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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72화 (172/267)

172화 공격을 받음

인남시에 데이터 센터를 짓겠다고 말한 건 거짓이 아니었다.

이미 관련해 운영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원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면…….

‘인남시 한 곳에만 지으려는 게 아니라는 거?’

나는 언론에 곧바로 앞으로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SCP는 오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회사와 협력하여 국내 곳곳에 데이터 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의 몇몇 후보지를 포함해 검토 중에 있습니다.”

[SW 클라우드 플랫폼, 국내 데이터 센터 건설에 나서.]

[2년 내로 수도권 6곳, 지방에 8곳 데이터 센터 운영할 것이라 밝힌 SW 클라우드 플랫폼.]

[수도권 쏠림이 아니라 지방까지 상생 노리는 SCP, 역시 선우진이라는 칭찬 자자해.]

이례적으로 내가 나서서 투자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기자회견.

수많은 기자가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몇 가지 질문에는 답하고, 몇 가지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는데.

“혹시 현재 확정된 지자체가 있습니까?”

“의향서를 넣어 온 곳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습니다.”

이건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를 잊지 않았다.

데이터 센터 1곳을 짓는 데 최소 5,000억 원 가까이 투입된다.

규모가 큰 건 1조 원도 우습다.

당연히 그만한 금액의 일부가 지역 경제로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는데.

관내 기업으로부터 자재 등을 공급받아 시설을 구축하기도 하고.

건설 과정에서 고용하는 인원도 1~2만 명 가까이 발생한다.

가뜩이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떠드는 요즘.

지역의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지방 사람들의 가장 큰 화제일 수밖에 없는데.

“미리 발 빠르게 움직인 지자체들에서 수십 통의 의향서를 받은 상태입니다. 물론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왔던 것들은 다 보류한 상태이고요. 공개 모집의 방식으로 최종 제안서를 받아 그걸 바탕으로 현장 탐사를 통해 면밀히 검토 후 결정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냥 데이터 센터도 아니고 초대형 데이터 센터를 지을 생각인데.

너희 갖고 싶지?

그러면 알아서 잘들 짱구 굴려서 제안서 넣어 봐.

우리를 혹하게 할 만큼 좋은 제안서로.

이걸 한 줄로 극한까지 줄이면 다음과 같다.

꼭 유명한 모 만화 대사와 같이…….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싸워 죽여라.

* * *

[SCP 데이터 센터 유치전 발발… 지역 경기 부양 기대감 up.]

[데이터 센터 모시기 나선 지자체들,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밝힌 SCP.]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 다음 시대의 석유는 데이터가 될 것.” 아담 셀립스키 SCP 데이터 센터 사업부 총괄 임원.]

이야…….

난 진짜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있는 줄 몰랐다.

‘우리 부지는 어떠냐’라고 묻는 의향서만 200개.

그중 지반의 안정성이나 견고함, 지역 법규 등의 요건을 불만족시키는 곳은 반려시켰고.

그렇게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요청까지 들어간 곳이 130여 군데였다.

물론 인남시 또한 그중 한 곳이었고.

‘그 아저씨… 이래저래 용쓰기는 했네.’

다음 총선 당선이 간당간당하다는 게 정확한 추측이었나 보다.

-설비 투자 금액의 국비 지원.

-최대 30% 이내의 토지 매입가액 지원 OR 장기 임대 용지 제공.

-규모에 따라 지자체 보조금 차등 지원.

.

.

.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다른 지역구들보다 지원 등에 있어서 더욱 앞서는 제안서.

급했던 것도 있었을 거고, 나와 통화까지 한 만큼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아부성인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보답을 해 주긴 해야겠지.

한번 이곳을 검토해 보라고 셀립스키에게 슬쩍 찔러 줬는데.

“좋네요. 훌륭합니다.”

“…….”

현지 실사를 갔다가 오더니 흡족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바로 옆에 강도 있고, 댐도 있더군요. 북쪽에 위치해 있으니 온도도 낮고요. 수열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인남시에는 댐이 하나 있는데.

알고 보기 거기의 냉수를 데이터 센터의 냉방에 활용할 수 있는 모양.

듣기로는 최대 냉방 부하를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운도 좋네.’

김 의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때마침 국방위원장이었던 것도 그렇고, 그 양반 알고 보면 천운을 타고난 걸지도 모르겠다.

인남시의 지형적 조건을 보아하니, 그곳에 들어설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못지않은 초대형의 것이 될 것 같았으니.

