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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52화 (152/267)

152화 본진 정리, 그다음 앞마당

까방권이라는 게 있다.

일명 까임 방지권.

인터넷 등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에게 까이는 걸 막아 주는 일종의 권리를 말하는 거였는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군대를 빼는 경우가 많은 남자 연예인이 현역으로 갔다 왔을 때 군대 까방권 같은 게 생기는 걸 말하는 건데.

물론 까방권을 획득했다는 소리를 듣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도 그렇고.

이게 그냥 농담식으로 까방권이라는 거지, 진짜 까일 만한 거리가 생겼는데도 안 까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도 그럴 거다… 아니다, 그나마 나는 좀 덜하려나?

‘일단 현역 입대도 있고… 국뽕 까방권도 있고…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최소 3스택은 되지.’

지금껏 쌓아 온 스택이 꽤 됐는데.

이 정도면 웬만한 거로는 한두 번쯤은 그냥 넘어갈 정도는 됐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 호감도 연예인 순위 조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내가 2위를 차지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는 연예인이 아니었지만, 대충 셀럽으로 취급해 넣었던 건가 본데.

1위가 유느님으로 6.6%, 2위가 나로 5.3%, 3위가 4.1%의 아이유였다.

사실 듣고 나서 나도 깜짝 놀란 순위였다.

유느님과 아이유의 사이라니.

내가 어느 정도 국민 호감남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던 거다.

들어 보니 2, 30대 남성들 사이에서의 내 지지가 압도적이었다던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끝마쳤다는 점, 참전 유공자나 상해 군인 등을 위해 엄청난 액수의 기부를 했다는 점 그리고 EPL에서의 행보를 통해 얻은 호감도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연령대와 성별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국뽕TV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남성 못지않게 대중 호감도가 높은 나였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번 미투 사태에서 써밋-MGM이 화제가 되면서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직원들은 어느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편중될 정도로 일을 허투루 하는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좀 놀랐지.’

연예 기획사를 인수하고 알게 된 거였는데.

몇몇 기획사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해 주는 전문적인 팀이 따로 있더라.

STR 엔터에도 그런 게 있었으려나?

아마 아닐 거다.

그렇게 체계적인 회사는 아니었으니까.

뭐, 설령 있었더라도 나는 그런 게 필요한 위치까지 가지 못했으니 모르는 것일 테고.

여하튼.

기획사를 여럿 인수하고, 빅히트의 지분도 상당수 취득하게 되면서 아예 회사를 따로 차리게 됐는데.

기획사의 외주를 받아 소속 연예인들의 퍼스널 브랜드 및 이미지 메이킹을 담당해 주는 식이었다.

물론 그 회사의 최우선 목표는 당연하게도 나.

실제로 나는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있을 때나 인터뷰를 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대본을 그들에게 매번 받고 있었다.

사실이 아닌 모습을 억지로 꾸며 낸다기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은 크게 보이게 하고, 단점은 잘 안 보이게 하는 일을 하는 것.

뭐, 그렇다고 내가 대본을 그대로 읊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나한테 있는 청개구리 성향을 억제하기는 좀 힘든 터라.

매번 내 나름대로 변형을 거치는 탓에 매번 직원들이 골머리를 싸매는 것 같긴 하더라.

참고로 이번처럼 한국 축구 인프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것도 나의 취향과 직원들의 이미지 구축 전략이 결합된 결과였다.

왜, 한국에서 그냥 단순한 까방권 정도가 아니라 ‘평생 까방권’급의 대중적 호감도를 얻었던 인물이 있지 않나.

바로 2002년 4강 신화를 만들었던 히딩크 갓동님.

지금까지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분이다.

물론 그때의 갓동님과 2002 멤버들 인기하고는 달리, 당시 축협 회장이 누구인지는 모두의 아웃 오브 관심이기는 하지만… 그게 나라면 얘기가 달랐다.

유명세로는 국내만 따져도 TOP 5에 들 법한 유명 인사가 한국 축구 발전에 2,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

그런데 대표 팀이 2002 이후로는 꿈도 못 꿨던 원정 8강, 나아가 원정 4강까지 달성한다?

말해 뭐 하겠나.

그때부터 나도 평생 까방권 얻는 거지.

[대한축구협회 이사로 선임된 선우진… 차기 회장 자리 노리나?]

[축구협회, “선우진 이사의 지원으로 해외 유명 감독 타진 중. 유럽 축구계에서 선우진 이사의 명성이 높은 덕에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중.”]

[선우진, 한국 축구에 대한 의견 밝혀. “냉정하게 아직은 세계 레벨에서 경쟁하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해. 모두 한 힘으로 노력한다면 언젠가 어게인 2002도 가능하다 생각. 그걸 개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

-크~ 팩폭 제대로 꽂았네 ㅋㅋㅋㅋ

-ㄹㅇ 저게 팩트지… 월드컵 때만 축구 관심 가지는 FC 코리아 새끼들은 우리가 16강 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던데; 걍 한숨만 나옴;;

-우리 원정 16강 갔던 적 있지 않음?

