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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46화 (146/267)

146화 파란 나라를 보았니

미래 자동차에 비상이 걸린 사이.

그들 이상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있었는데.

“공매도 물량을 마구잡이로 쏟아 내라고! 오늘 하루 안에 최소 10억 달러는 전부 써 버린다는 생각으로!”

현재 윌리엄이 총괄 및 지휘를 맡고 있는 WS 매니지먼트가 바로 그곳이었다.

‘후. 난이도가 너무 쉬운데?’

보스의 나라인 대한민국.

그와 같은 인물이 나온 나라인 만큼, 그런 나라의 둘째 가는 기업을 공격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지레짐작했던 윌리엄이었지만.

정작 실제로 공격에 나서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쉬운 난이도의 일이었다.

물론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초유의 사태 그리고 그걸 미리 예측했던 보스의 능력 덕분도 있었지만…….

‘규제가 이렇게 취약할 줄이야.’

공매도에는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가 있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다음 그걸 파는 것이고, 무차입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일단 팔고 나중에 갚는 방식.

무차입 공매도는 아무런 담보 없이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거였으니, 그 특성상 시장의 교란 위험이 컸다.

마치 묻지 마 대출과도 같은 것.

그렇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되어 있는데, 한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원칙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인 것.

‘원칙적으로… 참 좋은 말이지.’

윌리엄이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원칙적으로 금지라는 게 얼마나 허울뿐인 말인가.

그런 원칙을 지켜도 되지 않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금지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

‘하도 IT, IT 공화국 이러기에 금융 쪽도 그런가 했었는데.’

외국인인 윌리엄의 입장에서 본 한국은 참 기이한 나라였다.

정보 기술(IT) 발전 지수는 세계 1등, 한국이 스스로 떠드는 것처럼 IT 강국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기는 했다.

IT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모든 국민이 초스피드의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다.

선우진 때문에 앞서 몇 차례 정도 서울을 제대로 둘러본 적 있는 윌리엄도 매번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을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말뿐인 IT 강국이라는 것.

결국 정보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그건 전 세계의 공통적인 트렌드였다.

전 세계에서 시장가치 톱을 달리는 기업들을 줄 세워 본 후 그중 소프트웨어 기업이 몇 개나 있는지를 살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칭 IT 강국인 한국에서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보스가 없었다면… 웬만한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못 미쳤겠지.’

미흡한 점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오성전자까지 가지고 있는, 정보 인프라와 디바이스 제조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정작 소프트웨어는 후진국에 가까운 기형적인 나라.

그게 지금까지 윌리엄이 본 한국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런 기형적인 모습은 금융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데이터, IT 등이 기반이 되는 금융시장의 최신 트렌드에 한참이나 모자란 수준을 보여 주고 있었다.

관련된 금융 규제도 많을뿐더러 핀테크나 로보어드바이저 등 금융 테크에 대한 발전이 미진해도 너무 미진했다.

물론, 윌리엄과 WS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한국의 실태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코리아에서의 네이키드 숏 셀링(무차입 공매도)? 그거 그냥 하면 돼.’

‘아니, 아니. 미국처럼 뺑뺑이 돌려서 편법으로 갈 필요도 없어. 그냥 일단 막 지르면 된다니까?’

‘규제? 물론 규제야 있지. 그런데 애초에 금융 당국이 규제 의지가 없던데? 그리고 그거 알아? 코리아에는 아직도 숏 셀링이 전산화가 안 되어 있는 거? 우선 숏을 때려 버리고 결재일 이전에 사들여서 갚기만 하면 된다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지사에서 일했거나 지금도 일하고 있는 지인들이 윌리엄에게 해 준 말이었다.

불법이지만 그런 불법을 막으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게 한국의 금융시장이라는 것.

게다가 그중 한 명이 추가적으로 해 준 말도 있었는데.

