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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68화 (68/267)

68화 뜻밖의 제의

SW 프로덕션을 설립한 지 두 달 정도.

이제는 SW 프로덕션의 많은 부분이 나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뭐, 사실 원래부터 그렇기는 했다.

애초에 내가 대표인 것도 아니었으니.

내가 관여한 거라고는 ‘이 대본이 좋은 거 같은데요?’라고 몇 번 첨언한 게 전부.

굳이 그간의 내 역할을 찾자면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심사 위원 정도였다.

아무튼.

“누님, 그동안 엄청 잘 지내셨나 보네, 얼굴 좋은 거 보니까.”

“5억을 받게 됐는데, 안 좋겠니?”

공모전 대상으로 선정된 무전기를 쓴 김희은 작가.

그녀와 양진철 PD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서로 친분이 꽤 있다는 건 이미 듣기는 했다.

김희은 작가가 애초에 SBC 예능국 보조 작가 출신이기도 하고.

얘기를 들어 보니 김희은 작가보다는 김희은 작가의 남편인 장형준 감독과 친분이 두텁다는 모양.

장형준 감독이 SBC에서 드라마 연출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해졌었다고 한다.

‘사실 그 덕분에 김희은 작가가 이번 공모전에 작품을 낸 거기도 하지.’

원래는 아무리 커다란 상금이 걸렸다고 해도 공모전에 참가하지는 않으려 했다던데.

양진철 PD가 며칠 전 장형준 감독을 만나 아닌 척 바람을 잔뜩 넣었다고 한다.

그 덕에 김희은 작가가 그간 꽁꽁 숨겨 놨던 무전기라는 작품을 풀게 된 것.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머,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선 작가님. 아니다. 이제는 사장님이라 불러야 되나?”

“에이. 사장님은 무슨요. 저도 그냥 소속 작가인데요.”

SW 프로덕션에 김희은 작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소속 작가들이 무조건 스웜에 작품을 공급해야 한다거나 그런 조항을 넣어 계약한 건 아니었다.

그냥 보통의 제작사들이 그러하듯, 일종의 작가 기획사를 차린 것이었다.

드라마야 전부 SW 프로덕션을 통해 사전 제작이 진행되겠지만, 방송국이나 플랫폼 등에 대한 선택은 철저히 작가의 의사를 따를 생각이었다.

물론 김희은 작가 말고도 프런트를 쓴 이신형 작가나 우주남의 박은지 작가, 여러 보조 작가들도 영입했다.

영입한 보조 작가 중에는 작가들이 데리고 있던 이들도 있었고, 더욱 전문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추가로 영입한 인력들도 있었다.

가령 김희은 작가의 무전기는 꽤나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 범죄 수사 드라마인데, 이번에 영입한 보조 인력들이 고증 밎 전문성 보완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결국 좋은 대본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거니까.’

좋은 대본에서 나쁜 작품이 나오는 경우는 있겠지만, 나쁜 대본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장르가 무엇이든지, 결국 이야기의 힘이 중요한 법.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만드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당장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의 가장 큰 수입원이 소설의 인세였으니까.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서도, 최근 기술주들의 반등으로도 큰돈을 벌었지만, 결국 글로 돈을 제일 많이 번 나다.

그런 의미에서.

탁, 타다닥-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글을 썼다.

아직 끝내지 못한 <마지막 마법사>의 3부.

집필을 시작한 만큼 빠르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벌써 출판 일정이 잡히기도 했으니까.’

[엘레나 - 4권까지 모두 인쇄소에 넘겼어요.]

[엘레나 - 이번에는 인쇄 물량이 부족할 일 절대 없을 거예요.]

[엘레나 - 2부의 선주문량을 기준으로 문제가 없도록 인쇄소 준비를 끝마쳤으니까요.]

지금까지 쓴 건 4권 분량 정도였는데, 완결은 8권 정도로 생각 중이었다.

다음 달에 있을 1, 2권 출판 전까지 모두 써 버릴 생각.

탁, 타다다닥-

그 탓에 한동안은 매일 글만 쓰는 일상이 반복됐다.

‘회귀하고 처음에도 이랬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펴고, 자기 전까지 글을 쓰고.

잠이 들면서도 다음 내용은 뭘 쓸지 고민하던 나날들.

그러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내일 일어나서 바로 써야겠다 생각하며 잠이 들곤 했었다.

오랜만에 그런 하루하루를 겪으니,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역시 작가는 글을 써야 해.’

다른 일도 좋지만 내가 가장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이렇게 글을 쓸 때였다.

나만 혼자 상상하던 머릿속 이야기를 단어와 문장을 통해 세상에 내놓는 일.

그리고 그 결과물이 내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울 때 느껴지는 재미는, 글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르리라.

‘3부를 끝내면… 바로 4부를 이어서 쓸까? 아니야. 장편 시리즈의 완결인 만큼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겠지. 그 대신 새로운 글을 도전해 보자.’

다음에는 무슨 장르가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선협물이 땡기기는 했다.

최근 중국 쪽 웹 소설도 간간이 챙겨 보고 있는데, 선협물이 꽤 흥미롭게 읽히더라.

특히 [적이 나타남 → 도망 → 수련으로 강해짐 → 적을 이김 → 죽임 or 강탈 → 더 센 적이 나타남] 식의 간단한 구조가 내 흥미를 제대로 이끌었다.

괜히 웹 소설 독자들이 고구마를 싫어하고 매일 사이다를 찾는 게 아니듯이, 이게 한번 읽으면 앉은 자리에서 쭉 읽게 되더라.

