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방송을 켜 봄
몇몇 부호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개인 휴양지를 소유하곤 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는데.
최근 새롭게 사들인 휴양지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딸린 개인 해변.
“얼마에 샀냐고요? 3천만 달러였나? 아, 평소에는 일반인분들께 공개하고 있습니다. 차량 통행료는 받지만 입장료는 따로 없이요. 대신 제가 쓰고 싶을 때는 1주 전에 공지 후 지금처럼 개인용으로 쓰고요.”
거기서 나는 요즘 맛들린 취미 비슷한 걸 하고 있었는데.
바로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최근 틱톡에 라이브 기능이 추가된 기념으로 틱톡과 트위치를 켜 내 일상 생활을 생중계하는 것.
해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게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생기는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
-와 해변 뷰 지리네 ㄷㄷ
-3천만 달러ㅋㅋㅋㅋ ㅅㅂ 무슨 편의점서 과자 사 먹은 것처럼 말하는데, 왜 가격이 300억 원이냐고.
-(번역) 하하 나는 당신을 사랑해. 정말로 당신은 투자의 신이야. 덕분에 나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어.
-(번역) 고! 팰리스! 고! 독수리들은 언제나 너를 응원해!
-외국인들 개 많네
-뭔데 시청자 수 40만 명임?
-(번역) 우진, 당신의 조상이 산둥 출신의 중국인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뭔 개소리고 저건;
-이 십새끼들, 동북공정 이어서 우진공정 들어가네.
물론 채팅이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탓에 대부분 볼 수 없었지만.
채팅 딜레이를 걸까도 했었지만 선우진의 첫 라이브 스트리밍이란 게 온갖 나라에서 어그로가 끌려 수십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다 보니…….
딜레이를 걸었다가는 수십 분 전의 화제와 관련된 채팅이 나올까 봐 그냥 걸지 않았다.
그 대신, 20달러 수준의 제일 높은 티어 구독권을 가진 사람만 채팅을 칠 수 있도록 설정을 바꿨다.
그런데도 수천 명이 최고 티어 구독권을 사 버린 탓에 채팅창을 일일이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간혹 눈에 띄는 채팅에는 답을 해 줄 수 있었는데.
“아, 저기 근육질 남성이요? 제 경호팀장인 에드입니다. 며칠 전에 휴가 내놓고 오늘 따라온다고 해서 무슨 생각인가 했는데, 자기는 오프라면서 저를 놔두고 홀로 태닝을 즐기고 있네요. 헤이, 에드!”
-ㅋㅋㅋㅋㅋㅋㅋ선우진은 경호원도 특이하네.
-와 시발 근데 근육 지리는데; 삼 대 몇 친대요?
-몸 보면 600은 거뜬할 거 같은데.
-600이 뭐냐, 700도 넘을 듯.
-저 사람 에드 피츠먼이라고 꽤 유명함. 선우진 경호한 지도 몇 년 돼서… 데브그루 출신이란 썰이 있던데;
-(번역)그의 이름은 에드 피츠먼이다. 나와 같은 모교를 나왔는데, 고교 시절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올해의 고교 선수로 두 번 뽑혔던 풋볼 선수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NFL 진출을 포기한 거로 아는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참 놀랍다! 항상 에드의 행운을 빈다.
-팔뚝 굵기 봐… 지린다.
-ㄷㄷㄷ 풋볼 초고교급 유망주 출신… 운동 능력 지리겠네.
-그 이후 입대해서 데브그루 나온 거면 운동보다 살인 기술이 지릴 듯.
그런데 이 사람들 나 보러 내 방송에 와 놓고는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
근육을 엄청나게 키우면 여자보다 남자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더 폭증한다던데.
에드가 바로 그 산증인이 아닐까?
오늘 스트리밍을 위해 고용한 카메라맨이 에드를 잠시 비추다가 다시 내게로 돌리자 채팅창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아; 선우진 얼굴 그만 보여 주고 에드 성님이나 보여 줘.
-안 치움?
-어? 모니터가 꺼졌나? 왜 내 얼굴이 보이지?
-ㅋㅋㅋㅋㅈㄹㄴ
-십새끼 ㅈㄴ 열받게 생겼네.
“어허. 다른 사람 욕은 몰라도 제 욕은 밴입니다. 근데 제 외모 칭찬이니 한번 봐드림.”
-아니 ㅋㅋ 열받게 생겼다는데 왜 칭찬으로 알아듣냐고.
-네가 쟤 얼굴로 태어나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음.
물론 간혹 나를 향한 원색적인 욕들도 보였다.
뭐,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원래 돈이 많다는 건 그만큼 시샘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내 안티팬 수도 웬만한 안티 많은 셀럽 뺨 치지 않을까.
아무튼.
“아, 왜 영어로 안 하고 한국어로 말하냐고요? 지금 한국인 시청자 비율이 40%가 넘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게 번역 기능이 아직 딜레이가 좀 있어서 실시간으로 돌아오는 한국어 채팅에 더 눈이 가기도 하고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다른 언어로도 해 볼게요.”
