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79화 (79/267)

79화 뭐긴 뭐야

스웜이 론칭되고 2주가 지났다.

그사이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우주에서 온 남자’,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화제!]

[한시연을 한류 스타로 만들었던 선우진, 이번에는 김현수 차례?]

우선, 예상했던 대로 우주남이 중국에서 대박이 터졌다.

론칭과 동시에 1, 2화가 공개되고 지금은 6화까지 한창 방영 중인 우주남.

원 역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물론, 중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는데…….

‘문제가 좀 있지.’

[중국 우주남 열풍, 하지만 제작사가 벌어들이고 있는 돈은 0원?]

그 문제가 뭐냐면 정작 중국에서의 인기를 통해 우리가 버는 돈은 없다는 것.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스웜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

즉, 중국 내에서 우주남을 보는 건 모두 불법 시청이라는 거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에서 우주남 열풍이라고 기사를 쓸 정도로 중국 포털 사이트들에 우주남이 엄청나게 불법 공유 되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한 나라이기는 해.’

다른 거에서는 느려 터졌으면서.

이런 쪽으로는 어찌나 빠르던지.

중국에서 우주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게 겨우 일주일 전인데, 이제는 스웜에 최신화가 공개되고 나면 1시간도 되지 않아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최신화가 올라오더라.

예전에도 내 소설이나 연기천재의 불법 공유 관련해서 한바탕 문제를 겪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

나도 그런 불법 공유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했다.

저번처럼 나와 사이가 좋은 텐센트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중국판 네이트온인 QQ 메신저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한 우주남 공유는 곧바로 ID 밴까지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텐센트라고는 해도 중국 인터넷을 전부 감시할 수 있는 건 아닌 터라.

텐센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우주남 불법 공유가 성행 중이었다.

그 탓에 결국 나도 최후의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도 써먹었던 당서기 카드… 는 아니고 그거보다 조금 약한 카드.

이런 자잘한 일에 저번처럼 직접 후싱루이에게 부탁할 수는 없는 터라, 이번에 라이센스를 따며 알게 된 고위 공무원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는데.

그러니 그제서야 효과가 좀 나오더라.

중국 사이버 공안들이 내 편의를 봐주기 위해 밤낮으로 불법 업로더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한 것.

덕분에 요 며칠은 불법 공유가 잠잠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스웜을 중국에 론칭해야 했다.

굳이 불법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우주남을 시청하기보다는, 값싸고 콘텐츠 많은 스웜을 통해 시청하게 하면 되는 거였다.

“으어… 죽겠네.”

“김 팀장님, 냄새나요. 샤워실에서 좀 씻고 오세요.”

“흐흐. 괜찮아, 괜찮아. 원래 인간의 후각은 오감 중에 적응이 제일 빠르니까.”

“어휴.”

그 탓에 SW 프로덕션 사무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곡 소리.

모두 스웜의 중국 론칭을 앞당기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야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조금 죄송스럽긴 하네…….’

미안한 마음에 아까 커피를 시켜서 직원들에게 대접했는데.

커피를 돌리고 보니, 왠지 내 모습이 피곤해도 카페인 빨로 버티라고 말하는 악덕 사장이 된 거 같았다.

뭐, 따지고 보면 그런 악덕 사장이 맞긴 할 거다.

차이가 있다면 돈을 제대로 안 주는 악덕 사장들과는 달리, 나는 직원들에게 상당한 연봉과 성과급을 챙겨 준다는 점과 그 덕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한다는 것.

아무튼, 그런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중국 론칭 일정도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지긴 했다.

“작가님, 이틀 후면 중국에 론칭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이틀 후면 중국에 스웜이 론칭하게 되는 것.

…으음.

사실 마음 같아서는 이왕이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에도 하루빨리 진출시켜 버리고 싶은데.

그 말을 하면 진짜로 악덕 사장이 되는 거 같아서 애써 참았다.

* * *

일주일 후.

‘경축! 스웜 국내 가입자 수 50만 명 달성!’

SW 프로덕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구.

올해 최종 목표로 잡았던 가입자 수가 50만 명이었다.

론칭 전에는 분명 달성하기까지 몇 달은 소요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3주 만에 저만한 구독자를 확보해 버렸다.

[스웜의 이유 있는 성공! 콘텐츠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선우진!]

[한류 스타 제조기! 선우진이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이유?]

[프런트, 우주남, 무전기까지! 화제 속 스웜 오리지널 콘텐츠들 모두 선우진의 선택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

덕분에 언론에서도 스웜의 성공에 대해 연신 떠들어 대고 있었다.

50만 명이면 대한민국 인구의 거의 1%나 되는 숫자.

한국인 100명 중 1명은 스웜을 구독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겨우 50만 명 가지고 놀라서는 안 됐다.

애초에 OTT 사업을 시작한 것도 국내에서 최소 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목표로 했었기 때문일뿐더러…….

진짜 놀랄 건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축! 스웜 전체 가입자 수 500만 명 달성!’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문구.

현재 스웜이 론칭한 국가는 단 두 국가.

즉, 중국 가입자 수가 일주일 만에 450만 명을 넘어 버렸다는 뜻이었다.

‘성공할 줄 알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하려나.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수 50만 명을 넘으며 한국의 가입자 수를 추월했고, 5일차가 된 지금은 10배 가까이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주남과 검객무쌍.

우주남은 여성 구독자를, 상영 종료 이후 DVD 같은 기타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스웜으로 넘어온 검객무쌍은 남성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물론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우주남만 못하다 뿐이지 다들 인기가 있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가져온 다른 국내 드라마, 영화들도 마찬가지였고.

