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피스로 전설 기사-51화 (47/197)

< 다시, 텔마르크 (3) >

오우거(Ogre).

혹은,

‘오거’라 불리는 존재.

놈들은 서구 유럽 문화권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등장해온 유서 깊은 식인 괴물이었다.

오우거는 각종 신화와 전설, 문학 작품 등에 왕왕 등장하여 특유의 포악하고 잔인한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판타지 세계를 다룬 게임과 소설 등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였는데, 각각의 작품마다 오우거를 다루는 방식이 판이하게 달랐다.

어떤 작품 속의 오우거는 오크보다 조금 강한 수준의 힘과 체력을 가진 몬스터로 묘사되었다.

반면, 또 다른 작품 속에선 오우거가 드래곤을 제외하면 감히 그 어떤 몬스터도 대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했다.

그리고 <로스트 킹덤>의 오우거는, 그 두 가지 사례 중 후자에 가까웠다.

****

크워어어어어어어어-!!!

버니언 산맥 전체를 떨어 울리는 굉음.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 없는 일행의 모두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할아버지...”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한 니나가 자신의 옆에 선 데론의 옷 소매를 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굉음에 저절로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진 탓이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드리겠습니다.”

무릎을 굽혀 니나와 눈높이를 맞춘 데론이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네, 할아버지. 믿을게요.”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확인한 니나가 조금은 안심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하지만, 그렇게 니나를 다독인 후 일어서는 데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으니...

“놈이, 바로 근처까지 따라붙은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껏 긴장한 겔베르트의 목소리가 들린다.

왕국 내에 서른 남짓한 금빛 용병패의 소유자인 그조차도 함부로 이름을 언급하지 못할 만큼 두렵고, 불길하며, 무시무시한 존재.

‘산중제왕(山中帝王)’ 오우거.

지난 며칠간 멀찍이서 울려 퍼지던 놈의 목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후우우...”

스승인 데론의 뒤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제자 아드리안의 한숨에 옅은 떨림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빼어난 실력과 재능을 보유한 그였지만, 오우거란 이름엔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공포가 서려 있다.

“하, 시발... 운 좋게 그놈 안 마주치고 버니언 산맥 지나가나 했더니만.”

긴장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손끝으로 매만진 엔리케.

문득 자신의 등 뒤에 매여진 화살통을 힐끗 확인한 그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한다.

“... 근데, 고블린 놈들한테 뺏은 이 화살로는 아무 도움이 못 될 것 같은데? 이거 뭐 오우거 입장에선 모기한테 물리는 것보다도 못하지 않겠어?”

인간보다 훨씬 작은 체구를 지닌 고블린.

당연히 놈들이 쓰는 활과 화살은 인간들이 쓰는 것보다 작았다.

활과 화살의 크기가 작으니, 그만큼 화살에 실리는 힘도 부족할 수밖에.

엔리케의 말은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었고, 다른 일행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니요,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선두에 서서 일행을 이끌던 데미언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엥? 이 부실한 화살로 오우거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예. 다른 사람이 그 화살을 날리는 거면 몰라도, 조장은 확실히도움이 돼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쏘면 뭐, 고블린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 발리스타로 변해서 오우거 배때지에 박히기라도 하냐? 나 마법사 아니야, 인마.”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조장한테는, 원하는 곳으로 화살을 날릴 수 있는 훌륭한 활 솜씨가 있잖아요.”

“... 아!”

그제야 데미언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엔리케가 눈을 크게 뜬다.

“오우거가 나타나면, 놈의 눈을 노리고 계속 활을 날려주세요. 못 맞혀도 상관없어요. 오우거가 눈으로 날아오는 화살에 조금이라도 신경이 분산되어서 싸움에 집중력을 잃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아하! 알겠어. 이 엔리케,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한이 있어도 화살 날리는 걸 멈추지 않겠다! 자, 그럼 내가 화살로 짤짤이 치는 동안 너는 대장, 베르켈 경이랑 같이 오우거 잡는 거고?”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오우거 사냥 계획을 읊으며 콧김을 내뿜는 엔리케.

하지만, 데미언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아니요. 엔리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오우거가 나타나는 즉시 아가씨를 모시고 전투 장소를 피해 주십시오.”

“뭐? 아니, 그게 무슨...”

데미언의 말에 기겁한 모두가 입을 열어 뭐라 말을 하려던 그때,

“오우거는 제가 상대합니다, 바로... 지금!”

우지지지직!!! 콰아앙!!!

족히 수령이 2, 30년은 될 듯한, 눈앞의 참나무 대여섯 그루를 한꺼번에 쓰러뜨리며,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오우거가 나타났다.

***

쿵! 쿵! 쿵! 쿵!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드는 가공할 충격이 고요했던 숲속을 깨웠다.

체고만 해도 무려 5미터.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재앙(災殃)’이라 불러 마땅할 대형종 몬스터 오우거가 등장했다.

놈이 내딛는 걸음마다 놓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깨어져 내린다.

우직! 우지끈!

