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일생일대의 목표를 세움
다시 한번 중국이 참 대단한 나라라고 느껴졌다.
비즈니스 파트너… 라고 해야 하나.
나 대신 중국 정부에 사바사바하고, 매 맞을 거 대신 맞아 주고, 그 대가로 어느 정도 이득을 챙겨 가는 방패막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 위챗 간 지분 교환을 한 후로부터 중국 내 사업이 알게 모르게 이전보다 더욱 수월해진 느낌이었다.
‘역시 중국인빨은 못 이긴다는 거지.’
나 또한 나름 외국인 기업가치고는 중국 당국의 수많은 편의를 받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짜 중국인이 정부에 기름칠하는 건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간 알게 모르게 후싱루이가 신경 쓰지 못하는 쪽에서 차별을 받은 적도 있다 보니.
‘뭐,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이 중국 IT 업계를 먹어 가는 건 당국이 반기지 않는다는 거지.’
틱톡의 중국 버전, 그러니까 더우인의 규모가 지금만 하지 못했을 때는 그런 걸 못 느꼈다.
오히려 당서기인 후싱루이 덕에 웬만한 중국 소셜 미디어 기업들보다 혜택을 받은 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더우인이 4억 명 이상의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일간 사용자도 그중 2억 명 이상이 될 정도로 중국인들의 폰을 점령하다시피 했을 때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우인은 그 주인이 나인 덕에 그래도 다른 중국 내 소셜 미디어 대비 문화가 조금 더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더우인이 다른 SNS들을 제치고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었으니.
중국 정부로서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것.
뭐, 그래도 나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사라지는 중국인들… ‘보이지 않는 권력의 손’.]
[정부 비판 후 알리바바 회장직 사퇴한 마윈 “교육에 매진하고 싶다”.]
[갑작스러운 은퇴 계획 발표?! 배후엔 당국의 압박이 있었을 수도.]
진짜 중국한테 ‘중국’ 당한 사람도 있거든.
나는 저 마윈 회장의 미래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이후로 갑자기 한동안 실종설이 뜨면서 1년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고.
그러다 진짜 알리바바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건 물론, 알리바바의 지분까지 엄한 놈한테 넘어가게 된다.
누가 그런 건지는 명백하다.
내가 아는 놈 중 이런 일로는 첫째 가는 놈이 바로 트럼프인데.
걔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바로 다음 가는 놈, 그놈이 한 거다.
아니, 놈이 아니라 국가인 건가?
여하튼 간에, 당연히 외국인인 나에게 마윈 회장에게 한 것처럼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되도 않는 꼬투리를 잡는 것쯤이야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중국 정부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나는 텐센트와 손을 잡은 것.
적당한 비율로 더우인과 위챗의 지분을 교환하기도 했으니 딱히 손해가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거기에 그 전까지는 제한이 있었던 위챗의 외부 링크 연결을 더우인에게 개방하는 것과 같은 상호 생태계 개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도 있었고.
‘꽤 괜찮은 거래라 이거지.’
나도 그렇고, 텐센트도 그렇고.
서로가 어느 정도 윈윈할 수 있는 거래.
물론 그나마 괜찮다는 거지.
사실 할 수 있었다면 텐센트 없이 재판에서 승소해 장이밍의 지분을 전량 내가 인수하는 게 수익 면에서는 나았을 거다.
즉, 손해가 적다 뿐이지 손해를 보기는 봤다는 것.
‘그러면 그만큼 갚아 줘야지.’
톡, 토도독-
곧바로 제이슨에게 연락을 넣었다.
[나 - 조만간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조치가 있을 거 같은데.]
[나 - 관련 옵션을 잔뜩 사 주세요.]
톡을 보내고 잠깐 기다리자, 답장이 왔다.
[제이슨 - 어느 정도 말씀이십니까?]
말해 뭐 하겠나.
[나 – 여유 자금 전부요.]
* * *
[제이슨 - 지난 일주일 수익이 2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돈을 버는 건 어떻게 벌든 항상 즐거운 일이겠지만.
그중 유독 즐거운 돈벌이가 있었다.
우선, 남의 돈을 벌 때 기쁨이 두 배가 되고…….
그 남의 돈이 차이나 머니일 때 그 기쁨은 또 두 배가 된다.
즉, 지금의 내 기분은 마치 80억 달러를 번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태.
‘…중국 말고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네.’
미중 무역 전쟁이야 온갖 뉴스에서 다뤘을 정도로 세계적인 이슈였으니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 중 딱히 이거다 싶은 기억이 없었다.
사실, 원역사에서의 내게 있어서 2018년은 전역의 해이자 월드컵의 해였기 때문인데.
[문어보다 더 잘 맞춘다? 프랑스의 우승과 크로아티아의 이변까지 예측한 선우진!]
[괜히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 소리를 듣는 게 아닌 선우진… 월드컵 결과까지 90% 다 맞춰!]
[“지난 대회 우승 팀이었던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 월드컵 이전 선우진의 발언, 큰 화제!]
뭐, 그래도 내 기억을 되살려 월드컵에 베팅을 해 돈을 챙기기는 했는데.
