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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53화 (153/267)

153화 상부의 상부

[JTBS, 스웜 오리지널 콘텐츠 ‘품격 있는 그녀’ 전격 방영 예정!]

[‘시간의 숲’, ‘호위무사’, 내년 상반기 SW 프로덕션 기대작! JTBS행?!]

[TVM 원 툴 소리 듣던 케이블 드라마, 구도 바뀌나?]

-오… Jtbs에서도 이제 스웜 작품을 방영하네?

-그간 TVM에서 독점하더니… 선우진 CM이랑 싸움?

-ㄴㄴ 그건 아님. TVM도 다음 상반기만 네 작품 같이 함 ㅋㅋㅋ

-걍 독점 공급 체제 벗어나는 거로 해석하면 될 듯? 스웜 측에서 굳이 CM만 고려할 이유가 없으니까. 급한 건 선우진 쪽이 아니거든.

-ㅇㅎ 하긴 요새 나오는 드라마들 보면 결국 재밌는 건 다 스웜 거더라.

-어쩔 수 없음… 자본 때려 박는 게 넘사급 차이라;;

-솔직히 한국 드라마판, 영화판 다 반은 넘게 선우진한테 먹혔다고 보면 됨.

-현직인데 ㅋㅋㅋ 영화야 기존 굵직한 영화사들 있고 유명 감독들도 대가리 굵고 그러니 반만 먹혔지… 드라마는 80% 넘게 다 SW 계열임… 쟤네 자회사거나 지분 30~40% 들고 있는 친SW 제작사들.

-윗 댓글 ㄹㅇ임. 걍 요즘 드라마 작가나 지상파 PD들도 다 꿈이 SW 프로덕션 들어가는 거일걸? 연봉이나 고료 몇 배로 뛰지, 작품 성공만 하면 다음 작품에선 또 겁나 오르지.

-근데 연봉 문제는 대기업 낀 다른 제작사들도 SW 쪽이랑 슬슬 맞춰 주고 있긴 한데 ㅋㅋㅋ 작가나 PD들이 그래도 안 감… 스웜에서 대박 치면 오는 뽕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

-플랫폼 역량 차이가 걍 넘사라 ㅋㅋㅋㅋ 옥토퍼스 게임 때 보셈 미국이랑 유럽에서도 초대박 히트 치던 거. 단숨에 월클 작가, 월클 PD 되는 건데.

-그리고 어차피 대기업 낀 제작사에서 열심히 작품 만들어 봤자 정작 그 작품 넣는 곳이 스웜임 ㅋㅋㅋㅋㅋ

JTBS의 소식을 듣고 그제야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한 곳들이 있었다.

다른 종편 채널들의 주인.

그러니까 조중동에서 조와 동을 차지하는 황 회장 이외의 언론 재벌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대가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는데.

물론 그들도 나름 콧바람 정도는 뀔 수 있는 사람들인 만큼 나도 박정하게 맨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음식점으로 치자면 대기표를 손에 쥐어 준 채 보낸 것.

뭐, 그렇다고 순서표가 있어서 JTBS 다음은 너, 그다음은 너 이런 식으로 작품을 공급시켜 주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고.

1, 2년 후에는 JTBS와 더불어 SW 프로덕션의 작품을 놓고 경쟁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즉, 그때가 올 때까지 열심히 딸랑거리면 잘 봐주겠다, 이런 거나 마찬가지.

[알버트 -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 모두 협상에 긍정적입니다.]

여튼, 이후의 국내 미디어 업계야 이 정도면 SW 프로덕션에 맡겨 놓으면 알아서 평정할 것 같았고.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알버트에게서 온 관련 보고.

새롭게 인수하려는 미국의 한 회사에 대한 것이었는데.

전 세계 자산 운용 회사 중 1, 2위를 다투는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이 각각 8%와 5% 정도를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바로 AMD,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내가 이번에 트럼프에게 받아 낼 대가 중 하나이자 새롭게 인수하려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었다.

‘AMD를 택할 수밖에 없었지.’

인텔과 NVIDIA 그리고 AMD.

앞으로의 GPU 시장을 삼분하게 될 기업들이었는데.

인텔이야 시총이 약 1,500억 달러(150조 원)에 달했으니, 아무리 나라도 갖고있는 걸 다 팔지 않는 이상 인수가 불가능해서 애초에 논외였고.

남은 두 곳 중 어느 회사를 노려야 하는지가 요 몇 달간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는데.

사실, 둘 중 더 매력적으로 보인 쪽은 NVIDIA였다.

