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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26화 (226/267)

226화 5G를 시작함

미래자동차의 이사회가 열리기 며칠 전.

장 회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의 요지는 간단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래, 아니면 계급장 떼고 지분 들고 다이다이 함 깰래?’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전문 경영인 체제라니.

요즘 재벌 그룹들의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이 큰 화두라지만, 지금의 이것은 그것과 사뭇 다르지 않나.

말이 전문 경영인이지 사실상 오너 일가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인 또 다른 머슴 하나 들여 곳간 관리를 맡기는 것과는 달리, 정말로 오너 일가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애쓸 독립된 CEO를 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후자를 택할 수는 없었다.

전화의 발신자, 퓨쳐 인베스트먼트의 제이슨 최의 뒤에는 선우진이 있다.

그리고 선우진의 손에는 상당한 양의 미래차와 미래모비스 주식이 있었고.

요 몇 년간 지배 구조 개편에 노력을 쏟았던 장 회장이었지만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를 전부 끊기에는 무리였다.

특히 거기에 승계 과정까지 겹치며 지배력이 확대되기는커녕 더욱 축소되고 말았다.

“…예. 회사와 주주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물론… 말씀주신 대로 인사 권한 또한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할 테고요.”

그렇기에 후자를 택할 수는 없었다.

지분 싸움이라… 다른 사람도 아닌 선우진과?

최근, 일전 미래차의 순환 출자 구조를 공격한 적 있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미래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철수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10억 달러 가치를 지닌 미래자동차 지분 3.4%, 미래모비스 2.6%.

그 지분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사실 선우진은 엘리엇의 지분이 없더라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당장 올해 미래자동차의 한 해 영업이익을 약 3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 회장의 개인 재산도 그쯤 됐다. 거기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자산만 따지면 반의 반도 안 됐고.

반면, 선우진은 마음만 먹으면 그 수백 배를 동원할 수 있었다.

아예 대놓고 미래차를 통째로 집어삼키겠다고 언론에 공표해 미래차의 주식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더라도, 그 모든 지분을 수십 번은 사고도 남을 거라는 소리였다.

[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통화 너머로 들리는 무덤덤한 제이슨의 목소리에 장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선택을 내리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거기에 선우진도 아니고, 그 하수인인 제이슨의 눈치나 보고 있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자조였다.

[다음 이사회 안건은 스웜카 프로젝트가 되겠네요.]

“예. 관련해서 다른 임원들에게도 전달해 놓겠습니다.”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지, 아니면 상황이 이렇게 되고 마음을 먹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차 및 자율 주행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선우진이다.

그리고 미래차를 그 협업 파트너로 삼겠단다.

골자는 몇 달 전 애플이 미래차그룹에 제안했던 것과 비슷했다.

자율 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

미래차는 전기차 플랫폼과 양산 기술을 보유했지만, 자율 주행 전기차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어서는 빈약하다.

반면, 애플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고 있지만 생산에는 문제가 있는 상황.

그러니 두 회사가 협력해 ‘애플카’를 생산하자는 게 애플이 제안한 협업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제안이 오자마자 애플의 제안을 일단 보류한 후 주가 펌핑용으로나 쓰다가 결국에는 거절하자는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미래차였다.

애플이 원하는 게 두 기업 간의 동등한 협업이 아니라, 애플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미래차는 생산만을 담당하는 갑과 을이 정해진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폭스콘에게 그러는 것처럼 미래차를 애플의 하청 업체로만 쓰겠다는 뜻.

장 회장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수락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스웜카는…….’

거절할 수가 없다.

선우진이 원하는 것도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차를 사실상의 하청 업체로 부리며 미래차의 생산 기술을 빼먹겠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막말로 죽 쒀서 선우진 주는 꼴.

하지만 안 주면 죽을 빼앗기는 걸 넘어서 죽 쑬 그릇조차 내줘야 할 상황이었으니…….

그래도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걸 자비롭다고 해야할는지.