물론 지금의 내 자산에 비교하자면 아주 소소한 금액이었다.
여러 결과를 맞춘 만큼 고배당 베팅에 성공한 거긴 했지만, 한국의 경우 도박이 불법인 만큼 적은 금액만 걸었었다.
[돈 벌 놈은 어떻게든 돈 번다?! 선우진, 월드컵 400배 베팅 성공?!]
[프랑스 우승 배당 5.6배, 크로아티아 준우승 배당 73배… 1억 베팅해 400억 벌어들인 선우진…….]
-???
-아니ㅋㅋ
-이 새키 진짜 미친 거 아니냐? 프랑스 우승이야 우승 후보였으니 그렇다 쳐도 준우승을 크로아티아에 건다고? 이게 뭔 미친 역배충?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걸 어떻게 맞춘 거냐
-이 정도면 선우진 금전운이 ㅆㅆㅆㅅㅌㅊ라 신이 크로아티아 준우승하게 만든 거 아니냐?
-아 선우진만 저렇게 안 걸었으면 원래는 크로아티아가 우승이었다고 ㅋㅋ
‘Bet365’라는 해외 도박 사이트를 통해 걸었던 월드컵 베팅.
저 사이트는 나름 한국에서도 유명한 곳이었는데, 저곳을 택한 이유가 있었다.
Bet365의 주인인 피터 코츠가 바로 스토크 시티의 구단주이기 때문.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밈이 하나 있는데.
기존의 축구가 축구 1이라면,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드리블 횟수 중시 축구가 축구 2 그리고 거친 몸싸움과 폭력적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축구 3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축구 3의 선두 주자이자 대표 선수인 찰리 아담, 그의 소속 팀이 바로 스토크 시티였다.
거친 축구를 핑계로 온갖 반칙을 일삼는 놈들.
[‘2명 퇴장, 옐로카드만 7개’…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반칙 맛을 제대로 본 팰리스.]
[마레즈 2개월 아웃, 델리 알리 3주 부상… 선우진, 스토크 시티의 플레이 대놓고 비판하다!]
[스토크 시티의 구단주 피터 코츠, “대체 무엇이 문제? 이것이 제대로 된 영국의 축구다. 팰리스의 애송이는 먼 동양에서 온 이방인이라 이해를 못 하는 듯”이라 말해 화제.]
그로 인한 팰리스 선수들의 부상.
뒤이어 이어진 피터 코츠의 막말까지.
사실 축구와 거친 몸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스토크 시티의 행동은 선을 넘었다.
경기 결과는 4-0. 그것도 후반 15분 시점에 4골을 넣으며 승리를 반쯤 확정 지은 상태였는데.
그것에 열이라도 받은 건지 그때부터 경기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놓고 뭣 돼 보라는 듯 스토크 선수들이 반칙을 일삼은 것이다.
페어플레이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멀었던 것.
그런데 그걸 사과는 못할망정 나를 보고 애송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댄 거였으니…….
[Bet365, 월드컵 특수가 아니라 월드컵 위기……? 50배 이상의 고배당, 5만 달러 이상의 고금액 베팅 적중한 건만 무려 12건……!]
[이번 월드컵으로 약 4,200만 파운드 손실을 본 Bet365. 원인은 정체 모를 월드컵 예언가들의 등장?]
뭐, 지금의 결과도 자업자득이라는 거다.
내 명의로 된 거는 고작해야 1억 원 정도 베팅해 400배를 딴 거였지만.
[제이슨 – 감사합니다, 보스. 하하, 새로운 방식의 보너스인가요?]
[윌리엄 - ???? 보스 예언가 맞죠? 이걸 이렇게 맞춘다고요?]
[피터 잭슨 - 아니… 이게 대체 뭐야? 갑자기 웬 베팅을 대신 해 주겠다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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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Bet365에서 베팅한 건 고작 1억 원이 전부가 아니거든.
음, 제이슨 말대로 일종의 보너스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선물이라 해야 하나.
뭐가 됐건 간에 나와 내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돈 벌어서 좋고, 피터 코츠는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한 대가를 치러서 좋고.
여러모로 해피 엔딩만 낳은 베팅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스포츠 베팅 불법 아님?
-합법 토토 있긴 한데 그거 아니면 불법 맞을 텐데… 선우진도 걸리는 거 아니냐?
-ㄴㄴ 괜찮음. 법원에서 소액 도박인 경우 도박 아니라 일시 오락으로 간주해서 무죄 때림.
-베팅 금액이 1억인데?
-ㅇㅇ… 소액 맞는데?
-도박자 기준이라ㅋㅋㅋㅋ 선우진한테 1억이면 ㄹㅇ 소액이지. 우리로 치면 전 재산 10억인 애가 몇백 원 쓴 꼴임.
-와;; 이렇게 생각하니까 선우진 돈 많은 거 체감 확 되네;
-ㅋㅋㅋㅋㅋㅋ우리가 껌 사 먹을 돈이 1억인 거 말이 되냐?
그래도 혹시 몰라 해외 베팅 사이트에서 딴 금액은 모두 기부하는 거로 결정했다.
