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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44화 (144/267)

144화 기부 천사

한국에서 돈 많이 버는 놈 중 정치권과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 없다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예외라고 볼 수 있었다.

처음에야 뭐 그때의 나는 그냥 일개 작가였을 뿐이니 정치권과 연관될 일이 없었고.

써밋 엔터와 윅슨 출판사를 인수하고 나서도 달라질 게 없었다.

소설로 돈을 겁나게 번 작가가 자기 작품 낼 출판사와 할리우드의 영화사 하나 인수했다고, 그게 정치권과 연관될 건덕지는 전혀 없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내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덕분도 있었다.

뭐, 지금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어쨌든.

스웜과 관련된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도 여전했다.

OTT? 그게 뭔데? 돈이 된대?

만 원 정도만 내면 영화나 드라마를 전부 볼 수 있다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해서 돈이 벌려?

스웜이 막 출범했을 때만 해도 그게 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던 인식이었다.

새로운 문물에 빠른 이삼십 대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었는데.

고루하기 짝이 없는 정치권에서는 어땠겠는가.

뭐, 대충 여전히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중간에 김 의원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금방 해결됐고.’

스웜이 점차 커지면서도 정치권의 영향이 없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놀랍게도, ‘느그 서기 광둥성 살제?’ 전략이 어느 정도 한국 정치권에서도 효과가 있었던 거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였던 만큼 중국과 연루된 이권들이 한국에도 적지 않았고.

정치권에도 그랬던 덕에 광둥성 당서기가 일종의 내 방패막이가 되었던 거다.

처음에 호기롭게 덤볐던 김 의원은 입대 내내 내 딸랑이 행세를 자진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나는 한국 정계와 연관되지 않는 꽤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또 세무조사가 들어왔다고요?”

“예. 이번에는 아주 작정했는지 직원들 점심 식대 내준 것까지 걸고 넘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올해 중순 이후부터 생긴 변화였는데.

‘견물생심이라고… 혼자서 큰돈을 번 놈이 있으면 뜯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겠지.’

브렉시트를 통해 수백억 달러를 벌었다는 게 언론에 알려진 시점과 비슷했다.

[中,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민감한 반응 보여…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수도?]

[(단독) 중국 전면 한한령 선포… 전지현 드라마, 송중기 광고도 막았다]

[한한령, 과연 중국의 사드 보복인가?]

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과 한국 간의 갈등이 심화된 시기와 겹치기도 했다.

물론 내 중국에서의 사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미 한한령이 선포될 것을 알고 있던 나였기에 그에 대한 대비를 꽤 해 둔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反)한류 정책에서 내가 예외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스웜이 중국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은 오로지 K-콘텐츠에만 의존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어차피 K-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하는 건 스웜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OTT도 마찬가지였고.

중국의 토종 OTT들은 애초에 스웜과 경쟁할 깜냥이 되지 못했다.

거기에 그나마 스웜과 경쟁할 급이 되는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은 아직도 중국 진출에 있어서 첫 스텝도 밟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할리우드의 작품 대부분의 중국 내 유통권을 꽉 쥐고 있는 스웜이 중국 내 점유율을 빼앗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중국과 한국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는 건 달리 말하면, 더 이상 광둥성 당서기 백이 한국 정치권에 그리 먹히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전까지는 하지도 않았던 세무조사를 SW 프로덕션과 몇몇 다른 기업에게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게 아니겠나.

사실 처음에는 뭐 해 봐야 자기들이 어쩌겠나 싶었다.

아무리 털어 봤자 털릴 구석이 없을 거라 자신했으니.

그런데 이놈들이 칼만 안 들었지 그냥 강도나 다름없더라.

뭔 조폭들이 보호비 뜯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사소한 지출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소명 자료를 요구하던데.

그때 누가 귀띔해 주길 이런 경우에는 아예 나올 때부터 목표 징수액을 정하고 온 경우라더라.

내 사업체의 세무 팀은 물론 따로 자문 계약을 맺은 세무법인을 통해 세무 검토까지 받았었으니 잘못이야 찾아볼 수도 없겠지만.

그 없는 잘못을 찾기 위한, 정확히는 만들어 내기 위한 세무조사였던 것이다.

“그런 건 다 위에서 오더가 내려온 거죠. 적당히 정치자금 명목으로 던져 주는 게 좋아요. 제가 이번 대통령 임기 동안 여당한테 얼마를 내줬는지 알려 드릴까요?”

그때쯤 만나게 된 CM 그룹 박정후 부회장의 조언.

그녀와 CM 그룹 또한 매년 정치권에 갖다주는 돈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정치권과 싸워서 득될 게 없죠. 물론 선 대표님이야 국내 비중이 적으시지만, 그래도 사소한 걸 가지고 귀찮게 하는 데에는 도가 튼 놈들이거든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윗선들끼리 만나 밥 한번 먹으면서 적당히 얘기를 나누면 세무조사가 끝이 난다고.

SW 프로덕션의 최 대표가 자기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었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그건 내가 막았다.

한국에서 권력 이기는 금력은 없다지만.

글쎄, 그건 약점이 많은 재벌 그룹 얘기였고.

꿀릴 게 없는 나로서는 괜히 그치들에게 숙일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사실 지금의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던 나였는데.

‘레이드 뛰러 가려는데 마을 앞 쪼렙 몬스터가 선공 치는 건 좀 아니지.’

내가 지금 이번 미국 대선의 킹메이커가 되느냐 마냐를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도 아니고, 어디 쪼렙 의원들이 떡고물을 원해서 나를 콕콕 찔러 대고 있는 거였으니.

