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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14화 (114/267)

114화 훈련병 선우진

선우진의 입대 소식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퍼졌다.

[님들 선우진 오늘 입대인 거 암?.jpg]

이미 목격자만 수백 명에, 그중 사진을 찍어서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린 게 반 이상은 됐었으니.

그렇게 찍힌 선우진의 사진 중 하나가 온갖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도 당연했다.

-??????

-오늘 입대라고?

-앎. ㅅㅂ아, 앎!

└아으, 맞춤법 빌런.

└기본적인 거라 틀리는 게 이상한 거.

-얘는 뭔 소식도 없이 들어가냐;;

-지금 논산이라니ㄷㄷ

-아니? 언제 가냐, 언제 가냐 하더니 그게 오늘이라고?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ㄹㅇ 상남자식 입대네. 기자회견? 송별회? 그게 뭐죠?

-사실 선우진이 작가 and 기업가지, 연예인은 아니니 뭐… 굳이 언론에 알리고 갈 필요는 없긴 하지.

-전부터 느끼는 건데, 어그로 끌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듯 ㅇㅇ

└초기에는 관심 끄는 거 좋아하더니, 언제부턴가 사리더라.

└ㅋㅋㅋㅋ유명해지고 몇 번 데인 듯.

└그럴 만함ㅇㅇ 선우진 초창기에 얘 따라다니는 사생도 몇 명 있었음.

└ㄹㅇ? 몰랐네… 팬클럽은 알았어도 사생까지 있는 줄은.

└잘나가는 아이돌 수준으로 수십 명 붙어다닌 건 아니긴 한데. 고정적으로 따라다니는 팬들 몇 명 있었음… 중국에서 와 가지고 허구한 날 선우진 찾아다니는 팬들도 네댓 명 됐고.

└어케 그렇게 잘 암?

└앎. ㅅㅂ아, 앎! 여튼 나 관계자였어서 직접 봤던 거.

└ㅋㅋㅋㅋㅋ이 새끼가 위에 맞춤법 지적한 놈이었네.

└썰 좀 더 풀어 봐.

└전역하고 경호 회사 다닐 때 선우진 담당했었음 ㅋㅋㅋ 그때는 팀장 한 명이랑 나 같은 체대생들 두세 명만 경호원이랍시고 붙어 있었는데, 그러다가 대부분 외국인으로 구성된 경호 회사랑 새로 계약하더라. 그때 이후로 사생들 다 정리한 듯? 인력만 충분하면 못 따라다니게 할 방법이야 많으니.

선우진의 입대 소식을 듣고 여러 반응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은 놀람과 황당함, 신기함 등이 뒤섞인 반응.

그도 그럴 것이 선우진만큼 유명했던 사람 중 선우진처럼 조용히 군대에 간 유명인은 몇 없던 걸 넘어서 아예 전무하다고 봐도 되는 수준.

심지어 선우진은 한창 군 입대 관련으로 여러 번 이슈가 되다가, 최근에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며 입대를 선언하기까지 했던 이였으니.

단순히 유명인의 군 입대 이상으로 그 놀라움이 더 컸던 것이다.

-아, ㅅㅂ 근데 쟤는 왜 머리 빡빡이여도 잘생김?

-ㄹㅇ 화나네… 하나만 해라, 하나만…….

-나 입대 전 사진 보니까 오징어도 이런 오징어가 없던데… 쟤는 뭐 태양의 후예 찍냐?

-그 태양의 후예도 주인공 장교라 머리는 웬만큼 길었지 ㅋㅋㅋㅋ 태후보다는 약간 아저씨 느낌나는 듯.

-ㅋㅋㅋ난 오히려 선우진 보면 그냥 화도 안 나던데.

└ㄹㅇ 쟤는 대놓고 넘사벽이라 걍 감흥도 안 생김.

-제꼬3…….

└내 친구 오늘 입대인데 선우진 뒤에 붙어서 같은 중대 드갈 거라고 그러던데ㅋㅋㅋㅋㅋ 제보 받고 알려 드림.

└뭐를? 제꼬3인지?