-솔직히 허정무 때가 기적이었던 거 ㅋㅋㅋㅋ 운도 말도 안 되게 좋았고.

-진짜 응원한다, 선우진! 너 잘하는 거 있잖아 ㅈ밥 팀 데리고 리그 우승시키기. 우리도 월드컵에서 강팀 한번 돼 보자!

-일단 처음 하는 짓부터 조온나 맘에 듦ㅋㅋㅋㅋ 개틸리케 새끼 바로 캇토~

-근데 슈틸리케 그래도 나름 잘하고 있던 거 아니었냐?

-ㄴㄴ 의견 존나 갈렸음. 경기 보면 존나 아쉬운데… 막상 성적은 나쁘지 않아서 뭐라 못 하겠는? 그런 느낌?

-2002 때 히딩크 갓동님 믿어서 결국 4강 간 것처럼 슈틸리케도 믿어 보자는 의견이 여론이었음. 사실 한국처럼 국가 대표 팀 감독 자주 교체되는 경우가 없어서.

-그런데 지금은 여론 왜 바뀐 거? 감독직도 잘리고?

-선우진이 슈틸리케 보고 별로 좋은 감독이 아닌 거 같다 해서 ㅇㅇ 이제 슈틸리케 빨면 축알못임 ㅋㅋㅋㅋ

-흠… 그냥 돈 많고 투자도 많이 한다고 그렇게 된 건가? 아니면 선우진이 그렇게 축잘알임?

-ㅋㅋㅋㅋ보니까 축알못인 거 같은데, 어쩌다 여기까지 들왔냐. 암튼 선우진이면 개씹축잘알이지 ㅇㅇ 요새 크팰 보셈. 저번 시즌 플루크 아니었다는 거 바로 증명 중 ㅋㅋㅋ

-ㄹㅇ 반 다이크, 덕배, 바디, 마샬 등등 쟤한테서 터진 유망주만 몇 명이냐.

-글고 비엘사가 그런 인터뷰한 적 있음. “선 구단주는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큰 틀에서는 엄청난 전술가. 시대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어 나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참고로 비엘사는 펩 과르디올라도 전술 수업 들으러 비시즌에 찾는 전술 마스터.

-여튼 저 새끼가 감독보고 못한다고 하면 못하는 게 맞음 ㅇㅇ 아니꼬우면 승격 팀 사서 리그 우승시켜 보고 떠들면 됨.

-크팰 구단주 충성도가 괜히 지리는 게 아님 ㅋㅋㅋㅋ 막말로 쟤보다 유망주 잘 고르는 애 축구 역사 통틀어서 본 적 없음.

-ㄹㅇ; 요새 살라 세리에 임대 가서 미쳐 날뛰던데 ㅋㅋㅋ 임대 복귀하고 존나 기대된다. 덕배 패스받는 살라 ㅗㅜㅑ 개섹스.

게다가 돈 쓴 효과를 실시간으로 톡톡히 보고 있었는데.

망해 가는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해 온 구세주.

대한축협 차기 종신 회장(동의한 적 없음).

선수의 잠재력과 현대 축구의 핵심을 꿰뚫는 초천재(아무도 그런 말 한 적 없음) 취급을 받는 나였다.

후우, 나 잘난 게 너무 널리 퍼져도 힘들단 말이지.

여하튼.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나는 천성이 귀찮은 만큼, 할 때는 확실히 하는 성격이다.

왜… 원래 귀찮은 사람들이 일은 더 잘한다고 하지 않나.

일 더 하기 싫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다고.

나 또한 비슷했다.

탁-

“긴말 안 하겠습니다. 제가 누구인지는 다들 잘 아시죠?”

그래도 나름 존중할 필요가 있는 현 축협 회장이자 MDC 그룹 회장인 장 회장을 제외하고, 축협의 다른 이사진들을 모은 자리.

다들 내 나이의 두 배는 되는 분들이시지만 뭐… 아무도 내가 상석으로 가는 걸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축협에서야 내가 그냥 이사지만, 그거 떼고 보면 차이가 꽤 컸으니.

“제가 이번에 한국 축구에 돈을 좀 많이 투자했습니다. 유소년 쪽이야 제가 알아서 하는 거니 빼고 치더라도, 1,000억 원이 넘으니… 많긴 많죠? 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1,000억 원은 큰돈이거든요.”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기존 축협의 파벌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가 있는데.

십수 년 넘게 축협을 좌지우지하던 미래가 파벌.

그리고 그 반대쪽에서 야당 역할을 하던 파벌.

어느 쪽이 더 낫냐 묻는다면… 글쎄, 도긴개긴이라 하겠다.

그래도 한쪽은 겨 묻었고 한쪽은 똥 묻은 정도?

아무튼 나는 겨도 싫고 똥도 싫다.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대는 1,000억 원 중 혹시 눈먼 돈 10억 정도,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그만큼은 어떻게 우리가 쓱싹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 하신 분은 없으시죠? 있으면 지금이라도 그런 생각 집어치우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

“……”

내 말에 얼굴이 굳는 축협 임원진들.

