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센 평야의 혈투 (3) >
나를 건물 안쪽으로 안내해준 민머리 사내의 설명 그대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테이블에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다.
건물 밖에 버티고 서 있는 험상궂은 조직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
아무래도 접수 일을 보는 직원인 만큼 조금 똘똘한(?) 놈을 자리에 앉혀 놓은 것 같았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확실히 말투도 공손한 편이다.
하긴,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가드들을 지나 이 건물 안에 들어왔다는 건 길드를 찾아온 손님이라는 뜻일 테니 태도를 깍듯이 해야겠지.
“길드장을 보러 왔다.”
“...!”
앞뒤 뚝 잘라먹은 내 말투에 접수 담당 직원의 인상이 굳는다.
하지만 그는 인내심을 유지한 채로 다시 한번 내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으십니까?”
“아니, 그냥 왔다.”
“허...”
헛웃음을 터트리는 접수 담당 직원.
영 비협조적인 내 대답에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이런 미친 새끼가... 여기가 어디 시장 바닥 여관인 줄 아나, 처맞기 싫으면 얌전히 돌아가...”
툭-
직원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내가 테이블 위에 던진 무언가.
그것은 왕립 펠리노어 은행의 문장이 선명하게 찍힌, 100골드짜리 전표 뭉치였다.
“30장쯤 될 거다. 당연히 진짜지만, 의심스럽다면 확인해도 좋다. 그 정도는 기다려주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너무 놀라 시퍼렇게 안색까지 변해버린 접수 담당 직원이 내가 내놓은 전표 뭉치를 들고 뒤쪽에 있는 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다.
금화 동전 한두 개를 찔끔찔끔 내놓은 것도 아니고, 아예 전표 뭉치를 가지고 다니는 대박 손님이 등장했으니, 놀랄 만도 하겠지.
‘흐음, 저 방 안쪽에 전문가가 있나 보군.’
이런 도둑 길드뿐만 아니라 내가 있던 용병 길드에도 보통 위조 전표, 위조 동전을 감별해내는 전문가를 하나쯤은 두고 있었다.
가짜 돈 들고 와서 사기 치는 놈이 왕왕 있다 보니, 아예 감별사를 상주시켜 놓는 것이다.
“소, 손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보여주신 전표, 진품인 걸 확인했습니다.”
안쪽 방에 들어갔다 나온 직원 녀석이 땅에 닿을 듯 고개를 숙인다.
아마 길드장도 이만한 각도의 인사는 못 받지 않을까?
‘역시, 돈이 좋긴 좋네.’
그런 생각을 하며 직원이 돌려준 전표 뭉치를 받아 다시 품에 넣었다.
“지금 제가 바로 위로 올라가서 길드장님께 손님 오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지.”
잠시 후, 2층에서 접수 담당 직원과 함께 내려온 덩치 큰 사내 하나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길드장님께서 손님을 모시고 올라오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아, 가기 전에 가지고 계신 검은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 그러지.”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끌러 덩치 큰 사내에게 건네주며 그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래 쳐다본 건 아니고, 한 1, 2초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목적을 달성하기엔 충분했다.
팟-!
『 파르멜 / Lv. 34
소속: 쾨니히슈타인 도둑 길드
클래스: 용병 』
‘... 새끼, 도둑놈 따까리질 하는 주제에 좀 하네.’
길드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녀석답게 레벨이 꽤 높았다.
물론, 그래 봤자 나한테는 한 주먹 거리에 불과한 놈이긴 했다.
“이제 올라가면 되나?”
“예, 이쪽입니다.”
나를 모시러 내려온 덩치 큰 사내, 파르멜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길드장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
“3... 3천 골드라고? 확실한 거냐?”
“예, 방금 왕립 펠리노어 은행에서 발행한 진품 전표인 걸 확인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쾨니히슈타인 도둑 길드의 수장, 보르닌은 부하가 전한 말을 듣고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3천 골드짜리 전표 뭉치를 들고 다니는 손님이라니?!
‘... 놓치면 안 돼.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안 그래도 고질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길드였다.
그런 와중에 거액을 지닌 손님이 찾아왔다는 소릴 들으니,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 반가울 수밖에.
‘뭔 일을 시키려는지는 모르지만... 어지간히 미친 짓이 아니라면 무조건 승낙하고 봐야지.’
얼마나 흥분했는지 흥흥, 거리며 콧바람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문득, 돈 많은 손님이 왔다는 소리에 호들갑을 떠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 시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도시로 튈걸. 왜 이런 거지 같은 동네에 흘러들어와서 이 고생을... 후우...!’
농사일이 지겨워 고향을 떠나 이곳 쾨니히슈타인에 정착한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두운 뒷골목 세계에 몸담아 온 보르닌이었다.
그가 평생 해온 일이라곤 도둑질, 문서 위조, 협박, 사채, 납치 같은 더러운 일들뿐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보르닌은 이쪽 방면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 남다른 재능이 그에게 뒷골목 세계의 명성을 가져다주었고, 그렇게 모인 명성은 마침내 그를 도둑 길드의 수장 자리로 이끌었다.
