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인맥 축구는 좀
뉴스에서 떠들던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 상원 청문 위원회.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비트코인이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급 시스템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혀.]
[법무부 미틸리 라만 차관보, “법무부도 가상 화폐의 유용성을 안다”라고 청문회서 말해 화제!]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
[연방 행정당국이 비트코인을 합법적 지불 수단으로 기꺼이 인정하려는 뜻을 보여 줬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1BTC=847.13$]
청문 위원회가 시작되는 때만 해도 400달러 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끝나갈 때쯤은 600달러대로 치솟더니.
하루가 지난 지금은 900달러의 벽을 노크하기 시작한 것.
‘이 기세면 며칠 내로 1,000달러를 뚫겠는데?’
내가 기억하는 이번 폭등의 최고점이 1,100달러가 조금 안 됐으니까.
지금부터 슬슬 처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지금 가격으로 계산해도 이게 대체 얼마야.’
내가 기존 매집했던 비트코인의 수량은 대략 100만 BTC.
요 며칠 추가로 모은 건 40만 BTC.
그걸 합쳐 현재가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12억 달러.’
저번에 했던 질문의 답을 알았다.
내 책이 인쇄되는 속도와 내 돈이 복사되는 속도 중 빠른 것은?
당연 내 돈 복사 속도였다.
‘며칠 만에 재산이 몇 배가 됐네.’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과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
뭐 당연한 소리이기는 했다.
돈을, 그것도 엄청나게 큰돈을 벌게 된 건데 그게 기쁘지 않을 리가.
‘사람들이 이래서 도박을 못 끊는 건가?’
결과를 알고 땄을 때도 이 정도인데.
승패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박에 이길 경우는 훨씬 더 기쁘겠지.
물론, 저 12억 달러를 온전히 내가 가져가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수량이 140만 BTC나 되는 탓이다.
최고점인 1,100달러 선까지 어떻게 잘 처분한다 해도 12억 달러의 70%라도 건지면 다행이었다.
뭐, 그래도 최대한 거래량을 잘 살펴 가면서 야금야금 비트코인을 처분하고 있었는데…….
[바이두, 일부 서비스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성다텐디’, 상하이 푸둥신구 아파트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
[차이나 머니가 가상 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비트코인 광풍!]
우리 따거 형님들이 본격적으로 가상 화폐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거 호재인가요?’
아뇨, 화재입니다.
비트코인이 미친 불장에 들어갔어요!
중국에서 개인은 연간 해외 송금 가능액이 5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는데.
비트코인에는 그런 규제가 없다더라.
중국이 아무리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깝쳐 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국제금융에서 자기네들의 영향력을 비트코인으로라도 늘리려는 거라더라.
아무튼.
덕분에 중국산 부자들이 비트코인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었다.
특히 이번 폭등을 계기로 중국 내 거래량이 무지막지하게 늘기 시작하더니, 세계 거래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1BTC=1,178.50$]
그런 중국의 광풍에 힘입어, 그렇게 비트코인은 1,178달러라는 최고점을 찍었고…….
[1BTC=1,027.34$]
내가 비트코인을 반 정도 처리했을 때에도 1,000달러가 깨지지 않게 되었다.
이거 참.
‘차이나가 이렇게 고마워질 줄이야.’
검객무쌍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과거로 오고 나서는 이런저런 일로 중국이 나한테 도움되는 일들이 참 많아졌다.
그 덕에 회귀 전과는 달리 내 마음속 국가 선호도 랭킹에서 중국의 순위가 무럭무럭 오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북한과 함께(북한을 나라라고 치면 말이다) 뒤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전 세계 나라가 몇 개쯤 되지?’
으음… 어디 보자.
궁금해서 인터넷을 쳐 보니, 2012 올림픽에 총 204개국이 참여했다더라.
좋아, 인심 썼다.
내 마음속 국가 선호도 랭킹에서 이제 중국이 차지하게 된 순위는?
두구두구두구- 띠링! 199위!
중국은 이제 내가 좋아하는 나라 199위에 랭크됐다.
따봉 중국아, 고마워!
* * *
12억 달러의 70%만 건지면 잘 건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도중 중국의 참전 덕분에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수익금을 얻게 됐다.
‘12억 3천만 달러.’
한화로 약 1조 4,000억 원.
이번 비트코인 광풍을 통해 내가 번 금액이었다.
최근 엄청난 흥행 열풍으로 1억 부를 달성한 <마지막 마법사>를 통해 윅슨 출판사가 번 게 10억 달러였다.
거기에 내가 <마지막 마법사> 이외의 소설로 번 걸 합치면 2억 달러가 조금 안 될 거고.
즉, 내가 회귀 후 지금까지 글로 번 만큼의 돈을 비트코인으로 한 달 만에 벌어 버린 거다.
‘실감이 안 나긴 해.’