-아 한국인이 한국어로 방송한다는데 불만 왜 있냐고 ㅋㅋ
-키야 역시 K-국뽕 선두 주자답네.
-불만 있으면 너희가 한국어 익히든가.
-(정보) 선우진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가 원어민 수준인 4개 국어 능력자다. 한때 취미가 외국어 익히기였다는데 일이 바빠 그만뒀다고 한다.
-ㅋㅋㅋㅋ공부할 시간에 통역사 고용하는 게 10만 배 싸게 먹힐 듯.
“아, 스페인어는 원어민 수준 아니고 그냥 소통만 되는 정도입니다. 따로 공부한 게 아니라서요.”
-이 새키 스페인어 잘하는 이유: 최근 1년 동안 열애설 뜬 9명 중 5명이 남미 출신에 1명이 스페인 사람 ㅇㅇ 우진이 골반충인 듯.
-ㅅㅂ
-뒤질래, 선우진?
-아니 그래서 지금 님 여친 어디 감? 왜 해변에서 휴양 보내는 거 방송하는데 비키니 입은 금발 여친 안 보여 주시는 거죠?
-빨리 내ㅔ놔라 구독 끊기 전에 ㅡㅡ
-신인 스트리머 주제에 시청자 말 왜케 안 듣냐? 너 뭐 되냐?
-ㄹㅇㅋㅋ
-신인이면 신인답게 굴어야지 ㅋㅋㅋ구독 리액션 없냐?
“네. 여러분 이럴까 봐 안에서 쉬라 했고요. 리액션 도네 쏴서 전자녀 울려 주시면 해 드립니다. 참고로 최저 금액 1만 달러고요.”
-1만 달러? 1달러로 안 낮춤?
-오늘 방송 처음 킨 놈이 월클인 척하네.
-ㅋㅋㅋㅋ선우진 재산 기준으로 따지면 1만 달러도 푼돈이지.
-포브스 추산 재산이 4천억 달러가 넘던데… 단순 계산하면 400억 원 부자한테 1달러 쏘는 거랑 똑같음.
-형님! 제발 사람 한 명 구제하신다 생각하고 도움 부탁드립니다! 병 든 노모 모시고 홀로…….
(관리자에 의해 강제 퇴장됐습니다.)
-ㅋㅋㅋ일 잘하누.
-구걸은 칼밴이다, 이거야.
“예. 말씀드리는 순간 시청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네요. 틱톡은 40만 명을 넘겼고요. 와우! 이만한 시청자 수가 모였는데도 여러분 전부 시청에 지장 없으시죠? 트위치와 틱톡 모두 참 대단한 회사네요. 서버가 이만한 트래픽을 감당하다니!”
아무튼, 방송이 너무 잡담으로 빠진 것 같아 다시 주제를 환기시켰는데.
오너답게 내 회사 홍보도 잊지 않았다.
사실 이번 방송을 킨 몇 가지 이유 중에 트위치나 틱톡의 사용자 수를 더욱 늘리기 위함도 있었다.
기존에 두 회사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내 방송 때문에라도 가입하고, 그런 관심이 다른 크리에이터에게도 이어지면 내게도 좋은 거였으니.
-아니, 뒷광고 뭔데.
-앞광고 아님?ㅋㅋㅋ
-방송 이래서 켠 거였나
그러던 그때.
띠링-
[TimChalamet - 방송 화이팅입니다!]
웬 효과음과 함께 뒤이어 들려온 TTS 소리.
아이디를 보아하니 티모시 샬라메가 쏜 것 같았는데.
‘아니, 진짜 1만 달러를 쏘는 사람이 있네.’
그런 생각도 잠시.
티모시의 도네이션이 신호라도 된 걸까.
[PeterJacksonnotparker -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 헤이, 우진! 촬영 스케줄이 끊임이 없다고 나를 살려 주게, 친구여.]
[elonmusk- 첫 번째를 빼앗기다니! Fuck!]
.
.
.
[wickson_books - 작가님… 글은 언제쯤……?]
[mansour_ManCity - 이번 시즌에는 저희가 우승하겠습니다. 존경을 담아.]
갑자기 물밀듯이 쏟아져 오는 도네이션들.
1만 달러라는 금액을 내야 함에도 수십 건이 터지고 있었다.
개중에는 피터나 머스크, 엘레나로 추정되는 윅슨 출판사의 계정처럼 나의 지인들도 있었고.
만수르와 같이 서로 인사 몇 번 정도만 나눠 본 사이는 물론, 아무런 사이가 아님에도 1만 달러를 쏴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와 미친.
-ㅋㅋㅋㅋㅋ뭐고 전 세계 유명인들 여기 다 모임?
-와… 다들 1만 달러 가볍게 쏘는 거 ㅈㄴ 부럽다.
