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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03화 (103/267)

103화 이 새끼 봐라

브렉시트는 커다란 기회였다.

몇 주 전 10억 달러를 묻어 두었던 중국의 건 그 이상.

아무리 중국이 사람 많고 커다란 나라더라도, 얽혀 있는 가짓수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

EU에 속해 있는 게 거의 30개 국가, 그중 영국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나라가 대여섯 국가는 됐다.

게다가 뿌리가 같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미칠 여파도 무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런던은 세계 금융계의 중심지였다.

덩치만 컸지 아직은 금융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중국이나,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라고는 해도 덩치 면에서는 비할 수 없는 홍콩과 비교될 수준이 아니었다.

런던 이상의 금융 허브는 전 세계에서 오직 뉴욕뿐이었다.

게다가 영국이라는 강대국이 EU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건 단순히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것 이상의 충격을 주게 될 터.

즉, 내가 주워 먹을 과실이 넘쳐날 거라는 소리였다.

돈에는 정해진 주인이 없다던데.

그럼 그건 내가 다 냉큼 주워 담아도 된다는 뜻 아니겠는가.

‘불만 있으면 회귀하든가.’

물론 진정한 타짜는 딴 돈의 반만 가져 간다고.

나도 그 과실들을 홀라당 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그러려고 하다가는 그런 내 자금 움직임을 보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끼어들 하이에나들이 한둘이 아닐 테고.

무엇이든지 적당히, 알아서 딱 적절하게 따고 가는 게 좋은 법이었다.

뭐, 내 경우에는 그 적당히라는 기준이 한 수백억 달러 정도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아무튼.

“허업.”

“여, 여기라고요?”

최 PD를 비롯한 촬영 팀.

런던 시내에 위치한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던데.

어딘지 묻고 검색해 보니 영 평이 안 좋더라.

분명 제작비를 빵빵하게 지원해 줬는데도, 촬영에 더 투자하겠다고 자기들 숙소를 저렴한 곳으로 잡은 것.

물론 세계에서 가장 땅값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 게 런던이기 때문도 있었고.

여하튼, 내가 그래도 제작사 오너인데 나와 내 구단을 찍겠다고 온 촬영 팀을 그런 숙소에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

시내에서 조금만 가면 있는 내 런던 켄싱턴 가든의 저택에 그들을 데려왔다.

“어떠세요? 몇 달 지내기엔 괜찮을 거 같죠?”

“…괜찮다마다요. 저는 살면서 이런 집은 처음 봅니다.”

“저도요.”

“야, 저기 막내 보고 손 치우라 해라. 쟤 손에 있는 조각품이 카메라보다 더 비싸 보이니까.”

“사용인분들까지 계시니… 꼭 영화 속 귀족 저택에 온 것 같습니다.”

“아, 저 없을 때도 매일 와 계신 건 아니에요. 가끔씩 관리해 주시는 집사 느낌의 관리인분들이 두 분 계시고, 다른 분들은 이번에 조금 오래 머물 거라 고용하신 분들이고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진 채 구경을 시작하는 촬영 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도 조심조심하는 모습이 조금 웃겼다.

으음…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모습이 보고 싶어서 저들을 데리고 온 것도 있었다.

기껏 구매한 저택인데, 그렇다고 SNS에 찍어 올리는 것도 조금 모양 빠지니 이렇게 직접 반응을 보고자 한 것.

나도 한국인은 한국인인 거다.

원래 집 자랑, 차 자랑은 한국인 종특인 법이니까.

“히익! 사, 사천만 파운드요? 집값이?”

“헉! 그럼 얼마야… 은행에서 이번에 적용받은 환율이…….”

“700억 원?!”

‘오. 지금 환율로 700억? 환율 덕에 살 때보다 50억 올랐네.’

내가 회귀 이후 가장 큰 사치를 부린 게 하나 있는데.

이곳이 바로 그것이었다.

가격이 무려 4,000만 파운드나 나가는 사치재이니 말이다.

물론 런던의 부동산은 내가 아는 한 쭉 우상향하기에, 이것도 일종의 투자였다.

잠깐 가격이 흔들릴 때는 있었어도 모두 회복하면서 결국에는 올라가게 되는 것.

심지어 브렉시트 결정 때에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다른 투자처에 투자했으면 몇 배나 뛰었을 것도 사실.