어찌 어이가 없지 않을 수 있겠나.

게다가 박 부회장을 통해 제보 비슷한 것도 하나 들었는데.

“제 생각으로는… 한국 재계 쪽에서도 움직인 것 같아요. 특히 미래 자동차 쪽에서요.”

원래도 내 존재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던 한국 재계였다.

갑자기 나타난 신흥 재벌, 아니 그 이상의 존재.

물론 주력 사업은 모두 국내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지만, 내 본진이 한국인 만큼 그들에게 있어 나는 언제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는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조업 중심의 한국 재계와 내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으니 지금까지는 서로 그냥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미래 자동차…….’

오성 다음의 재벌 그룹인 그쪽에서는 최근 들어 나를 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등장으로 급속도로 각광받기 시작한 차세대 산업인 전기차 시장.

미래 자동차 또한 다음 세대의 주력 사업으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을 텐데.

내가 그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테슬라의 대주주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하만을 오성에 넘겼으니까.’

저번 박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지분을 넘긴 하만은 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을 하는 회사로 미래 자동차의 직접적인 경쟁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었다.

즉, 미래 자동차에게 있어 경쟁사들의 파트너인 것이었는데.

그런 회사를 오성그룹에서 사들이고, 그 지분을 내가 넘겼다는 게 미래 자동차를 자극한 것이다.

그렇게 미래 자동차를 시작으로 나를 향해 정치권을 통한 압박이 들어갔고.

거기에 다른 몇몇 재벌도 합류했다는 게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였다.

한국에서는 오성 다음으로 커다란 미래 자동차에서 스타트를 끊어 주니, 그간 나에 대한 경계를 놓치지 않고 있던 몇몇 이들이 동참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미래 자동차를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 비즈니스라는 게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이익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게다가, 미래 자동차 덕분에 내가 배운 교훈도 있었고.

이번 일을 통해 내가 그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미리 선빵 쳐서 감히 덤빌 생각을 못 하게 했어야 했는데.’

바로 내가 너무 한국 재계를 상대로 그간 착하게 살아왔다는 것.

사실 세계에 널린 여러 회사와는 달리 뽑아 먹을 구석이 없어서 그냥 신경을 안 썼던 건데.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라고.

가만히 있다 보니 나를 호구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참에, 날뛰는 똥개들한테 목줄 한번 채울 생각이었다.

물론 그런 말도 있기는 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지.’

오랜 속담과도 같은 말.

아무래도 그 말을 믿고 이러는 거 같은데…….

하지만 아무리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해도 결국 그래 봐야 똥개는 똥개라는 걸 알려 줘야 했다.

“개표 시작했습니다.”

미국 대선 개표 방송 당일.

사실 보유 자산만 놓고 따지면 나와 미래 자동차가 비교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미래 자동차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40조 원.

브렉시트를 통해 내가 벌었다고 언론에 알려진 현금이 그 정도 된다.

즉, 단순 계산으로는 내가 갖고 있는 현금을 모조리 쏟아부으면 미래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소리.

물론 지배 지분을 팔 리가 없으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글쎄.

미래 자동차를 완전히 먹을 수는 없더라도 똥개 목에 목줄 채울 정도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하. 기대되네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제이슨.

나 또한 마주 웃어 주었다.

오늘은 4년 만에 한 번 있는 세계 최대의 이벤트, 미국 대선.

나는 오늘 제대로 된 돈찍누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 * *

전 세계의 수많은 회사가 미국 대선의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게 될 금융사들과 제조업 회사들은 더욱 개표 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미래 자동차 또한 그런 회사 중 하나였다.

트럼프 후보가 지금껏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

그중 하나가 멕시코와 중국산 수입품에 각각 35%,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거였다.

즉, 만약 트럼프가 당선돼 멕시코산 수입품에 35%라는 폭탄 과세를 물릴 경우,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미래 자동차로서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멕시코의 싼 임금과 무관세 이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에 연간 40만 대의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완공한 미래 자동차로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멕시코산 차량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는데.

여러 차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한 트럼프였다.

그간의 주장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나설 경우 미래 자동차는 국내 생산 차량의 북미 수출에도 악영향을 받을 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40%가량을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미래 자동차로서는 큰 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와아!”

하지만 개표 방송의 초반.

미래 자동차에게는 다행이게도 힐러리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쉽게 승리를 거두면서 좋은 출발을 보여 줬다.

심지어 그 이후 개표가 진행된 동부와 서부 지역에서도 힐러리가 계속 승리하기 시작했는데.

트럼프 또한 텍사스부터 시작해 일부 중부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는 민주당의 색깔이 확연히 더욱 많아 보였다.

“좋았어!”

미래 자동차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

하지만 그러던 그때.

탁-!

누군가가 대표실 문을 열고 빠르게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안쪽으로 가 무언가를 속닥였는데.

“공매도? 그게 말이 돼? 우리 상대로 공매도를 하는 놈들이 있다고?”

자신이 들은 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헛소리에 가까운 말이 전달된 것.

아니, 그런 미친놈들이 있어?

우리 미래 자동차를 상대로?

심지어 지금처럼 힐러리가 우세한 상황에서?

뭐, 어디 기부 천사인가?!

그런데 그 말을 듣고 한 20분쯤 지났을까.

“어? 위스콘신과 펜실베니아에서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개표 방송의 흐름이 갑자기 뒤바뀌기 시작했다.

힐러리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던 지역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개표 방송을 쭉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래자동차의 임원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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