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히든 피스 (1) >
아쉽게도, 아린과 나의 대련은 곧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혹시 모를 다른 용병대의 습격을 대비해 빨리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이다.
야영할 목적으로 설치했던 천막을 철거하고, 그 외 전투에서 얻은 쓸만한 물건들을 챙겨 부랴부랴 자리를 뜬 우리 일행.
그렇게 꼬박 한 시간 정도를 북쪽으로 이동하고 나서야 우리는 잠깐 숨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 여기서 딱 이십 분만 쉬고 움직이자.”
“알겠습니다!”
“아이고, 죽겠다! 다리가 녹아 내리는 것 같네.”
“토르벤, 너 좀 물 남은 거 있냐?”
“어어, 여기 있다. 마셔.”
“으... 춥다, 추워. 불알까지 언 거 같다.”
“이 미친 놈아, 니나 아가씨 들으실라. 말조심해!”
“큼! 대장, 불 좀 피워도 됩니까?”
“불? 하아... 쓰읍, 좀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몸 녹여야 하니, 구덩이 깊이 파서 그 안에만 작게 피우자. 주변에 천막 둘러서 불빛 가리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야, 뭐해. 빨리 움직여!”
“수레에서 삽 꺼내라! 빨리!”
다들 힘겨웠던 전투를 치른 후에 급하게 이동한 터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가 숲속에서 해치운 놈들까지 더하면, 물경 백여 명이 넘는 용병들을 상대로 치러낸 어려운 싸움.
허나, 그토록 힘든 싸움을 치르고도 일행에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이 없었다.
그 사실이 푸른 방패 동료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하는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팟-!
『 메이슨 / Lv. 40
소속: 푸른 방패 용병대
클래스: 용병
고유 특성:
- 고요의 지휘관 』
기회가 난 김에 슬쩍 엿본 메이슨의 능력치.
특유의 차분한 성격과 군(軍) 백인대장 출신이라는 남다른 경력을 증명하는 고유 특성 ‘고요의 지휘관’이 보인다.
‘메이슨도 이제 레벨 40이 됐네.’
우리 일행 중 나를 제외하면 데론과 겔베르트를 잇는 세 번째 실력자인 메이슨.
아까 치러진 전투에선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드리안과 함께 니나를 완벽하게 보호해냈다.
‘... 나중에 근위대 같은 걸 만든다면, 그 수장으로 메이슨만 한 사람이 없겠어.’
아직은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먼 미래의 일.
하지만 내가 꿈꾸는 그 미래 속에서 푸른 방패의 동료들이 빠짐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나저나...’
동료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어울리는 이 하나 없이 한쪽에 멀뚱하니 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 용병들과 싸우던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고, 이후 일행에 합류하는 조건을 걸고 나와의 대련을 약속한 사람.
바이펠베르크의 아린.
그녀가 입술을 비쭉 내민 채로 바삐 움직이는 푸른 방패의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응?”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 아린이 작은 입술을 움직여 뭐라고 말을 하는 게 보였다.
‘뭘 봐?’
뭐, 대충 그런 뜻인 것 같다.
조금은 시건방진 듯한 그녀의 성격.
하지만, 나는 그런 아린의 성격이 그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강한 실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원체 금수저로 태어났으니...’
나에게 ‘금수저’라 불리는 아린의 진짜 정체.
그녀는 바로, ‘왕국제일검’이라 불리는 바이펠베르크 백작 디트리히 그뢰네마이어의 막내딸 ‘아이린 그뢰네마이어’였다.
참고로 아린이라는 이름은, 그녀가 스스로의 본명을 숨기기 위해 지은 가명이었다.
‘... 근데, 가명이 너무 본명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
뭐 어쨌건, 아린은 아버지 디트리히가 지닌 검(劍)의 재능을 오롯이 이어받고 태어난 천재 중의 천재였다.
세상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위의 세 오빠를 일찌감치 검으로 압도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토록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도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성년에도 이르지 못한 어린 나이에 발목을 잡혀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답답한 영주성 안에서만 갇혀 지내야 했다.