선우진이 그래도 장 회장을 아예 쳐 낼 생각은 없다는 점이다.

‘지분 10%…….’

기술 협력의 대가로 미래차에게 주어질 대가였다.

앞으로 세워질 스웜카 법인에 대한 지분.

미래차의 모든 기술을 아낌없이 제공해야 하는 것치고는 다소 아쉽고, 지금 장 회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꽤 자비로운 처사다.

테슬라의 현 시총이 약 5,000억 달러.

스웜카가 그만한 규모로 성장을 한다면 10%의 가치만 해도 500억 달러, 현 미래차의 시총과 비슷한 가치였으니 말이다.

“…….”

하지만 미래차그룹이라는 재벌 그룹의 오너로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 왔던 자신과 장씨 일가다.

그랬던 장씨 일가가 자신의 대에 와서 이런 꼴이 되어 버렸으니.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이 만만치 않았다.

* * *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건은 앞으로 더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내게 아직 한국적 정서가 진하게 남아 있다 보니.

나보다 나이 두 배는 더 많은 아저씨들 압박하고 그러는 게 영 달갑지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봐줄 생각이 있는 건 아니고.

이럴 때 쓰라고 사람들을 고용하는 거니, 제이슨에게 시켜 퓨쳐 인베스트먼트 사람에게 미래차를 담당하게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한 엄청난 성장으로 어느새 글로벌 TOP 10 자산 운용사 반열에 든 퓨쳐 인베스트먼트.

내실도 탄탄하게 다진 덕분에 지분과 자본을 권력으로 기업체들 다루는 데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 꽤 많다 했다.

‘뭐,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이참에 자율 주행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 생각이었는데.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와는 달리, 이런 생각을 당장 언론에 밝히지는 않았다.

‘한동안 테슬라가 쭉쭉 올라 줄 테니까.’

머스크에게 지분 전량을 넘겼던 테슬라의 주식을 최근 들어 다시 사 모으는 중이다.

이거 가지고 머스크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를 위협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고, 그냥 단순 투자 목적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게임 스탑 사태가 벌어질 내년 초까지는 지금의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게 테슬라였으니 말이다.

시총 5천억 달러의 기업이 두 배 오르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다루는 자산이 어마어마해진 탓에 예전처럼 큰 수익률을 볼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이런 거 하나하나가 소중한 법이었다.

‘SW 반도체나… 스웜카, 스웜폰을 위한 법인들은 외부 투자를 받아도 좋지 않을까.’

결국 모든 이득을 내가 독점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았다.

반도체나 자동차, 스마트폰 시장은 아무리 내가 엄청난 돈이 있다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우뚝 설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큰 시장.

이익을 공유해 내 우군이 되어 줄 이들이 필요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나와 대립각만 세웠던 여러 금융기관과 긍정적 관계를 구축할 좋은 기회가 될 거다.

결국 금융기관에게 있어 우리 편이라 함은, 자기네들한테 이득이 되는 쪽을 말하는 거니 말이다.

나중에는 나스닥에 상장도 할 생각이었고.

[SW 텔레콤, 5G 전국망 구축 이번 달 내 완료 예정이라 발표.]

[5G 요금제 출시한 SW 텔레콤, 전국망 구축 완료와 동시에 변경 적용될 것.]

SW 텔레콤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

드디어 전국망에 5G 대역폭을 모두 깔 수 있었던 것.

기존 전국에 분포한 LTE 기지국을 5G로 전환할 수 있었던 다른 통신사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구축해야 했던 탓에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안타깝게도 진짜 5G인 28GHz 대역폭은 아니었다.

SW 텔레콤 또한 다른 통신 3사와 마찬가지로 전국망 서비스는 3.5GHz 대역을 통해 구축했다.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도 대도시 위주로 26GHz 대역을 구축하려다 실패했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도 있지만, 애초에 초고주파 대역이 현 기술상 갖게 되는 고질적인 문제 하나가 커버리지가 좁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LTE의 커버리지를 맡은 800MHz보다 35배 높은 주파수인 28GHz는 LTE 대비 1,225배 높은 손실율을 가지고 있다.