상당 부분 대출을 끼고 구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금 들어간 게 천만 파운드 단위였으니.

즉 몇백억 원을 그냥 날린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뭐 몇백억 원 정도의 낭비쯤이야.

그 정도는 좀 해도 되지 않나?

내가 그 돈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실 몇 년 후 내 재산에서 몇백억 원쯤이야 없어도 티 하나 안 날 거다.

게다가 4,000만 파운드면 사실 이곳 켄싱턴 가든에서 꽤 저렴한 편에 속했다.

당장 옆 옆집에 사는 로만 아브라모비치네도 8,000만 파운드쯤 하고.

반대쪽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집도 10년 전 기준 거래가가 1억 2천만 달러였다고 한다.

그 집주인은 21세기의 카네기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철강 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의 회장 락시미 미탈이었다.

보유 재산은 200억 달러 정도.

내가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 그가 바로 QPR의 구단주였기 때문이다.

해버지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던 그 양반은 아니고, 그 양반이랑 공동 구단주인 인물.

‘로만에 미탈 회장, 심지어 나까지. 거의 축구 거리나 다름없네.’

EPL 팀이 총 20개 구단이니, 많아 봐야 이삼십 명 내외일 EPL 구단주들이 3명이나 사는 거리.

뭐, 그만큼 이곳 저택이 대부호들한테 선호될 정도로 좋다는 뜻이다.

‘왠지 모르게 여기서는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저택에 짐을 푼 촬영 팀은 장면 몇 개 따겠다며 런던 시내로 떠났고.

사용인 몇 분과 나만이 저택에 남게 됐다.

촬영 팀이 돌아오려면 꽤 남았으니, 사실상 혼자만의 시간.

노트북을 들고 정원으로 향했다.

“와. 좋긴 좋네.”

빅토리아 시대.

최소 200년 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저택의 모습.

서양 사람들이 왜 그토록 정원 딸린 집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형형색색의 꽃밭과 다양한 종류의 조경수, 둥근 연못과 분수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를 내리쬐는 햇빛까지.

이 고풍스러운 풍경이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내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하는 느낌.

아아, 이게 바로 성공한 사람의 삶인가?

…어디서 개소리하지 말라는 말이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번에는 더욱 빨랐다? <찬탈자>, <마지막 마법사> 1부보다 몇 달이나 더 빠르게 5,000만 부 달성!]

[또 한 번 전 세계 출판계를 정복하고 있는 선우.]

[선우진, “<찬탈자> 1부는 올해 4월이 다 가기 전에 무조건 끝이 날 것.”이라 밝혀.]

<찬탈자>의 1, 2권은 예상대로 대박을 쳤고.

그 이후에 나온 후속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지막 마법사>의 흥행만큼은 아니었다.

1부보다 빠른 속도로 5,000만 부라는 판매 부수를 달성했다고 기사들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그거야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 무명이었던 <마지막 마법사> 1부 때의 나와 지금의 나라는 차이가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찬탈자>가 흥행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 마법사>에 못 미친다 뿐이지, 판매량에서는 차이가 꽤 크지만 그나마 <마지막 마법사>의 경쟁작 소리를 듣고 있는 왕좌의 게임의 최근 판매 성적보다는 더 뛰어났다.

1등이 압도적이라 은메달이지 동메달하고는 차이가 꽤 크다는 것.

그리고 판매 성적이 제대로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찬탈자>의 집필 또한 요즘 잘돼 가고 있는데.

꽉 막혔던 부분은 모두 풀린 채, 1부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탁, 타다닥-

요즘 들어 꾸준히 이어 가고 있는 집필.

<찬탈자>는 어느새 1부 완결을 두 권 앞두고 있었다.

<찬탈자>의 1부는 궁에서 쫓겨난 빅터 3세가 북방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퍽 쓰는 재미가 있었다.

빅터 3세의 동료가 되어, 이후에는 정복 전쟁의 선두에 서는 이들.

‘<마지막 마법사>에서는 악역 느낌으로 등장했던 이들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았지. 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과거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캐릭터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는 순간이 기대됐다.

작가인 내가 그렇다는 건, 바꿔 말하면 이 캐릭터들이 그만큼 사람을 사로잡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

내가 <마지막 마법사>를 쓰면서도 외전을 따로 쓰고 싶다 생각한 빅터 3세의 캐릭터성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 힘 있는 캐릭터들을 데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쓰면서도 확실히 재미가 느껴졌다.