‘나중에 걸리더라도 벌금 조금만 내면 끝이고. 얼마 되지도 않는다고. 저번에 우리가 냈던 게… 한 3,000만 달러를 벌고 100만 달러 정도 냈었나 그럴걸?’

그야말로 기관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돈 벌기 좋은 시장.

“코리아의 금융은 알면 알수록 참 형편없군. 이런 곳에서 보스 같은 사람이 나오다니…….”

그렇기에 더욱 보스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오르는 윌리엄이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보스와 같은 사람이 나왔을까?

* * *

“회귀빨이지.”

“……?”

“재벌가 막내아들, 그거 요즘 난리더만. 거기 주인공 진도진인가? 걔 말이야, 걔.”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촬영 차 미국에 온 강주원과 만났는데.

그가 최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재벌가 막내아들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나의 영향인 건지, 원래는 2017년도에 나왔던 게 몇 년이나 일찍 연재됐던 재벌가 막내아들.

그 잠재력을 알고 있는 나는 곧바로 스튜디오 선우를 통해 매니징 계약을 맺었고, 이어서 SW 프로덕션을 통한 드라마화까지 곧바로 추진했었는데.

총 3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재벌가 막내아들의 드라마가 요즘 한국에서 한창 방영 중이었다.

이제 막 6화를 넘어섰는데, 벌써 시청률이 24%를 달리고 있는 모양.

생방송 이후 스웜에도 곧바로 최신화가 풀리는데, 스웜 국내 순위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진도진?”

“그래. 그거 보면 진도진이 어릴 때 분당 땅 사서 떼돈 벌고, 아마존 투자해서 10배 벌고 막 그러잖아. 인터넷 보니까 우진이 네가 현실판 진도진 아니냐고 막 그러더라.”

“…아아.”

“그런데 이게 참 웃기는 얘기인 거지. 어? 거기는 막내아들, 아니 막내 손자이기는 해도 재벌가 사람. 그리고 회귀자. 그런데 너는 뭐야, 재벌가 아닌 그냥 평범한 집안 출신이고 회귀한 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현실판 진도진이라니. 우진이 너하고 비교가 되냐 이거야.”

스읍…….

이게 참.

뒤에 거는 맞기는 한데 이걸 말할 수도 없고, 흠흠.

“심지어 그러면서 진도진이 걔보다 네가 지금 번 돈은 훨씬 더 많잖아. 저번에 기사 보니까 우진이 네 재산이 60조 가까이 된다며? 와 씨, 1%만 나 주면 안 되냐?”

“실없는 소리는 됐고요. 그래서 재벌가 막내아들 드라마 봤어요? 어땠음? 일이 바빠서 미처 못 봤는데.”

“아, 그거? 재미는 있더라. 특히 이성민 선배 연기력이 지림. 다른 분들도 그렇고. 아으, 주연을 내가 했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며 부러운 얼굴을 하는 강주원.

하긴, 이제 6화인데 24%면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정말 엄청난 수치였다.

아무리 이번에는 TVM이 아니라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고는 해도 이대로 결말까지 별다른 장해만 없으면 올 한 해를 장식하는 드라마로 꼽히기에 충분한 수치.

‘다행히 재벌가 막내아들 드라마가 잘 뽑혔나 보네.’

강주원의 반응을 보니 그런 것 같다.

시간이 되면 꼭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작품인 재벌가 막내아들.

사실 웹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입지전적인 작품인데.

내가 과거로 오기 전까지 드라마화 계약 소식만 들렸었지 정작 촬영 들어갔다는 얘기는 없던 작품이었다.

뭐, 내년에 편성된다. 아니다, 내후년이다. 그러다가 결국 소식이 사라졌던 것.

‘만약 나왔으면… 잘 나왔으려나?’

아마 그랬을 거다.

애초에 원작 자체가 무척이나 훌륭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 SW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한 버전이 더 나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데.

그만큼 SW 프로덕션에서 꽤 공을 들여 제작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한국 최고의 제작사 소리를 듣고 있는 SW 프로덕션.

