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19화 (219/267)

219화 우정에 금이 감

며칠 전 트럼프에게 지지 연설 요청이 왔지만 거절했다.

정치에는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려던 내 생각이 이번에 들어 깨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연설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백신으로 도와줬으면 됐지.

저 양반도 너무 날로 먹으려 한단 말이지.

[임상 3차 진행 중인 SW 바이오 백신, 우려와 달리 안정성 높아]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산세 겪고 있는 미국… SW 바이오 백신이 해법 될까]

[코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코로나 백신에 승패 달려 있어]

백신 개발은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코로나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임상 절차에 필요한 몇 개월.

그사이 미국의 코로나 확산세는 연일 심각해지며 저번 주에는 캘리포니아에서만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

그에 따른 여러 방역 정책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마비된 상황.

하지만 다행히 증시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르고 있지.

하루 이틀 정도는 코로나19 확산세 소식에 휘청하다가도, 다음 날이 되면 손실분을 모두 회복해 버리고 더욱 오르는 것.

백신이 조만간 생산될 거라는 기대감과 시장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 덕분이었다.

물론, 나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는데.

그런 만큼 소소한 것들은 대범하게 포기했다.

[마스크 생산은 이제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 주세요.”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생겼던 마스크 품귀 현상.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도록 진작에 공장 라인을 증설해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 마스크를 공급했었는데.

당연하게도 돈을 벌자고 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큰 이득을 본다고 해도 수백억, 잘쳐 줘도 수천억 정도였으니 그저 원가에 유통비 조금 더해서 풀어 버린 것.

그 탓에 욕도 많이 먹었다.

물론, 대중들한테서 욕을 먹은 건 아니고 마스크 품귀 현상 비슷한 게 올 거라 생각하고 마스크 생산을 늘렸던 공장 사장들한테서…….

여하튼 그렇게 몇 달을 원가 수준으로 풀다가 최근에 그만두기로 한 것.

이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덕에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급한 불은 껐으니 나머지는 시장 원리대로 마스크 공장 사장들이 돈 벌게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마이크 - 헤이, 네 말대로 생산 주문을 넣었어. 5억 도스]

SW 바이오의 백신.

아직 3차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먼저 백신을 생산할 것을 지시했다.

백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있는 건 아니고 마이크를 비롯해 SW 바이오의 직원들이 엄청나게 자신하더라.

임상 3차를 쉽게 통과하는 건 물론 다른 제약사들의 백신보다 몇 배는 더 안정적일 거라고 말이다.

그 말을 믿고 3차가 통과하기 이전부터 생산할 것을 지시한 거다.

[마이크 - 음… 그런데 괜찮겠어? 물론 우리야 나인티나인 퍼센트 자신하고 있지만… 1%는 모르는 거니까. 자칫하면 네 돈이 공중분해 되는 거라고.]

음… 며칠 전에는 원 헌드레드 퍼센트라 하지 않았나?

뭐, 여하튼.

‘마이크의 말대로 임상 결과가 잘못 나오게 되면 돈을 그대로 날리는 거지.’

SW 바이오 백신의 생산 원가는 4달러 내외.

시설 개조비나 기타 생산 비용을 제외하고 원료 의약품과 완제 의약품 생산 비용만 친 거다.

즉, 5억 도스면 합쳐 봤자 20억 달러라는 것.

큰돈이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돈을 쓰고 미리 생산해 놓은 후 백신 임상 절차가 모두 끝나자마자 급한 이들에게 먼저 공급한다면 최수 수백만 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을 테니, 손해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생각했다.

물론 이건 각국 정부에게 요구할 백신 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온전히 내가 감당하게 될 거고.

그러니까, 일종의 자선 행위인 거다,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경영이 제일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나인 만큼 이런 데에는 돈을 팍팍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임상만 통과하면 비용을 정부들에 물릴 수 있으니 해 볼 만한 시도이기도 했고.

[선우진, 코로나 백신 조기 생산 위해 20억 달러 쓴다? 임상 통과에 대한 자신인가?]

[SW 바이오 백신의 안정성 자기 돈으로 확인하겠다는 선우진… 임상 통과 실패 시 20억 달러를 모두 날릴 수도 있는 선우진]

[임상 통과해도 비용 보전이 고작인 상황에서 선우진이 벌써부터 백신 생산을 지시한 이유는?]

게다가 그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몇 있었다.

-??

-이 새키 ㄹㅇ 갈고리 제조기네ㅋㅋㅋㅋ 아니 임상 통과 아직 남았는데 왜 만드냐고

-그만큼 자신한다는 소리겠지~

-기사 내용 보면 나와 있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매일이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백신 공급 절차가 빨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상 통과에 실패하면 모두 폐기해야겠지만, 반대로 성공한다면 생산을 기다릴 필요 없이 급한 환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인드 씹지리긴 하네;

-이게 임상 통과하면 이득 ㅈㄴ 보는 거면 선우진 또 타짜 성향 발동했구나 할 텐데 ㅋㅋㅋ 그것도 아님. 걍 순수하게 저 생각으로 저러는 거

-ㅇㅇ 이겨도 본전, 지면 0인 건데 조금이라도 빨리 공급하려고 저러는 거 보면… 진짜 난놈은 난놈이네

-선우진한테 20억 달러란 뭘까? 내가 한 2만 원짜리 밥 먹는 느낌일까?

-20억 달러가 뭐긴, 20억 달러지.

-우문현답 개추

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반응이거니와, SW 바이오 백신의 안정성을 내가 그만큼 자신한다는 소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간 쌓아 온 명성이라고 해야 할까.

