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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43화 (143/267)

143화 목줄 채우기

[할리우드, 충격 파문! 계속해서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폭로 이어져.]

[3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악마의 범행. 어째서 이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 했나?]

[안젤리나 졸리와 기네스 펠트로에게까지 마수를 뻗었던 하비 와인스틴?]

[아시아 아르젠토, “나 또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었다. 하비 와인스틴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은 많은 배우의 커리어를 망쳤다는 건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사실.”]

-너무 큰 충격이야… 꿈과 희망이 가득해 보였던 할리우드의 추악한 민낯이기도 하고…….

-펠트로는 영화계 관련된 집안 출신 아니야? 스필버그도 그녀의 대부고… 그런 그녀에게까지 성추행을 시도했었다고?

-그녀한테도 그럴 정도인데 힘 없는 피해자들에게는 어땠겠어… Fuck, 저 개자식에게 종신형을 내리라고.

-릴리 제임스가 그러더라. 자신은 이번 사태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하비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 저런 짓을 하는 놈은 흔하다더라고.

-This is bullshit. 수많은 하비 와인스틴의 절친은 지금 뭘 하고 있지? 걔네가 과연 이런 짓들을 모르고 있었을까?

사실, 트럼프의 정치적 공격도 공격이지만.

이번 성추문에 가장 난리가 난 곳은 할리우드였다.

저 모든 일이 벌어진 곳이 할리우드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그렇게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피해자가 용기 있게 증언에 나서며 미투 파문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간 하비 와인스틴과 연관되어 있던 많은 할리우드의 배우 및 제작자도 입을 열고 있었다.

특히 와인스틴과 작업했던 경험이 있는 유명 감독과 영화인들에게 관련 질문을 묻는 이들이 많았는데.

[선우진, “와인스틴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권력 남용. 피해 사실을 용감하게 공개한 여성들을 지지한다.”]

내게도 관련 인터뷰가 있었다.

써밋-MGM과 와인스틴 컴퍼니가 최근 맺었던 유통 계약 때문.

물론, 내가 그와 연관된 게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기에 그저 이번 추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 정도가 전부였지만.

[써밋-MGM, BBC와 협업해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 예정. 극장판까지 계획하고 있는 중.]

지금과 같은 인기도 퀘스트 찬스를 놓칠 수는 없겠지.

어차피 하비 와인스틴은 끈 떨어진 연 신세에, 설령 끈이 붙어 있었더라도 나라면 쉽게 잘라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얇은 존재.

노 리스크로 내 인기도를 올릴 수 있는 개꿀 찬스를 놓쳐서는 안 됐다.

게다가 상황이 꽤나 내게 좋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암므라 테론, “할리우드에는 이런 성추행을 저지른 거물 인사가 서너 명은 더 된다. 이런 걸 피하고 싶다고? 그러면 써밋에 가라. 거기 만큼 클린한 촬영장도 없으니.”]

써밋-MGM과 과거 작업을 같이 했었던 모델 출신 여배우가 우리에 대해 긍정적인 인터뷰를 한 것.

심지어 그런 비슷한 말을 한 게 그녀 외에도 더 있었다.

[제시카 앤더슨은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곳이 Mr. 선의 회사다. 거기만큼 나를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 섹시한 여배우로 보는 곳도 또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조금의 섹스 스캔들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써밋 엔터와 관련된 인터뷰 속출. 할리우드라는 진흙 속 유일한 진주?]

‘사실 어느 정도는 의도한 거긴 한데…….’

내가 예전 써밋 엔터를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직원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던 사항이다.

내 소유의 회사에서 성 관련 권력 남용이 있으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관련 스캔들이 발생 시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리는 조항도 모든 계약서에 삽입되어 있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더 여성 인권에 관심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언젠가 하비 와인스틴 성추문이 터질 걸 알고 있던 나로서는 미리 조심했던 것에 가까웠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내가 적극적으로 하비 와인스틴의 뒷조사를 해 그 결과를 트럼프에게 전달하게 되긴 했지만… 뭐.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부 큰 그림을 그렸던 건 아니었다.

아무튼, 암므라 테론의 인터뷰에서 시작된 써밋 엔터 찬양(?)은 생각보다 효과가 더 좋았는데.

-선우진 쟤는 정말 제대로 된 놈이야. He is a real man.