지금 당장 더 잘나가는 회사이기도 했고.

내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도 계속 AMD보다 한 수 위로 취급받던 NVIDIA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수 대상은 AMD로 정해지고 말았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NVIDIA: 412억 달러]

우선, 올해 1월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 400억 달러가 넘는 NVDIA의 시가총액이 부담스럽다는 게 첫째 이유였다.

물론 그 네 배쯤 되는 인텔과 달리 400억 달러의 NVIDIA는 영끌하지 않아도 되는, 허리띠 조금 졸라매면 살 수 있는 금액이기는 했다.

부담은 되지만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것도 팔 사람이 있어야 나도 살 수 있는 거지.’

NVIDIA와 AMD 모두 지분 구조가 IO(institutional ownership) 구조라는 점은 동일했다.

IO라 함은 자산 운용사나 유한책임 회사, 연기금 등의 기관들이 대주주인 지배 구조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처럼 특정 오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기관들이 대빵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그런 IO 구조의 회사에도 오너가 아닐 뿐이지, 대표 얼굴마담을 하는 CEO가 있기 마련이었는데.

NVIDIA의 CEO인 젠슨 황은 현 CEO이자 사장, 그리고 NVIDIA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었다.

바로 이 젠슨 황이 NVIDIA 인수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였다.

젠슨 황은 대만 출신의 미국인 억만장자 사업가로, 엔지니어이면서 경영 능력도 탁월한 양반.

올해 NVIDIA의 주가가 두 배나 상승한 것도 모두 젠슨 황이 주도한 사업 전략들이 성공을 거둔 결과였다.

심지어 그는 NVIDIA의 지분 3.5%를 쥐고 있는 기관 포함 7번째 대주주이기까지 했으니.

‘젠슨 황도 그렇고, 다른 기관들도 그렇고 나한테 지분을 팔 이유가 없는 거지.’

창립자가 경영까지 직접 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

더욱이 최근 NVIDIA의 라인업이 족족 성공하는 걸 보면 앞으로의 잠재력까지 충분해 보였으니.

NVIDIA를 갖고 있는 기관들의 젠슨 황을 향한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그들에게서 NVIDIA의 지분을 가져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저기, 내가 좀 너희 NVIDIA 지분을 사고 싶은데.’

‘팔라고? 흠… 젠슨 황 체제에서 요즘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내가 왜 팔아? 그리고 너 경영권까지 가지려고? 그러면 가격이 좀 비싸지겠는데?’

대충 이런 흐름인 것.

굳이 당장 팔 이유가 없는 만큼 지분을 취득하려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어 줘야 할 텐데…….

거기에 나는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거니 최소 60~70%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게 틀림없었다.

애초에 시총 자체도 400억 달러였으니 거의 시총에 달하는 돈을 들여야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

심지어 경영권을 가져오고 난 이후도 문제였다.

CEO이자 대주주인 젠슨 황.

기업 내부에서나 외부에서나 그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건 물론, NVIDIA 내 젠슨 황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는데.

막상 경영권은 내게 있더라도 젠슨 황의 손에 회사가 좌지우지될 수가 있었다.

특히 나는 반도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만큼 전문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전문가가 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젠슨 황이라면 막상 내가 NVIDIA의 오너가 되어도 NVIDIA가 진짜 내 회사는 되지 않을 거다.

‘젠슨 황의 매각 의지도 불투명하고. 자기가 창립해 지금까지 공 들여 키운 회사를 돈 많이 준다고 남한테 넘길 리는 없을 테니까.’

예전의 나였다면 돈 두 배, 세 배 쳐주면 개꿀 아님? 나였으면 바로 팔아넘긴다, 이랬겠지만…….

회귀 이후 스웜이나 써밋 엔터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해 본 지금의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키워 나간, 심지어 창립까지 한 회사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소설 쓰는 소설가가 자기 작품 돈 준다고 해서 통으로 작품을 넘기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내가 캐릭터부터 세계관, 스토리라인 등 모든 걸 직접 정립해 쓴 글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해 보면…….

어우, 끔찍하다.

돈 10배 줘도 안 그러… 아니다, 요즘 내 글의 10배면 그게 얼마야, 10배는 모르겠네.

뭐, 아무튼.

‘엔비디아가 내 기억 속처럼 성공하려면 젠슨 황을 팍팍 밀어줘야 하는데… 그러면 또 나름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내가 원하는 ‘내 회사’라는 건 스톡옵션 등으로 제공되는 일부의 지분을 제외한 전부를 내가 들고 있고, 모든 주요 결정이 나의 손을 거쳐서 결정되는 회사를 뜻했다.