타다다닥- 타닥-!

타자가 멈추지 않을 지경.

바로 이런 순간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걸 멈출 수 없는 거다.

물론 소설 집필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지만, 내 투자 수익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는 게 사실인데도.

시간이 남을 때면 집필 창을 키는 이유였다.

글을 쓰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야기가 밖으로 꺼내져 나오고, 그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찬탈자>의 초반부 그리고 <마지막 마법사>의 후반부에서 뿌려 뒀던 복선들이 있었지.’

살짝 궁금증만 유발시켜 놓고 회수하지 않았던 것들.

그 탓에 이제 슬슬 잊혀 독자들이 ‘맥거핀이었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들이 <찬탈자>의 절정 부분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모두 회수된다.

빅터 3세의 수족과도 같은 수하, 오르곤이 적들에게 그토록 잔인했던 이유.

제 욕심과 야망을 모두 버리고 빅터 3세만을 추종하던 이유.

그게 드러나는 순간, 독자들은 <마지막 마법사>에서 그렇게 욕을 해 댔던 악역들에게도 제 나름의 정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물론 그중에는 그 정의에 공감하는 이도 존재할 테고.

“…후우!”

탁-!

그렇게 몇 시간을 썼을까.

쓴 분량을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쓰고 완결까지 몇 화 남지 않은 상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저녁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산책이나 좀 할까.’

계속 앉아만 있었던 탓에 엄청 찌뿌둥했다.

저녁 준비를 부탁하고 저택을 나섰다.

* * *

안 그래도 아까 로만 구단주 생각이 났을 때.

‘이러다 산책하다가 저번처럼 또 마주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어?”

그 말이 사실이 됐다.

왕족들이 사는 곳인 만큼 치안이 런던 최고인 곳이라.

경호팀장 한 명만을 대동한 채 집 근처를 산책하듯 삥 돌았는데.

도중에 로만 아브라모비치라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

“반갑습니다, MR. 선.”

“예. MR. 아브라모비치.”

저번에 한번 마주쳤을 때에는 날 모르는 눈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나를 보자마자 씨익 웃으며 악수를 건네는 로만 구단주.

아마 크리스탈 팰리스의 올 시즌 돌풍 열파로 내가 영국 축구계에서도 핫한 인사가 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저 양반이 내 글을 읽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저번에도 한번 뵀었죠.”

“알고 계셨나요? 못 알아보신 줄 알았는데.”

뭐야, 그건 또 아니네.

“정확히는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쉽게 잊히시는 얼굴이 아니시잖아요. 그래서 내가 저 잘생긴 동양 청년을 언제 봤던 거지? 그날 하루 종일 이 생각만 했었는데, 자기 전에 떠오르더군요. 써밋 엔터에서 내신 영화는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아, 그러신가요? 감사한 말씀이네요.”

“사실 제가 가진 영화사에서 러시아 배급을 맡은 것도 몇 개 있습니다. 하하.”

그러고 보니 로만이 러시아 영화계의 큰손이란 것을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써밋 엔터 때문에라도 진작에 내 존재를 알고 있었나 보다.

저번에는 사진을 통해 본 나와 실제로 본 나를 바로 매치 못 시킨 거고.

아무튼.

“그런가요? 제 회사 영화들이 러시아에서도 엄청 흥행한 거로 아는데. MR. 아브라모비치께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요.”

“하하.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감사 인사를 해야죠.”

나도 안다.

누가 배급을 맡았어도 흥행할 영화들이었다는걸.

그냥 초면이고 하니 던지는 빈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MR. 선 덕분에 꽤 큰 이득을 보기도 했고요.”

“……?”

“하하! 첼시가 한참이나 남는 장사를 하게 되다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영국 축구계에 저만 있을 때에는 다들 첼시한테만 시장가보다 훨씬 비싸게 불러서 힘들었는데 말입니다. 모두 맨시티 구단주나 MR.선처럼 영국 축구계에 다른 슈퍼 리치들이 많이 진출하신 덕 아니겠습니까?”

어… 음.

잠깐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조금 많이 돌려 말한 건 같긴 하지만.

여튼 내가 지금 이런 말 들은 거지?

‘크크, KDB? 그걸 그 가격에 삼? 개호구가 여기 있네? 덕분에 잘 먹었수다-!’

이 새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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