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계획이 생김
처음에는 국내에 인수할 만한 게임 회사를 찾아봤다.
한국에 게임사를 차리려는 건, 당연 콘솔 게임을 위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콘솔 불모지인 대한민국.
전문 개발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인력들의 제작 경험도 해외에 비해 무척이나 부족했다.
‘하지만 MMORPG는 다르지.’
리지니로부터 시작한 한국식 MMORPG 같은 경우는 동양식 MMORPG의 선구자라 부를 만했다.
물론 리니지의 영향이 너무 지대한 나머지 그 발전 방향이 철저한 과금 위주의 게임으로 쏠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개발 인력들의 역량은 훌륭하지 않을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한국 기업들.
개발자를 갈면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영진이 대부분이다.
그걸 바람직하다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그간 갈려 왔던 개발자들의 역량만큼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런 전문적인 인력을 곧바로 수급할 수 있는 국내 게임사를 찾아 인수하려 한 것.
-제이슨: 한국 게임사들이 단체로 미쳤나 봅니다
-제이슨: 보스를 무슨 보물 고블린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곧바로 인수 계획은 파기.
SW 매니지먼트의 자체적인 분석 결과보다 훨씬 더 높은 인수 가격을 부르기만 하더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금액.
단번에 계획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
[선우진, K-닌텐도 만들겠다? 한국에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 만들 것!]
[K-콘텐츠의 선두주자인 선우진, 이제는 K-게임까지?]
게다가 이런 기사도 여럿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 나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지어낸 건지 하지도 않은 말을 두고 기사들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결국, 그렇게 인수 건은 철회했고.
방향을 선회에서 한국의 게임사를 인수하기보다는 그저 개발 인력들만을 모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인력 모집 공고를 내야겠네요.
지금까지 여러 사업을 해 오며 느낀 게 있다.
좋은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훌륭한 기업 문화? 막대한 자본?
둘 다 아니었다.
‘얼마나 최고들을 확보하냐의 싸움이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일명 ‘A 플레이어’, A급 인재들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대부분의 사업 분야에서 평균적인 인력과 최고급의 인력들 사이의 역량 차는 그리 크지 않다.
많아 봐야 2 대 1의 비율.
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 비율이 50:1, 어쩌면 100:1까지도 차이가 난다.
한 명의 A급 인재가 평균적인 인재들의 50명분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A급 인재들을 충분한 숫자까지 모으고 나면?
그들은 서로가 서로와 일하는 걸 무척이나 즐기게 된다.
지금껏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이후부터 그들은 자신들의 평균적인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 즉 B급이나 C급 인재와는 더 이상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과 같은 A급 인재들과 일하길 원하게 되는 것.
그룹 외의 A급 인재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최고라 생각하는 만큼 최고의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 하게 된다.
그렇게 A급 인재로 이뤄진 그룹을 만들고 나면 스스로 번식하게 되는 거다.
‘실제로 스웜도, SCP도 그렇게 성장했지.’
실리콘밸리에 존재하는 세계 최고급의 인재를 막대한 연봉과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모집했다.
게임 회사에도 그런 방법을 적용하려는 것.
‘그래도 한국이 한때는 게임 강국이었는데, 그런 A 플레이어들이 꽤 많지 않을까.’
몇 년간의 삽질로 많이 위축된 국내 게임 산업이라고는 해도 잔뜩 쥐어짜면 제대로 된 게임사 하나 차릴 만큼은 나올 거다.
달리 말하면…….
-나: 이번에도 저희가 잘하는 짓을 해 보죠.
-나: 경쟁사의 핵심 인력 빼 오기.
국내 게임 산업에 존재하는 A급 인재들을 모두 모으겠다는 것.
-제이슨: 무척이나 쉬운 일이군요.
난이도는 실리콘밸리에서와 비교하면 몇 배나 쉬웠다.
…한국에서 A급 게임 프로그래머면 연에 한 5~10억 원은 벌려나?
잘 모르겠네.
연봉 수백만 달러는 우습게 땡기는 실리콘밸리의 개발 인력과 비교하자면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장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거 참.
그래도 내 나이의 두 배 되시는 분인데.
폴더 인사를 받으려니 마음이 좀 그랬다.
나 또한 허리를 꾸벅 숙여 맞인사를 했다.
“스웜카에 대한 사업 계획서는 잘 받아 보셨죠?”
“예. 사업 팀과의 논의도 충분히 마쳤습니다.”
미래 자동차의 장 회장.
어째 전에 봤을 때보다 흰머리가 부쩍 는 것 같았다.
갑자기 며칠 전 제이슨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사업 얘기를 이어 갔다.
“일단은 5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예. 공장 설립에만 500억 달러였죠.”
“네. 배터리 광물이 많은 인도네시아와 북미 지역에 위치한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요즘 주식과 코인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미쳐 날뛰는 탓에 부지 확보에 많은 돈이 들겠지만.
결국 생산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거로 방향을 바꿨다.
원래는 모든 생산을 미래차에 일임할 생각이었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인도네시아에 짓는 건 중국 때문이고.’
중국의 전기차 수요는 엄청난 수준이다.
그런 만큼 아시아권에 공장을 설립할 필요가 있는데, 부지 후보군 중 중국 지역은 제외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거야 당연한 수순.
결국 내가 택해야 할 건 미국이니, 더 이상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와 달리 중국 쪽 끈은 더 이상 쓸 수도 없고.’
광둥성 당서기인 후싱루이.
