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10화 (210/267)

210화 주가 대폭락

전 세계 증권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최근 접하게 된 소식이 있었다.

“선우진의 투자가 또 시작됐어.”

“허… 대체 뭐야? 이 정도면 투자금이 최소 2,000억 달러는 되겠는데? 그만한 투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아니, 그걸 떠나서 풋 옵션을 얼마나 사들이는 거야? 뭐 다음 달에 전쟁이라도 난대?”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는 투자였다.

무려 2,400억 달러가 투입되어 하락에 베팅하고 있었으니.

한 개인이 일으킨 파급효과로 치부하기에는 전 세계 증시마저도 그에 영향을 받고 있던 것이다.

거기에 그 큰 투자금이 모조리 증시 하락, 유가 하락, 금값 상승 등에 투자되고 있었으니.

더욱이 선우진이 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금액이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레버리지를 최대한 일으켜 엄청난 풋 옵션을 사들이는 둥, 마치 조만간 대공황이 다시 찾아올 거라는 듯한 투자이지 않나.

특히 선우진의 전방위적인 공매도에 잔뜩 당황한 이들이 있었는데.

“뭐야? 우리 에버릿 공장에 화재라도 났어?”

“이번 항공기에 치명적인 결함이라도 발견된 건가?”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이자 세계 항공업계의 선두 주자인 보잉부터 시작해서.

“왓 더 퍽? 공매도를 쏟아 내는 게 선우진이라고?”

여행 업체인 익스피디아.

델타 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등의 항공사들.

전 세계의 구리 및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입 업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옵션 발행을 거절한 투자 은행이 한두 곳이 아니라던데.”

“지금까지 몇 번이나 털렸으니까.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거겠지.”

물론, 그 와중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특히 그간 선우진의 베팅에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직접 수많은 손실을 겪으며 체험한 금융사들.

개중에는 이미 시장에 나온 옵션을 사들인 거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거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직접 옵션 발행을 요청하기까지 하는 SW 인베스트먼트나 WS 매니지먼트의 모습에 추가 발행을 거절하는 투자 은행들도 존재했다.

“들어오는 족족 다 거절해! 그리고 우리도 뉴욕 증시에 들어간 자금 중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건 회수하고.”

“예!”

심지어 눈치 빠르게 선우진의 투자를 따라하기 시작한 곳도 있었다.

일전 제대로 망신을 당한 적 있는 모건스탠리의 CEO 제임스 모건의 대처가 꽤나 신속했는데.

선우진처럼 하락에 막대한 자금을 베팅하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한 발짝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선우진, 일명 ‘투자의 신’은 무슨 미래를 보는 것인가?]

[엄청난 양의 풋 옵션을 사 모으기 시작한 선우진… 시장에 나온 것 대부분 사들여.]

[며칠 전 선우진의 ‘우한 폐렴’ 관련 경고… 지금의 투자와 관련 있나?]

[예상 투자금 2천억 달러! 진정한 세계 최고 부자.]

그리고 이러한 선우진의 움직임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권은 물론 그의 유명세가 자자한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여러 언론이 관련 기사를 쏟아 낸 것.

당연히 엄청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와;; ㄹㅇ 대공황 오냐?

-2천억 달러? 한국 한 해 예산이 500조쯤 하지 않나?

-투자금만 2천억 달러에… 갖고 있는 기업 가치 합하면 그 두 배는 될 거고;; 뭔 개인이 갖고 있는 돈이 정부 한 해 예산이랑 맞먹냐;

-일단 우진 형님 따라 전 재산 숏 쳤다 ㅇㅇ

-나도 따라감ㅋㅋㅋㅋ 지금까지 선우진 따라서만 투자했는데 20대에 6억 모음 ㅁㅌㅊ?

-6억ㅋ 난 5조 5천억 모음 ^^

-난 진짠데? (인증 링크)

-가즈아!! 인버스 조진다!!!