물론 작품 수입을 생각하면 서양권에 어필할 수 없는 무협이나 선협물을 피하는 게 옳은 거긴 했다.

하지만 내가 돈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고.

쓰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이 얼마가 되든 쓰자는 주의였다.

‘아니면 스포츠 소설도 오랜만에 한번 써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선협물과는 달리.

스포츠물은 정말 정말 수요가 적기는 할 거다.

일반 대중들이 읽어 주는 건 어림도 없고.

아마 지금 시기에도 웹 소설을 읽는 코어 독자들이나 반길 만한 장르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렇게 글에만 집중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우진! 잘 지내고 있어요?”

데미언 샤젤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위플래쉬의 성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샤젤 감독.

그는 놀랍게도 위플래쉬의 상영 일정이 끝나기도 전에, 라라랜드의 촬영에 착수했었는데.

그가 얼마나 라라랜드를 찍고 싶어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촬영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어요. 이제 편집으로 손만 좀 보면 끝이죠.”

‘…허. 분명 6주 전에 라라랜드의 촬영이 시작됐다는 보고를 받았었는데.’

보면 볼수록 대단한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플래쉬도 총촬영 기간이 세 달이 조금 안 됐었는데.

이번에는 그에 반 정도도 안 된 것 같은데 촬영이 벌써 다 끝나가고 있다니.

‘영화를 모두 찍는데 걸린 시간보다, 배우들이 안무 연습을 한 기간이 더 길잖아?’

라라랜드의 주연 배우로 캐스팅된 건 내가 알던 대로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유력한 후보였던 마일즈 텔러는 과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출연이 불발됐다.

그가 제안받았던 출연료의 두 배를 불러 샤젤 감독이 화가 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샤젤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니 그 이유 때문은 아니란다.

실제로 마일즈 텔러가 출연료를 높여 부른 것은 맞았지만, 자신이 그를 캐스팅 목록에서 제외한 건 그 이유가 아니라고 하더라.

뭐, 무슨 이유인지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기색이기에,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아무튼.

‘올해 연말이 기대되네.’

장르적 특성상 라라랜드는 연말에 개봉하기 딱 좋은 영화.

게다가 연말에는 연인들 간의 가장 큰 행사인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작품의 재미 또한 연말 영화관을 점령하기에 충분했으니.

크리스마스가 오기 몇 주 전에 개봉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

* * *

“이 작품도 작가님 회사에서 제작할 줄은 몰랐어요.”

“대본을 살펴봤는데 내용이 좋아서요. 그런데 주원 씨는 어떻게 안 거예요?”

프런트의 주역으로 캐스팅된 강주원.

강주원이 프런트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이신형 작가를 찾아와 캐스팅을 따냈다고 한다.

“제가 야구광이잖아요. 그거 알고 계신 PD님 한 분이 공모전 심사 위원도 여러 번 하셨었는데, 그때 얘기해 주셨었죠.”

‘그래서 예전에도 강주원이 이 작품을 했던 거구나.’

사실 과거에 그런 썰을 본 적이 있었다.

제작이 불투명했던 프런트의 대본을 본 강주원이 직접 작가를 찾아 자신을 써 줄 것을 설득하고, 자신의 이름값을 통해 드라마를 제작했었다는 썰.

지금 강주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꽤 사실에 가까웠던 썰인 것 같았다.

‘영화판 진출하고 드라마 안 찍기로 유명한 강주원이 주연을 맡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

원래도 스타였지만, 연기천재가 되었다를 찍은 이후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스타덤에 오른 강주원.

그는 지금 액션 영화 하나를 찍고 있는 중이었다.

내년 초쯤에 개봉하는 영화인데, 그 영화 관객 수가 아마 700만 명인가 그럴 거다.

‘그것도 스웜 판권 계약을 맺어야겠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강주원이 프런트에 캐스팅된 덕분에 생각이 났다.

700만 명이면 한국 영화 역사상 흥행 순위 50위 안에 들 정도.

그런 작품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야 나쁠 게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프런트는 여러 조역이 감초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비중이 그래도 엄청나게 큰 작품.

연기력으로나, 스타성으로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강주원이 이번에도 주인공 역을 맡았으니, 흥행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남에 프런트, 무전기까지. 이렇게 연타석으로 나오는 거면 처음부터 스웜을 대중들한테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겠어.’

저 세 작품이면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옥토퍼스 게임은 제작이 조금 미뤄졌다.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 저 세 작품과는 달리, 옥토퍼스 게임은 세트장 제작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것도 대본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꽤 큰 크기의 세트장이 필요했으니.

대전 쪽에 부지를 사서 세트장을 막 제작하기 시작한 참이었다.

꽤 돈을 들인 만큼, 그냥 촬영에만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일종의 관광지로 써먹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옥토퍼스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니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촬영지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올 사람들이 있을 거다.

게다가 옥토퍼스 게임의 세트장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작품 속 게임을 개최하거나 하는 둥, 그저 와서 구경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활용할 구석이 많았으니.

아마 옥토퍼스 게임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뭐, 아직은 먼 얘기이기는 했다.

스웜이 세상에 나온 것도 아니고, 나오더라도 국내나 아시아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테니까.

우우웅-

그때, 울린 핸드폰.

확인해 보니 엘레나에게서 온 문자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꽤 놀라웠다.

[엘레나 – 작가님,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

스필버그?

설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말하는 건가.

내가 아는 그분?

뚜우- 뚜우-

궁금증을 찾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자마자 엘레나가 전화를 받았다.

“엘레나, 방금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아는 그 스티븐 스필버그를 말하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저도 알고, 작가님도 알고.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그 스필버그 감독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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