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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88화 (88/267)

88화 역대급 호구

일론 머스크가 초대한 파티에 가기에 앞서.

시그마 캐피탈을 나와 방 안에서 인터넷을 살폈다.

[강주원 - 미국에는 그냥 놀러 가는 거라더니… 돈 쓰러 간 거였냐?]

[나 - ?]

[나 - 어케 알았음?]

[강주원 - ㅋㅋㅋㅋ요즘은 나보다 네가 더 스타인 거 몰라? 목격담 떴던데?]

프런트를 찍으며 나와 더 친해진 강주원.

이제는 예전처럼 서로 ‘작가님’, ‘주원 씨’로 부르는 관계가 아니게 됐는데… 아무튼.

그는 내가 실리콘밸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 ㄹㅇ 최신 근황]

그 시작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강주원이 보내 준 링크를 타고 가 클릭해 봤는데 나도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 베스트란이었다.

언제 찍은 건지 경호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를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더라.

-저기 어디임?

└샌프란.

└출판사 때문에 간 건가? 아님 그 금발녀랑 여행 갔나?

└그거 둘이 사귀는 거 아니라던데…….

└ㅋㅋㅋㅋㅋ그걸 믿누

댓글들을 쭉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눈이 가는 댓글이 하나.

-진짜 근황 알려 드림. 요새 선우진 실리콘밸리에서 회사 수집 중.

└???

└이거 진짜임. 한국계 VC에서 근무 중인데 요새 실리콘밸리에 한국계 자금 10억 달러 투입돼서 난리났음. 그래서 울 회사도 자금 출처 어딘가 조사해 보다 알게 된 거.

└ㅁㅊ 10억 달러?

└ㅇㅇ 좀 더 자세히 정리해서 게시글 올림. https://…….

꽤나 사실에 가까운 내 근황이 적힌 댓글.

작성자가 남긴 링크를 따라가 봤다.

[저번주부터 실리콘밸리에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함.

시그마 캐피탈이라고 꽤 견실한 VC가 한국계 자본에 인수됐는데, 돈이 얼마나 많은 건지 인수에서 끝난 게 아니라 추가 자금으로 1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함.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벤처 사업 하는 한국인들한테 저 자금 출처가 어디냐고 막 물어보고 그랬는데…….

내가 일하는 곳도 그렇고 다른 한국계 VC들도 다 처음 듣는 소리인 거임.

국내 인맥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모르는 얘기라고 하고.

뭐 그래서 한국계 자본 맞냐, 일본이나 중국 쪽인데 소문이 잘못 퍼진 거 아니냐 그런 소리 많았었는데…….

며칠 전 자금 출처가 밝혀짐. 알고 보니 그게 선우진이었던 거.]

-리얼임?

└ㅇㅇ

-와… 10억 달러 ㅋㅋㅋㅋ 돈 많은 거 겁나 부럽네.

-얘는 근데 어디서 돈이 계속 나냐? 뭐 써밋 엔터 사는 데에도 몇억 달러 쓰고 스웜도 판권 사 오고 자체 제작 투자에도 뭐 몇천억 원 썼다며.

└ㄹㅇ 돈 나오는 우물 있는 거 아님?

-크팰 인수해서도 돈 엄청 쓰고 있지 않나?

└맞음. 그래서 크팰 팬들한테서 선우진 거의 신임;

└구장 건설도 1조 5천억 원 넘게 든다던데… 대체 재산이 얼마나 되는 거지.

-책 팔아서 그렇게 번 거 아닌가?

└소설로 돈 많이 번 거는 맞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긴 함.

└ㅇㅇ 기사로 뜬 것만 합쳐도 한 4~50억 달러 정도가 최근 선우진이 쓴 금액이던데… 그거면 소설 수익 몇 배 넘는 거.

└해리포터 쓴 조앤 롤링도 전 재산 다 합쳐 봐야 1조에서 2조 원 사이임. 물론 선우진은 자기가 출판사 인수해서 훨씬 더 남겨 먹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거 감안해도 이해 안 되는 씀씀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의문을 가지는 건 내 투자금들이 대체 어디서 나오냐는 것.

사실 국내나 해외 언론을 보면 내가 돈 쓰는 기사만 나오지 돈 벌었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건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터라.

그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돈이 나오는 내 지갑의 속사정이 궁금한 것이었다.

