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45화 (245/267)

245화 달이 어두움

[스웜 반도체, 2년 내로 공장 건설 끝내고 생산 들어갈 예정.]

[美 공화당 ‘미국 내 반도체 사업 지원 법안’ 하원 통과… 상원에서도 무난한 통과 예상돼.]

[반도체 지원법 추가 입법에 인텔과 마이크론도 공장 증설 카드 만지작.]

반도체 공장에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했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도 뛰어들고 있지만,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

거기에 오성 전자가 그간 쌓아 온 인력과 노하우가 더해지게 될 거다.

단순히 공장 건설에만 돈을 투자한 게 아니다.

미세 공정 생산 기술 연구에만 5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예산안을 편성, 오성전자와 함께 선행 기술 연구 및 전문 인력 육성에 나설 예정이었다.

TSMC가 한 해에 쏟는 R&D 비용의 약 8배.

모두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3나노급 이하에서의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거였고.

‘이 정도면 몇 년 내로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불가능해도 오성전자의 기존 기술력에 내 자본이 더해진 이상 가능할 것 같았다.

거기에 미국의 고급 인력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기도 했고.

물론 그만큼 돈 들어갈 구석이 많았지만…….

[연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 발표. 기준 금리 0.75% 재차 인상.]

[계속된 금리 인상에 코로나 버블 그대로 사라져… 예전 IT 버블 연상케 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만큼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돈을 써도 줄지 않는 기분.

마치 남들은 정상적인 래더 게임 하는데 혼자 빨무 하는 느낌이었다.

* * *

“이번 정권 아래서라면 FTC에서의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현 정부의 빅테크 우호 기조 덕에, 연방거래위원회의 태도도 그를 따라가고 있거든요.”

넷플릭스 인수와 관련된 법률 담당자의 조언.

제이슨에게 넷플릭스 주식 블록 딜을 알아보게 하는 한편, 법률적인 검토에 나섰다.

당연히 OTT 시장을 거머쥘 생각을 하면서 반독점법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었다.

‘일단 이번 인수 때 FTC 통과하는 건 문제가 없겠지.’

FTC, 연방거래위원회는 한국으로 치자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조직.

인수 합병 시 미국 내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경쟁 규제 기관이었다.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다섯 자리 중 위원장직을 포함한 세 자리는 트럼프가 지명한 공화당원 3명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넷플릭스 인수가 FTC에서 통과될지 여부는 꽤나 자신할 수 있는 상황.

‘문제는 그 이후인데.’

언제까지나 공화당 측 후보가 정권을 차지할 수는 없을 거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현재 미국 자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될 터.

FTC도 자신들이 승인했던 합병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법률적인 검토에 나선 건 그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는 예외가 있지.’

스웜은 글로벌 순위 1위 로펌인 커클랜드 앤 엘리스와 계약해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

그 결과 나온 의견은 반독점법의 헛점을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는 것.

“반독점법의 목적은 독점을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기업 간 담합 또는 협정을 통해 공공의 이익이 저해되는 걸 철저하게 규제한다는 거죠.”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헛점이 존재했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의 인하 효과가 있다면 별다른 규제를 하지 못한다는 게 바로 그것.

“한때 미국 유통망을 장악했던 월마트는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고 규제 대상이 됐었죠. 하지만 지금의 아마존은 어떻습니까? 아마존은 당시의 월마트를 넘어서는 독점 기업이 됐지만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죠.”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헛점 때문이란다.

아마존은 그간 공격적인 M&A로 유통시장에서 자신의 독점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러고는 그런 독점 지위를 이용해 오히려 소비자가격을 낮춰 버리면서 경쟁자를 몰아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마존이 자신의 독점 지위를 통해 소비자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 낮췄다는 점이다.

‘즉, 공공의 이익을 저해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대시켰다는 거지.’

그리고 그런 아마존의 모습은 반독점법의 목표인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에 위배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반독점법의 역설이다.

“게다가 반독점법은 옛날 법입니다. 반독점법의 효시가 되는 건 1890년에 나온 셔먼 액트인데, 셔먼 액트가 제정된 시기는 무려 130년 전이죠. 당연히 OTT와 같은 IT 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아닙니다.”