‘그러다 못 참고 가출을 한 거지. 그래, 이 부분은 원작이랑 똑같은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가출한 뒤의 전개였다.
원작에선 가출한 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바이센 평야에서 길을 잃게 되고, 그러다 오빠인 로이스 자작이 푼 병사들에게 발견되어 다시 쾨니히슈타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헌데, 이번엔 우리 일행과 얽히게 되면서 원작의 흐름과 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뭐, 내 입장에선 너무나 좋은 영입이지.’
경험과 실력 면에서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우리 일행.
하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바로 니나를 챙겨줄 여성 멤버가 없다는 점이었다.
해가 바뀌어 이제 열세 살이 된 니나에게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주변 환경이 얼마나 부담스러울 것인가.
손녀를 챙겨주듯 언제나 자상한 데론의 애정, 언제나 충성스러운 아드리안의 헌신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같은 여성인 아린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팟-!
『 아이린 그뢰네마이어 / Lv. 38
소속: 바이펠베르크
클래스: 종자
고유 특성:
- 검후(劍后) 』
무려 레벨 38에 달하는 막강한 기사 급의 전력이 더해지는 것이니,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근데, 왜 클래스가 종자라고 표시되지? 아직 기사 서임을 못 받아서 그런가?’
레벨 38짜리 종자라니,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였다.
그렇게, 내가 앞으로 아린과 어떤 인간관계를 쌓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야, 노랑머리.”
“...?”
터벅터벅 내 곁으로 다가온 아린이 말을 걸었다.
“우리 라이프링겐 도착하면 하기로 했던 대련 말이야.”
“어.”
“그거, 지금 하자.”
“여기서?”
“응, 여기서.”
“흐음...”
안 그래도 좀 심심했는데,
“... 그래, 하자.”
가출 청소년(?) 참교육이나 해줘야겠다.
***
“야, 막내야.”
아린과의 대련을 위해 준비하는 나에게 슬쩍 다가온 겔베르트가 말했다.
“예, 대장.”
“여기 아까 우리가 피터지 게 싸운 곳에서 꼴랑 한 시간 거리인 거 알지?”
“알죠.”
“후딱 끝내라. 정리하고 바로 뜨게.”
그런 그에게 나는 피식, 가벼운 미소를 보여주며 이렇게 대답했고.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끝나니까.”
“그래 뭐,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걱정 안 한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겔베르트는 정말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겔베르트 뿐만이 아니었다.
니나와 데론, 아드리안, 푸른 방패의 모두가 이 대련이 나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걸 믿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뿐.
“뭐 이렇게 준비시간이 오래 걸려? 쫄았냐, 노랑머리?”
짝다리를 짚은 채로 나를 도도하게 쏘아보는 푸른 눈동자의 소녀, 아린뿐이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자, 받아.”
천천히 아린의 앞으로 걸어간 내가 그녀에게 목검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
지난번 쾨니히슈타인에서 데론이 제자 아드리안을 가르칠 때 쓸 목적으로 사둔 목검이었는데, 이번 대련을 위해 잠시 빌렸다.
“쳇, 목검 대련이라니... 진검으로 하는 거 아니면 싱거운데.”
끝까지 센 척하는 아린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나는 그녀와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야, 막내야! 빨리 끝내라, 우리 움직여야 해!”
“우리 예쁜 공주님, 괜찮으실까? 적당히 손 봐줘라, 히히히!”
“어이, 아린이라고 했나? 얻어맞고 울지마! 응? 크크크!”
“근데, 둘이 잘 어울리지 않아?”
“오오, 선남선녀? 하하하!”
우리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주변에 둥글게 모여앉은 푸른 방패의 동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던졌다.
하지만, 동료들의 압박 아닌 압박에도 여전히 자신만만한 미소를 잃지 않은 아린은 손에 쥔 목검을 이리저리 흔들며 내게 이렇게 물을 뿐이었다.
“너, 검 좀 쓰나 봐?”