그런데 또 재밌는 건 한 댓글이 사실에 가까운 추측을 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알고 보면 선우진 투자로 돈 ㅈㄴ 번 거 아님? 한 몇천억 원 풀로 베팅 때렸는데 그게 몇 배나 오른 거지 ㅋㅋㅋㅋ 그러면 말이 되긴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

└뭐 그러면 쟤는 글도 잘 쓰고, 사업 감각도 뛰어나서 손대는 사업마다 다 성공시키고… 거기에 투자까지 잘한다고?

└ㄹㅇㅋㅋ 그 정도면 밸런스 문제로 운영자한테 따져야 함.

-그냥 자기 전 재산 담보 삼아서 대출 풀로 땡긴 거 아님?

└그런 거면 ㄹㅇ 강심장이네.

-만약 대출이 맞으면 조만간 알거지 될 듯… 이제 20살 된 놈이 빚을 저렇게 만들고 다녀서야.

└십ㅋㅋㅋ

└(질투심에 불타며) 스무살댄놈이 빚을 조로케~

└쟤가 하는 사업 다 망해서 파산해도 책 한 권만 쓰면 님 전 재산 10배임 ㅋㅋ

└10배? 100배겠지.

게시글의 댓글란에서 서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쭉 보다 보니 싸우는 댓글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에 등판해서 투자로 번 것도 맞고, 대출도 풀로 땡긴 게 맞다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

그래 봐야 어그로 취급만 받고 욕이나 얻어먹겠지만 말이다.

“으음.”

그래도 관종 기질 어디 안 간다고.

예전처럼 인증 숏과 함께 댓글을 달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렀다.

이거 참.

역시 나도 머스크 욕할 게 못 됐다.

‘언젠가 알아서 다 밝혀지겠지.’

지금도 국내 언론사들한테서 회사를 통해 문의가 오고 있다.

특히 경제 관련 언론사들한테서 내 투자 자금과 관련해 묻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 묻고 싶다며 인터뷰 제의가 오고는 한다.

뭐, 지금이야 모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이럴 수도 없는 노릇.

앞으로 미국 여러 기업에 추가적으로 투자하다 보면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할 순간도 찾아올 거고.

나중에 스웜이나 써밋 엔터 등의 사업 홍보를 위한 어그로가 필요할 때가 온다면 스스로 내 지난 투자 이력들을 밝힐 생각도 있었다.

‘그때 되면 다들 엄청 놀라겠네.’

괜히 제이슨이 나보고 한국 최고의 투자자 운운했던 게 아니다.

사실 제이슨도 전부 다 몰라서 그렇지 내가 최근 1, 2년간 벌어들인 투자 수익은 전 세계 어떤 투자자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

이게 대중들한테도 알려지면 꽤 큰 화제가 될 거다.

최근 이희준이라고 무일푼에서 1조 원을 벌었다며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 있는데, 나는 1조 원도 아니고 수십 조를 벌어들인 거니까.

‘그 사람이, 그 사기꾼으로 나중에 잡히는 그 사람 맞지? 피해자들도 엄청 많다고 난리였던 거 같은데…….’

생각난 김에 조만간 익명 제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까먹고 있었다면 몰라도 떠올리게 된 이상 피해자들이 있는 걸 알고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뭐, 아무튼.

[FC 바젤의 모하메드 살라,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 확정!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는 대로 영국으로 거취를 옮길 예정.]

[모하메드 살라, 예상외 한국과의 인연?! “룸메이트인 박주호 선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라고 밝혀.]

[올 시즌 EPL 돌풍의 팀, 크리스탈 팰리스! 이번에도 이적 신화를 쓸 것인가?]

[케빈 더 브라위너를 노리는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 관계자가 밝힌 내부 사정!]

[첼시 서포터즈 “더 브라위너를 보내려는 건 멍청한 짓. 더 브라위너는 몇 년 후 첼시의 중원을 책임질 중요한 선수”라며 구단과 무리뉴 감독을 비판.]

착착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적 상황.

사실 아무런 문제없이 쭉 매끄럽게 진행된 건 아니고, 더 브라위너의 이적에서 조금 문제가 있기는 했다.

내 기억으로는 대략 2,5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볼푸스부르크에 더 브라위너를 판매했던 첼시였다.

그런데 그걸 상회하는 3,000만 유로 이적 요청에는 바로 거부를 했던 것.

더 브라위너를 데리고 가고 싶으면 거기에 1,000만 유로를 더해 4,000만 유로를 내라는 게 첼시의 입장이었다.