-와… 근데 선우진 투자 알려지자마자 코스피 하락 ㅈ되네;

-한국에선 진짜 투자의 신이잖음 ㅇㅇ 나도 그렇고 선우진 따라 갖고 있는 주식 다 판 투자자들 많을 거. 개미들 말고 기관 중에도 그런 곳 있을 듯 ㅋㅋ

-찌라시 따르면 모건스탠리서도 현금 보유량 늘리는 중이라더라.

예전 산타 랠리, 선우진 랠리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봤던 이들이 많은 한국의 서학 개미들.

그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이런 모습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서양권 커뮤니티를 양분하고 있는 레딧과 포챈에서 선우진의 유명세는 한국 커뮤니티 못지않았는데.

미디어 친화적인 그의 모습과 지금까지의 일대기 그리고 <마지막 마법사> 등의 소설들로 인해 생긴 서양권 내 선우진 팬들 등의 모습에서 유명한 밈이 된 것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서학 개미들한테 그런 것처럼 ‘if he buys, you should buy’와 같은 격언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 * *

[선우진의 OTT 정복 시작되나? Hulu 지분을 두고 디즈니와 최종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스웜!]

[미국 미디어 시장 대격변! 넷플릭스 대항마 결국 스웜의 손으로?]

[결국 스웜, OTT ‘훌루’ 경영권 100% 확보! 최소 가치 170억 달러 보장한 채 내년까지 풀·콜 옵션 행사 가능한 계약을 맺은 디즈니.]

몇 주가 쏜살같이 흘렀다.

그사이 훌루와 관련된 협상을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프리미엄을 고려해 훌루의 가치를 최소 170억 달러로 잡고, 20년 12월까지 행사 가능한 옵션 계약을 디즈니와 맺었다.

디즈니의 지분이 30%였으니 최소 51억 달러에서 내년 적정가에 따라 그 이상으로도 오를 수 있는 것.

‘엄청나게 저렴하게 사들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물론 당장 계약만 놓고 보면 그냥 사들이는 것에 비해 여러모로 손해인 계약이다.

내년이 되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더욱 심해져 있을 거다.

OTT와 같은 언택트 서비스의 중요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지금의 가치보다 내년 훌루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게 자명하니 디즈니 또한 저 풋·콜 옵션을 최대한 늦게 행사하려 할 거다.

아마 50억 달러가 아닌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 정도는 받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 주는 50억 달러가 내년 말에 줄 150억 달러보다 더 귀하지.’

디즈니한테는 그렇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랬다.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이 내년의 현금보다 몇 배는 중한 것.

그도 그럴 게 지금 시기는 앞으로 다시 없을 돈 복사 찬스였다.

1년 사이에 수익률 500%도 거뜬히 가능했다.

[전 세계 확진자 7만 명 돌파… 전일 대비 +2,164명]

그사이, 코로나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넘겼다.

중국 증시와 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홍콩 증시는 몇 주 전보다 훨씬 더 급락했고.

중국 내가 거의 마비된 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도 꽤 하락했다.

[이번엔 선우진이 틀렸나? 중국발 코로나 대유행,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해…….]

[글로벌 증시 하락을 예측한 선우진, 하지만 뉴욕 증시는 오히려 올라…….]

하지만 그 외의 경제 지표들은 반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는데.

뉴욕 증시는 미국 경기 호황으로 오히려 오르고 있는 모양새였다.

연말이 지나 새해가 된 상황.

연초 버프가 겹친 덕에 오늘자 다우지수는 29,390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예 역사상 최고치를 찍어 버린 것.

‘음… 이땐 실제로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는 별로 안 심각했구나.’

사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돌파했지만,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확진자일 뿐.

중국 외 나라에서의 감염자는 고작 800 명에 불과했다.

그중 사망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고 말이다.

-엌ㅋㅋㅋㅋㅋ 선우진 ㅈ댔누

-2000억 달러 삭제 그대로 슛~~~

-? 위에 새끼들 뭐임?

-선까들 요새 왤케 기어 나오냐?

