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사고 싶은 게 생김
공밀레.
에밀레종의 일화에서 유래된 속어인 이 단어는 지금의 스웜폰을 설명하는 데에 아주 최적화되어 있었다.
“…하얗게 불태웠어.”
“으어. 드디어 끝난 거지?”
스웜폰의 첫 번째 에디션이자 야심작인 스웜 롤러블은 그야말로 첨단의 극치였다.
GL전자와 오성전자의 연구원들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전문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했던 스웜폰.
실리콘밸리의 난다 긴다 하는 연구원과 기술자 중 반 이상은 선우진의 사람이라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스웜폰뿐만 아니라 스웜카,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에서 인력들을 쓸어 담기 때문.
그들이 다른 테크 기업들은 제치고 선우진의 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했는데.
“돈 신경 안 쓰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다니. 이런 천국도 없을 거야.”
“우리처럼 축복받은 연구원들이 있을까?”
넉넉한 연봉과 인센티브는 물론, 무제한의 연구비까지.
합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공돌이들에게 있어 ‘돈 신경 안 쓰고 일단 해 봐’라는 말은 그 정도로 큰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 덕에 노동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도록 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연구원들의 야근을 막고 일부러 휴식을 주고, 반대로 직원들은 더 일을 하고 싶어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기이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내놓은 스웜 롤러블은 곧바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하이엔드 기술과 AI 능력이 컴팩트 하고도 세련된 기기에 들어가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다른 모바일 기기와 차별화되는 점까지. 선우진의 스웜폰에는 충분히 90점 이상을 줄 만하다.
-AMD에서 자체 개발한 오디오 전용 칩셋은 품질의 손실 없이 고품질의 무손실 오디오를 무선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오디오를 신경 쓰는 이라면 필수적으로 스웜 롤러블을 구매할 것.
우선 스웜 롤러블에 들어간 주요 기술이 주요 IT 전문 매체들을 놀라게 했음은 물론.
[스웜 롤러블, 사전 예약 물량 30분 만에 전부 매진!]
[‘아이폰 대항마’ 정말로 등장하나? 선우진의 첫 모바일 기기에 시선 쏠린 대중들.]
[스웜폰과 갤럭시의 가장 큰 차이! 10, 20대들 사이 선호도 압도적으로 높아. “스웜폰을 쓰는 게 더 쿨해 보여요”]
사전 예약 물량이 30분도 되지 않아 전부 판매됐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주문은 계속 쏟아지는 터라 공식 출시 이후에도 그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스웜 롤러블.
며칠이 지나자 올해 공급 예정이었던 3천만 대 중 절반이 넘는 수량이 판매됐을 정도였다.
미국과 한국, 유럽, 일본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적인 인기.
[스웜 롤러블 프로 256gb 미개봉 160에 팝니다.]
그 탓에 품귀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제조 공장이 24시간 가동되며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온갖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웃돈을 붙여 스웜 롤러블 거래를 하고 있기까지.
-?? 이거 출고가 145 아님?
-ㅇㅇ 맞음.
-ㅅㅂ 15만 원을 더 붙여 파네. 양심 뒤짐?
-지금 사면 일주일 뒤에 배송 온다던데…….
-순차적으로 배송 오는 거라 지금 주문하면 2~3주 걸릴걸? 2주 일찍 쓰는 대가로 15만 원 더 내는 거.
그리고 그런 스웜 롤러블의 판매량을 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갤럭시보다 잘나가네요.”
잘 팔릴 줄은 알았지만 자기네들 시리즈보다 잘 팔릴 줄은 몰랐던 협력 업체인 오성전자부터 시작해.
“헤이, 팀. 당신도 리미티드 에디션을 받았다면서요? 성능이 어땠어요?”
“…나쁘지는 않더군.”
갤럭시 신상 출시 때는 느껴 보지도 못했던 위기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는 애플도 있었다.
물론, 그런 그들의 불편한 감정은 이들에 비하면 약과였는데.
“…저희가 모바일 사업부를 정리하기 이전 연간 판매량이 어느 정도였죠?”
“19년과 20년 모두 3,000만 대 수준이었습니다.”
“후우. 축하한다고 연락을 해 봐야겠군.”
톡, 토독-
선우진에게 MC사업본부를 넘긴 GL의 구 회장.
그가 씁쓸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 또한 한정판을 받아 사용 중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스웜 롤러블에 박힌 스웜폰의 마크가 슬프게 느껴졌다.
-구 회장: 스웜 롤러블의 인기가 대단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선우진: 감사합니다. GL전자가 많은 역할을 해 주셨어요.
MC사업본부를 넘기며 갖고 있던 지적재산권들도 대부분 함께 매각하기는 했지만, 그중 GL전자의 기타 사업에 사용하는 핵심 기술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스웜폰의 GL전자의 핵심 모바일 기술이 몇 개 정도 들어가 있었다.
그런 만큼 스웜 롤러블의 판매량이 높을수록 GL전자도 적잖은 수익을 보게 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스웜 롤러블의 대히트를 보고 있자니 씁쓸한 감정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구 회장: 아닙니다. 스웜폰이 아니라 GL의 모바일 기기로 나왔다면 이 정도 성공은 힘들었겠죠.
비록 지금의 성공이 롤러블 기술 때문이 아니라 선우진 때문이라 하더라도.
기껏 개발한 롤러블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 지금처럼 잘 팔리는 상황.
배가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이 정도면 올해 5~6천만 대 수준은 팔 수 있겠는데.’
예상보다 스웜 롤러블을 향한 수요가 컸다.
오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연간 3천만 대로 예상 물량을 잡은 거였는데.
갤럭시가 팔려 나가는 속도보다 월등히 빨랐던 것.
‘GL뿐만 아니라 오성 쪽도 꽤 속이 쓰리겠어.’