‘총 14곳.’

일단 국내에 설치할 데이터 센터는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 해도 셀립스키의 발표처럼 14곳.

사실, 이것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거다.

이미 미국 대부분의 IT 기업은 자사의 데이터들을 모두 클라우드에 입주시켰다.

한국 또한 살짝 늦게나마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고.

SCP가 노리는 것은 우선 국내에서 만큼은 AWS나 MS의 Azure가 지닌 점유율을 압도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14곳으로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게다가 내 회사들이 쓰는 수요도 만만치 않았고.

‘스웜, 트위치, 틱톡… 여기서 쓰는 데이터만 해도, 어후.’

스웜이야 원래부터 대한민국에서 거의 제일 많은 네트워크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었고.

최근 틱톡의 성장세도 남달랐다.

요즘의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이제 과거의 SNS가 된 지 오래.

최근 대세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인 양강 체제였다.

인스타그램이 2, 30대가 주 사용층이라면 틱톡은 1, 20대가 주 사용층.

특히 요즘 10대들은 틱톡의 DM 시스템을 톡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런 틱톡의 성장세도 트위치에 비할 바는 아니었는데.

[아메리카 TV, 1년 만에 시청자 25% 추락… ‘1위 플랫폼이 된 트위치’.]

[선우진 효과? 아니면 아메리카 TV의 삽질? 1, 20대 이용자 수 상당수 빼앗겨.]

국내 월 사용자 수(MAU)라는 지표가 있다.

스웜과 같은 OTT 플랫폼이나 트위치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평가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

단순 사용자 수가 아니라 활성 사용자를 체크하는 중요한 지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복잡하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MAU가 높은 플랫폼일수록 경쟁사보다 서비스의 활성도나 매력도가 더욱 높은 거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트위치의 경우가 바로 그 MAU 수치에서 아메리카 TV를 넘어선 거였는데.

-아메리카는 걍 상단 BJ들 싸그리 잘라야 함ㅋㅋㅋㅋ

-ㄹㅇ 안 그러고서는 평생 트위치 못 따라잡는다.

-허구한 날 9시 뉴스 뜨는 노답 양아치들 플랫폼 vs 대중 호감도 유느님이랑 비비는 재벌 GOAT가 주인인 플랫폼.

-소속 스트리머들도 트위치에는 양아치나 깡패 출신 없어서 좋음 ㅋㅋㅋ

-웃긴 점은 둘 다 9시 뉴스 단골손님들이란 거ㅋㅋㅋㅋ

-사회면 사건/사고 vs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냐의 차이가 있긴 하지

-ㄹㅇ 극과 극… 한쪽은 ‘어휴 ㅉㅉ’ 이 반응이고, 다른 쪽은 ‘아니, 뭔 국뽕 튜브도 아니고… 뭐야? 진짜라고 이게?’ 이런 반응 나옴.

-국뽕 튜브 얘기 ㄹㅇ 공감이네 ㅋㅋㅋㅋ 며칠 전에 트럼프가 “미국에 선우진 같은 기업가가 필요하다.” 이랬다고 뉴스 나와서 SBC 맛 갔구나 이딴 찌라시 퍼 오고… 했는데 십ㅋㅋㅋㅋ 진짜 한 발언이었음.

-트황상 ㄷㄷㄷ

-트럼프가 선우진한테 호감작하네ㅋ

뭐, 내 영향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다.

주기적으로 소속 BJ들이 사건 사고를 치는 게 아메리카 TV의 오랜 전통 아닌 전통 중 하나인데.

그럴 때마다 내가 소환되면서 자동으로 비교를 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몇몇 극성 팬(?)이 부르는 별명처럼 내가 ‘빛빛빛’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좋네요. 양 PD님이 직접 처음부터 프로젝트 지휘하셨다면서요?”

“저번에 지나가듯이 말씀하신 게 머리에 팍 꽂혀 가지고요. 하하, 모두 작가님 덕분입니다.”

“제가요?”

“네. 앞으로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시대가 될 거라고 하셨었거든요.”

게다가 트위치만의 장점 덕분에 개인 방송인으로 하여금 아메리카를 떠나오게 하기도 했는데.

‘촬영이나 편집 기술에서 SW 프로덕션을 따라올 곳은 국내에는 없으니까.’

일종의 트위치 소속 스트리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MCN.

