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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179화 (179/267)

179화 혁신 = 돈

[축하드립니다. 통신사를 가지게 되셨군요.]

“아직 확정 난 것도 아닌데요.”

[저희 소스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조만간 정부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랍니다. 제4이통으로 SW 텔레콤을 선정하겠다고요.]

내게 이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한 정보라는 뜻인데.

사실상의 오너인 박재용 부회장이 구치소에 들어갔다 온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의 방향성을 이렇게 확언할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오성은 오성이라고 해야 하나.

‘뭐,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 있긴 하지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국회하고야 이번 데이터 센터 건설 등으로 간접적으로 얽히기는 했지만.

국내 정치에 대한 내 스탠스는 언제까지나 이전과 같을 것이다.

‘너네 안 건들게. 그러니까 너네도 건들지 마. 오케이?’

지금까지처럼 서로 데면데면한 관계로 남길 원할 뿐이다.

그러다 이렇게 협조할 일 있으면 가끔 협조하고.

‘당선 이후로 아예 이렇다 할 접촉도 없는 걸 보면…….’

다행히 현 정부의 생각도 그와 비슷한 것 같았다.

사실 정부로서는 그런 걸 원할 수밖에 없는 게, 나는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국민연금의 영향도 없고, 세무조사나 각종 압박을 받을 일도 없다.

즉, 사실상 정부가 나를 제재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

하지만 반대로 내가 정부를 압박할 수단은 차고 넘친다.

일단 국민들의 호감을 뒤에 업은 재벌(엄밀히 말하면 나는 재벌이 아니지만)이라는 건 파워가 무지막지한 법이다.

자기들은 못 건들지만 그 반대는 얼마든지 가능한 존재.

내가 현 정부였어도 일부러 나와 멀어졌을 거다.

서로 얽히지 말고 갈 길 갑시다 같은 느낌으로.

뭐, 어쨌건 간에.

내 ‘제4이통’ 사업 추진을 적극 환영하는 국민들과 그에 맞춰 지원책을 준비하는 정부.

사실 그들 말고도 지금 통화하고 있는 오성 또한 내게는 든든한 뒷배라 볼 수 있었는데.

[오성전자와 SW 텔레콤이 5G 상용 서비스 관련 전방위적 협력을 맺는 건 어떨까요? 단말과 소프트웨어 간 최적화 및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하. 아직 제4이통이 확정 난 것도 아닌데 너무 서두르시는 거 아닌가요?”

[서둘러야죠. 조만간 MKT를 넘어 국내 최대 가입자 수를 달성할 통신사인데요.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저희 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에릭슨이나 노키아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글쎄, 일단은 자일링스 인수가 끝나면 다시 얘기해 보자고.

거기 반도체 기술을 살펴야 SW 텔레콤과 오성전자가 협업을 했을 때 얼만큼을 최대로 우리가 뽑아 먹을 수 있을지 견적이 나올 테니까.

“나중에 천천히 얘기 나눠 보시죠. 시간이야 아직 많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에둘러 거절하자 더 강요하지는 않는 박재용 부회장.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분 더 나누다가 박재용 부회장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그때는 제가 대접할게요.”

‘통신 관련해 R&D 파트너로 오성을 택하는 거야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찌감치부터 통신 장비 사업을 미래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점찍고 관련 개발을 진행해 온 오성전자였는데.

그런 만큼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기술이 많을 거다.

AI나 IoT 등의 최첨단 기술에서는 우리가 일부 앞설 수 있겠지만, 그 외의 것에서는 오성전자의 일명 ‘짬바’를 못 따라갈 거다.

통신 장비야 여러 이유로 오성의 것과 에릭슨, 노키아의 것을 적절히 섞어 써야겠지만.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호혜적인 부분이 있을 것.

다만 이렇게 되면 AMD를 통한 반도체 파운드리와 데이터 센터 건설에 이어서 통신 장비까지 오성전자에게 맡겨 버리는 건데…….

‘점점 오성전자와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것 같네.’

지금까지만 놓고 봤을 때는 좋은 파트너였으니, 앞으로도 쭉 그랬으면 싶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영원한 적은 없듯이 영원한 친구도 없는 법.

현재만 보면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이 없는 게 당연 베스트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순간을 준비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은 건… 아예 그럴 수 없게 만드는 거겠지.’

방금 전화를 끝내 놓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나쁜 놈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오성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다.