└ㅇㅇ

└이거 pdf 따서 회사로 보냄. 성희롱 ㅅㄱ

└(삭제된 댓글입니다.)

└근데 ㄹㅇ 궁금하긴 하다…….

└그건 씹인정

특히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선우진의 군 입대에 대한 반응이 들끓었는데.

몇몇 특이한 반응도 있었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면 전부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미필자들에게도 그렇고, 군필자들에게는 더더욱 호감 이미지가 된 선우진.

요즘의 분위기라면 남초 커뮤니티에서 선우진을 까는 건 그대로 온갖 욕을 다 들어 먹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선우진의 군 입대를 눈꼴시게 바라보는 무리도 존재했는데.

“아, 저 새끼 때문에 한동안 또 눈치 봐야겠네.”

“흙수저 출신이어서 그런가? 그냥 의사 한 명 고용해서 대충 입막음시키면 되는 거, 왜 저러는 거야?”

재벌 3세와 4세들.

이제 막 군대에 갈 시기가 되어, 그룹에서 준비해 준 대로 면제 루트를 차근차근 밟아 가고 있는 이들이 몇 있었는데.

선우진의 입대로 한동안 시끄러워질 것을 예상한 것이다.

[‘자수성가’한 수십조 부자의 군 입대, 한데 ‘다이아 수저’ 재벌 3세들의 입대는 어디에?]

[대한민국 20대 재벌 그룹 군 입대 비율, 어째서인지 허리 디스크 환자가 참으로 많아.]

그렇지 않아도 선우진의 군 입대 관련 뉴스가 언론에 뜬 이후.

자기 능력으로 웬만한 재벌 이상의 부자가 된 선우진은 잘만 입대하는데, 정작 수저 잘 물고 태어난 게 전부인 재벌 아들들은 군대에 빠진다는 기사들이 여럿 나왔었다.

그 탓에 면제를 위해 절차를 밟아 가던 재벌 3, 4세들의 계획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진짜 입대까지 해 버렸으니, 한동안은 꼼수로 군대를 빼려는 계획이 올 스톱 되게 생겼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곳이 또 있었으니.

“야, 김 팀장, 이 뉴스 진짜야?”

“아까 언론사들 전화해서 확인해 봤는데, 사실이랍니다.”

“아오, 진짜 미치겠네. 지금 시점에 민혁이 복귀시키면 안 되겠지?”

“아무래도 요즘 연예부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니고 있어서…….”

흔히 말하는 검머외, 검은 머리 외국인 신분의 연예인들이 속해 있는 기획사들.

한창 컴백을 준비하던 그들 또한 선우진의 입대 소식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재벌 3, 4세 대상으로 기사들이 나왔던 것처럼,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해외국적 연예인들과 관련한 기사들도 꽤나 등장했었는데.

아마 검머외인 소속 연예인이 이런 시기에 컴백을 했다가는 그대로 언론의 집중 포격을 맞게 되리라.

“스읍. 야, 바로 민혁이한테 전화해서 컴백 일정 늦추자 그래.”

“알겠습니다.”

* * *

“후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호국 요람이라 쓰여 있는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수많은 빡빡이.

그중 한 명의 빡빡이가 된 나.

설마설마했건만.

이 순간이 진짜 와 버리고 말다니.

“엄마, 선우진 표정 봐. 완전 똥 씹은 얼굴인데?”

“득츠르.”

계속 날 건드는 누나를 한번 째려봤다.

확 그냥, 카드를 정지시켜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누나.

아무튼.

“에드도 잘 지내시고요. 이제 회사 대표도 되셨으니 뭐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하하. 열심히 운영해 보겠습니다, 보스.”

내 군 입대로 인해 붕 떠 버리게 된 경호 팀.

그들은 이참에 경호 회사를 하나 차리게 됐다.

물론 자본은 내가 100% 대고, 지분도 내 100% 소유의 회사.

아마 사람액터즈나 강한남자의 배우들을 위주로, 연예인 전문 경호 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경호 팀과도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인사를 나눴다.

“그… 뭐냐. 안에 들어가면 전화하라고 시간도 잠깐씩 주는데, 그때 한번 전화드릴게요.”