문제는, 그의 길드가 자리 잡은 곳이 다름 아닌 쾨니히슈타인이었다는 것.
쾨니히슈타인은 ‘왕국제일검’이라 불리는 위대한 검사, 디트리히 그뢰네마이어 백작의 영지인 바이펠베르크의 주도(主都)이자 왕국 남부 최대의 군사 도시였다.
백작의 명을 따르는 잘 훈련된 군인들이 우글거리는 이곳의 치안 수준은 당연히 다른 도시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높았다.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떳떳하지 못한 일로 먹고사는 도둑 길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살림에 제일 도움 되는 도박장 수익도 영주랑 나눠 먹고 있으니... 시발!’
뿐인가, 도박장과 함께 도둑 길드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꼽히는 사채 사업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영주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채 사업을 벌이다 발각된 전대 도둑 길드장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보르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영주가 보낸 기사들이 들이닥쳐서 길드장 모가지를 날려버렸지.’
무려 바이펠베르크 백작의 친위대인 ‘백검기사단(白劍騎士團)’의 기사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길드장과 부하들을 도륙하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쾨니히슈타인의 도둑 길드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똑똑똑-
그때, 보르닌의 상념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들어와.”
곧 문이 열리고, 1층으로 내려보냈던 그의 경호원 파르멜과 허름한 로브 차림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하, 저를 보고자 하셨다고요? 반갑습니다, 이리 앉으시지요.”
“...”
보르닌의 말을 들은 사내가 말없이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뭐야, 이 싸가지 없는 새끼... 얼굴도 안 보여주고.’
상대는 로브에 달린 펑퍼짐한 후드를 뒤집어써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부분은 코끝과 입가 정도.
영 마음에 안 드는 상대 태도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보르닌은 참았다.
그가 지녔다는 3천 골드의 전표 뭉치 때문이었다.
“자아... 하하! 손님께서 쓸데없는 대화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성미 같으시니, 바로 일 얘기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어떤 일을 맡기러 오셨습니까? 저희가 성심성의껏,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여기에 어떤 여자아이와 용병대에 대한 미행을 의뢰하러 온 놈이 있었을 거다.”
말이 짧았다.
‘하, 이 시발 새끼가 진짜...’
하지만 이번에도 보르닌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냈다.
3천 골드의 위력이란 없던 인내심도 생기게 할 만큼 대단했다.
“흐음, 그런데요?”
“그 미행을 의뢰하러 온 놈의 정보를 팔러왔다.”
“... 허!”
상대의 말을 들은 보르닌의 얼굴에 어이없는 표정이 떠오른다.
참았던 분노가 한꺼번에 끓어오르자 자연스럽게 말이 곱게 나오질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한테 의뢰를 맡기려고 온 게 아니라 정보를 팔기 위해 왔다? 내가 맞게 이해한 건가? 우리한테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가겠다고?”
“아주 잘 이해했다. 생긴 거랑 다르게 아주 멍청이는 아니군.”
“허, 허허... 허헛!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이어지던 보르닌의 웃음소리가 어느 순간 뚝 끊겼다.
“시발, 하다하다 이제 별 미친놈이 다 길드에 기어들어 오네... 뭐? 정보를 팔러 와? 그것도 우리한테 의뢰 맡긴 다른 고객의 정보를 팔겠다고? 아이고, 지랄도 가지가지한다, 정말!”
“...”
“후우! 이 보르닌 성질 많이 죽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턱주가리 돌려서 건물 앞 시궁창에 처박았을 텐데... 너, 요즘 내가 나이 먹고 성질을 많이 유해져서 참는 거야. 그거 알고 가라, 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한 보르닌이 손님의 뒤쪽에 서 있던 경호원 파르멜을 향해 소리쳤다.
“뭐해, 새끼야? 손님 나가신단다! 먼 길 찾아오셨으니 보답으로 여기저기 마사지 좀 해서 보내 드려!”
“예, 알겠습니다.”
뚜벅, 뚜벅-
보르닌의 명령을 받은 파르멜이 움직일 생각 없는 손님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데...
휘웅, 콰직!!!
“커흑! 끄르륵...”
털썩-!
뭔가 번쩍거리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무언가에 얻어맞아 코뼈가 완전히 주저앉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파르멜이 눈을 까뒤집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 무, 무슨...?!”
돈 받고 경호 일을 하는 파르멜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르닌 역시 한 도시 뒷골목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이답게 일신의 무력이 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방금 파르멜의 얼굴을 박살 낸 공격(아니, 애초에 공격인지 뭔지도 알 수가 없었다)을 눈으로 따라가지 못했다.
뭔가 휭, 소리가 들리고 퍽! 하며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경호원이 눈깔이 뒤집으며 쓰러졌다.