물론 내 기업들은 99% 이상 내 소유였으니 지금은 그럴 생각을 못 한 거였고.

‘그런데 가만 보면 내 사업체들이 꼭 오성전자를 하청으로 부리는 느낌이긴 하지……?’

생각을 달리해 보니 딱히 나쁜 놈이 된 것 같지 않았다.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갑질.

오성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이 자주 하는 짓이었다.

뭐, 나도 한번 해 보지 그런 거.

토독-

“제이슨, 현재 퓨쳐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자산이 얼마나 되죠?”

[어제자로 8,0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보스.]

곧바로 제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트코인 붐 동안 AMD와 블록체인 관련 펀드들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 준 퓨쳐 인베스트먼트.

덕분에 운용 자산이 급속도로 늘어 글로벌 순위에서도 Top 30 안쪽에 랭크될 정도로 성장했는데.

운용 자산(AUM)이 무려 5배 가까이 늘어 버린 것.

그중 일부를 돌려 오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일 생각이었다.

‘수익률 면에서는 일단 보장이 되기도 했으니까.’

저번 달 50:1로 액면 분할을 한 오성전자의 오늘자 주가가 54,000원.

3년 후에는 9만 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번에는 나와의 협력도 있으니 전설의 10만전자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운용 자산이 내 개인 펀드나 마찬가지인 SW인베스트먼트나 WS매니지먼트보다 큰 만큼, 투자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한정되어 있는데.

분명 오성전자가 좋은 투자처가 되어 주리라.

“퓨쳐 인베스트먼트에서 지속적으로 오성전자를 사들였으면 좋겠는데요. 물론 비밀리에요.”

[어느 정도까지 확보를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은… 7~8% 정도? 가능할까요?”

[예. 외인 비중이 높은 곳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나와 오성전자는 서로 Win-Win 관계.

다만 그런 윈윈이 생길 수 있게 한 게 나인 만큼, 내가 좀 더 많이 이긴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다.

[아, 그리고 MS에서 한 가지 요청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머스크와 함께 창업하셨던 AI 기업 기억하시나요?]

“머스크랑요? 으음… 딥 러닝 시스템 프로그램과 언어 모델 기반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죠?”

[예. 맞습니다.]

어디 보자.

내가 전역하고 막 지났을 때니까 15년도 말쯤이다.

그때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예전 만났던 실리콘밸리 마피아들이 자금을 투입해 창업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었다.

정확히는 비영리단체 성격을 지닌 기업.

수익보다는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 회사.

머스크가 내게도 참여 의지를 물었었는데.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 페이팔의 피터 틸 등 저번 파티를 계기로 나와 친분을 쌓게 된 그들도 내게 함께하자 그러더라.

솔직히 그 IT 괴짜들이 하는 얘기의 절반밖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공동 창업자들 하나하나가 쟁쟁한 거물들이다 보니 딱 봐도 유망해 보여서 결국 하기로 했었다.

[MS에서 해당 회사에 투자 의지를 밝혔습니다. 총액은 10억 달러 정도고요.]

그런데 그걸 MS에서 투자하고 싶어 한다라.

물론 내가 나만의 라이브러리를 채우는 것처럼 MS 또한 만만치 않은 스타트업 콜렉터이긴 하다만.

그래도 10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나까지 7명, 거기에 회사 3곳이 함께 1억 달러씩 투자했었지. 그런데 MS는 현시점에 10억 달러를 투입해 우리와 같은 지분을 얻고 싶어 하는 거고.’

대충 계산하면 그사이 10배가량 가치가 뛴 건데.

2년 반도 되지 않아 10배인 거면 엄청난 수익률.

‘흠. 나만 여기서 돈 냄새 맡는 건가?’

하지만 왠지 모르게 10배에서 만족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제이슨이 보기에 그 회사가 유망한가요?”

[인공지능 업계에서 각광받는 회사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가 최근 IT 관련한 공부를 많이 하고는 있더라도 전문가는 아닌 터라…….]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러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도록 할게요.”

다행히 내 주위에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끝내주는 전문가가 여럿 있었다.

바이오와 AI를 결합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부터 시작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AI까지 섭렵했을 정도의 천재 한 명까지.

“헤이, 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결국 내가 택한 건 짐 켈러.

듣기로는 현재 AMD에서 새로운 CPU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도 AI 칩셋 개발을 틈틈이 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와우! 퀴즈 같은 건가요? 좋습니다. 제가 한번 풀어 보도록 하죠.]