다 큰 어른이 양팔을 한껏 뻗으면 겨우 껴안을 수 있을 정도의 둘레를 지닌 두꺼운 나무들이 가녀린 갈대 줄기 마냥 힘없이 부러졌다.

콰앙! 슈우우웅-!

놈의 발끝에 걷어차인 큼지막한 바윗돌들이 포탄처럼 사방으로 쏘아진다.

놈이 날려 보낸 바위 하나하나에 족히 사람의 머리통을 깨뜨리고 몸통을 터트릴 힘이 담겨있었고, 주변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전쟁터가 따로 없네, 이거.

“으아아아아아! 저 미친 괴물 새끼가 진짜!!!”

다른 일행들은 오우거의 등장과 동시에 몸을 피했지만, 나와 함께 싸우기 위해 자리에 남아있던 엔리케.

콰쾅! 쾅! 우지직!

하지만 그는 화살을 쏘기는커녕, 큼지막한 바윗돌 뒤에 숨어 미친 듯이 사방으로 날리는 흙과 돌멩이 세례를 피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미친 파괴력! 오우거 이 새끼,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구나!’

엄청나게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5미터 넘는 키를 지닌 몬스터가 지랄 발광을 하며 숲을 초토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싸움이고 뭐고 빨리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이건 뭐 게임으로 구현한 것보다 현실이 더하네.’

이대로 두었다가 저 새끼가 니나의 뒤를 쫓아가겠다 싶어서 나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미친 근육 덩어리 괴물 새끼야! 지랄 그만하고 나한테 덤벼라!!!”

사방이 워낙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가 놈한테 들릴까 싶었는데,

“쿠와악? 크롸아아아아악!!!”

... 들렸나 보네.

흉악한 살기로 번들거리는 특유의 검은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오우거.

자신보다 약한 생명체에게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오우거 피어(Ogre Fear)’의 위력이 시선에도 녹아 있는 것인지, 가슴 한구석이 찌릿찌릿한 느낌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세 번째 히든 피스, ‘붉은 송곳니의 도끼날 조각’을 얻고 오우거를 단독으로 사냥할 수 있다는 상급 기사의 상징, 레벨 60의 고지를 돌파한 나였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오우거 피어 ‘따위’에 발목을 잡힐 정도로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눈깔 참 마음에 안 드네, 이 괴물 새끼. 만난 김에 서열 정리 좀 해보자, 흐아아아아!”

그렇게 냅다 함성을 내지른 후, 나는 등 뒤의 어딘가에서 엄폐하고 있을 엔리케에게 소리쳤다.

“조장! 상황 봐서 엄호 사격 부탁합니다!”

그리고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나는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크롸악! 크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쿵! 쿵!

나의 위치를 확인한 오우거 역시 집채만 한 몸을 흔들며 마주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놈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공기의 흐름 자체가 울렁거리는 듯한 충격파가 퍼졌다.

하긴, 저 괴물 놈의 몸무게가 어지간한 중장비 수준으로 많이 나갈 테니 그럴만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크롸아아악!!!”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이 기다렸다는 듯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곤봉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말이 곤봉이지, 그냥 어디 목조건물의 기둥이나 대들보를 통째로 뽑아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무식한 크기였다.

후와아아아아앙- 콰아아앙!!!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오우거가 휘두른 곤봉이 떨어졌다.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은 둘째치고, 마치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흙먼지와 돌멩이의 양이 엄청났다.

스치기만 해도 피떡이 될 듯한 무지막지한 일격.

하지만,

‘안 맞으면 그만이야, 이 새끼야!’

머릿속으로 그렇게 외친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 쥔 검을 크게 휘둘렀다.

목표는 오우거의 왼쪽 발목!

콰지직!!!

오우거의 가죽에 틀어박힌 검에서 무슨 나무판자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치밀어오르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며 나는 생각한다.

‘이런 미친! 가죽을 칼로 베는데 이딴 소리가 난다고?!’

소리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검사가 있는 힘껏 휘두른 검에 베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죽만 베였을 뿐 살과 뼈는 멀쩡했다.

가죽의 단단함도 단단함이거니와, 그 두께 자체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오우거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왜 그렇게 비싼 건지 이해가 되네!’

거의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깊이로 베어냈는데,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미친, 대체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 거냐?

“크롸악! 크아아악! 크롸아아아아아!!!”

나에게 발목을 살짝 긁히고(?) 화가 난 오우거가 닥치는 대로 곤봉을 휘두르며 포악을 떨기 시작한다.

쾅! 콰앙! 우지직! 콰아아아앙!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놈의 굼뜬 몸짓으로는 결코 내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으니까.

‘아니, 저 새끼가 굼뜬 게 아니라 내가 빠른 거지만...’

상급 기사가 오우거를 혼자 잡아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바로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속도 덕분이었다.

오우거의 공격은 어설프게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안 맞으면 그만이다.

“흐으으읍!!!”

콰지직! 콰악!