정황상 앞에 있는 손님이란 녀석이 한 짓 같은 데, 움직이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하, 이 새끼... 결국 생긴대로 멍청하게 구는구나. 결국 주먹 쓰게 만드네... 쯧!”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 손님이 바닥에 쓰러진 파르멜의 몸을 뒤졌다.
길드장의 방에 들어오기 전 그에게 맡긴 자신의 검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상대가 무기를 손에 쥐는 것을 보면서도 보르닌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으... 이게 무슨...?!’
상대에게서 뿜어져 나온 무형의 기운이 보르닌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면 죽는다...!’
상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보르닌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섣부르게 움직였다간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자, 하려던 얘기를 다시 하겠다. 지금부터 내 얘기 듣고, 대답하라고 한 말에만 대답하도록. 그 외에 쓸데없는 말 지껄이면 주둥아리 찢어버린다. 알았냐?”
“예, 허흡!... 으음!”
반사적으로 ‘예’라고 대답했다가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아까 말했던 새끼들, 용병대랑 어린 여자아이 하나 미행하라고 한 새끼들 있었지?”
“예, 예!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답을 알려주마. 그 새끼들, 바덴하임 백작의 부하들이다.”
“... 예?”
“황금백, 바덴하임 백작 말이다. 몰라?”
“아, 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과 그 돈에 미친 늙은이가 악연이 좀 있다. 그래서 그 부하들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고 있는 건데... 그래, 뭐. 그거야 우리 사정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감내할 일이지. 근데 말이야...”
“...?”
“그 늙은이가 보낸 첩자 새끼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 쾨니히슈타인에서 개수작을 벌이고 있는데, 그걸 도시 내에서 돈 받고 도와준 새끼들이 있다는 걸 이 동네 영주님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그 둘이 사이 되게 안 좋은 거, 너도 알지?”
“...?!!!”
상대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보르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모, 몰랐습니다! 저희는 그 새끼들이 바덴하임 백작의 부하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 하...”
“알았건 몰랐건, 그건 윗분들에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너희 길드가 감히 ‘왕국제일검’의 영지 한복판에서 그 미친 늙은이의 첩자들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촤앙- 슁- 카아앙!!!
앉은 자세에서 가볍게 휘두른 검에 보르닌의 방 한쪽 장식장 위에 세워져 있던 은촛대와 청동 조각상들이 깨끗하게 베어져 반 토막이 난다.
“?!”
그 모습을 바라본 보르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기를 쓰고 휘두른 것도 아니고, 앉은 자세에서 날파리 쫓아내듯 대강 휘두른 검에 저런 위력이 실린다?
‘이... 이 새끼?! 어마어마한 실력자구나!’
놀라 기겁한 보르닌의 표정을 살피며, 정체불명의 손님이 말을 이었다.
“... 봐서 알겠지만, 내가 좀 실력이 된다. 이따위 작은 길드 정도야 밥 한끼 먹을 시간이면 지울 수 있다.”
드르륵- 철퍼덕!
“저, 저희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냅다 돌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보르닌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뭐든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해가 뜨자마자 도시를 떠날 것이다. 그 후, 우릴 미행하라고 시킨 그놈들이 찾아오면 우리가 여관에 계속 머물고 있다고 역정보를 흘려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옙, 알겠습니다!”
“이틀이건, 삼일이건 시간을 끌 수 있는 한 최대한 끌어봐라. 만약 너희에게 속은 걸 깨닫는다고 할지라도 놈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기껏해야 욕이나 몇 마디 지껄이겠지.”
“그들이, 황금백의 부하이기 때문입니까?”
“그렇지. 그 사실이 밝혀지면, 놈들은 이 도시에서 살아나갈 수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귀한 정보를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보르닌이 돌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며칠 전, 오랜만에 들어온 큰 건수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도시 내에 들어온 용병대를 미행해달라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을 맡기며 큰돈을 주길래 냉큼 알겠다며 수락했었지.
‘근데, 그게 황금백이 보낸 첩자들이었다니...’
하마터면 그 악몽 같은 백검기사단의 방문을 또 한차례 경험하게 될 뻔했다는 생각에 보르닌의 뒤통수에 식은땀이 맺혔다.
“혹시, 설명이 더 필요한가?”
“아닙니다!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전해줄 말은 끝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로브 차림의 사내가 나직한 목소리로 바닥에 엎드린 보르닌에게 말한다.
“이제, 돈 내놔.”
“... 예?”
“돈 내놓으라고, 정보료. 너네 뒤질 뻔한 거 구해준 거잖아.”
“어, 으... 아니, 그게...”
“싫어? 그럼 나 이대로 영주성으로 간다? 아니면, 뭐 그냥 여기서 네 목을 직접 따줄까?”
“아, 아닙니다! 드리겠습니다! 드려야지요, 예!”
거듭 돌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대답하는 보르닌.
‘시발... 그냥 고향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 걸... 흐으윽!’
농부의 자식이었던 그의 가슴속에 수년간 이어져 온 진한 후회의 감정이 몰아치고 있었다.
< 바이센 평야의 혈투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