“어, 어. 잠시만요. 괜히 리액션 한다 했네. 여튼 다들 감사드립니다. 티모시 샬라메 님, 파커 아니고 피터 잭슨 님, 머스크 님… 어, 엘레나가 쏜 거 맞죠? 윅슨 출판사 님. 예, 조만간 원고 보내겠습니다. 아, 만수르 님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승은 또 저희 거고요.”
-십ㅋㅋㅋㅋ 편집자한테 선우진도 일개 마감 안 지키는 작가 중 하나인 거냐.
-저기 윅슨 출판사 SNS 계정 가면 선우진 기사 올려놓고 ‘그래서 다음 원고는 언제……?’ 같은 글 쓰고 그럼ㅋㅋㅋㅋㅋ
-ㄷㄷ이게 대체 몇 개임… 벌써 수십만 달러 터진 거 같은데.
-그래 봐야 선우진한테 한 줌임.
-바다에 물 바가지 몇 번 붓는다고 티 나겠냐고 ㅋㅋ
-클라스 지리네 ㄹㅇ; 이러다 트럼프도 등장하는 거 아니냐?
벌써 방송을 튼 지 1시간째.
아마 지금 내 라이브 방송이 전 세계 여러 곳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사들이 쏟아져 그걸 보고 뒤늦게 내 지인들이 접속한 듯했다.
“아이고. 이거 읽는 것도 일이네. 금액을 10만 달러로 올릴까도 했는데… 그래도 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네요. 오늘 방송 수익금은 전부 재단 통해 기부하도록 할 거고요. 합산 시청자 160만 명이네요. 보내 주신 관심 감사드리고,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벌써 간다고?
-신인 스트리머 주제에 ㄹㅇ 빠졌네 1시간 하고 튄다고?
“이제 곧 밥 먹을 때라서요. 한국인은 밥심 아닙니까? 제가 아침을 걸러서 일찍 좀 먹으려고요. 그런데 지금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오전 10시니까… 한국 새벽 2시 아닌가요? 그런데 30만 명이나……? 안 자세요, 다들? 내일 출근은… 아…….”
-어허!
-우리는 지금이 피크 타임이라고 ㅋㅋ
-새벽 2시면 한창 핫할 땐데.
-지금 출근한 건데?
-코리아 인터넷 지킴이 업무 무시함?
이제 슬슬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방송을 종료하기로 마음먹었다.
-(번역) 당신의 다음 방송은 언제입니까?
-(번역) 중국 축구는 매년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선 따거는 중국 축구에 투자할 생각이 없나요?
-투자 꿀팁 좀 주세요
-투자 방송은 안 하나요?
“다음 방송은… 잘 모르겠네요. 심심해지면 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투자 꿀팁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내릴 거 같으면 팔면 되지 않을까요? 전 앞으로 최소 몇 달 동안은 미국 증시가 오를 것 같아서 그쪽에 투자했고요. 그럼 모두 다음에 봐요. 틱톡, 트위치 많이 사랑해 주시고, 조만간 나올 스웜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사랑해 주세요.”
어후, 막상 해 보니 가만히 떠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으음… 이게 총 얼마야.
도네이션 터진 게 27만 달러에 구독권으로 나온 게 16만 달러, 합이 43만 달러니까 수수료 이것저것 떼면 얼마 나오려나.
뭐 결국 다 내 돈이긴 하니까 그냥 40만 달러라고 치면 한 시간 방송 했으니 시급이 40만 달러인 건가?
‘음. 나쁘지 않네.’
부수입치고는 만족스러운 금액.
어차피 모두 기부할 거긴 하지만 나름 성공적인 첫 방송이었다.
하지만 부수입 벌자고 오늘 방송을 켠 건 당연 아니었고.
[선우진의 영향력? 선우진의 스트리밍 이후 5% 추가 상승한 뉴욕 3대 지수!]
[“미국에 투자해라!” 강력한 워딩으로 상승장 예견하는 선우진.]
[트위치 가입자 하루 사이에 평소보다 10만 명 더 늘어…….]
[조만간 신작 나오나? 방송을 통해 보여진 작가 선우진의 모습]
이번 뉴욕 증시 투자를 통해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내 유명세가 앞으로 적잖은 도움이 될 거라는 것.
그렇기에 이런 방식으로 종종 방송을 할 생각이었다.
트위치나 틱톡에 도움도 줄 겸 해서 말이다.
‘일론 머스크가 괜히 자기 트위터 계정으로 온갖 어그로를 끌었던 게 아니라는 거지.’
물론 나야 머스크와 달리 쓸데없는 소리는 최대한 줄이고, 이번과 같이 굵직굵직한 건에 대해서만 입을 열 거였다.
뭐 개만도 못한 도지코인 따위 언급 안 하고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떨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어느 분야가 주목받을 것이다’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말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야 여러 금융사, 투자 은행, 유명 애널리스트 등이 리포트 따위를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것과 같은 거였으니.
다만, 영향력 측면에서 나와 그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