단번에 내 재산이 2배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2조 5,000억이 넘어 버렸으니.
어쩌면 한국 부자 순위 TOP 5에 드는 게 아닐까?
‘…진짜네?’
궁금증이 들어 찾아보니, 삼성과 현대, 두 재벌가의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하면 내가 제일이었다.
물론 이건 개인 소유 주식과 배당금 및 부동산처럼 겉으로 나와 있는 재산만 측정한 거니, 진짜 5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이제 이 회사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나는 여기서 방금 4억 달러짜리 쇼핑을 했다.
“<마지막 마법사>는 좋은 IP죠. 저희도 출판사로 영화화 제안을 보냈었는데요.”
로버트 프리드만이 악수와 함께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그는 써밋 엔터테인먼트의 CEO.
아니, 내가 방금 4억 달러를 주고 써밋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으니, 전 CEO라 하는 게 맞겠다.
“아, 그랬나요? 영화화 제안은 전부 거절하라고 했던 터라 몰랐네요.”
“하하. 그러셨군요. 사실 그때만 해도 거절당한 게 그리 아깝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더 적극적으로 나갈 걸 그랬습니다. 만약 <마지막 마법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 인수가를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뭐 그랬으면 내가 제작사를 인수 안 했겠지.
아무튼.
‘4억 달러를 쓰기는 했지만, 그리 아깝지는 않네.’
사실, 써밋 엔터테인먼트 말고도 인수 문의에 긍정적으로 답한 제작사는 몇 군데 더 있었다.
그중에는 써밋 엔터테인먼트보다 더 훌륭한 제작 인력을 보유한 곳도, 규모가 몇 배는 더 큰 곳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을 제치고 내가 이곳을 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단순 지배 지분을 갖고 있는 걸 넘어서, 창립자인 로버트가 8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써밋 엔터테인먼트가 원래는 영화 배급사였던 덕에 자체 배급이 가능하다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중소 배급사였었는데, 트와일라잇의 성공으로 꽤 규모 있는 제작사로 성장한 거랬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제외하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영화일지도 모르는 트와일라잇.
그걸 제작한 게 바로 써밋 엔터테인먼트였다.
사실 그 점도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뭐… 트와일라잇 영화의 완성도에는 절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작사에 소설을 영화화한 경험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경험이 <마지막 마법사>의 영화화에도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갖고 있는 IP들이 꽤 괜찮았다는 것.
‘존 윅과 다이버전트 시리즈 그리고 나우 유 씨 미.’
앞의 두 개는 써밋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은 영화들이었고, 나우 유 씨 미는 제작은 다른 데에서 했지만 써밋에서 배급을 맡은 영화였다.
모두 내가 알고 있을 정도로 꽤 흥행을 한 영화들인 만큼, 배급을 맡은 것만으로도 그 수입이 꽤 쏠쏠할 터.
거기에 존 윅과 다이버전트로 생길 수익을 생각하면 사실상 4억 달러가 아니라 공짜로 회사를 인수한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써밋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은 두 영화들은 이미 감독과 배우 선정까지 끝난 후 제작 촬영에 들어가있는 상태.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아무리 흥행할 걸 알고 있는 영화를 제작한다 해도 감독 역량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일 수가 있는데.
존 윅과 다이버전트는 이미 제작에 들어간 영화인 만큼 굳이 영화감독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다이버전트는 3편에서 폭망하던가? 그건 찍지 말아야겠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Mr. 아놀드.”
“편하게 트렌트라 불러 주세요. 보스.”
방금 날 보스라 부른 트렌트는 로버트 프리드만이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하고 간 인물이었다.
흥행할 영화를 알아보는 눈이 꽤 뛰어나다던데, 트와일라잇도 그렇고 존 윅과 다이버전트도 그가 픽했던 거라 했다.
뭐, 진짜 보는 눈이 뛰어난 건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기존 인력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그를 로버트의 후임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소설가가 영화 제작판에 뛰어든다고 할리우드 이곳저곳에서 말이 많다던데.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고 윗사람들이 다 바뀌어 버리면 기존 직원들한테서 반발이 꽤 클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뭐 딱히 영화 제작사를 이끌어 줄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고.
“좋아요, 트렌트. 우선 제가 왜 제작사를 인수했는지는 알고 계시죠?”
“그럼요. <마지막 마법사>를 제작하시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건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시리즈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제작에 들어갈 거라 들었어요.”
“네. 그래서 그사이 영화를 두 편 정도 제작할까 해요. 혹시 회사에 예정된 제작 일정이 있나요?”
“음. 우선 지금 제작에 들어간 게 존 윅과 다이버전트가 있고… 그 이후로 예정된 건 없어요. 다만, 현재 제작을 논의 중인 게 몇 개 있긴 하죠.”
“논의 중이요?”