그런 회사의 능력에 더불어 300억 원이라는 지금 시점에서는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제작비까지 들였고.

무엇보다…….

[선우진이 극찬한 작품?!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웹 소설이요? 재벌가 막내아들이라고 있는데…….” 2015년 인터뷰 화제!]

[인기 웹 소설 ‘재벌가 막내아들’ 드라마화 결정… SW 프로덕션 제작. 선우진의 의지 반영된 것으로 보여.]

내가 예전에 어디선가의 인터뷰에서 호평했던 게 화제가 되면서, SW 프로덕션의 전 직원이 그 사실을 제작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

즉, 재벌가 막내아들은 ‘그냥 오너도 아니고 한국 최고 부자인 오너가 눈여겨보는 작품’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마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신경이 많이 쓰였을 거다.

그런 만큼 드라마가 잘 뽑히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것.

뭐… 정작 그런 말을 한 오너는 요즘 처리할 것들이 너무 많아 예고편 잠깐 본 게 전부였지만.

아무튼.

“지금 찍는 거나 잘해요. 대본 보니까 재밌을 거 같더만.”

“그치? 네가 보기에도 이번 거 잘될 거 같지?”

“네. 괜찮더라고요. 잘만 하면 내년 연기 대상 노릴 수 있을지도?”

“오오! 진짜지? 진짜?!”

강주원에게 그런 소리를 해 줬지만…….

사실 잘될지는 나도 모른다.

그가 지금 찍고 있는 건 <제이슨 리>라는 스웜 오리지널 제작 작품으로, 예전 알 카포네와도 연이 있었다는 한국계 미국 마피아 보스로 알려진 동명의 제이슨 리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드라마였다.

물론 진짜 마피아 보스는 아니었다.

알려지길 그렇게 잘못 알려진 거였지.

스웜의 조사 결과 그저 카지노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한 미국 이민자라는 게 진실이었다.

하지만 일대기를 살펴 보니 꽤나 재밌는 구석이 여럿 있어 대본화에 들어갔고, 강주원이 주역을 맡아 드라마 제작이 한창이었다.

제작에 내가 관여한 건 아니었고, 저번에 강주원이 이거 대본 어떤 거 같냐고 묻기에 의견을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다 관심이 생겨 제작 과정을 담당 PD에게 물어보게 됐었는데.

‘들어 본 적 없는 작품이었지.’

내 기억 속에서는 없는 작품.

제이슨 리라는 사람은커녕 이 엇비슷한 이야기조차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달리 말하면, <제이슨 리>는 내가 알고 있는 미래 속에는 없던 정말로 스웜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것.

그 때문인지 꽤 기대가 되고 있었다.

즉, 강주원에게 조금 전 해 준 말이 아예 빈말은 아니었던 것.

실제로 대본이 재미있기도 했고, 감독을 맡은 PD도 능력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고, 출연진들도 다 연기력 좋기로 소문난 배우들이라… 뭐.

잘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하기도 하고.

‘이제 슬슬 이런 작품들이 많아질 테니까.’

<제이슨 리>뿐만 아니라, SW 프로덕션과 써밋-MGM 엔터 모두 최근 제작에 들어가는 작품들의 반 이상이 내 기억에 없던 것들이었는데.

흥행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에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까 강주원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는 ‘회귀빨’이었던 SW 프로덕션과 써밋-MGM 엔터의 성공이지만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으니까.

‘물론, 그래도 아직 회귀빨이 좋긴 좋아.’

슬쩍 MTS를 틀어 미래 자동차의 현재 주가를 살폈다.

[-9.78%]

파랗게 물들어 있는 MTS 창이 반가운 것도 오랜만이었다.

문득, 노래 하나가 생각났다.

제목이 파란 나라였던가…….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어쩌고저쩌고.

분명 가사가 이렇게 시작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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