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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스로 전설 기사-67화 (63/197)

< 네 번째 히든 피스 (4) >

삐걱, 삐걱, 삐걱-!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채로 감시탑 계단을 오르는 불량배들.

그냥 올라가긴 무서웠는지, 각자 손에 작은 단검과 각목 따위의 무기를 들고 있다.

알량하기 그지없는 힘을 믿고 동네에서 갖은 패악을 떨던 녀석들.

제대로 된 실력은 없고, 그저 자기보다 약하고 만만한 상대만을 골라 괴롭히던 놈들이었다.

실상이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출현에는 무서워 벌벌 떨 수밖에 없다.

“후우우... 후우...”

“하아! 개 쫄린다, 진짜.”

“야! 우, 우리... 그냥 다시 내려갈까?”

왈칵 치미는 두려움에 오르던 계단을 다시 내려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건물 아래층에서 그들의 등을 떠밀었던 이의 각진 얼굴을 생각하니 차마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미친놈들아, 밑에 있는 사람 누군지 몰라? 대가리 깨지고 싶어?”

무쇠 주먹, 에곤.

그는 주먹 한 방으로 사람의 머리통을 깨고 내장을 으스러트리는 무서운 존재였다.

왕국의 심장부, 카를리온.

그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을 지배하는 도둑 길드에서도 이른바 ‘네임드’라 불릴 정도의 명성을 지닌 자였다.

감시탑 출입문을 잡아 뜯고 옥상으로 올라가 수상한 짓거리를 하는 정체불명의 적도 두려웠지만, 에곤은 분명하게 실체화된 위협.

“오, 올라가자.”

아래층의 위협이 위층의 공포를 이겨내는 순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서서 덜덜 떨리던 다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옥상으로 향하는 문 앞에 도착한 여섯 명의 불량배들.

“뭐, 뭐해 새끼야? 빨리 문 열어!”

“좀 기다려봐 새끼들아! 나 심호흡 좀 하고... 후우!”

“야이, 씨... 빨리 안 해? 밑에서 에곤 형님 기다리신다.”

“조용히 좀 하라고, 시발...!”

가장 앞에 선 한 녀석이 뒤에 따라오는 녀석들의 닦달에 울컥했는지 부릅뜬 눈으로 욕설을 내질렀다.

“미, 미안!”

“후우... 씹새들이 진짜... 후우...!”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술을 손으로 한 차례 쓸어내린 선두의 불량배.

마침내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는데...

콰아앙!!!

뻐억!!!

“컥!”

문짝을 부수며 날아든 무언가에 의해 얼굴을 얻어맞은 그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동그라진다.

“으아악! 뭐야?! 뭔데?”

“벼, 벽돌? 이거 벽돌이잖아?”

단번에 문을 부수고 동료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든 그것은, 다름 아닌 큼지막한 벽돌.

그것도 벽돌 한 개가 아니라 서너 개가 엉겨 붙어 있는 큼지막한 덩어리였다.

“끄흐윽... 꺽...”

맨 앞에 서 있다가 얼굴에 정통으로 벽돌을 맞은 녀석은 안면이 완전히 으스러진 채 눈이 허옇게 뒤집혀 기절해 버렸다.

“으으으, 어떤 새끼가 이런 걸...”

“겨, 경비대 온 거 아냐?”

“미친 새끼야! 경비대가 왜 돌을 던지냐? 그 새끼들이면 문 열고 칼질을 했겠지!”

바로 그때,

끼이익- 쾅!

부서질 기세로 옥상 출입문을 열어젖힌 누군가가 겁먹은 불량배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금빛의 머리칼.

어둑한 실내에서도 반짝이는 녹색의 눈동자.

해가 바뀌어 성년이 된 뒤로 더욱 훤칠해진 키와 두툼하게 껴입은 갬비슨 위로도 명확하게 느껴지는 전신의 근육들이 잔뜩 겁먹은 불량배들에게 거대한 압박감을 선사한다.

“...”

계단 끝에 서서 말없이 불량배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사내, 데미언.

잠깐의 정적이 지난 후, 그가 입을 열어 처음으로 꺼낸 말은...