하지만 NVIDIA를 그렇게 만드는 건 품도 많이 들뿐더러, 오히려 NVIDIA를 성장시키면 시킬수록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일.

그렇기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지배력 등 NVIDIA가 더 매력적인 선택임에도 택할 수가 없었던 거다.

[현 AMD 지분 보유 현황

시그마 캐피탈 – 6,838만 주: 5.65%

SW 인베스트먼트 – 5,380만 주: 4.46%

WS 매니지먼트 – 3,858만 주: 3.2%]

그렇게 AMD로 최종 결정을 내린 후.

내가 각각 다른 명의로 시장에서 사들인 AMD의 주식이 총 합쳐서 13.3% 정도.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뿐이지, 현재 나는 8%를 갖고 있는 뱅가드 그룹을 넘어서는 첫 번째 대주주인 셈.

물론 내가 원하는 건 고작 대주주 타이틀이 아니기에 앞으로 모아야 할 지분이 45% 넘게 남아 있었다.

‘뱅가드 그룹이랑 블랙록에게서 13%를 더 가져오면 26%… 여기에 다른 기관들 지분까지 추가적으로 인수하면 충분하지.’

비록 그러기 위해서는 현 주가에 30~4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어 줘야 했지만.

NVIDIA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AMD인 만큼 큰 부담이 되는 액수는 아니었다.

‘60억 달러 정도?’

내 기준으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

하지만 가만히 놔둬도 AMD가 코인 붐이 터지고 나서 대호황 시기를 맞아 최소 수천억 달러짜리 기업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적게 느껴지는 돈이었다.

그렇게 시그마 캐피탈의 주도하에 AMD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우우웅-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게 됐다.

미국에 도착한 날 밤 저녁.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 내 미국 번호로 온 전화였는데.

[헬로? Mr. 선 되십니까? 시그마 캐피탈과 써밋-MGM, 스웜의 주인이신?]

“예. 맞습니다.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아, 죄송합니다. 미 재무부의 시니어 에이전트, 마이클 폭스입니다.]

“시니어 에이전트? GS 레벨이 어떻게 되시죠?”

[GS-14입니다, Sir.]

GS-14이면 한국의 공무원 직급 체계로는 4급 서기관에 해당하는 위치.

아직까지는 실무 관련 일을 벗어나지 못한 중간 관리자급이란 소리였고.

그런 위치의 재무부 공무원이 어쩐 일로 연락한 건가 싶었는데.

[오늘 귀하에게 연락드린 건 현 시그마 캐피탈의 AMD 지분 취득과 관련해…….]

‘이게 오성이 예전에 받았었다는 전화인가?’

저번 박재용 부회장과의 대화에서 그가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AMD 인수를 추진하고 있을 때, 미국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지금 내게 온 것도 그것과 목적이 정확히 같은 전화였다.

‘미국은 미국인가.’

시그마 캐피탈이 지금까지 접촉한 기관들은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 피셔 인베스트먼트 등 몇몇 회사 정도가 전부.

즉, 은밀하게는 아니어도 그렇게 공개적으로 AMD 인수에 나서지는 않은 상태였는데.

첩보의 나라인 미국답게 벌써 관련 소식을 재무부에서 입수한 것 같았다.

그리고 외국인 신분인 내가 보유한 시그마 캐피탈인 만큼, 관련해서 연락을 날린 것.

[아시다시피 Mr. 선의 소유인 시그마 캐피탈의 AMD 인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 넘어가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AMD가 집중하고 있는 산업 자체가…….]

“아, 잠시만요. 시니어 에이전트라고 하셨죠? 음… 아마 관련해서 조만간 상부의 지시가 있을 테니 이번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통화해도 될까요?”

[예? Mr. 선. 지금 제가 얘기하고 있는 건 단순히 제 결정 사안이 아니라 상부의 결정 사항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말씀하신 상부에게도 또 상부가 있을 거잖아요? 윗분이 차관보이시면 그 위에는 차관, 그 위에는 장관 그리고 그 위에는…….”

있긴 누가 있겠어.

괴팍하지만 도움 되는 내 친구 한 명이 있겠지.

[……?!]

아무 말도 들리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잘 느껴지는 전화기 너머의 당황한 기색.

뭐, 여하튼.

“어디 보자…. 한 3일 후면 다 알게 되실 거예요.”

트럼프를 만나기로 한 게 이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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