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왠지 모르게 비교됨
“일론 머스크? 그 사람은 천재지.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보라고!”
“전자 결제에 이어 전기차, 이제는 우주산업까지. 현실판 토니 스타크가 있다면 바로 머스크가 아닐까?”
혁신과 새로움의 상징.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인물.
실리콘밸리를 이끌어 가는 최고의 천재.
일론 머스크는 한때 그렇게 불렸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론 머스크가 변한 건 없다.
그는 여전히 새로움과 혁신을 통해 전기차와 자율 주행 시장, 나아가 우주산업까지 선도하고 있다.
여전히 그는 훌륭한 사업가이고 대단한 기업가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에게는 예전과 같은 명성이 없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보다 모든 면에서 몇 배는 더 뛰어난 비교 대상이 나타나 버렸기 때문이다.
“머스크? 뭐… 머스크도 대단하지. 일단 돈을 엄청나게 벌었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천재라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런 말은 선우진 정도는 돼야지.”
“테슬라? 말해 뭐 해. 당연히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지. 다른 누구도 아니라 선우진이 투자한 회사인데!”
바로 선우진의 존재.
선우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가였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개인의 자산이 1조 달러를 돌파한 사람.
2위와의 차이가 몇 배나 된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부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단순히 그가 세계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VR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선우진.
손대는 모든 사업과 투자마다 성공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투자자 등등.
한때 일론 머스크에게 향했던 모든 수식어가 이제는 선우진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선우진이 옳았다! 테슬라, 시가총액 5천억 달러 돌파!]
[‘테슬라’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이다. 3년 전 선우진의 인터뷰 연일 화제.]
심지어 최근 들어 엄청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테슬라.
그것 또한 선우진의 이름 때문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일.
테슬라는 그의 것이다,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만들어 내고 키워 온 기업.
그런 테슬라의 성공에 자신의 이름만이 불리는 게 아니라 그저 투자자에 불과한 선우진의 이름이 나오다니.
‘내가 창업이 아니라 투자를 했다면 우진보다 더 대단했을 거라고!’
게다가 머스크가 보기에 선우진은 그리 대단한 천재가 아니었다.
자신은 투자가가 아니라 사업가, 아니 혁신가다.
페이팔에 이어 스페이스 X, 뉴럴링크, 테슬라를 설립해 인류를 바꾸는 혁신가.
하지만 선우진은 뭔가?
물론 그가 기술 혁신이나 첨단 기술 개발 등에서 몇 가지 정도는 이바지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본질을 보자면 그는 그저 월 스트리트의 돈독 오른 놈들처럼 돈 되는 일에만 투자해 과실을 취하는 투자자에 불과했다.
자신도 그리하고자 마음만 먹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 거다.
처음에는 선우진과의 우정을 진심으로 여겼던 머스크였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머스크였다.
그렇기에 선우진에게 그가 갖고 있는 지분을 전량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스페이스 X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야 사실상 선우진과의 합작사로 체재를 탈바꿈했으니 불가능하겠지만, 나머지 기업들에서는 선우진의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했다.
우우웅-
[우진 - 헤이, 친구. 제안서 받아 봤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음. 네가 원한다면 지분을 전량 넘길 수 있어.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조율이 필요하겠지. 난 지금보다 최소 두 배는 더 오를 거라 생각하고 있거든. 답장 기다릴게.]
“…….”
그리고 돌아온 답장.
결국 머스크는 트위터를 열었다.
최근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각종 포스트를 올리며 구독자를 늘려 가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단계의 소통을 할 수 있다 생각한 것이다.
선우진이 틱톡을 활용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은 거였다.
[@elonmusk]
그의 활발한 활동과 테슬라의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최근 팔로워 1억 명을 넘긴 그의 트위터 계정.
머스크가 바로 글을 올렸다.
[@elonmusk]
[우진에게 실망했어. 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가 갖고 있는 테슬라 지분을 인수하겠다 제안했는데, 결국 거절당하고 말았지. 설마 그럴 줄이야. 우진은 테슬라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생각뿐이었다고!]
띠링-
띠링- 띠링-
포스트를 올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울리기 시작한 리트윗 알림.
곧바로 확인에 나섰다.
-lol 올해 본 글 중 가장 웃긴 글이야. 역시 머스크는 웃긴 놈이란 말이지.
-투자로 돈을 벌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 이거 유머였던 거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테슬라를 통째로 우진에게 넘겨야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일론.
-일단 정보 고마워, 일론. 우진이 보기에 테슬라가 더 오를 거 같다 했다는 거지?
-뭐야 이거, 테슬라 주가를 띄우려는 수작이었어? 머스크 이놈도 좀 치네 lololololol
“…….”
* * *
나와 머스크의 일을 두고 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나도 몰랐다가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거였는데, 최근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에 나와 관련된 얘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더라.
처음에는 내가 테슬라로 돈 벌려는 생각뿐이라는… 대체 무슨 의도로 쓴 건지 모르겠는 글부터 시작해서.
[@elonmusk]
[코로나 백신 따위는 맞지 않겠어. 모든 사람은 결국 죽기 마련이라고. 코로나 백신을 모두에게 뿌리겠다는 건 멍청한 짓이야.]
[@elonmusk]
[백신이 필요하다 떠드는 빌 게이츠는 뭐냐고? 뭐긴, 얼간이지. 슈퍼 리치들 사이에 얼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한 명은 빌 게이츠고, 다른 한 명은…….]