도발적인 그녀의 물음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 좀 쓰지.”
“흐응... 근데 아까 동료들 죽어라 싸울 때는 왜 안 도와주고 쳐다보고만 있었어? 마치 남일 보듯이 말야.”
그 말을 하는 아린의 눈빛이 묘하게 싸늘했다.
아마도 나를 몸 사리는 비겁한 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냐, 인마.
“원래 강하게 키워야 실력이 빨리 느는 거다. 사자가 자기 새끼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
“... 뭐?”
내 대답을 들은 아린의 눈에 황당함이 깃든다.
가문의 어른들에게서나 들을 법한 얘기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내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너, 몇 살이야?”
“뭐?”
“나이 말이야, 몇 살이냐고.”
“나? 나는 열... 열일곱 살인데...”
“열일곱? 하...”
내게서 느껴지는 묘한 박력에 주춤한 아린이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꼰대 냄새 풀풀 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한 살 오빠다.”
“...!”
“그러니까, 반말하지 마라.”
그 대화를 끝으로,
“흐아아앗!!!”
“후우... 하!”
아린과 나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
딱! 따닥- 퍼억! 퍽!
“큭!”
내 목검에 연달아 허벅지와 등판을 얻어맞은 아린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엎어진다.
대련이 시작된 지 고작 몇 초가 지난 상황이었다.
자신감 있게 내게 검을 부딪쳐왔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반격을 얻어맞고 땅바닥을 쳐다보는 꼴이 되어버렸다.
‘압도적인 힘으로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일부러 손속에 사정을 뒀다.
덤빌 엄두조차 나지 않는 너무 거대한 격차는, 뭘 해보려는 의지조차 꺾어버리는 법이니까.
“하... 하하... 이게 무슨...”
스스로 처한 상황에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엎어져 있는 아린에게, 내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어떻게, 그만할까? 이미 내가 이긴 것 같은데?”
“...!”
내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것일까?
“이익! 아직 안 끝났어! 하앗!”
등에서 전해지는 얼얼한 통증을 애써 참아낸 아린이 땅을 박차며 내게 달려든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투지(鬪志)가 보인다.
좋다.
아주 좋은 눈빛이었다.
“하앗!”
발을 크게 내디디며 접근해온 아린이 힘찬 함성을 토해낸다.
휘우웅-!
여린 몸에서 나온 공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맹한 위력이 담긴 올려치기 공격.
그러나,
따악- 카르르륵!
나는 내 머리를 노리고 솟구쳐 올라오는 아린의 검을 바깥 방향으로 비껴치며 공격에 실린 힘을 죄다 흘려버렸다.
동시에, 빠르게 스텝을 밟아 움직이며 아린의 등 뒤를 점했다.
“흐읏!”
나에게 등을 내준 아린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퍼억!
나는 등 뒤에서 훤히 드러난 그녀의 발목을 냅다 걷어차 버렸다.
“꺄악!”
휭-!
검이 날아오는 것만 신경 쓰다 무방비로 발목을 걷어차인 아린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뒤 바닥에 처박힌다.
철퍼덕!
내가 펼친 것은 아주 기초적인 반격기였지만, 그 기술을 시도한 타이밍이 워낙 절묘했고, 구현해내는 힘과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장담컨대, 나와 같은 상급 기사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이 반격기를 피할 수 없을 거다.
“으... 으!”
바닥에 쓰러졌던 아린이 짧은 신음 소리를 낸다.
통증이 어마어마할 텐데도 기를 쓰고 다시 일어나 검을 휘두르려 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상했지만...
턱-
어느새 그녀의 턱밑엔 내 목검이 드리워져 있다.
“아까는 등, 이번엔 목이네? 뎅겅?”
“흐윽...!”
말로 표현하면 꽤 길게 진행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련이 시작된 후 고작 30초 정도가 지나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죽음’을 맞이한 아린.
확연하게 드러난 나와의 격차에 크게 당황한 얼굴이다.
“어쩔래, 계속해볼래?”
“하, 한 번만 더!”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키는 아린.