커클랜드 앤 엘리스에서 나온 법률 담당자는 설명을 위해 페이스북의 예시를 들어 줬다.

어떻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놓고 반독점법의 법망을 피할 수 있었겠냐는 게 설명의 요지.

[페이스북, FTC와 소송 승리… 독점 혐의 벗었다.]

[메타(전 페이스북), 美정부 반독점 소송서 승리… 시총 1조 달러 돌파.]

[보수적인 워싱턴DC 지역 법원, 결국 기업의 손 들어줘.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 인정 X]

불과 6개월 전에 있었던 반독점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페이스북은 인스타와 왓츠앱을 인수하며 소셜 네트워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FTC가 소송 대상이 된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현대화되지 못한 독점 금지법의 전통적인 잣대로는 IT 산업을 평가할 수 없었던 거다.

‘괜히 최근 수십 년간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정부가 승리한 사례가 거의 없던 게 아니구나.’

사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의 빅테크들은 모두 특정 분야에서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이 되고 있지 않았는데.

“스웜과 넷플릭스의 합병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반독점법의 법망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합병이 아니라 지배 지분 인수 후 여전히 분사된 방식으로 남기는 방법도 있고요.”

그 이유를 법률 담당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괜히 빌 게이츠가 법밀레를 썼던 게 아니었어.’

빌 게이츠를 CEO로 두던 당시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법밀레로 반독점법을 피해 나간 사실은 경영계에서 매우 유명한 이야기.

잘나가는 미국 로펌의 한 해 매출이 수십억 달러를 넘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 * *

원자재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천연가스와 석유, 금, 철광석 등의 원자재 관련 ETF를 매수하기 시작한 것.

‘러시아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아.’

트럼프의 정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내린 결론.

과거처럼 전 재산을 전부 베팅하는 식의 투자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게 되려나?’

작년 말, 고점을 찍고 지금은 꽤 내려온 비트코인.

증시 하락장에 투자하는 한편 적절한 시점에 갖고 있던 암호 화폐를 정리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물론 고점이었던 6만 달러 대비 떨어진 거지 여전히 4만 달러 중반이라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당연히 오를 것 같긴 한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지켜보다 보니, 다시 암호 화폐를 매수해야 하나 싶은 것.

디지털 금으로도 불리는 비트코인.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세계 각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필수적으로 일어날 텐데, 그런 상황에서 암호 화폐는 경제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줄 거다.

전쟁이 암호 화폐 시장에 호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암호 화폐 시장이 다시 활황이 될 수 있을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건 증권시장뿐만이 아니었다.

정도가 덜하긴 해도 하락장이 찾아온 건 암호 화폐 쪽도 마찬가지.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은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새롭게 암호 화폐 투자에 뛰어든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의 투자가 있었기에 만들어진 거다.

그렇기에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암호 화폐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 또한 갖고 있던 코인을 대부분 정리하지 않았나.

-선우진은 코인 안 만드나?

-ㄹㅇ SWCoin 이런 거 만들어지면 바로 이더리움 정도는 제칠 듯.

-바이비트 코인 있잖아.

-근데 그건 그냥 거래소용 자체 화폐잖아. 제대로 된 암호 화폐라 볼 수 없지.

-솔직히 선우진 이만큼 부자된 거 지분 30% 정도는 코인 덕분 아님? 초기 투자 거의 다 코인빨이잖아. 그런데 코인 발행 안 하는 거 마음에 안 드네.

그런 분위기 속 투자자들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보기 위해 암호 화폐 관련 커뮤니티를 살폈는데.

내 얘기를 하는 게시글이 보여 클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인을 만드려고 하긴 했는데…….’

코인 발행에 대한 계획을 실제로 수립해 실행에 옮기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접은 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을 미 정부의 압박 속에서 접은 걸 보고 나도 같은 꼴이 될 수 있다 생각했었다.

여하튼.

검색 창에 선우진을 쳐 내 얘기를 더 살펴봤는데.

