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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21화 (221/267)

221화 솔깃한 제안

선우진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애플은 곧바로 경영진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정말로 난리가 난 곳은 따로 있었다.

오성전자의 회의실.

그곳에서는 벌써 일주일째 같은 주제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스웜폰이라니…….”

“일단 선 대표의 의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GL전자의 모바일 사업부와 노키아, 블랙베리까지. 선 대표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더라도 적은 돈은 아니니까요.”

최근 미국 내에서의 선우진의 명성은 기업인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

아이폰을 통해 세상에 혁신을 가져왔던 스티브 잡스가 가장 인기 있던 시절도 지금의 선우진과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부족했다.

하지만 선우진이 진정으로 인기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스웜폰이 출시된다면 국내 갤럭시 사용자들이 여전히 갤럭시를 고수할까요?”

오성전자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국내 시장.

한국에서 선우진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나이와 성별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기업인, 아니 기업인 취급도 아니다.

웬만한 연예인의 인기를 뛰어넘었고, 손흥민, 박지성은 물론 전성기의 김연아보다 더한 국뽕으로 한국인의 호감을 사고 있다.

호감도는 물론, 관심도도 엄청난 수준이다.

기사에 선우진과 관련된 내용 한 줄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조회 수의 단위가 달라진다.

심지어 기업 활동을 대부분 미국서 한다고 나름 아메리카 마인드인 건지, 웬만큼 선을 넘는 게 아니면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소하거나 그런 것도 없다.

최근이야 코로나로 잠잠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연예란과 사회란에 사흘에 한 번 꼴로 선우진의 기사가 뷰 수 1위를 차지했었을 정도다.

우스갯소리지만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 모델 부동의 1위가 선우진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그저 단가가 안 맞아서 모델로 쓰지 못할 뿐이지.

그리고 그런 선우진이 스웜폰을 출시한다면?

일단 선우진의 스마트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웜폰을 사게 될 이들이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존재할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하드웨어 성능과 각종 편의 기능 등을 들고 온다면?

“국내 갤럭시 사용자 중 꽤 많은 이들이 스웜폰으로 옮길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모바일 이외에도 태블릿, 노트북 등과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요즘 사용자들의 모습이긴 합니다만…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결심한 것처럼 선 대표에게 있어 태블릿이나 노트북 사업에 진출하는 건 그리 큰 허들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선 대표한테는 통신사도 있죠. 그리고 저희가 갖추지 못한 OTT나 게임 등 서비스 쪽 분야도 탄탄하고요. 동원할 수 있는 광고력도 차이가 클 겁니다.”

오성의 갤럭시가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의 몇 배나 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건 오성이 한국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4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아이폰보다 갤럭시를 더욱 선호한다.

그건 아이폰이 미국 기업인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오성전자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스웜폰에게는 그런 장점이 통하지 않을 거다.

선우진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해외 법인의 형태로 운영되겠지만 한국인들이 보기에 선우진이 만든 스마트폰은 한국폰이다.

거기에 선우진은 대중의 여론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호감도를 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걸 떠나서, 선우진은 마음만 먹으면 대중의 취향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나오는 예능과 드라마, 영화, 그 외 TV 프로 등, 선우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국내의 재계나 정계 등에 대한 영향력은 오성그룹을 따라올 곳이 없지만, 대중과 관련된 부분에서 오성그룹의 역량은 선우진의 그것의 반의반도 되지 못 했다.

‘그래도 오성이 그간 쌓아 온 기술력은 무시 못 하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1~2년 내로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니까. GL이나 노키아, 블랙베리라고 해 봐야 과거의 기업들이고. 하지만… 5년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기에 지금 박재용 부회장이 고민에 빠진 것이다.

물론 지난 회의 동안 오성의 갤럭시가 스웜폰에 충분히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경영진들도 적지 않았다.

오성전자가 그간 쌓아 온 역량, 역사, 기술 등을 이유로 오성의 갤럭시가 그 자리를 스웜폰에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 이들.

하지만 박재용 부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선 대표의 자금력은… 미친 수준이지.’

오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은 100조 원이 넘는다.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 현금 보유량은 흔치 않다.

하지만 선우진은 일개 개인의 현금 보유량이 그런 오성의 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선우진은 마음만 먹으면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현금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

당장 선우진이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투자금을 받기 시작하면 돈 싸 들고 달려올 곳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

그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바로 오성이었다.

당장 오성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말을 잘 알고 그 말대로 실천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치킨 게임으로 경쟁업체들을 모두 쫓아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성그룹이 그렇게 치킨 게임에서 쫓겨나게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결국 박재용 부회장은 선택을 내렸다.

전 세계의 재계 인사 중 그나마 선우진과 가장 가까운 축에 속하는 그였다.

그런 만큼 선우진의 투자와 사업 방식을 지근에서 봐 오기도 했다.

그것은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선우진의 추진력과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기민함 그리고 예상을 뒤엎는 과감함이었다.

톡, 토도독-

이번에는 선우진이 아니라 자신이 그럴 필요가 있어 보였다.