“히든 피스... 효과 지리네, 진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깊고 진한 감탄사였다.

***

번쩍-!

어둑해지던 초저녁의 하늘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는 빛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빛은 다름 아닌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으...”

일순간 터져 나온 섬광에 나도 모르게 감아버렸던 눈을 천천히 떠 주변을 살펴본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어둡게 물들어 있는 하늘이 보인다.

그 아래, 사선으로 깔끔하게 베인 굴뚝과 바닥에 떨어져 부서진 굴뚝의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다.

내가 뜬금없이 굴뚝을 검으로 베어내고 다시 그 잔해를 일일이 부수고 파헤치는 수고를 한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히든 피스 ‘카델린의 아뮬렛’이 이 굴뚝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와, 이거 느낌 이상하네...”

앞서 얻었던 세 개의 히든 피스와 마찬가지로 카델린의 아뮬렛 역시 내 몸에 걸치자마자 강한 빛을 터트리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특이한 것은, 히든 피스가 몸에 흡수된 이후의 반응이었다.

이전의 히든 피스들은 흡수한 이후 기절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일이 없었다.

기절은커녕 더욱 맑아진 정신.

육신의 감각 전체가 더욱 활성화된 기분이다.

거기에 더해...

“어우, 몸이 막 뜨거워지는 것 같은데...”

몸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열기는 대체 무엇인가?

몸속 어딘가에서 아드레날린이 끊임없이 분비되는 기분이었다.

“후우... 뭔 산삼 먹여 키운 장어 수십 마리 먹은 것 같네.”

솔직히 산삼 먹여 키운 장어 같은 걸 먹어본 적은 없지만, 대강 그런 비슷한 기분이란 얘기다.

몸을 뜨겁게 달구는 끝 모를 고양감을 느끼며, 나는 서둘러 스킬 ‘창조주의 눈’을 사용해 상태창을 열었다.

팟-!

『 데미언 / Lv. 72

소속: 푸른 방패 용병대

클래스: 용병 』

예상과 달리 레벨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네임드 몬스터였던 오우거 ‘치페른의 폭군’을 쓰러뜨리고 도달했던 레벨 70의 경지에서 겨우 두 단계 상승한 레벨 72.

물론, 나처럼 레벨 70이 넘는 최상급의 경지에서 두 단계의 레벨 상승을 이루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는다.

아마 히든 피스를 얻지 않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려면 족히 몇 년은 걸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직전 히든 피스를 얻었을 때 폭발적인 레벨의 상승을 이뤘던 기억이 있기에, 아쉬운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하지만...

『 고유 특성:

- 창조주(創造主)

- 검성(劍聖)

- 무골지체(武骨之體)

- 붉은 송곳니의 대군주

- 사자(獅子)의 심장 』

새롭게 상태창에 추가된 고유 특성, ‘사자의 심장’을 확인한 내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 고유 특성의 효과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라면, 레벨 몇 단계 오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득일 것이다.

“어디... 확인 좀 해볼까?”

떨리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며, 고유 특성 ‘사자의 심장’의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데...

『 고유 특성:

- 사자(獅子)의 심장

체력과 근력, 순발력 800% 증가,

전투 시 체력 소모 90% 감소 』

“... 미쳤다.”

그야말로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고유 특성의 효과였다.

우선 체력과 근력, 순발력이 800%, 즉 8배가 늘었다.

어쩐지 전신에 힘이 펄펄 끓어오른다 싶더라니.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바닥에 굴러다니는 벽돌 조각을 검지와 엄지, 손가락 두 개로 집어 올렸다.

그리고 아주 살짝 힘을 주어보았는데...

으직- 푸스스...

“...?!”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벽돌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순간적으로 내가 벽돌을 부순 게 아니라 무슨 새똥이 굳어 있던 건 으스러뜨린 게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

레벨 70의 고지를 넘기면서 안 그래도 초인(超人)의 경지에 도달했던 육신의 힘이 거의 만화 속 슈퍼 히어로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 그럼 이것도...?”

한 번 더 변화를 확인해볼 겸, 남아있던 굴뚝을 향해 손을 휘둘러보았다.