예전에는 뭔가 뭉클함도 있었는데.

이미 한번 다녀온 내게 그런 게 있을 리가.

물론 나야 두 번째 입대지, 부모님이야 아들 처음 보내시는 거니 내 손을 꼭 붙잡으시고 ‘조심해라’, ‘건강이 우선이다’ 같은 말을 해 주시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군 생활 마스터라.’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육군 병장 만기 전역한 군필자라면 모두가 군 생활 마스터다.

군 생활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라는 거다.

튀지 않고 중간만 가는 법, 보이는 데에선 열심히 하고 안 보이는 데에선 농땡이 피우는 법 등등.

직접 몸으로 굴러 가며 익힌 노하우들이다.

여하튼.

“인터넷 편지는 아마… 받기 힘들 듯?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엄청 쏟아질 거 같아서. 무튼 수료식 날 봬요, 두 분 다.”

[오늘 입영 예정인 입영 장정들은 연병장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하나둘씩 연병장에 모여 줄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급식 시절 아침 조회 등에서 교장님 훈화 말씀을 듣던 짬 바이브가 다들 있어서 그런가.

그나마 오와 열은 잘 맞추는 훈련병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군필자(아님)인 내게는 풍겨 오는 숨길 수 없는 짬찌들의 향기.

‘후, 열받네. 그중 하나가 나라니.’

전역을 한 3달 앞둔 병장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쯤 막 훈련소에서 자대로 전입해 온 까까머리 신병들을 보면,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는데.

그 귀여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나는 신병들에게 슬쩍 찾아가 어깨동무를 하고 그런 말을 건네곤 했다.

‘친구.’

‘이병 ㅇㅇㅇ!’

‘괜찮아, 괜찮아. 편히 해. 그보다 눈 좀 감아 볼래?’

‘이병 ㅇㅇㅇ! 눈 감았습니다!’

‘그래, 뭐가 보이냐? 깜깜하지?’

‘예, 그렇습니다!’

‘크크. 그게 네 미래다.’

이런 거 아니면.

어디 연병장에서 돌을 하나 주워 온 후.

툭.

‘여기 떨어진 거 보이지? 이게 내 남은 군 생활이다.’

신병에게 이렇게 말한 다음.

돌을 주워 아주 힘차게 던진다.

당연히 작은 조약돌은 저 멀리 날아가고.

그다음에 신병에게 묻는 거다.

‘저게 뭐 같냐?’

‘잘 모르겠습니다!’

‘뭐긴 뭐야. 네 남은 군 생활이지. 고생해라. 형은 간다.’

물론 이런 짓도 전역 3개월 남았을 때나 재밌지.

거기서 한두 달 더 지나면 저러는 것도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

신병이 새로 들어와도.

어차피 오래 볼 사람이 아니니 대충 통성명만 하게 되고.

뭐, 여하튼.

‘그랬던 그때의 신병들도 지금의 나와 비교하면 5주나 군 생활을 더 한 놈들이라니!’

아찔함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그러자 보이는,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야.

그랬다.

앞으로의 내 미래였다.

“야, 야. 옆으로 좀 비켜 봐.”

“아, 싫어. 내가 여기 있을 거야.”

뒤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눈을 뜨고 슬쩍 살펴보니, 내 뒤에 서려고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같은 줄이면 훈련소 같은 생활관에 배정받는다는 정보를 들은 건가.

후우.

벌써부터 상상되는구나.

샤워 시간이 되면 같은 생활관 놈들뿐만 아니라, 옆 생활관과 그 옆 생활관, 저기 멀리 생활관 빡빡이들까지.

다들 아닌 척 나를 찾아와 힐끔거리겠지.

물론 인터넷에 내 이름만 쳐도 나오는 내 얼굴을 보기 위해 힐끔거리는 건 아닐 테고.

‘수치플 지리겠네.’

뭐, 자신은 있다만.

그래도 수백 명의 남정네가 내 꼬추 보려고 곁눈질하는 건 참기 힘든 법이었다.

어쨌거나-

[부모님과 연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바로!]

예전에도 한번 한 적 있었던 경례 절차가 끝나고.

