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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8화 (28/267)

28화 신인 작가 선우

“이건 또 뭐야……?”

당황스럽다.

나도 모르는 새 내 팬 카페가 생겨 있다니.

사람 수가 엄청 많지는 않다.

1,000명 남짓.

하지만 아직 활동도 하지 않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예인도 아닌 내 팬 카페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사실 내가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의 팬 카페의 회원 수보다 더 많았다.

뭐, 그때의 나야 말이 배우지 아직 브라운관에 한 번도 나와 보지 못한 신세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진이… SBC에서 찍혔던 거구나.’

아무튼,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아보니 내가 저번 SBC 제작 센터에 들렀을 때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돌 찍덕처럼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몇 보기는 했는데, 그중 한 명인 듯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어디서 이슈라도 된 건지 사람들이 팬 카페를 만든 것이었고.

심지어 얼잘남이라는 요상한 별명까지 붙어 있었다.

[집 나간 얼잘남을 찾습니다…….]

제바류ㅜㅠㅠㅠ 누군지 좀 알려 줘ㅓㅓㅓ

[일단 슴은 아님; 문의해 봤는데 그런 연생 없대…….]

-디와이랑 업엔터도 아님 ㅠㅠㅠ 나 지인 있어서 몰래 물어봄;

-비공개 연생이라 숨기는 거 아냐?

└그런 것 같진 않던데… 사진 보내 주니까 오히려 거기서 난리던데? SBC에서 본 거 맞냐고, 언제였냐고… 글고 누군지 찾게 되면 제발 알려 달라던데?

[얼잘남 진짜 일반인인 거 아냐?]

그러면 우리 나중에 문제되는 거 아님? ㅠㅠㅠㅠ 일반인 사진 찍어서.

-그래서 성희롱성 댓글 달면 바로 카페 밴이잖아… 혹시나 해서.

-근데 저 얼굴로 일반인일 수가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설령 일반인이라고 해도… 나중에 사진 보여 드리면 판사님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이 얼굴을 보고 어떻게 안 빠냐고요ㅠㅠㅠ

└22222222

└앜ㅋㅋㅋ33333

으음.

뭐, 내가 문제 삼자면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인 건 맞다.

하지만 내가 계속 일반인으로 살 것도 아니고…….

조만간 내가 선우라는 게 밝혀지면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유명세를 얻게 될 테니,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연예인 아니라고 일반인, 일반인 그러니까 뭔가 이상하네…….

아무튼.

‘끽해야 사진 2장이 전부인데… 글들이 엄청 많네.’

원래 이런 팬 카페 같은 건 소위 떡밥으로 인해 굴러가기 마련이다.

A가 오늘은 뭘 할 예정이네, 어제는 무슨 프로를 찍었네 등등.

응원하는 대상의 스케줄이나 활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곳인 것이다.

아니면 그런 거라도 없는 상황에서는 A가 오늘은 이런 의상을 입었네 등의 신변잡기식 내용들로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일반적인 팬 커뮤니티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 팬 카페에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나에 대해 알려진 거라고는 사진 2장을 통해 볼 수 있는 외모가 전부였으니까.

그래서일까?

[얼잘남 사진 정밀 분석했음.]

1. 일단 키는 183~185CM 추정.

들고 있는 커피 잔 똑같은 카페 가서 길이 측정 후 따져 본 거임.

2. 비율은 9등신임.

정확히는 8.6~8.7인데 반올림해서 9등신으로 치기로 함 ㅇㅇ 반박 안 받음.

3. 집안이 유복한 편인 듯(최소 은수저)

최소 은수저라 쓰긴 했는데 금수저 이상일 듯;

손목에 시계 보이지? 뭔지 말 안 해도 왕관 로고 보면 딱 알겠지?

저거 섭마 콤비네이션 모델인데 정가가 1,580만 원임…….

짭일 수도 있겠지만 입고 있는 옷 보면 아닐 듯.

코트만 400에 신발도 150 정도 나감;

.

.

.

무슨 과학 드라마 속 범인 찾기처럼 내 사진 2장을 아주 정밀 분석을 해 놨다.

그리고 정확도도 꽤 높았다.

뭐, 금수저라는 말은 틀렸지만 말이다.

이제 집안이 유복해진 건 맞지만, 그건 내가 그렇게 만든 거니까 말이다.

‘시계가 1,600이나 했어? 좋은 걸 받았네.’

물론 롤렉스가 비싼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얼마나 비싼지를 몰랐던 것뿐이다.

그래도 명품 소리를 듣는 시계이니까 한 3~400 정도 나가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시계의 가격을 제대로 모르는 건 원래 내가 시계에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저 사진 속 시계는 선물받은 거였기 때문이다.

내 작품의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진강문학사에서 안늙강 추가 계약을 맺었을 때 선물로 줬었다.