-심지어 자기 조국을 위해 군대까지 갔다 온 놈이라고. 조국을 위해 2년을 무급(혹시 태클 걸 새끼들이 있을까 봐 말하자면 한국 군인은 월급으로 100$를 받아)으로 봉사한 빌리어네어? 아메리카에도 저런 놈이 있어야 해!

└헤이, 오타가 난 거 같은데? 1,000$겠지!

└미안하지만 100달러가 맞아. 쟤네는 정말로 100달러를 받고 군 생활을 한다고.

└와우… 한국이 그렇게 못사는 나라였나?

└nope. 쟤네 평균 샐러리가 1년에 그래도 3~4만 달러는 될걸? 단지 군인만 예외일 뿐이야.

└전 재산이라고는 1만 달러가 전부인 나도 100달러를 받아 가며 군대에 있으라면 바로 탈영했을 텐데… 수중에 수백억 달러가 있는데 100달러를 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lol, 누가 이 기사 봤어? 선우진이 1분 동안 버는 돈이 군대 시절 월급보다 많다는데?

-난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야, 여자이기도 하고. (인증 사진1), (인증 사진2), (인증 사진3). 몇몇 여배우가 이번 일에 대해 말한 것처럼 할리우드에서 성추행은 흔한 일이야. 나도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지. 보여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좀 핫하거든. 그 탓에 심하지는 않아도 가벼운(이런 표현을 써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추행에 여러 번 시달린 적 있었어. 그날도 그런 날이었지. 여느 때처럼 병신 같은 디렉터가 촬영장이 전부 자기 것인 것처럼 굴고 있었고, 급 있는 여배우 건들 깜냥은 안 되니 나 같은 보조 작가나 건드는 평범한 할리우드의 하루. 하지만 차이점이 딱 하나 있다면 그 영화의 제작사가 써밋 엔터였다는 건데… (더 보기)…….

└Wow 정말로 그 많은 배상금을 물게 한다고? 그리고 그중 일부가 피해자인 네게 오고?

└응. 일시불로 10만 달러. 그리고 앞으로 매달 500달러씩 10년간. 참고로 이건 법정에서 내린 오더가 아니라 써밋 엔터의 호의야.

└내 여동생도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포토그래퍼인데 거기엔 피해야 할 회사 리스트와 그 반대로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가 있다 들었어. 그리고 써밋 엔터는 언제나 후자 리스트의 최상위라고

└하하, 맞아. 우리끼리 그런 걸 공유하고는 하지. 어쩌면 네 여동생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겠는데?

-누군가 그랬지 않나? 할리우드는 꿈과 환상이 가득한 아메리칸드림의 장소라고. Lol 정작 거기서 제일 클린한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코리안이었군!

-헤이, 혹시 궁금한 친구들이 있을까 알아 왔어. 앞으로 개봉할 써밋 엔터의 차기작들 목록이야. [Link:http://…….]

└이건 기존 작품들 목록. [Link:http://…….] 참고로 전부 스웜에만 독점 유통되고 있어. 스웜도 쟤네 꺼거든.

└fuck, 이 댓글 보고 바로 넷플릭스 구독 해지했다.

└후회 없는 선택일 거야. 요즘 넷플릭스는 존나 구리다고.

-Shiiitttt 뭐야 내가 최근 3년 동안 재밌게 본 영화들은 다 쟤네 거였잖아?

할리우드 전체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는 동안에, 써밋 엔터만이 홀로 그 반대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던 것.

그리고 또 하나.

이번 기회를 통해 얻어들인 소소한(?) 수익이 있었는데.

“3억 달러라… 나쁘지 않네요.”

하비 와인스틴이 민주당과 깊은 연관이 있는 건 유명한 사실인 만큼, 이번 성추문이 미국 증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미국 증시였으니까.

그 외에도 영화 산업 관련주들에 대해서도 숏 포지션을 구축해 놨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 기반한 건 아니라 조금 소극적으로 투자하긴 했다.

그래도 총 3억 달러를 벌어들인 거였으니.

이만하면 용돈 벌이로는 나쁘지 않았다.

‘3억 달러가 용돈이라…….’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게 저번 브렉시트 때는 무려 900억 달러를 벌었지 않나.

앞으로 몇 번 없을 꿀 찬스.

그때의 뽕이 아직 안 잊혀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하튼.

‘용돈 받는 건 또 오랜만이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정확히는 돈을 벌고 나서는 부모님께 드리기만 했지 받은 적은 또 없다.