나는 압도적인 속도의 우위를 이용해 오우거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고, 착실하게 놈의 두 다리를 공격해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물론 오우거는 그 어떤 나무보다도 더한 놈이었기에 열 번은 턱도 없었고, 서른 번, 마흔 번의 칼질이 필요했다.

냉철한 인내심으로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썰어대자, 마침내 두꺼웠던 가죽 밑의 살과 뼈가 드러나며 검붉은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한다.

“크와아아아악!!!”

고통을 느낀 오우거가 울부짖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괴로움의 감정이 녹아 있는 울음이었다.

더불어, 쉴 틈 없이 날아들기 시작한 엔리케의 화살이 두꺼운 가죽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놈의 얼굴 부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퍽! 퍼퍽! 퍽!!!

“아가리 더 크게 벌려라! 화살 들어간다아아아아!!!”

“크와아아악!!! 컥! 카학!!! 칵!”

개중에 몇 발의 화살은 괴성을 지르느라 열린 오우거의 입안에 보기 좋게 틀어박혔는데, 그 후로 놈의 울음소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생선 먹다가 입천장에 가시가 틀어박히는 기분 같은 거 아닐까?

그리고 마침내,

쿠우웅!

수십 번의 칼질로 양 발목이 너덜너덜해진 놈이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크롸악!!! 칵!! 카아아악!!!”

곤봉을 놓치고 뒤로 자빠진 놈이 허우적거리며 괴성을 토해낸다.

하지만 다 의미 없는 발악이다.

땅에 발 딛고 사는 생명체가 다리를 잃고 쓰러졌는데, 뭔 힘을 쓸 수 있으랴?

“그만 닥치고, 뒤져 이 새끼야!!!”

휘우우우우웅-!!!

함부로 휘두르는 놈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낸 내가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콰지직!!!

벼락처럼 떨어진 검이 놈의 코를 짓뭉개고, 광대뼈를 부수며 얼굴에 틀어박혔다.

굳이 공들여 두 번 세 번 확인할 필요도 없는 완전한 죽음.

마침내, 최강의 육상 몬스터라 불리는 오우거를 잡아내는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어후, 개 빡세네, 진짜.”

털썩-

오우거의 얼굴에 박아넣은 검을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탈력감.

삼십 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싸웠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뭐, 이러고 조금만 있으면 구원의 성배 빨로 금세 회복되긴 하겠지만.

“... 하, 그래도 다친 데는 없네. 어이고!”

싸우는 내내 뛰고 구르며 얻은 이곳저곳의 생채기와 타박상 정도를 제외하면 심각하게 다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만하지.

저 무식한 괴물 놈한테 맞았으면 그냥 상처 생기고 마는 수준이 아니었을 테니까.

오우거를 상대로 싸운 이에겐 한 대도 안 맞거나, 혹은 죽거나 병신이 되는 극단적인 결과만 있는 거다.

“아무튼, 안 다치고 끝나서 다행... 윽!”

“우와아아아아!!! 이 미친 새끼! 진짜 오우거를 잡았네? 막내 너, 정체가 뭐냐 진짜!”

“어흑! 윽! 살살해요, 살살!”

뒤쪽에서 달려온 엔리케가 나를 껴안고 미친 듯이 흔드는 통에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뭐, 기분 좋으니 상관은 없었다.

“상급 기사랑 맞먹는 수준의 용병이라니! 와아, 막내 네가 진짜 전설을 쓰는구나! 전설을 써! 미쳤다, 미쳤어!!!”

엔리케의 흥분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껏 용병의 신분으로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이는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뭐, 있었을 수도 있지만... 기록엔 안 남아있으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애초에 상급 기사가 될만한 엄청난 재능을 지닌 용병이라면, 진작에 귀족들의 눈에 띄어 그 밑에서 한자리를 해 먹고 있을 테니까.

업계의 사정이 이러하니, 겔베르트 수준의 실력과 경험을 지닌 금패 이상의 용병이 이 바닥에 드물 수밖에 없는 거다.

“아니, 근데...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로 갔길래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죠?”

“그러게... 꽤 멀리까지 피했던 건가? 그래도 조용해진 거 느꼈으면 슬슬 돌아왔을 텐데?”

싸움이 끝난 지 한참이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일행들.

가슴 속에서 무럭무럭 솟는 불길한 예감에 안색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

나의 감각에, 무수히 많은 움직임이 잡힌다.

“누가, 옵니다.”

“뭐? 아니... 누가 오긴 누가 온다고 그... 헉?!”

바로 그때, 오우거와의 전투로 난장판이 된 이곳으로 들어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흉험한 창칼을 손에 쥐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이런, 세상에... 주 아르닌이시여...!”

그 무리의 선두에 선 낯선 사내가 엉망이 된 숲속의 정경을 바라보며 입을 벌린다.

크고 당당한 체구와 빈틈없이 갖춰 입은 방어구, 허리춤에 걸린 검집까지.

멀리서 보았음에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니나와 일행들이 몸을 피한 방향에서 한 떼의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그 사내의 정체는,

바로, 기사(騎士)였다.

< 다시, 텔마르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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