* * *

“스웜폰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오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다음가는 회사입니다. 그런 만큼 선 대표님의 계획에도 도움될 부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죠. 제가 이해 안 되는 건 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스웜폰은 아직 시작도 안 된 프로젝트죠. 반면, 오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말씀하신 대로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고요. 그런데 지분 조금 받는 걸 대가로 오성의 모든 기술을 제공하시겠다고요?”

“예, 맞습니다.”

조금은 놀라운 상황.

생각해 보면 박재용 부회장은 나와 관계가 가장 깊은 기업인 중 하나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와 이런 사업 관련 대화를 나눈 것도 여러 차례.

하지만 지금 박 부회장의 저런 모습은 또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하. 놀랍군요. 선 대표님이 당황하는 모습을 제가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와의 대화를 돌이켜 보면 나는 항상 여유가 있는 쪽이었고, 반대로 박재용 부회장은 내 말에 놀라거나 감탄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모습은 그와 정반대.

‘오성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놀라운, 박재용 부회장의 제안이기는 했다.

합작회사를 차리자.

하지만 말이 합작회사였지, 내가 더 높은 지분율을 가져가게 되는 거였으니 사실상 내 회사가 되는 거다.

심지어 오성전자가 그간 쌓아 온 스마트폰 관련 기술까지 아낌없이 제공하겠단다.

자존심을 완전히 굽히고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제안.

‘오히려 오성과 박 터지게 경쟁하고, 그다음은 애플과 싸우게 될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저 대화만 나누는 단계이니, 나중 가면 엎어질 수도 있는 오성의 제안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박재용 부회장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스마트폰 생산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는 물론, 그동안 갤럭시 스마트폰의 디자인이나 설계를 맡았던 인력들까지 제공할 의향이 있단다.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인은 별로 안 끌리는데.’

디자인 팀에서 몇 명 정도는 데리고 올 수 있겠지만, 통째로 갖고 오는 건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취향은 딱히 갤럭시와 가깝지 않으니까.

사실 이미 디자인 쪽 인력이 있기도 했고.

새롭게 충원한 건 아니고, 그냥 관련 회사를 몇 군데 사들였다.

여하튼.

“정말 놀랍네요. 솔직히 이렇게 나오실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하하. 사실 그룹 차원에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 결과, 결국 이번 기회를 통해 오성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좁혀졌고요. 저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내 입장에서 오성이 이렇게 나오는 건 의외인 동시에, 꽤 땡큐인 제안이었다.

빠르면 3~4년, 그 정도의 시간이면 기술과 생산력 등에서 오성전자를 따라잡고 아이폰과 겨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성이 함께한다면 그 3~4년을 통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러는 만큼 오성에게 내줘야 하는 대가도 적지 않긴 하다.

기술에 따른 사용료를 줘야 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지분도 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성은 내가 갖고 있는 사업체의 지분을 최로로 가지게 되는 회사가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담하건대 분명 적지 않을 거다.

그것만으로도 오성전자의 시총이 엄청나게 상승할지도 몰랐다.

오성도 자기네들이 이득 보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 이렇게 나오는 거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일단은 시간과 기술 개발 등에 따른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측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었던 내 지갑 사정이지만, 사실 그것도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미래 정보가 슬슬 바닥을 보이는 지금.

3~4년의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꽤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에는 절대 강자 애플이 있다.

소문을 전해 들은 거로는, 애플이 내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엄청 견제하고 있다지만.

사실 반대로 내 입장에서도 애플은 내가 진출해 엄청난 돈을 퍼붓는다고 해서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르는 회사였다.

그들이 나를 견제하는 만큼, 나 또한 애플이 지닌 역량을 높게 보고 있는 것.

하지만 오성이 내게 합류한다면 최소 10년으로 잡았던 ‘애플 때려잡기’를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성공 가능성도 몇 배는 오를 거고.

“우선 저도 돌아가 제안 주신 걸 검토해 보겠습니다. 단번에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사안이네요.”

“예. 당연히 그러셔야죠.”

일단은 박재용 부회장과의 대화를 그렇게 마무리지었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해 봤고.

다른 이들과 관련 회의도 여러 차례 가졌다.

내 사업체들이나 사업부들을 이끌고 있는 이들과 함께한 일종의 사장단 회의.

자신들의 전문 분야는 아닐지라도 모두 경영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의견은 7 대 3으로 나뉘었는데, 합작회사를 차리는 게 좋아 보인다는 쪽이 7이었다.

‘음, 고민되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일전 트럼프에게 재선에 대한 대가로 얘기를 나눈 적 있었던 반도체 쪽 진출.

오성과의 합작회사를 차리면, 파운드리 분야에서 오성과 경쟁하는 그림은 또 이상해지지 않나.

자체 반도체를 스웜폰에 적용하는 부분도 그렇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도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현재 7nm 공정을 이용한 양산 능력을 갖춘 곳은 두 회사뿐이다.

오성과 TSMC.

당연하게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그 두 회사에서 양분하고 있다.

TSMC가 1위고, 오성이 2위.

하지만 양분이라는 말이 살짝 무색하게도, TSMC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오성전자의 배가 넘었다.

그리고 그건 달리 말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과 오성 관계랑 비슷하네.’

파운드리 쪽에도 현 시점의 절대 강자가 존재하는 것.

흐음.

그러면 한 번 협력한 거, 두 번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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