롤렉스는 ‘라오리스(勞力士)’라는 중국식 이름을 갖고 있는데, 해석하면 ‘노력하는 선비’라는 뜻이란다.

그게 하루에도 십수 편씩 글을 쓰는 나의 모습 같다고 선물을 해 줬었다.

아! 옷은 내가 내 돈 주고 산 내돈내산이 맞다.

시계야 핸드폰 시계가 최고라 생각하던 사람이라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옷은 원래부터 좋아했었다.

그렇기에 수익이 10억 단위로 뛰고 나서는 적당한 선에서 이것저것 쇼핑하고 있었다.

기껏 회귀까지 했는데 돈을 엄청 아끼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튼.

‘아직은 팬 카페에 뭘 올리기는 좀 그렇고… 제작 발표회 때까지만 참아야지.’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제작 발표회 일정은 내년 1월.

원래는 드라마 시작 일주일 전에 제작 발표회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경우는 일정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았다.

마침 검객무쌍의 제작 발표회가 바로 그 다음 주에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촬영은 한참 전에 들어간 검객무쌍이지만 중국 드라마는 초반부 정도만 사전 제작하고 들어가는 한국 드라마하고는 달리 100%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 그때쯤 일정이 잡혔다.

일단 그래도 내가 한국인인 만큼 내가 선우라는 사실은 한국에서 먼저 공개할 생각이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내 정체를 꽁꽁 싸매고 다닐 생각은 없다.

‘그 전에 정체가 밝혀져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귀찮아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냥 안 들키면 좋고, 들키면 어쩔 수 없고.

그 정도의 마인드다.

어쨌든.

탁, 타다닥-

팬 카페 구경을 끝낸 나는 한글 창을 켜고 집필에 집중했다.

<마지막 마법사>는 기존의 안늙강과 칼넘강과는 조금 궤가 다른 작품이다.

그 두 작품들은 시원시원한 주인공의 거침없는 행보, 그런 주인공과 대립하는 빌런들, 그 빌런들을 시원스럽게 처치하며 사이다를 주는 주인공.

그리고 그에 따른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렇기에 독자들 입장에서 별다른 부담 없이 유쾌하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법사>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호흡 또한 조금 더 느린 글이었다.

스케일에 있어서도 단순히 주인공 위주의 행보를 그렸던 전작들보다 차원이 다르게 방대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루하게 쓰지는 않았다.

매 화마다 다음 화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건 웹 소설의 기본이자 기본.

무게감과 함께 호흡을 느리게 가져가더라도 그 점을 잊지 않았다.

“후우-.”

그렇게 얼마나 썼을까.

벌써 2권까지의 분량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건… 서양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하지 않을까?’

장르가 판타지인 만큼 한국적인 색채가 기존 글들보다 훨씬 적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아시아권 이외의 독자들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번역가를 한번 찾아볼까.’

영어로 번역해 해외 시장에 한번 내놓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번역을 내가 하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건 전문가를 쓰는 게 효율이 좋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영어가 가장 흔히 쓰이는 언어인 만큼 번역 실력자들도 많았다.

‘아마존 같은 곳에는 내가 알아서 올릴 수 있으니까.’

해외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출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마존을 활용한 셀프 출판이 나을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한국과 중국에서 잘나가는 작가라 해도 그건 동아시아에서의 얘기다.

서양 출판사들한테는 내가 그저 동양 판타지를 써 성공한 신인 작가에 불과했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과 중국에서만큼의 대접은 상상도 못 할 거고.

스스로의 글에 자신이 있는 만큼, 그런 대우는 사양이었다.

드르륵-

그때였다.

옆에 놔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오늘 3시간 후에 일정이 있다는 알림이었다.

[대본 리딩 - 3시간 후]

* * *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대본 리딩 현장.

벌써부터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기! 거기는 카메라 두 대 세팅하고, 이쪽으로 조명도 설치해.”

양진철 PD가 분주하게 현장을 누볐다.

이맘때에는 영화 현장에서나 제작하던 메이킹 필름이다.

그 탓에 리딩 현장에서의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제작 팀에게 일일히 지시해야 할 것이 많았다.

“배우들 쪽 말고 이쪽도 비춰요?”

“어. 오히려 거기가 메인이야. 그렇다고 너무 눈부시게 하지는 말고. 배우들 연기 제대로 봐야 하니까.”

“넵. 근데 이거 PD님 잘 나오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한 스태프의 말에 양진철 PD가 피식거렸다.

조명 하나 비췄다고 잘 나오기는 무슨.

오늘 자신은 철저히 오징어 of 오징어가 될 예정이었다.

보통 드라마 리딩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를 잘 볼 수 있는 상석에 PD와 작가가 위치하기 마련.

즉, 자신은 꼼짝없이 선우진의 옆에서 쭉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과연 그런 자신의 모습이 메이킹 필름 화면 속에서 어떻게 비치게 될는지.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하하! 다들 안녕하십니까!”