[앞으로오 갓-!]

…아, 씨발.

진짜 개씨발.

나는 그렇게 훈련병(진)에서 훈련병으로 전직에 성공했다.

* * *

우선 임시 숙소 배정, 소지품 검사, 간단한 설문 조사를 거쳤다.

모두 끝나고 나니 교육대장(대대장) 상담이 있대서 불려 갔는데.

“충-성!”

별이 왜 여깄어?

그것도 한 개짜리도 아니고, 두 개짜리.

바로 경례부터 올려붙였다.

그러자 오히려 화들짝 놀라는 투 스타.

“아이고, 작가님. 작가님이 어떤 분이신지 여기 있는 사람 다 아는데, 경례는요. 편히 하세요, 편히.”

나 이제 말년이니 눈치 보지 말고 편히 하라고 이등병에게 말하던 과거의 내가 오버랩 되는 건 왜일까.

물론 이 투 스타 양반은 그때의 나처럼 농담하는 게 아니라, 진짜 편히 하라는 의미겠지만.

입영 검사를 거치면서 다시 작동되기 시작한 내 말년병장의 짬바(B+)가 이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어우. 작가님이 정말 참 군인이시네. 충성.”

계속 부동자세로 경례를 취하고 있자 그제야 경례를 받아 주는 투 스타.

나도 따라 손을 내렸다.

‘육군훈련소장이 투 스타였나?’

아마 그럴 터.

즉 이 양반이 여기 훈련소 대빵이다.

“여기 앉으세요, 작가님. 자네는 나가 있게나.”

“추웅-성!”

날 이곳으로 안내했던 이름 모를 대위가 기차 화통 삶아 먹는 소리로 충성을 외치고는 방을 나갔다.

대위와 소장이면 계급 차가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당연한 반응.

“저 친구가 작가님 속하신 중대의 중대장을 맡을 겁니다. 육사 출신이라 꽤 똘똘하다네요.”

대위가 방을 나서자 투 스타가 그렇게 말했다.

흐음, 내 말년병장의 짬바(B+)가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정말로 편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이다.

사실 아직 젊은 나이의 대위라면 몰라도.

여기저기서 구를 대로 구르고 손에 오물도 좀 묻혀야 오를 수 있는 게 소장이라는 자리다.

알 건 다 아는 저 양반이야말로 이곳 육군훈련소에서 선우진이라는 사람의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포 스타가 군납 비리로 아무리 해 처먹어도 1,000억 원이 안 될 텐데.

투 스타면 그 10분의 1도 엄두 내지 못할 거다.

그런 그한테 수십조 원의 부자인 나는 어떻게 보이려나.

‘그래도 너무 편히 하는 건 좀 그렇고.’

이런 게 하나하나 쌓여서 나중에 약점이 되는 법이다.

일부러 입대까지 했는데.

선우진 걔 돈 많다고 황제 복무만 하다 왔다더라, 소리 들으면 억울하지 않겠나.

뭐 그렇다고 너무 눈치 보고 그럴 이유는 없고.

시늉은 해 줘야 한다, 시늉은.

“김병원 의원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병원 의원님 말입니다.”

아, 기억 났다.

예전에 뭐 <마지막 마법사> 촬영지 가지고 자기네 지역구에서 찍으면 안 되겠냐 어쩌고 했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그렇게 전화해 놓고 몇 주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는 실제로 무릎만 안 꿇었다 뿐이지 나한테 전화로 거의 석고대죄를 하더라.

그때 처음 알았다.

광둥성 서기 빽이 한국 정치판에서도 꽤 통한다는 것을.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굳이 광둥성 서기 빽 없이 내 힘만으로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무튼, 그 국회의원의 이름이 김병원이었다.

그런데 그 양반.

‘국방위 위원장이었어?’

예전엔 교육위 소속이었던 거 같은데.

상임위원 임기가 2년이니, 이번엔 국방위를 맡은 모양.

‘어라.’

나한테 쳐 맞던 김 의원이 국감에서 참모총장도 때려잡을 수 있는 국방위원장?

이게 대체 뭔 서열이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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