아, 명절 때 용돈을 받기는 했다.

올해 설은 전역하고 일이 바빠 어쩔 수 없었지만, 작년 추석에는 우리 집이 큰집이라 가까운 친척들이 우리 집에 모였었는데.

나도 명절에 맞춰 휴가를 내고 집에 와 있었는데.

그때 재밌는 일이 있었다.

친척들이 많지는 않아 명절이라고 해도 모이는 건 작은 아버지네와 고모네가 전부.

참고로 작은 아버지네는 물론이고 고모네도 모두 풍족하게 잘살고 계신다.

내가 알게 모르게 도움드린 게 적지 않아서.

아무튼, 그중 고모가 누나와 내 사촌 형제들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했는데.

누나는 이제 대학 졸업이라 마지막이니 얼마, 사촌 누구는 얼마, 누구는 또 이제 대학 들어가니 얼마… 이러시다가 문득 나와 눈이 마주치셨다.

‘…엄청 어색했지.’

품에서 용돈을 꺼내 주시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시고는 갑자기 멈칫하시는 고모.

나 또한 저기 용돈 받아 가는 무리에 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결국 ‘그래… 흠흠. 우진이 너도 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주시더라.

고마운 마음에 잘 아끼고 있다가 부대 복귀한 후 PX에서 냉동 사 먹는 데에 잘 썼다.

* * *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TWC, 성추문 후폭풍에 결국 파산 신청.]

[‘미투 촉발’ 와인스틴 제작사,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

[하비 와인스틴은 회사에서 해고되고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 자격을 박탈. 그의 지분은 법원에서 매각 절차를 거쳐 피해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

그사이, TWC가 파산하는 일이 있었다.

이로써 할리우드 미니 메이저의 자리까지 올랐던 회사 하나가 사라지게 됐는데.

그 자리를 대신한 회사가 있었다.

[레전더리 픽처스, 19억 달러에 지분 전부를 추가적으로 확보한 선우진의 손으로.]

[써밋-MGM과의 합병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 밝힌 레전더리 픽처스. 독자적인 제작사로서 활동할 것.]

예전, 독점 배급 계약을 맺은 적 있던 레전더리 픽처스.

그 회사를 이번 기회에 인수하게 됐는데.

TWC가 파산하면서 내 소유로 저작권이 넘어온 몇 개의 작품.

이미테이션 게임과 비긴 어게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킹스 스피치, 장고, 피라냐와 같은 것을 레전더리 픽처스로 돌렸다.

그렇게 이제 새롭게 미니 메이저 반열에 오르게 된 레전더리 픽처스.

저번에 배급 계약과 함께 취득한 적 있는 주식 13%를 빼고 나머지 87%를 19억 달러를 주고 사 왔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행오버>, <다크 나이트>, <쥬라기 월드> 등의 제작을 맡았던 회사.

물론 저작권을 전부 갖고 있는 건 아니고 대부분은 워너 브라더스와 유니버설의 것이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IP도 적지 않았는데.

<퍼시픽 림>과 <고질라>가 그 예였다.

퍼시픽 림은 레전더리 픽처스의 독자적 IP였고, 고질라는 일본에서 사 온 것.

거기에 만화, 혹은 고전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전문인 회사라 그 두 시리즈 외에도 가지고 있는 IP들이 많았다.

특히 자체 코믹스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점이 이번 인수의 주된 이유였다.

‘미국 영화 산업에서 코믹스는… 빠질 수 없는 분야니까.’

마블이나 DC에 비교하자면 아직 작지만, 독자적 코믹스 레이블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낀 것.

오랜만에 한 회사 쇼핑이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쇼핑만 한 건 아니었는데.

-제이슨: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새롭게 회사 하나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사모펀드.

브렉시트에서 벌어들인 돈 중 남들이 모르는 100억 달러를 따로 빼내 이리저리 세탁을 거쳐 별도의 자산 운용사를 만들었고.

하나의 그럴듯한 사모펀드를 탄생시켰는데.

자금의 출처가 나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순간, 내 모국인 한국 또한 엄청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기회에… 목줄을 좀 채워야지.’

이 사모펀드가 노리는 건 바로 내 모국인 한국이었다.

나는 애견인이 아닌 터라.

시끄럽게 짖으며 나한테 입질하는 개들이 있으면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말하는 개들이라 함은…….

한국의 일부 재벌들 그리고 정치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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