약이 많이 올랐는지,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래, 와라.”
“하아아앗!”
***
까만 밤하늘에 달과 별이 떠올라 있는 깊은 밤.
다그닥, 다그닥...
휴식을 마친 우리 일행은 바이펠베르크 북부의 상업도시, 라이프링겐을 향해 이동 중이었다.
“언니, 괜찮아요?”
자신이 탄 수레 옆에서 말을 타고 따라오는 아린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니나였다.
그녀의 작고 예뻤던 얼굴에 나와의 대련에서 얻은 멍 자국이 가득했다.
“...”
하지만 니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아린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보네.’
넋 나간 아린의 눈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린은 우리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일행으로의 합류 여부를 걸고 나와 검을 겨루었던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유로이 여행하는 미모의 소녀 기사’ 아린.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태도가 무색하게, 우리의 대련은 그녀의 처참한(이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패배로 끝나버렸다.
다 합쳐서 겨우 십 분 정도로 짧게 진행되었던 아린과의 대련.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린은 무려 열일곱 번이나 볼품없이 바닥을 굴러야 했고, 도합 열한 번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해야 했다.
한 마디로, 나한테 뒤지게 맞았다는 뜻이다.
‘가문에서 검을 배울 땐 이 정도로 맞아본 적이 없을 테니...’
애초에 누구한테 맞을 실력도 아니었지만 말이지.
아무튼, 아린은 내게 패배했고 약속대로라면 우리 일행과 같이 갈 수 없었지만...
“오빠, 아린 언니요. 그냥 받아주면 안 될까요? 아까 우리 도와서 목숨 걸고 싸워준 고마운 언니잖아요.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니나의 간절한 목소리가, 앞선 모든 상황을 뒤집어 버렸다.
뭐, 사실 나도 아린을 쫓아낼 생각은 없었기에 못 이기는 척 니나의 요청을 받아주었다.
“... 니나 아가씨의 간곡한 말씀이 있어 특별히 너를 우리 일행의 일원으로 받아주기로 했다.”
“저, 정말 고마워! 내가 앞으로도...”
“다시.”
“...?”
갑자기 말 허리를 뚝 자르고 들어오는 나의 행동에 의아한 눈빛을 하는 아린.
그런 그녀에게 나는 세상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는 반말이잖아?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 니나 아가씨는 고귀한 남작가의 후계자시다. 예의를 갖춰라.”
“...!”
내 말을 듣고 가늘게 떨리는 아린의 눈동자.
굳이 따지고 본다면 백작가의 딸인 그녀의 신분이 남작가의 딸인 니나보다 높았다.
물론 니나가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는다면 다시 신분 관계가 역전될 테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린은 현재 백작가의 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있는 상태.
한 마디로, 외통수에 걸려버린 거다.
“왜, 그렇게 못 하겠어? 참 이상하네... 너 뭐 어디 백작가의 딸이라도 되냐?”
“아, 아니! 절대 아닙... 아닙니다!”
“그래, 그렇게 존댓말을 써야지. 여기 네가 반말하면서 함부로 해도 될 사람 아무도 없다. 니나 아가씨는 귀족이시고, 나머진 너보다 나이가 많거든.”
“...”
“아! 한 명 있다. 아드리안, 쟤는 너랑 동갑이야. 둘이 친구 먹던지, 그건 알아서 하고... 그 외에는 너보다 다 나이 많으니까 예의를 갖추도록. 알았냐?”
“... 알겠습니다.”
꼭 쥔 주먹을 바들바들 떨며 대답하는 아린.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며 나는 말했다.
“그래. 앞으로 잘하자, 막내야.”
“... 예.”
“아, 그리고... 앞으로 야영지에서 물은 네가 떠오는 거야. 알았지?”
“... 알겠습니다.”
그렇게, 푸른 방패 용병대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나는 물 당번에서 해방되었으며...
그로부터 5일 후,
우리는 펠리노어 왕국의 심장부, 왕도(王都) 카를리온에 도착했다.
< 네 번째 히든 피스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