즉, 이론적으로는 기지국 하나가 커버하는 영역이 LTE 기지국의 1/1225 수준이라는 것.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온갖 첨단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수백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가짜 5G’? 자신들을 포함한 통신 4사의 5G는 3.5GHz라며 가짜 5G라 평한 SW 텔레콤.]

[LTE보다 3~4배는 빠르지만 20배 수준은 아니다. SW 텔레콤이 5G 출시 전부터 스스로 단점을 밝힌 이유는?]

그래서 일단은 그 점을 시원하게 밝혔다.

-아; 선우진도 결국 5G는 못 하나…….

-가짜 5G? 진짜 5G도 있음?

-ㅇㅇ ㄹㅇ lte보다 20배 빠른 건 28짜린데, 지금 5G는 다 그거 아님.

-뭐임? 그럼 다른 통신사들 광고는 과대 광고임?

-빠꼼이 통신사 새키들이 문제되는 광고는 안 했겠지만… 아닌 척 통신비 ㅈㄴ 올려서 꿀빤 건 사실임 ㅋㅋ

-여하튼 아쉽네… 선우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리 선우진이어도 현 기술로는 걍 불가능 수준이라 ㅋㅋ 버라이즌은 괜히 시도했다 지금 제대로 피 보는 중.

하지만 나라면 뭔가 다를 줄 알았던 건지, 아쉬워하는 반응이 대다수.

뭐, 아무리 나라도 외계인을 납치해 오는 게 아닌 이상 28GHz를 제외 지역 없이 전국에 까는 건 무리다.

가능은 하겠지만 그러면 한 달 통신료를 20만 원을 받고도 전 국민을 모두 가입자로 만들어야 10년 내로 수익성이 생길 거다.

여하튼.

그래도 아쉬워하셔서 준비했습니다.

-????

-기자 새끼들 검수 안 함? 기사 잘못 나왔는데.

-저거 ㄹㅇ임?

-7 누르려다가 2 잘못 누른 거 아니냐?

SW 텔레콤을 제외한 통신 3사는 몇 달 전부터 5G 상용화에 들어가 여러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데.

세부적인 건 조금씩 다르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그들의 5G 요금제는 이러했다.

5.5만 원 - 데이터 10GB

6.9만 원 - 데이터 110GB

9.5만 원 - 데이터 200GB

처음에는 중간층 없이 꼴랑 1.4만 원 차이로 데이터 100기가 차이를 내놓은 통신 3사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요금제를 세분화해서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택할 수 있도록 할까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커뮤에서 글 하나를 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예전 단통법 이슈가 한창 핫할 때, 방통위 정책국장인가 한 아저씨가 한 소리였는데.

분명 수입은 많이 남을 텐데 이통사들이 안 내리고 있더라.

[SW 텔레콤, 5G 요금제 출시! ‘5G 데이터 100GB, 2.5만 원 / 200GB 3.9만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문의해 보니까 진짜라는데.

-ㄹㅇ 2만 5천 원임? 100기가에?

-(정보) 현 통신 3사의 5G 전국 보급률은 50%가 안 된다. 반면, SW 텔레콤 자체 발표 자료에 따르면 SW 텔레콤은 75%가 넘는다.

-ㅅㅂㅋㅋㅋ 선우진은 70% 안 넘기면 요금제 내놓을 생각도 안 하는데, 50% 갖고 꾸역꾸역 요금제 내놓고 돈 받아처먹은 거냐 다른 통신사들은?

-아니 ㅋㅋ 말이 되냐, 이거?

-약정 남았는데 바로 통신사 바꿀 생각이면 개추.

‘그래서 대신 내려 드렸습니다.’

아직 SW 텔레콤의 수입이 남는 건 아니지만, 그 주인인 내 수입이 많이 남아서요.

돌아가기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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