“네. 원래 로버트 그 양반이 꽂혀서 만들겠다고 한 시나리오가 두 개 있긴 한데, 그래 놓고 본인이 회사를 팔았으니. 이제는 붕 떠 버렸죠. 물론 보스가 원하신다면 저희가 그 시나리오들의 제작을 맡을 수도 있고요.”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트렌트가 시나리오와 제작과 관련된 정보가 담긴 서류들을 가져왔다.
‘갓 오브 이집트랑… 크리미널?’
둘 다 들어 본 적 없는 영화다.
사실 내가 흥행 영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내가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없느냐.
그 시간에 웹 소설을 보면 봤지, 영화관을 찾지는 않았던 과거의 나다.
그런 만큼 내가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영화면 꽤 흥행했겠구나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갓 오브 이집트랑 크리미널 모두 내게는 생소한 제목.
도중에 제목이 바뀐 건 아닌가 싶어서 시나리오를 쭉 읽어 보기는 했는데, 둘 다 모르는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모르는 거지, 흥행하게 될 영화인 걸 수도 있겠지만…….’
괜한 도박수를 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마션이라는 성공 확률이 엄청나게 높은 복권과 내가 쓴 SF 소설이 있었으니까.
갓 오브 이집트랑 크리미널이라는 시나리오들은 제작을 취소하고 마션과 SF 소설 제작으로 일정을 빼는 게 맞을 것 같았다.
‘SF 소설도 제목을 정하기는 해야 하는데.’
이미 글을 다 쓴 상태라 2권짜리 소설로 출판도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도중에 막힌 상황인데, 거기에는 윅슨 출판사가 <마지막 마법사> 때문에 일정이 바빠서도 있지만, 내가 아직 소설의 제목을 정하지 못 해서도 있었다.
과거로 오기 전부터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게 바로 제목을 짓는 거였다.
뭔가 기막힌 게 떠오르지가 않는단 말이지.
“아, 보스.”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그리고 제가 골랐던 시나리오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보여 드릴까요? 제가 보기에는 흥행 가능성이 꽤 있었는데, 로버트가 뮤지컬 영화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거절했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기대감 넘치는 눈빛을 반짝이는 트렌트였다.
저런 모습을 보니 방금 말한 시나리오를 까였던 게 꽤 안타까웠던 모양.
그런데 뮤지컬 영화?
그쪽은 내가 아는 게 진짜 몇 개 안 되는데…….
“음, 좋아요. 일단 보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 시나리오는 사실 제 대학 친구가 쓴 거예요.”
“대학 친구요?”
“네. 하지만 친분 때문에 추천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이 친구가 예전부터 쓴 시나리오인데, 저한테는 엄청나게 환상적이었거든요. 보스가 한번 보고 판단해 주세요. 보스는 엄청나게 성공한 작가이기도 하잖아요.”
지인 추천?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넘어갔다.
사실 미국은 한국보다 학연, 지연 등이 덜할 거라는 보통의 인식과는 다르게 이런 인맥을 기반한 추천 같은 게 흔한 사회였다.
심지어 신입 사원을 뽑는 것도 한국처럼 대규모 공채 시즌에 신입을 뽑는 게 아니라,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뽑는 게 대부분이란다.
뭐 그건 회사 얘기고 이건 시나리오 얘기니 관련이 없긴 하지만서도.
“좋아요. 그 친구는 시나리오 라이터인가요?”
“네. 동시에 영화감독이기도 하고요.”
“영화감독?”
“지금 단편영화를 제작 중이에요. 선댄스영화제에 출품한다고요. 거기에서 입상해 그 단편영화를 장편영화로 제작하고, 그거로 흥행에 성공해 지금 드리는 이 시나리오를 제작할 거라더군요.”
듣기만 해도 열정 넘치는 트렌트의 지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트렌트가 건네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어라?
라라… 랜드?
“……?!”
“음? 왜 그러세요?”
“그… 이거 쓴 사람이 친구랬죠? 지금 만들고 있다는 단편영화 제목도 알고 있나요?”
“네. 위플래쉬(whiplash:채찍질)요.”
……?
그, 언제였더라.
아시안게임 때 김학범 감독이 자기 애제자였던 황의조 선수를 대표 팀에 발탁하고 인맥 축구라고 욕먹었을 때.
그때가 떠오른다.
“아, 제목은 이렇지만 성인영화는 아니고 음악영화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보스.”
내가 당황하자 다급하게 덧붙이는 트렌트.
그 모습이 마치 아시안게임을 위해 출국하기 전 김학범 감독의 모습 같았다.
‘까고 보니 인맥 축구가 맞았지.’
김학범 감독이 인맥 축구를 한 게 맞았다.
인맥으로 겨우 모셔 올 수 있었으니까.
그게 인맥 축구지, 다른 게 인맥 축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