그와의 연계는 내가 코로나 초기 발발 시기에 중국 당국의 방역을 지적한 걸 시작으로,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모습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끊어지게 됐다.
후싱루이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괜찮지만 그의 윗선에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런 중국 당국의 태도와는 달리 트럼프 및 공화당과의 관계는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위해 1,0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들여 공장 설립을 확언한 상황.
이번 트럼프 정부가 밀고 있는 ‘바이 아메리칸’ 기조에 정확히 부합하는 내 투자였다.
그리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조만간 북미 내 공급망을 바탕으로 생산된 제품에 혜택을 주는 법이 발표될 거라 했지.’
사실상의 보호무역이자 미국의 불공정 행위.
하지만 트럼프답게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할 게 틀림없었다.
여하튼.
해당 법에 포함되어 있는 전기차 세액 공제 규정과 여러 추가 지침을 미리 전달받을 수 있던 덕에, 생산을 미래차에 일임하지 않고 직접 담당하려는 것.
멕시코를 공장 설립 부지로 고려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멕시코에 공장을 지어 전기차를 생산하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왕 시작한 만큼 최고가 돼야지.’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인 스웜카.
이번에도 역시나 전기차 시장 석권이 목표였다.
그걸 위해서는 미래 자동차도 열일을 해 줘야 할 텐데.
“미래 자동차의 수석 연구원 중 몇 분을 파견 형식으로 스웜카에 초빙하고 싶은데요.”
“예.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장 회장의 태도를 보아하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확실히 차이가 큰 느낌.
“물론 그 외에도 생산 공정과 기술 관련해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아무래도 자율 주행과 같은 소프트웨어 쪽 역량에서는 스웜카가 가진 기술이 앞서겠지만, 그래도 미래 자동차가 그간 쌓아 온 생산 쪽 역량은 무시 못 할 테니까요.”
미래차의 생산 공정과 기술.
그걸 아낌없이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만큼 미래차에서는 자체 생산 기술 개발에도 힘써 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스웜카의 목표는 볼보보다 안전한 전기차거든요.”
“…….”
너무 미래차에 바라는 게 많나 싶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나?’
한국에 온 만큼 한국식 사업 운영 전략을 따르는 것.
미래차나 오성이나, 하청 업체들한테 다들 여러 부담을 지우곤 하니까.
* * *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달라진 OTT의 위상.
[코로나 시대에 필수템이 된 OTT 서비스.]
[코로나19로 인해 성장 가속화한 OTT 서비스.]
[전 세계 봉쇄 조치 이후 1년간 스웜 가입자 4,600만 명 늘어.]
그중 가장 큰 수혜를 본 스웜의 총가입자 수는 어느덧 2억 7천만 명을 웃돌고 있었다.
매 분기마다 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 수의 증가.
특히, 둔화 추세에 있던 북미 시장에서의 엄청난 성장세가 돋보였다.
[‘힙’ 한 게 궁금하다면… 10억 명이 쓴다는 틱톡 보라.]
[틱톡, 구글 제치고 방문자 1위 올라섰다! 1월부터 줄곧 1위 유지.]
틱톡 또한 이용자 수에서 말도 안 되는 증가세를 보여 줬다.
2018년도만 해도 5천만 명 남짓이었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가 올해 2월 기준 10억 명을 넘어선 것.
3년 사이에 이용자가 2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솔직히… 이건 나도 놀랍긴 해.’
틱톡이 몇 년 내로 성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인수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서구권을 중심으로 트렌드의 선도 주자가 되고 있는 틱톡.
수천만 명을 훌쩍 넘는 팔로워 수를 확보하면서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 내는 게 요즘의 틱톡커들이었다.
심지어 그 영향력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엔터 업계 전체에 펼쳐지고 있었다.
틱톡에서 유행을 하는 음원이 며칠 뒤면 빌보드에 오르고, 그 과정에서 몇 년 된 음악이 다시 차트 인 하기도 한다.
음악 외에도 뮤지컬과 패션, 영화 등의 분야에서도 틱톡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엘레나: 윅슨 출판사의 작년 매출이 350% 상승했어요.
-엘레나: 확실히 전문 책 리뷰 틱톡커와 함께하는 #booktok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소설책이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경우도 있었다.
#booktok 해시태그와 함께 책을 리뷰하는 영상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당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영상들의 총조회 수가 560억 회를 돌파했을 정도였다.
‘예전 페북과 인스타, 유튜브의 성장세를 보는 것 같네.’
각각 시대를 지배했던 소셜 미디어들.
최전성기에는 해당 소셜 미디어에서 대부분의 트렌드가 자체 생산됐었다.
지금의 틱톡이 마치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트렌드를 창출 및 선도할뿐더러… 가입자 수가 10억 명에 달한다라.’
이걸 지금 엔터 분야에 적극 활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업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여보세요. 짐, 전데요. 대화형 AI 개발은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나요?”
[아, 우진. 일단은 버전 3.5 개발이 조만간 끝날 예정입니다. 3.5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베타 버전은… 흠, 올해 말쯤이 될 것 같네요.]
“10개월 조금 안 되게 남은 거네요.”
짐 켈러와의 통화.
10개월 후면 오성에게 받은 타이젠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운영체제 개발 또한 완료되는 시점이다.
‘…2022년.’
내년이 됐을 때쯤 틱톡과 스웜 등 서비스들의 가입자 수를 15억 명까지 확대할 수 있으려나.
15억 명 정도면 뭔가가 좀 될 것 같긴 한데.
검색엔진과 운영체제.
구글이 지배하고 있는 그 시장에 한번 도전해 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