아직 한한령이 발동되기 이전인 터라 한국 콘텐츠들의 인기가 상당했다.

아무튼.

우우웅-

핸드폰이 울려 꺼내 보니,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한시연: 작가님, 항상 감사드려요<3]

딱히 그럴 사이는 아닌데도 하트까지 붙여져 있는 한시연의 문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한 게, 원래도 연기천재가 되었다를 통해 한류 스타로 발돋움했던 한시연은 이번 우주에서 온 남자를 통해 인생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다.

중국 내에서 자국 톱 여배우들을 제치고 20, 30대 여배우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초절정의 인기.

그야말로 한류 스타 of 한류 스타가 되어 버린 그녀였다.

‘광고 제의가 엄청 들어온다지.’

각종 CF는 물론이고 중국 내 여러 예능에서 러브 콜이 엄청나게 들어온다던데.

CF와 예능 모두 출연료가 한화로 최소 몇억 원씩을 할 거다.

원래도 잘 버는 한시연이었겠지만, 수입이 몇 배 가까이 뛰게 된 것.

톡, 토도독-

말로만 하지 말고 나중에 비싼 밥 사라는 답장을 보냈다.

사실 한시연 말고도 밥 얻어먹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프런트의 주역을 맡아 제대로 연기 변신을 성공시켰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강주원.

이 양반도 최근 중국에서의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

물론 한시연만큼은 아니기는 했다.

아무래도 프런트가 국내 야구단을 다룬 내용이고, 중국에서 야구의 인기가 그저 그렇다 보니 작품의 인기도 우주남과 비할 수 없었던 것.

그래도 중국에서 러브 콜을 보내는 회사나 예능 프로들이 꽤 많다던데.

사실 이건 한시연과 강주원뿐만 아니라 스웜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탓에 요새는 미다스의 손을 넘어 내가 한류 스타 제조기로 불리고 있다던데…….

이런 현상 때문인지 최근 SW 프로덕션을 향해 청탁 전화도 자주 온다고 했다.

연예 기획사들이 제작 예정인 작품들에 자기네들 배우들을 꽂아 넣고 싶어 하는 것.

‘기획사 인수도 확실히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예전에는 그냥 생각만 해 보고 넘겼던 건데.

한번 진지하게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관여할 건 아니고, 인수하게 된다면 SW 프로덕션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 * *

타다다닥-

스웜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서.

나는 다시 집필에 집중했다.

드디어 결말부에 돌입한 상황.

‘시원하면서도 아쉽네.’

<마지막 마법사>는 1부부터 4부까지를 합하면 장장 40권에 달할 정도로 긴 장편소설.

내가 지금까지 썼던 그 어떤 소설보다도 긴 글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원고가 한 장씩 쌓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끝을 보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기분.

‘빅터 3세.’

4부를 집필하면서 그간 정이라도 쌓인 걸까.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죽음을 쓰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더욱 커졌다.

탁, 타다닥-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국에 끝이 나야 하는 법.

아쉬운 내 마음과는 별개로 내 손가락은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결국 빅터 3세는 주인공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거지.’

최후의 결전.

그 끝에 갈린 승자와 패자.

신이 되길 원했던 정복왕은 결국 인간으로 끝이 나고 말았으니.

탁-!

‘끝났다.’

“후우.”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한번 치는 걸 끝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깊은 한숨.

‘더 재밌게 쓸 수 있었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빠르게 떨쳐 냈다.

집중해서 글을 쓰다 보면 작가의 감정도 글을 따라 고조되는 경우가 있다.

방금의 나 또한 그랬다.

괜히 이렇게 다 쓰고 수정을 하려다 보면 그때 느낀 내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 끝맺음 짓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 쓴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려고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엘레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 엘레나.”

[작가님, 출판 일정이 잡혀서 연락드렸어요.]

“저번에 컨펌 했던 그대로인가요?”

[네. 다음 주 월요일이요.]

“좋네요.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아, 그리고 방금 전에 완결권까지 집필을 끝냈거든요? 바로 메일로 보낼 테니 확인해 주세요.”

[헉! 넵! 알겠습니다!]

끝까지 모두 다 썼다고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기는 전화.

아마 바로 번역을 맡기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쨌거나.

메일을 전송한 후 작업실을 나와 본가로 향했다.

요즘 한동안 SW 프로덕션이 위치한 곳 근처에 마련해 놓은 작업실 겸용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본가로 가 며칠 쉴 생각이었다.

‘맨날 밥을 사서 먹다 보니 집밥이 먹고 싶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외식하는 게 그렇게 좋았는데.

요새는 엄마가 해 주는 집밥이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집밥이 그리워지면 나이가 먹는 거라던데.

아무래도 식성은 신체 연령보다는 정신 연령을 따라가나 보다.

어쨌거나-

“우, 우진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겨 주는 엄마.

그런데 왠지 모르게 당환한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셨다.

“엄마, 뭔 일 있어? 얼굴이 왜 그래.”

“그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는 엄마.

곧바로 받아서 발신자를 살펴봤는데…….

씨발?

“……?”

욕을 겨우 참아 냈다.

동시에 드는 불길한 예감.

아니길 빌었지만, 절대 아닐 것 같지가 않았다.

[발신인: 병무청장 / 대전광역시 서구…….]

여기서 질문 하나.

신체검사에서 1급을 받은 건장한 한국인 남성에게 병무청장이 등기우편을 보냈습니다.

그 정체는 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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