소유가 됐다.

알고 있었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 수량이다.

이건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 봐라.

나는 1비트코인이 7천만 원에 거래되던 시대를 살던 사람이 아닌가?

약 2,200 비트코인.

9년 후 미래 가치로 환산하면 대충 잡아도 1,500억 원인 거다.

그런 금액의 코인이 내 지갑에 들어가 있는 거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저 비트코인이 1,500억 원이 되는 건 모두 먼 미래의 얘기이기는 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7천만 원에 달하는 때가 오려면 9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오기만을 마냥 기다리기만 할 필요는 없었다.

준비된 회귀자인 나에게는 회귀자 펀치가 여럿 있었으니.

‘일단 내년에 200불이 되면 한번 털어야지.’

그때 환율이 어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1,000원으로 어림잡아 계산해도 1비트코인 당 20만 원.

즉, 내가 가지고 있는 2,200비트코인은 4억 4천 정도가 되는 거다.

‘게다가 앞으로 나올 정산금으로 내년 4월까지 계속 비트코인을 모을 거니까 겨우 4억 4천으로 끝이 아니겠지.’

지금 날짜가 2012년 8월.

비트코인이 200불로 한 번 쏘는 내년 4월까지 정산을 8번 더 받을 수 있다.

내년까지 소설 정산금이 어느 정도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소 달에 천만 원은 훌쩍 넘게 나올 터.

‘한 2~3억 정도는 더 비트코인을 살 수 있겠지.’

그만큼이면 내년까지 계속 오를 비트코인의 가격을 생각해도 지금의 열 배는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을 거다.

그걸 200불에 판다고 생각하면 50억 정도.

심지어 내년 코인 상승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100불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000불까지 파멸적 상승!’

1년도 지나지 않아 10배가 뛰는 매직!

그러면 50억이 아니라 내년 말에 내가 쥐게 될 금액은 500억!

이게 뭐야?

돈이 이렇게 쉽게 복사가 된다고?!

‘1년 뒤면은 몇백억대 부자가 될 수 있다니. 흐흐.’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트코인 이외에도 내 노트에는 내게 돈다발을 안겨 줄 미래 정보가 한가득 남아 있다.

물론 그것 중 대부분이 해 봐야 몇십억 정도 벌 수 있을 소소한 것들이지만… 그래도 몇몇 굵직굵직한 것들은 남아 있다.

‘일단 17년도쯤에 비트코인이 2,500만 원을 찍고. 거기에 몇 년 뒤 있을 게임스탑 사태나 도지코인 등등. 모두 잘만 노리면 수십 배를 또 벌 수 있는 기회들이지.’

‘게다가 평상시에는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데에 넣어 놔도 떨어지지는 않을 거고.’

‘무엇보다 비트코인 같은 무거운 가상 화폐 말고도, 지금 대충 기억나는 알트코인에 돈을 넣어 놔도 되고. 알트코인은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 정도로 유명했던 것 여러 개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면 되겠지.’

이렇게 내가 회귀하기 전인 2021년까지 지난다?

그러면 2021년의 나는 내가 내년 말에 거머쥘 500억의 수백 배, 아니 수천 배를 가지고 있을 거다.

‘단순 계산하면 몇십조 부자가 되겠는데?’

물론 단위가 그 정도로 커진다면 내 매도, 매수에 코인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테니,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다.

투자 금액이 커지는 만큼 내 노트 속 미래 정보도 100%로 활용하지는 못할 거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몇 년 후의 내가 최소 몇십조를 지닌 부자가 되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그 정도 자산이면 나는 아무리 못해도 세계 부자 순위 50위 안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오성그룹 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가 될지도 모르고.

아니지, ‘어쩌면’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될 거다.

“으음. 이참에 세계 1위 부자까지 노려봐?”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거다.

나는 재벌물 속 주인공처럼 앞으로 어떤 기업이 뜨게 될지, 어떤 산업이 각광받을지 등을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코인이라는 든든한 자산 증식 수단과 몇 년 뒤 닥쳐 올 코로나라는 재난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고.”

잠깐 고민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세계 1위 부자?

일단은 그리 혹하지는 않는다.

수십조 원이나 수백조 원이나.