선수들 이적료가 엄청나게 펌핑 되는 미래라면 몰라도, 이 시기에 1,000만 유로면 유망주가 아니라 즉전급 자원을 영입할 수도 있는 금액.

당장 토트넘이 이번 여름에 아약스에서 활약한 에릭센을 데려오는 데에 쓴 돈도 1,100만 유로였다.

이번에 바젤에서 영입한 살라도 1,100만 파운드에 사 왔고.

그만한 돈을 더 내라는 건 누가 봐도 너희한테는 안 판다, 팔더라도 대놓고 훨씬 비싸게 팔 거라는 뜻이었다.

‘첼시가 갑자기 가격을 올려서 구단 내에서는 다른 선수를 찾아보자는 의견도 나왔었지.’

아무리 이적 자금이 충분하다고는 해도.

선수의 현재 가치의 2배 가까이나 되는 돈을 이적료로 지불하게 되면 호구 클럽으로 낙인찍힌다는 게 그 이유였다.

더 브라위너를 먼저 원했던 비엘사 감독마저도 영입 의사를 철회하겠다고 말했을 정도.

그 말이 틀린 의견도 아닌 게 이번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스날로 이적한 메수트 외질의 이적료가 5,000만 유로였다.

더 브라위너의 이적료에 1,000만 유로만 더하면 리그 정상급 자원 취급받는 외질의 이적료가 되는 거다.

괜히 비엘사 감독이 더 브라위너 영입을 반대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 강력한 의지로 이번 이적을 성사시켰다.

물론, 나도 이게 호구 잡히는 짓이라는 걸 알고 한 거다.

[역대급 배팅! 케빈 더 브라위너의 이적료로 4,000만 유로를 제시한 팰리스?]

[케빈 더 브라위너. 40M 유로에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 확정.]

[뒤바뀐 서포터즈들의 반응. “40M 유로면 팔 만했다.”]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 사이에서는 아직 유망주에 불과한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쓴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이적료가 밝혀지기 전에는 첼시를 비난하던 서포터즈들도 40M 유로에 팔았다는 걸 듣고는 태도가 바뀌었을 정도다.

아깝기는 해도 그 정도 가격이면 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인 것.

반대로 크리스탈 팰리스 서포터들 사이에서는 이번 딜이 너무 호구스러운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해야만 하는 투자였다.

왜, 가끔은 그런 게 있지 않나.

호구 짓인 걸 알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지금이 아니면 덕배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될 테니까.’

원래라면 분데스리가로 이적하게 됐을 더 브라위너.

그의 시장가치는 다음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지금의 두 배인 5,000만 유로가 된다.

심지어 5,000만 유로에서 끝이 아니다.

1, 2년이 아니라 한 3, 4년이 지나게 되면 더 브라위너의 몸값은 1억 유로를 훌쩍 넘게 될 거다.

정확히는 시장가치만 그렇게 되는 거고, 막상 5,000만 유로를 준다고 해도 더 브라위너를 살 수 없게 된다.

그의 잠재력을 확인한 소속 구단에서 내주려고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때 가서는 또 오른 시장가치의 두 배를 이적료로 제시해야 데려올 수 있을 거다.

즉, 내가 한 호구 짓이 알고 보면 호구 짓이 아니라는 뜻.

몇 년만 지나면 반대로 겨우 이 가격에 판 거냐면서 판매자가 호구가 되는 딜이라는 뜻이었다.

“선우진입니다.”

“예.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호텔을 나와 도착한 일론 머스크의 파티장.

나는 이곳에 또 하나의 호구 짓을 하러 왔다.

“자네 왔군. 이봐, 여기가 내가 아까 말했던 친구일세. 환상적인 글을 쓰는 친구지. 심지어 돈도 많고 말이야.”

머스크를 찾아가자 옆에 있던 사내와 나를 서로 소개시켜 주는 그였다.

내 소개를 듣고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머스크의 친구.

실리콘밸리 마피아 중 한 명이었다.

“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가 보여 주는 꽤 격한 환영.

뭐, 익숙한 반응이기는 했다.

덕배를 4,000만 유로 주고 산다고 하니까 첼시가 딱 저랬거든.

누구든 호구를 만나면 제 친지보다 더 반가워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분명…….

‘갖고 있는 테슬라의 지분율이 0.64%랬나.’

1%도 안 되는 지분.

하지만 8년 후가 되면 저만큼이 딱 40억 달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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