그런데 이 양반이 콩깍지도 능력처럼 세계구급인 터라.

정말 몰라서 묻는 내 질문을 자신에게 알면서 맞혀 보라고 내는 문제로 생각해 버렸다.

그렇게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대답을 시작했는데.

[현재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4개라고 하셨죠. 으음, 우선 API 개발을 자동화해 주는 AI나 딥 러닝 시스템 프로그램은 제 주의를 끌려는 함정인 거 맞죠? 핵심은 자기 회귀형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 서비스고요. 그렇지 않나요?]

“비슷합니다.”

양심이 있어서 정확하다고는 못 하겠고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더욱 신난 기색으로 말을 이어 가는 짐 켈러.

[그 인공지능을 MS가 탐내는 이유라… 하하, 정답을 알겠습니다. 검색엔진! 검색엔진에 활용하려는 거군요!]

“…….”

여기서 맞다 아니다를 할 수가 없어서.

나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짐 켈러 덕분에 힌트는 나와 있는 상황.

‘대화형 AI 서비스면 고차원적인 심심이 같은 거잖아. 그게 검색엔진이랑 대체 무슨… 아!’

검색엔진의 사용 목적이란 무엇인가.

궁금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쌓인 방대한 정보들이 사용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그렇다면 대화형 AI 서비스…….

그러니까 심심이, 고도로 발달된 심심이가 있다고 해 보자.

딥 러닝을 통해 누적 데이터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보통의 검색엔진이 지닌 정보량만큼(혹은 이상)의 데이터를 갖고 있게 된 심심이.

그런 심심이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거다.

-65인치 TV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제품이 제일 좋을까?

검색엔진으로 저 질문의 답을 알려고 했다면, ‘65인치 TV 후기’나 ‘65인치 TV 추천’ 등을 검색해 관련 자료를 찾고 그걸 정리해 답을 찾았을 것이다.

검색과 내용 확인, 정리의 과정이 필요한 것.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저런 걸 묻는다면 AI가 알아서 데이터를 크롤링해 원하는 답에 가까운 정보들을 즉각 제공해 줄 거다.

즉, 그냥 검색 결과만 보여 주는 검색엔진에 비해 답변까지 스스로 내놓는 AI가 압도적으로 편리하다는 것.

이걸 떠올리니 짐 켈러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분명 대화형 AI는 검색 중심의 기존 인터넷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거다.

[하하. 아무래도 제가 정답을 맞힌 것 같군요? 구글과는 달리 MS의 Bing은 2등 검색엔진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민망한 수준이죠. 점유율이 3%는 되던가요?]

검색엔진은 구글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구글이 지금과 같은 메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도 전 세계 검색엔진을 사실상 독점한 덕이 컸고.

[하지만 그런 Bing에 구글보다 앞서는 대화형 AI가 추가된다면 손쉽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군요.]

“예. 그렇게 되겠죠.”

바꿔 말하면 AI에서 앞서갈 수 있다면 구글을 검색엔진에서도 앞서갈 수 있다는 뜻.

꿀꺽-

‘만약 그게 MS가 아니라 우리라면?’

얼마나 많은 사업 영역에 도움이 될지 감도 제대로 안 잡힐 정도였다.

사실상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유튜브 뛰어넘기.

어쩌면 스웜이 그걸 이뤄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사실 그게 아니어도 내게는 도움이 크게 되는 일이다.

이런 인공지능 모델의 코어가 되는 건 GPU.

AMD도 덩달아 엄청난 수혜를 받게 될 거다.

거기에 그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쓰일 터.

MS가 노리는 데에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Azure 때문도 있을 거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겠죠. 아직은 그 정도로 인공지능이 발전하려면 최소 5년은 더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혁신은 언제나 한 걸음부터인 법이죠. 그렇지 않나요?]

“예. 맞습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었다.

내가 회귀 이후 그간의 삶으로 깨닫게 된 간단한 사실 하나.

혁신은 언제나 돈이 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OpenAI라.’

나를 포함해 일론 머스크와 실리콘 마피아 등이 공동 창업 한 바로 그 회사.

그리고 그곳의 대화형 AI 서비스라는 ChatGPT.

아까는 이상한 이름이다 싶어서 머스크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의 네이밍 센스를 의심했었는데.

지금 보니 왜 엄청 있어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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