그때, 우렁찬 인사와 함께 등장한 사람이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강주원 배우님!”

“안녕하세요-!”

“어머, 주원 씨 왔네!”

연기 천재가 되었다의 남주 역할을 맡은 강주원, 그였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인사했다.

드라마판에서 원체 성격 좋기로 소문난 강주원이다.

그를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

“며칠 만에 또 뵙네요, PD님.”

“예. 어서 오세요. 어? 그런데 주원 씨 오늘 숍 안 갔다 오셨어요?”

양진철 PD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오늘 메이킹 필름을 찍을 예정이라고 배우들에게 통보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숍에 들러 메이크업을 끝마치고 올 줄 알았는데, 다소 프리한 행색으로 나타난 강주원이었다.

“에이. 저 쌩얼도 괜찮아요. 보시면 아시잖아요.”

“오늘 카메라 돌릴 건데도요?”

“하하. 원래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겨야 제대로 된 메이킹 필름인 거죠.”

강주원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질 만한 비주얼을 지닌 강주원이기는 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고 그 얼굴이 빛바래지는 않는다.

실제로 강주원의 말처럼 그는 쌩얼도 훌륭한 편이었으니까.

‘으음, 괜찮으려나……?’

그런 자신감 넘치는 강주원과는 달리, 양진철 PD는 아주 살짝 걱정되기는 했다.

만약 이곳이 다른 드라마의 리딩 현장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그곳에는 선우진이라는, 작가의 탈을 쓴 얼굴 천재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에이, 그래도 강주원인데. 괜한 걱정이야.’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에 신경을 끄기 시작한 양진철 PD였다.

어차피 자기가 보기에는 둘 다 존잘 중 존잘인 강주원과 선우진이다.

메이크업 안 했다고 작가님한테 꿀리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내, 여주인공인 한시연도 도착했다.

여배우답게 그녀는 메이크업으로 완전 무장을 끝마친 상태였다.

“아, 시연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PD님. 주원 오빠도 오랜만.”

“어. 왔냐. 뭐야? 오늘 아주 제대로 꾸미고 왔네?”

“촬영하는데 당연하지. 그러는 오빠는 뭐야, 오늘? 이제 연기력으로만 승부 보기로 한 거야? 아니면 어차피 안 꾸며도 출연진 중 자기가 제일 낫다는 자신감?”

“흐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

한시연의 말에 웃으면서도 굳이 부정하지는 않는 강주원이었다.

“으아.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소문의 천재 작가님 뵐 수 있는 건가? 작가님은 어떤 분이세요, PD님? 사실 제가 대본 쓰신 작가님 엄청 팬이거든요. 원래 소설 같은 건 안 봤었는데, 대본 보고 너무 좋아서 소설까지 찾아봤다가 반해 버렸어요. 아, 시연이 너도 작가님 소설 읽어 봤어?”

“아니. 싸우고 죽이고 이러는 건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라… 그래도 대본은 좋았어, 무척.”

한시연이 제 앞에 놓인 대본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캐스팅 안 되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했었는데… 천만다행이지. 정다정도 여기 컨택했었다는데, 나 말고 걔가 됐으면 어쩔 뻔했어.”

“너희는 아직까지 사이 안 좋냐?”

“어우. 오빤 아직도 몰라? 걔 오빠처럼 잘나가는 사람들한테만 엄청 내숭 떠는 거? 나처럼 자기 경쟁 상대인 여배우들한테는 얼마나 개싸가지… 헙!”

말하던 도중 한시연이 놀라 입을 합! 하고 닫는다.

그러면서 양진철 PD를 바라본다.

“하하. 괜찮아요. 아직 카메라 안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쵸? 어휴, 놀라라. 죄송해요. 제가 주원 오빠랑 같은 극단 출신이라 이 오빠만 보면 말이 너무 편하게 나와서.”

“뭘요. 주연 배우분들 케미 좋으면 저희야 좋은 일이죠.”

어차피 찍혔다고 해도 못 써먹는다.

아무리 지상파 방송국의 힘이 강하다고는 해도, 저렇게 배우들의 사생활 섞인 말들까지 밖에 내보내는 건 힘들었다.

물론 애초에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럴 생각은 없는 양진철 PD였고.

아무튼.

‘슬슬 오실 때가 됐는데.’

약속한 대본 리딩 시간까지는 삼십 분가량 남은 상황.

선우진에게서 1시간 전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양진철 PD였다.

거리를 고려하면 이제 슬슬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드륵-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이내 들려온.

“와아-.”

누군가의 탄성.

그 소리에 양진철 PD를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

갑자기 회의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대화를 하는 소리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아무런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하핫.”

그 광경에 양진철 PD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아까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렇게 막상 둘을 같은 프레임 안에 놓고 보니 알겠다.

‘주원 씨… 숍 안 갔다 오신 거 엄청 후회하시겠네.’

아까의 걱정이 절대로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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