내 입장에서는 원래라면 꿈꾸기도 힘들 정도의 재력인 건 둘 다 마찬가지다.

어차피 평생 써도 다 못 쓰고 죽을 돈.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꿀 빨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일론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 찍는 거는 조금 마음에 안 들기는 하는데.”

과거로 오기 전.

트위터에서의 개지랄로 나를 무척이나 괴롭혔던 머스크 십련.

나중에 세계 부자 순위에서 그 자식보다 아래에 있으면 조금 기분이 나쁠 것 같기도 했다.

“…진짜 돼 버려? 세계 최고 부자?”

* * *

“룰루- 룰룰루-.”

흐하하!

이거 참 아주 기분 좋은 아침이군!

마치 미친놈이 된 것처럼 웃음이 실실 나온다.

“어머. 아들, 좋은 일이라도 있어?”

“하하. 어머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움하하!”

“뭐야… 엄마. 쟤 뭐 잘못 먹었어? 요새 좀 이상한데?”

아침부터 웃어 대는 내게 묻는 엄마에게 대답하자, 옆에서 밥을 먹던 누나가 나를 미친놈 보는 것처럼 흘겨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누나의 시선 따위에 굴하지 않았다.

왜냐?

바로, 나.

선우진.

내가 누구?

바로 2,200BTC의 오너!

이게 어제는 어느 정도 담담하게 넘겼는데, 새 아침이 밝으니까 기분이 새롭단 말이지.

흐흐.

입이 근질거리지만 애써 참았다.

내가 어제 이후로 9년 후 가치 기준 약 1,500억 원의 비트코인 보유자가 됐다는 사실을 떠들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 이번엔 진짜로 진지하게 내가 미쳤는지 의심하시겠지.

“응, 이상한 건 누나가 더 이상해. 아, 엄마, 아빠는요?”

“거래처에 물건 떼러 갔는데 좀 늦어지나 보다. 일찍 돌아오면 너 기획사까지 태워 준다 했었는데.”

흠흠.

아직 부모님은 내가 기획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들키면 큰일 난다.

부모님 몰래 벌인 일일뿐더러, 기획사에서 나온 걸 알게 되신다면 교육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실 테니까.

부모님을 속이는 게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엄마, 아버지. 1년만 참아 주세요. 그도 그럴 게 1년 사이에 돈이 복사가 될 거라니까?!

그것도 수백 배로 복사가 된다고!

아무튼.

그 때문에 나는 요새 연습하러 나가는 척하면서 카페로 가 글을 쓰고 있었다.

“괜찮아요. 버스 타고 가죠 뭐.”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아침 식사가 차려진 식탁에 앉았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일찍 거래처에 가셨나 보다.

내 아버지는 낚시대 부품을 만드시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사실, 말이 공장이지 직원이 아버지와 엄마 둘뿐이니 가내수공업이나 다름없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다른 직원들도 여럿 있었는데 커 가면서 공장 운영이 어려워졌는지 다들 사라졌다.

‘내년에는 은퇴하고 엄마랑 같이 경치 좋은 데 놀러 다니실 수 있게 해 드려야지.’

차도 기가 막힌 거로 하나 뽑아 드려야겠다.

지금은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탓에, 중고로 싸게 구한 오래된 렉서스 차량을 타고 다니시는 아버지시다.

중고차이기는 해도 처음 사신 외제차라고 차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아들보다 더 귀중히 여기실 정도다.

그런 아버지에게 내년에 원하시는 차를 한 대 뽑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모이시는 친구분들 자리에 타고 나가셔서 내 자랑을 엄청나게 하시겠지.

자식 자랑을 하실 수 있게 하는 것만큼 큰 효도도 없는 법이다.

‘그리고 나도 한 대 뽑아야지.’

뭘로 사야 할까?

아벤타도르? 마세라티?

회귀 전에도 차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차감만큼은 죽이는 거로 뽑아야지.

슈퍼카에서 내린 후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건 내 오랜 꿈이었다.

물론 돈은 최대한 아껴야 하니까 법인 내서 리스로.

“엄마, 저 그럼 이제 나갈게요.”

우우웅-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향하려던 순간,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톡 내용을 확인한 나는 작게 웃었다.

[야, 선우진. 너 왜 연락 한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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