3천만 대라는 수치는 오성전자에게 있어 꽤 상징적인 숫자다.
일종의 흥행 분기점이기 때문.
연간 판매량이 3천만 대를 넘으면 흥행했다 소리를 듣는다.
‘그간의 갤럭시 S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3천만 대를 넘겼던 게 19년도였지.’
물론 점차적으로 아이폰에 밀리며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내려간 탓에 마지막으로 저 흥행 분기점을 넘긴 건 무려 3년 전.
그런 오성전자의 입장에서 이제 나온 스웜폰의 첫 시리즈가 이런 판매량을 기록하는 건 달갑지 않을 거다.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나와 오성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진 건 맞지만 여전히 배 아픈 건 배 아픈 거였다.
-장 회장: 저희 미래차 디자인 연구소에서 나온 스웜카 디자인 후보입니다.
미래차도 스웜 롤러블의 성공 이후 미래차 쪽의 태도가 더욱 적극적으로 바뀐 느낌.
스웜폰의 판매량을 보고 스웜카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진 걸까?
MC 사업본부를 통째로 넘긴 GL과는 달리, 스웜카의 핵심 기술 중 상당수를 제공하는 미래차인 만큼 수익 쉐어 비율이 GL전자보다 훨씬 높은 그들이었다.
어쨌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전역에 ‘계엄령’ 선포.]
[러시아 핵 위협, NATO 우려가 현실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10일… 임시 휴전 ‘무색’ 곳곳에서 교전.]
결국 벌어지고만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그 여파는 당연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미국 증시가 초반부터 전일 대비 2% 하락하면서 출발.
[국제 유가 8년 만에 100달러 넘어서.]
[천연가스 가격 2,289달러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 경신.]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미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억제하고 있던 인플레이션 위험이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위험도가 최고치를 찍어 버렸다.
두 나라 모두 주요한 식량 수출국 중 하나.
두 나라가 합쳐 세계 밀 수출에서 3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밀뿐만 아니라 팜유, 팔라듐 등 온갖 원자재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수출국.
온갖 원자재들과 함께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의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물가 폭등이 찾아온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고.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 9.1%, 유로존은 9.7% 상승. 40년 만에 최고치.]
[미국 포함한 서방세계 대러 경제제재 발표… 하지만 이런 경제제재가 유럽의 경제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결국 미 연준 금리 0.75% 추가 인상 발표!]
게다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이 안 되는 수준.
‘미리 준비해 놓은 덕분에 큰돈을 벌기는 했는데…….’
전쟁이 일어난 것인 만큼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 * *
전쟁으로 돈을 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얼마라고요?”
“1,345억 달러입니다.”
“이번 주 수익이요?”
“예.”
그런 생각이 갑자기 싹 사라졌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일주일 만에 1,300억 달러를 벌었다는데.
‘진짜 나 혼자만 돈을 벎이네.’
언젠가 떠올렸던 웹 소설 제목.
그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SW 재단, 올해 자선 사업 예산 3억 달러 추가 편성.]
재단의 기부 예산을 더욱 늘렸다.
아무리 내가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는다지만, 전 세계 물가가 폭등하며 모두가 힘들어할 때 홀로 천억 달러를 넘게 버는 게 좋게 보일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 외에도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몇 개 더 있었는데.
‘돈이 너무 많아졌어.’
세계 증시가 폭락하며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내 자산.
이제는 돈이 넘쳐나다 못해 썩어 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스웜과 SW 프로덕션, SCP, 반도체, 스웜카, 스웜폰 등등.
주요 사업들 모두 넘쳐나는 예산 덕에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
썩어 나는 돈을 투자할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만한 회사가… 어디 없나.’
재산이 너무 많아 어디에 지출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라.
참 행복한 고민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민의 정도가 작은 건 아니었다.
‘공장을 더 증설해야 하나?’
아직 완공되지 않은 SW 반도체와 스웜카의 공장.
스웜 롤러블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생각해 보면 두 회사 모두 공장을 늘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아직 스웜카 공장이 완공되고 생산까지 완료되려면 1년 6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거의 낭비에 가까운 지출이긴 했다.
‘그렇다고 애플이나 마소, 구글을 살 수도 없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안 팔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저 회사들은 이미 시총이 1조 달러를 훌쩍 넘겨 지금 남는 돈으로 지배 지분을 사지도 못한다.
그냥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
“…음. 한번 말이나 꺼내 볼까?”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애플이나 마소, 구글에 비하면 적당한 시가총액을 지닌 기업 하나가 떠올랐다.
게다가 왠지 더 매각 가능성이 커 보였고.
톡, 토독-
생각이 떠올랐으면 바로 실행에 들어가야지.
곧바로 연락 한 통을 보냈다.
우우웅-
[WTF? 뭔 미친 소리야?]
5초도 지나지 않아 돌아온 답장.
저번에 연락 보낸 건 그냥 씹어 버리더니.
그만큼 내 제안이 충격적이었나 보다.
-나: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니까.
-일론 머스크: 그러니까… 진심으로 테슬라를 인수하길 원한다고? 단단히 미쳤군!
머스크에게 테슬라 인수를 물어본 거였는데.
‘스웜카 공장 완공을 1년 6개월까지 안 기다려도 되고.’
머스크는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나는 꽤 진심이었다.
-나: 응. 지금 테슬라 시총이 4,500억 달러 정도였나? 네 지분과 우호지분을 통째로 사들일 정도는 있어. 모두 캐쉬로.
-나: 어차피 네 진짜 꿈은 화성 이주 계획 아니었어? 대신 내가 갖고 있는 스페이스 X 지분을 다시 팔게.
-나: 아. 스타링크는 나 주고.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이상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흠, 그냥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고민에 빠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