[선우진, 기부 황제 넘어 기부의 신으로?! 월드컵 베팅 통해 딴 금액 400억 원 상당 모조리 SW 재단에 출연.]
[저소득층 운동 지원금 및 장애 청소년 운동선수 지원 사업에 쓰일 것이라 밝힌 SW 재단.]
-캬!
-혹시 몰라서 바로 뒷말 나올 거 막는 선우진 센세 ㄷㄷㄷ
-판단력 GOAT.
-월드컵으로 돈 따서 저렇게 쓰는 거면 백 번이라도 더 해라 ㅋㅋㅋ
-괜한 꼬투리 잡으면서 억까 하던 선까들 바로 조용 ㅋㅋㅋㅋㅋ
SW 재단에 추가로 돈도 출연한 기념, 직접 찾아가 재단 이사장님 두 분을 뵈었는데.
“…응? 머리… 하셨네요?”
“흠흠. 그렇게 됐다.”
“어떠니? 염색은 엄마가 해 줬는데 네 아빠도 이러니 엄청 젊어 보이지?”
“어… 응. 그렇긴 하네.”
재단 이사장님이라 함은 바로 우리 부모님.
그런데 못 뵌 사이에 아버지의 외모에 변화가 있었다.
‘빼곡해…….’
원래라면 군데군데 비어 있었을 아버지의 머리.
그것들이 아주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반쯤은 하얗게 새셨을 머리가 검어지신 건 덤이었고.
‘심으셨구나.’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언젠가의 기억.
내가 이맘때쯤 전역을 하고, 웹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돈을 벌었을 때 부모님 효도 여행을 보내 드린 적 있었다.
나름 첫 작부터 적잖은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께 처음부터 호화 여행을 보내 드릴 정도는 아니었던 터라 물가 싸고 가까운 동남아를 추천해 드렸었는데.
‘아버지가 한사코 본인께서는 터키에 가고 싶으시다 그러셨었지.’
형제의 나라이자 부르마불의 핵심 도시인 이스탄불이 있는 바로 그 터키.
엄마도 이스탄불의 사진을 몇 번 찾아보시더니 풍경이 너무 예쁘다며 그에 동의하셨고.
뭐, 두 분이 그렇게 원하시니 돈 조금 더 써서 터키를 보내 드렸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두 분을 공항에 마중 나갔었을 때.
‘아, 아버지?! 머리가……?’
‘흠흠. 그렇게 됐다.’
조금 전과 비슷한 대화가 오갔었다.
즉, 그때 아버지가 한사코 터키를 원했던 이유가 가셔서 머리를 심기 위함이었던 것.
친구분 중에 터키 여행을 가셨다가 한국의 절반 가격으로 모발 이식을 했다며 자랑하신 분이 있던 거로 기억한다.
이번에야 굳이 먼 타국까지 갈 필요 없이 한국에서 모발 이식을 100번은 하고도 남으니 국내에서 수술을 하신 거였고.
아무튼.
“그래서 요새 하는 일은 잘되니?”
“음… 잘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더 잘될 것 같네?”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머리를 심으신 아버지를 보니 떠오르는 게 있었던 것.
톡, 토도독-
재단을 나오면서 바로 제이슨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 미국이랑 터키 상황 좀 살펴 주세요.]
[나 - 리라화 가치 폭락 시 시나리오도 짜 주시고요.]
그때 당시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여행 경비가 거의 동남아급으로 적게 들었던 게 생각이 난 것.
내가 활동하던 축구 커뮤니티서도 리라화 폭락 덕에 유니폼 가격이 싸졌다며 핫딜 링크를 공유하곤 했던 기억이 있었다.
‘아버지 머리 심은 걸 보고 이런 게 떠오를 줄이야.’
돈… 그것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각난 거였으니 당연 좋은 일이겠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슬픈 사실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톡, 토독-
제이슨에게 문자를 보낸 후 곧바로 국내에서 내 비서 역할을 해 주는 직원에게도 연락했다.
[나 - 피부과 의사 한 분 섭외해 주세요. 입 무거우신 분으로…….]
‘며칠 전에 지단 만났을 때 겁나 반짝거리는 거 보고 속으로 웃었는데.’
남 보고 웃을 처지가 아니었지.
할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 모두에게 찾아왔던… 인류 최악의 질병.
심지어 이건 유전+복불복이기까지 했다.
아아, 어째서 하늘은 이 선우진을 낳고 남성형 탈모라는 최악의 질병을 낳았단 말인가.
‘회귀 직전에는… 슬슬 얇아지기 시작했었지.’
이번 생에서는 그 단계를 10년은 늦춰야 했다.
그리고 1조 달러 버는 것 이외에 인생의 목표가 하나 또 생겼는데…….
* * *
[선우진, 바이오 산업 진입하나?! 미국서 새로운 법인 설립한 것으로 확인돼… 업종은 제약‧바이오인 것으로 보여.]
[그간 바이오 산업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했던 선우진… 그가 새롭게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멘즈호프”? 선우진의 바이오 법인명에 담긴 의미는?]
[관련 질문에 응답 회피한 선우진. 그저 모토에 모든 게 나와 있다고만 밝혀…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의 의미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