-일뽕 새끼들인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우진을 까네;

그 때문일까.

요즘 국내 커뮤니티 댓글들을 살피는데 나를 조롱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예전에는 나와 관련된 기사나 게시글의 댓글을 보면 나를 옹호하거나 응원하는 이들이 95%, 반대 여론이 5%가 될까 말까였다.

하지만 지금은 70 : 30 정도로 나뉜 상황.

세상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상처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애초에 말을 안 했다 뿐이지 예전에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나 같아도 싫었을 거야.’

지금이야 회귀빨(?)로 잘나가니 마음이 관대해졌다지만.

예전 웹 소설 써서 열심히 모았던 돈을 다 잃고 나서는 세상 모든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던 나다.

그때는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만 보면 배알이 꼴리고, 짜증이 절로 치솟고 그랬었다.

만약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면 ‘어우 저 재수없는 새끼’ 이랬을 거다.

흠흠. 내가 잘나도 너무 잘나서 말이지.

게다가 난 나를 욕하는 저 사람 중 일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정심을 갖고 있기도 했는데.

‘어쩌면 나 따라 인버스 사들인 사람들일지도 모르니…….’

-병신 새끼 ㅋㅋ 꼴 좋네, 씨발. 그동안 ㅈㄴ 깝치더니.

-이 새끼는 선우진한테 쳐 맞음?

-ㅇㅇ 존나 쳐 맞음. 쟤 따라 S&P 인버스 샀다가 -40% 찍고 손절 때렸다.

-나도 -35%긴 한데 들고 있음 ㅋㅋ 선우진 원망도 안 하고. 애초에 누가 너보고 사라고 협박함? 글고 조만간 인버스 붐은 옴 ㅇㅇ

-ㅈ 까세요.

실제로 간혹 나 따라 숏 쳤다 망했다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현 상황에 대해 직접 입을 연 선우진, “코로나19 여파 작지 않을 것… 전 세계 경제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어. 전례 없는 재정적, 사회적 혼란 초래할 것.”]

[첫 실패를 인정하기 힘든 이의 비명인가? 아님 진심 담긴 경고인가? 선우진의 인터뷰 연일 화제!]

그런 이들을 위해 다시 언론에 내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내 예상과는 달리 세계경제가 곧바로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상황.

그 탓에 나도 이번에 투입한 2,400억 달러의 자금 중 400억 달러 가까이를 꽁으로 날리기도 했고, SW 인베스트먼트나 WS 매니지먼트 등에서도 지금이라도 포지션을 정리해야 한다는 리포트가 연일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몇 주 뒤에는 지금과 다르겠지.’

물론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건 내 실수다.

아니, 실수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거라 봐야겠지.

내가 신도 아니고 코로나로 인한 세계 증권시장 급락이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인지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렴풋한 기억과 현재의 상황을 보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지.

게다가 한창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질 때의 나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매일 밤샘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라 시간 관념도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어느 순간 보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주가가 폭락하고 그랬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뭐, 여하튼.

‘아마… 앞으로 2~3주 정도?’

현재의 코로나 확산세를 보면 내가 기억하는 대폭락이 오기까지 그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난 이번에도 예상에 틀리고 말았는데.

2-3주까지 갈 것도 없었다.

[다우 존스 지수와 FTSE 100 지수,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3% 정도 하락 마무리.]

다음 주 월요일.

뉴욕 증시가 소폭 하락한 걸 시작으로 세계 증권시장의 변동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유럽과 미국에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

그리고 3일 후 목요일이 되자…….

[나스닥 100, S&P 500, 다우 존스 지수. 모두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

[역사상 가장 큰 포인트인 −1,190.95 포인트 하락을 기록한 다우지수!]

[1주 사이 최대 10%까지 하락한 미국 주식 시장! 선우진의 예측 실현되나……?]

‘후… 이걸 드디어라고 해야 해, 말아야 해?’

주가 대폭락.

…아니지.

대공황, 대침체를 잇는 세 번째 대규모 세계경제 위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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