선우진은 실패할 곳에 판돈을 걸지 않는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이득 없는 베팅에 20억 달러를 쓴다는 게 그만큼 SW 바이오 백신의 임상 결과가 긍정적일 거라 자신한다는 뜻으로 비춰진 것이다.

[열일 지속되는 증시 상승세, 조만간 있을 SW 바이오 백신 임상 3차 결과 발표 때문인가?]

[코로나 시대는 반년 내로 끝이 날 것이다? 월 스트리트 내에서 도는 기대감]

[연일 폭등하는 테슬라, 팬데믹 맞이해 시총 3배 상승]

[“테슬라는 아직 엄청난 저평가를 당하는 중이다.” 최근 300% 폭등했음에도 그리 말하는 일론 머스크]

그리고 이와 엇비슷한 흐름을 타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떡상을 거듭하고 있는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그동안 잠잠했던 테슬라였다.

* * *

내가 회귀 이후의 삶에서 하나 깨닫게 된 게 있다면, 질투는 사람을 추악하게 만드는 여러 것 중 하나라는 점이다.

내 얄팍한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다.

과거… 아니 미래라고 해야 할지.

그러니까 내가 회귀하기 이전, 내 인간관계는 썩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겠다.

맨날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다 보니 새롭게 만나는 사람은 전무했고, 기존의 친구들만 가끔 가다 만다는 게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썩 괜찮다 평한 것은 적어도 당시 나와 친구들의 우정만큼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배우 지망생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연예계 관련 사람들이 아니라, 웹 소설 작가가 되면서 알게 된 주위 동료 작가들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오고, 성인이 되고 난 이후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들, 일면 ‘실친’으로 부르는 친구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야, 대박! 글 읽어 봤어. 진짜 재밌더라. 결제까지 다 했다.”

“나도 결제함. 근데 읽진 않음. 노잼이던데?”

“응. 노잼이라고 해 봐야 이미 2만 원 긁은 호구 신세죠?”

되도 않는 배우를 하겠답시고, 20대 초반을 날려 버리고, 그러다 참 운 좋게도 웹 소설이라는 적성을 찾아 글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힘들고 고달픈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와 함께하며 나를 위로해 줬던 친구들.

그들은 내가 소위 말하는 글먹을 하게 되고, 월 천이라는 하나의 벽을 넘었을 때에도 날 응원하고 축하한다 말해 주던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당시 나와 친구들의 우정만큼은 진짜였다는 소리다.

“단톡방? 아… 사실 그게…….”

하지만 내가 회귀하고 나서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내가 글로 월 천, 월 이천을 찍었을 때도 질투 하나 없이 축하해 주던 친구들과 지금의 친구들은 같지 않다는 것.

그간 내 고생하던 몇 년을 지켜봐 왔고,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그들과 아직 어린 고딩 시절의 친구들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그게… 민섭이가 먼저 꺼낸 얘기긴 한데, 우리도 사실 원래 톡방에서 자유롭게 말하기가 좀 그래서…….”

“네가 싫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왜, 우리는 이제 취업이다 대학 합격이다 이런 얘기 하는데, 그냥… 너도 있는 톡방에서 그런 말 하는 게 쪽팔리니까.”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나는 그런 그들의 태도를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 시발, 그래서 탑 언제 오는데. 박는다? 박아?’라고 떠들며 디코 하던 놈이 지금은 갑자기 소설로 수십억을 번단다.

그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괴리감과 그와 다른 본인들의 처지, 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사춘기적 감성이 결합되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당연지사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아마 당시의 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게 벌써 8년 전의 얘기다.

몇 달 후면 내가 회귀하기 직전의 시점이 되는 지금에서, 그때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 무리 중 아직도 연락하는 이들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 결혼했다며 청첩장과 함께 연락하는 경우는 있었다.

내가 직접 식장을 찾았다가는 결혼식의 주인공이 내가 될 것 같고, 온 것도 모바일 청첩장이니 그냥 돈만 보내면 되겠다 싶어 고민했던 적이 몇 달 전에 있었다.

남들처럼 밥 안 먹고 돈만 보내는 거니 5만 원을 보내면 될까.

아니면 내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낸 친구가 원했을, 그리고 사람들이 선우진이라는 세계 최고 부자에게서 원하는 만큼의 축의금을 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내 결론은 100만 원이었다.

내 기준으로는 무척이나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다 싶은 정도.

어쨌거나-

사실 지금의 내 인간관계는 저때의 기억 때문이었다.

돈이라는 게 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구나, 라는 당연한 진리를 저때서야 깨달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저때 이후로, 군인 시절을 제외하면 새롭게 사귄 친구들이 다 비슷한 거다.

피터 잭슨, 쑨콴, 마이크, 티모시 샬라메, 강주원, 로버트, 일론 머스크 등등.

‘트럼프도 있고.’

나이가 꽤 있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충분한 성공을 이뤄 굳이 나한테 질투를 가지지 않는 이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이들과의 우정만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예? 진짜로요?”

비록… 이런 경우는 예상 못 했지만.

“네. 테슬라 사 측의 지분 인수 제안입니다. 현재 주가보다 40% 높은 금액이더군요.”

일론 머스크.

얼굴 안 본 지 몇 달 된 그 친구는 여전히 테슬라의 CEO였다.

그 말인즉슨, 내가 갖고 있는 테슬라 지분을 전량 인수하길 원한다는 저 제안서가 머스크의 의지라는 소리인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