[얘 정도면 ㄹㅇ 제2의 선우진 아니냐?]

눈에 확 들어오는 게시글을 발견.

내용을 살펴봤다.

[국내 바이비트 기준 시총 4위, 글로벌 기준으로는 시총 9위 짜리 대형 코인 발행.

+20대에 몇조 원대 부자됨.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

이 정도면 0.1 선우진은 되지 않음?]

-ㅋㅋㅋㅋ 솔직히 내 입장에선 선우진 < 도권이긴 함

-0.1 선우진은 모르겠고 0.1 머스크는 되는 듯 ㅇㅇ

-얘는 학벌도 개지리더라… 물론 얼굴은 선우진이 압살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선우진이랑 비교는 좀; 선우진은 몇조 원이 아니라 몇조 달러 수준인데.

‘도권?’

요즘 암호 화폐 커뮤니티에서 핫한 사람인 모양.

궁금증이 생겨 어떤 사람인지 구글에 쳐 봤다.

그러자 나오는 수많은 관련 글.

레딧 등 서양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글이 많은 게 글로벌적으로 꽤 성공한 인물인 것 같았다.

‘로나 코인 창립자라…….’

들어 본 적이 있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인 테리아 그리고 그에 연동되어 있는 로나.

예전 일반 시중은행 금리를 아득히 뛰어넘는 20%의 예치 금리를 제공하는 코인이 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어 그걸 봤었다.

‘그게 이렇게 규모가 커졌어?’

그때는 ‘그런 게 가능한가? 사기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대충 넘겼었는데.

이렇게 성공한 코인 프로젝트가 됐다는 게 퍽 놀라웠다.

“크레이그, 로나에 대해 좀 알아?”

바로 크레이그에게 연락해 물어봤다.

나보다 암호 화폐에 대해 훨씬 더 전문가인 크레이그의 설명 덕에 로나의 구조에 대해 이해가 가능했는데.

‘음. 아이디어가 대단하긴 하네.’

스테이블 코인이란 건 페깅, 즉 코인의 가격을 법정화폐와 연동한 코인을 말한다.

보통 지구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화폐인 US 달러에 페깅하는 스테이블 코인들이 많았다.

테리아 또한 비슷했는데.

‘실물이나 담보를 이용한 게 아니라 로나를 연동시켰다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화폐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

즉, 로나는 테리아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거다.

테리아의 가치가 1달러보다 낮아지면 로나를 발행해 테리아를 사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

‘이래서 20%나 예치 금리를 제공하는 거구나.’

높은 이자를 줘 투자자들이 코인을 팔지 않게 하는 것.

그러면 실제 예치금이 없이도 페깅을 하는 게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는데.

“그러면 로나의 시가총액이 테리아보다 낮아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은행으로 치면 은행의 자산이 고객들의 예금 총액보다 낮아지는 것과 같았다.

은행이 그런 경우 보통 뱅크 런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음… 아무리 많은 루나를 발행해도 발행된 테리아를 루나로 바꾸는 게 불가능해지는 거니까 페깅도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면 뱅크 런처럼 투자자들이 엑소더스 하는 거 아니야?”

[그걸 방지하기 위해 운영진 측에서 비트코인을 미리 매집해 뒀다는군요. 디페깅 상태가 발생했을 때 매집해 둔 비트코인을 팔아 방어하기 위해서요.]

비트코인을 미리 사 둬 일종의 보조적 담보 수단으로 쓴다는 건가.

“거기 운영진 측이 갖고 있는 비트코인이 얼마어치인데?”

이 정도면 어림잡아도 수백억 달러 수준의 비트코인이 필요해 보였는데.

그 정도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게 몇 달 전의 나 말고 또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운영진이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은 8만 개 정도입니다.]

80만 개라.

그 정도면 공격이 들어와도 얼추 방어가 되겠다 싶었다.

현재 가치로는 350억 달러 정도였… 아니, 잠깐만.

“8만 개? 80만 개를 잘못 말한 거지?”

[…8만 개가 맞습니다, 보스.]

겨우?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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