타 MCN 대비 수익 쉐어 비율이 높긴 하지만, SW 프로덕션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쓰는 고급 방송 장비는 물론, 촬영 인력들에 있어서도 개인 유튜버들과 비교할 수 없었으니까.

거기에 여러 대기업과 얽혀 있는 SW 프로덕션인 만큼, 광고 수주 관련해서도 방송인들의 입장에서도 큰 메리트가 있었다.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돈이 다가 아니지.’

물론 수익 구조라고 해 봐야 크리에이터와 일정 비율을 나누는 게 전부라 겨우 적자만 면하는 수준이지만… 사실 적자가 안 난다는 것만 해도 MCN 업계에서는 엄청난 선방이었다.

게다가 SW 프로덕션에 대여비 형식으로 지급되는 장비 사용비 및 인건비 등도 결국 내 수익이기도 했고.

어차피 트위치 플랫폼을 위해 추진하는 일인 만큼 돈은 주가 되는 사업이 아니었다.

여하튼.

해외서야 원래부터 잘나가고 있었고.

덕분에 국내 1위 플랫폼이 된 트위치.

틱톡과 더불어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어마어마한 양이었는데.

“보스, 확인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그 탓에 이런 성장세가 내게 꼭 긍정적인 측면만 가져온 건 아니었다.

제이슨이 가져온 기사 자료.

[코코아 김수범 대표, “작년에만 420억 원의 망 사용료를 냈다. 시리즈는 코코아의 3배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구글이나 넷플릭스 그리고 스웜은 왜 안 내는 건가?”]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매해 엄청난 액수의 망 사용료를 낸다. 작년 한 해 낸 돈만 1,100억 원이 넘어.” 네이버 CEO의 발언 화제.]

[‘스웜 저격’? 코코아와 시리즈, 선우진과 대립각 세우나…….]

시리즈와 코코아.

각각 포털 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한 IT 회사들.

한국의 구글… 은 아니고, 여튼 국내 IT의 양대 산맥들이 최근 인터뷰에서 저런 말을 했더라.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유튜브의 상승세와 함께 스웜의 등장으로 진짜 쫄딱 망해 버린 시리즈 TV.

이후 냈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 철수하고 말았다.

코코아 또한 자신들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코코아톡이 최근 10대들을 중심으로 틱톡의 DM 서비스에 주 메신저 자리를 내주고 있어 걱정이 많다 들었다.

코코아엔터 또한 여러 측면에서 내 엔터 관련 회사들과 경쟁하는 관계였고.

즉, 그들에게 있어 나는 주 경쟁자이자 크나큰 벽일 텐데.

그런데 내 기업들이 자신들은 매년 수백억 원씩 꼬박꼬박 내는 망 사용료를 안 내고 있으니, 그게 곱게 보일 리가 있나.

‘솔직히 억울할 만하기는 해.’

자기네들은 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내는 걸, 나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었으니.

게다가 자기네들은 그런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다.

돈은 돈대로 더 내면서 규모가 더 큰 이들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기분.

내가 저 회사들의 대표였어도 짜증이 날 터였다.

[통신 3사, 공동 성명 발표… “망 구축에 드는 비용 연간 평균 3조 원 상당.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없어야…….”]

[선우진 망 무임승차 논란… 통신사 발표에 따르면 ‘트래픽 사용량은 시리즈의 3배… 하지만 해외 법인 우회 통해 망 사용료 지불하지 않고 있어…….’]

[국내 CP 역차별? 해외 글로벌 CP들은 배짱부리기? 구글과 넷플릭스… 스웜과 틱톡, 트위치 또한 포함인 것으로 알려져…….]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리즈와 코코아의 인터뷰가 나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추가적으로 통신 3사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줄줄이 나오는 인터뷰.

어쩌면 저 다섯 회사들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두 회사 모두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통신 3사도 함께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글쎄요.”

망 사용료라.

언젠가 해결해야 할 일이기는 했다.

그 방법도 이미 생각해 뒀고.

그렇기에, 딱히 저들의 저런 인터뷰를 보고도 큰일 났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그냥 궁금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조용했던 이슈가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걸까?’

그저 타이밍이 우연히 겹친 거?

아니면…….

‘통신 3사… 그중 한 곳이 MK그룹 거였지.’

UK 데이터 센터는 물론이고, 국내 데이터 센터 건설을 오성에게 다 내줘 버린 MK그룹.

혹시 거기서 투정을 부리는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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