사실 임원진을 모두 모은 건 아니고 나름 선별해 고른 사람들이다.

그나마 깨끗하고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몇 명 빼고 모은 것.

그러니까 여기엔 똥 묻은 개, 겨 많이 묻은 개들만 있다는 거다.

즉, 새파랗게 어린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화가 나건 말건… 알빠노?

“저는 말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쪼잔한 면도 엄청 많아서 누가 제 돈 1억 꽁짜로 가져가면 무척이나 화가 나는 사람이죠. 그런 일이 생기면 1억이 아니라 10배, 100배인 10억, 100억을 들여서라도 제 돈 먹은 사람을 족쳐야 분이 풀린다 이겁니다.”

“…….”

“기껏 불러 놓고 왜 이런 소리 하는 거냐 싶으실 것 같아서… 짧게 정리해 드릴게요. 첫째, 이제 축협에 비리, 파벌 싸움, 권력 다툼 같은 건 없다. 인맥 축구 이런 것도 안 되고요. 그리고 둘째, 기껏해야 이사직에 갓 스물 넘은 애새끼가 이러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 저 쫓아내셔도 됩니다.”

꿀꺽-

물을 한잔 마셨다.

짧게 정리한다고 해 놓고 길게 얘기하니까 입이 마르네.

“뭐, 다들 여기까지 오시면서 정계, 재계, 언론계 등등 어디서 한자리하시는 분들 한 명쯤은 아실 거잖아요? 그런 인맥 총동원해서라도 ‘선우진, 쟤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좀 해 주세요.’라고 말해도 된다 이겁니다. 아니면 장 회장님한테 가서 이르셔도 되고요. 선우진 저 망아지가 설치는데 이대로 보고 계실 거냐고요. 하하. 그것도 재밌겠네요.”

현 축협 회장인 장 회장을 말하는 거였다.

물론 그는 축협을 내게 넘기는 거에 별 불만이 없었다.

축협이 축구인들한테나 대단한 단체지, 그와 같은 기업인에게는 기껏해야 취미 생활 정도인데.

그것 가지고 나와 겨룰 생각은 없었을 테니.

아무튼.

“아무 말씀 없으신 걸 보면 모두 저처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생각이 가득하시단 거겠죠? 하하. 다행이네요.”

“……”

그렇게 말을 하며 천천히 한 명 한 명씩 눈을 맞추자, 다들 마주 웃어 준다.

후우, 역시 내 포용력이란.

어떻게 단 한 명도 불만 있는 사람이 없을 수가 있지?

여하튼 다행이었다.

1인분에 25만 원짜리 비싼 메뉴라 아까울 뻔했는데.

“아, 식사 나온 지 한참인데, 드시죠. 이러다 식겠네요.”

“예… 하하… 잘 먹겠습니다, 선 이사님.”

후식까지 아주 꼭꼭 씹어 먹었다.

* * *

이번 기회에 또 신경 좀 써야겠다고 생각한 곳이 있는데.

나름 그간 나의 사업과도 관련이 깊은 언론계가 그곳이었다.

“반갑습니다, 선 대표님.”

“네. 황 회장님.”

조중동.

보수 쪽을 대표하는 언론 3사 중 중을 맡고 있는 중앙그룹의 황 회장.

한때는 미래의 편에 서서 나를 공격하기도 했던 그였는데.

그런 것치고는 꽤나 살갑게 다가온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펜대를 쥔 사람을 욕해야지 펜을 욕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하물며 그 펜의 펜대를 내가 쥐게 될 것 같은 상황이라면야.

“독점 건은… 아시죠? CM 그룹 때문에라도 불가능한 거.”

“하하. 그럼요. 설마 저희가 그 정도까지 욕심내겠습니까. 다른 종편 채널들보다 앞서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화를 좀 나누다가 꺼낸 사업 얘기.

그가 내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가장 큰 이유.

그리고 내가 한국 권력의 큰 축인 언론 재벌 중 한 곳을 손쉽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상황 파악이 빨라. 결국… 앞으로 신문사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종편 채널을 키우는 거지.’

SW 프로덕션의 콘텐츠 TV 방영 계약.

배당받은 지 몇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언론사들의 종편 채널.

반면, 그간 SW 프로덕션의 콘텐츠를 공급받았던 TVM은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느끼는 게 있었는지, 3사 중 가장 먼저 딸랑이가 되겠다며 나를 찾은 곳.

바로 황 회장의 중앙그룹이었다.

‘국내 정리는 이쯤이면 된 것 같고… 이제 미국에 갈 차례인가.’

미래차와의 밀당 과정에서 도움을 좀 받긴 했지만.

그거로 셈을 치르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밑지는 장사.

뉴스를 통해 소식을 계속 접하고 있는데… 아주 요즘 살판난 모습의 트럼프.

이제 슬슬 그와 그간의 계산을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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