[@elonmusk]
[누군가 예전 내게 인류를 화성에 보내고 싶다 떠든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이 진심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가 엄청난 부자가 된 지금, 나는 그때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elonmusk]
[인공지능으로 우리는 악마를 소환하고 있어. 우리 모두 오각형과 성수를 가진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알고 있지. 모두들 조심하라고. 그런 악마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가 자신이 소환한 악마를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글들까지.
“음… 이게 저한테 하는 말일까요?”
“글쎄요. 글을 올린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확신할 수 없겠죠. 하하, 하지만 언론과 대중들은 그게 보스께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있더군요.”
“뭐, 그렇겠죠. 사실 제가 봐도 저한테 하는 말 같긴 해요.”
솔직히 말하면 머스크가 왜 이러는 건지는 당사자인 나도 모르겠다.
그 점이 궁금해서 며칠 전에는 따로 전화도 걸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받지 않았고, 그에 대한 연락도 없었다.
‘음, 조금 미안하긴 하네.’
내가 회귀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죄책감.
그가 이렇게 되기까지 내가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그에게 향했을 영광을 어느 정도는 내가 빼앗은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머스크가 그걸 온전히 가져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테슬라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정말이십니까?”
“예. 한번 테슬라에 연락해서 인수 의향을 물어봐 주세요. 저번에 말했던 대로 체결 시점의 주가보다 40% 높은 금액이면 받아들이겠다고요. 물론, 그 전에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하는 건 필수고요.”
결국 내려 버린 결정.
물론 잠깐 들고 사라진 죄책감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으니까.
“아, 인수 체결은 2주 뒤에 하는 거로 하고요.”
“알겠습니다.”
* * *
[테슬라, 적대적 m&a 가능성? 어쩌면 선우진과 머스크 사이 전쟁이 벌어질 수도.]
[코로나 여파를 피하기 위해 몇 달 내내 집에만 있던 선우진, 갑작스러운 실리콘밸리 투어?]
[선우진이 지난 일주일간 만난 사람들을 알아보다. 그들의 공통점은? ‘테슬라 지분 보유’!]
[테슬라, 선우진의 인수 기대감에 주가 연일 폭등세.]
[“적대적 m&a?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가능성 일축하는 일론 머스크.]
지난 일주일 사이 뜨거운 상승세를 보인 뉴욕 증시였다.
최근 몇 달 내내 엄청난 기세를 보이며 뉴욕 증시를 이끌어 가는 대장주 반열에 들어선 테슬라.
내가 그런 테슬라를 노린다는 소식이 월 스트리트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싶었는데…….’
실리콘밸리에는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제인들이 엄청나게 많다.
내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다들 이런저런 관계로 얽힐 수밖에 없는 것.
코로나로 쭉 집에만 있는 게 너무 심심하다 보니 그런 이들을 만나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한 바퀴 순회를 했다.
물론 방역 절차는 철저하게 지켰고.
아무튼, 그런 이들 중에 테슬라의 지분을 상당수 취득한 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기자들이 그걸 놓치지 않고 모두 기사로 보도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의도한 것도 있긴 하지.’
그래도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테슬라, 일주일 사이 두 배 상승.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 + 선우진의 인수 가능성 때문으로 파악돼.]
그 짧은 시간 동안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두 배가 됐다.
사실 내가 없었더라도 이맘때쯤이면 테슬라가 무지성 상승을 반복할 때다 보니 +50% 정도는 되었겠지만, 그걸 뛰어넘고 아예 +100%가 되어 버린 것.
‘1년 전에는 머스크 재산이 300억 달러도 안 됐을 텐데.’
이제는 1,000억 달러가 넘게 됐다.
친구가 나를 싫어해도 옛 우정을 생각해 옛 친구의 돈을 불려 주는 사람이라니.
내가 봐도 나처럼 착한 사람이 또 없다.
[머스크 - 결국 이럴 속셈이었던 거군?]
[머스크 -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런데 머스크는 왜 싫어하는 걸까?
자기 돈 벌게 해 줬으면 좋아해야지.
아무튼.
멈출 줄 모르고 연일 폭등하는 테슬라.
앞으로 일주일이 더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40%가 된 금액이라면…….
‘음. 꽤 쏠쏠하겠네.’
이 정도면 몇 년 전 처음 테슬라에 투자해야겠다 생각을 했을 때보다 더욱 훌륭한 성과였다.
오랫동안 투자해 온 테슬라 지분을 전량 정리하는 대가로는 차고 넘쳤다.
애초에 슬슬 테슬라 지분 정리를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몇 달 뒤 다가올 회귀 시점.
그 이후 테슬라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난 알지 못한다.
지금보다 더 잘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엄청난 폭락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사람들이 테슬라에 대해 열광하는 걸 보면 전자의 가능성이 더욱 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가능성도 꽤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주가에 너무 큰 기대감이 반영됐다 보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회사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이유는 없지.’
그런 면에서… 요즘 마음이 쓰이는 회사가 한 군데 있었다.
머스크나 테슬라와는 다르게, 내 회사가 아니어도 내가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회사.
최근 그런 회사 한 군데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 회사의 오너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박재용 부회장 - 선 대표님, 혹시 귀국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박재용 부회장 - 대표님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과 관련해 긴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분명 들을 가치가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