주먹질을 한 것이 아니고, 마치 누군가의 뺨을 때리듯 손바닥을 넓게 펼쳐서 휘두른 것인데...

콰앙! 퍼석, 콰르르!

내 손바닥에 맥없이 무너져 버리는 굴뚝.

손바닥이 아니라 큼지막한 철퇴를 휘둘러도 이 정도의 극적인 장면은 만들기가 힘들지 싶다.

“이게 뭔 헐크도 아니고...”

얼얼하게 올라오는 손바닥의 옅은 통증을 느끼며,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힘 조절하는 연습을 좀 해야겠네.”

체력과 순발력이 늘어난 것은 당장 확인하기 힘들겠지만, 일단 근력이 8배로 늘어난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나저나 전투 시 체력 소모 90% 감소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옵션이네, 진짜.”

그렇게 혼잣말을 늘어놓는 내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피어난다.

‘전투 시’라는 조건이 붙은 게 좀 아쉽긴 했지만, 솔직히 전투할 때만큼 체력 소모가 큰 상황도 없었기에 딱히 마이너스 요소라고 볼 수도 없었다.

1시간 싸울 체력으로 9시간을 싸울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게 아군에게 얼마나 막대한 전술적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내가 있는 옥상 출입문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저 녀석들.

나름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춰가며 소곤대는 것이겠지만, 고작 저런 얇은 나무 문짝으로는 나의 초인적인 청력을 방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문 너머로 들리는 대화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 양아치 새끼들이네.”

그렇다면, 굳이 인간적으로 대해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옥상가지 올라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인사는 이쪽에서 해주마.”

턱-

바닥에 굴러다니는 벽돌을 하나 들어 올린다.

혹시라도 벽돌을 집는 와중에 내 손아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질까 싶어 조심조심 물을 퍼 올리듯 손바닥에 벽돌을 얹어 들어 올렸다.

“... 이쯤이면 되나?”

그리곤, 캐치볼을 하듯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벽돌을 집어 던졌다.

휘우우우우우우웅!!!

내 손을 떠난 벽돌이 포탄처럼 옥상 출입문을 향해 날아간다.

내 입장에선 그저 모래 한 움큼을 퍼 올린 듯 가벼운 무게였지만, 사실 내가 들어 올린 것은 벽돌 서너 개가 엉겨 붙어 있는 커다란 ‘굴뚝의 일부분’이었다.

당연히, 그 벽돌 덩어리엔 얄팍한 나무 문짝의 내구성으로는 잠시도 견뎌낼 수가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콰아앙-!!!

문짝을 박살 낸 벽돌 덩어리가 그 뒤에 있던 불량배 한 녀석의 얼굴을 짓뭉개버린다.

“컥-!”

당연히 벽돌 덩어리에 맞은 녀석은 뒤로 넘어가 정신을 잃었고, 뒤따라 오던 다른 녀석들은 계단에 자빠지고 넘어지고... 하여간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히든 피스... 효과 지리네, 진짜.”

절로 흘러나오는 감탄을 내뱉으며, 나는 뚜벅뚜벅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마치 눈앞의 불량배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거칠 것 없는 태도였다.

“으으... 자,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난 그저 계단을 걸어 내려갈 뿐인데, 이미 혼이 나간 불량배 놈들이 대가리를 아래로 처박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내게 사정했다.

내가 절대 맞서서는 안 될 상대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하긴 어른 머리통만 한 벽돌 덩어리를 던져서 벽을 깨부순 인간인데, 그게 보통 인간처럼 보일 리가 없지.

심지어 어떤 놈은 오줌을 지렸는지, 입고 있는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아이, 더러운 자식 같으니.

“형님! 대장님!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나빴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어어, 그래. 안 죽일 테니까 앞으로 착하게 살아라, 응?”

“아, 알겠습... 끄아악!!!”

“앞으로는 손 씻고 성실하게 살겠... 쿠웨엑!”

너무나 하찮은 놈들이기에 딱히 손을 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엎어져 있는 놈들의 어깨며 옆구리를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계단을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뭔가 ‘뚜둑’하며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뼈가 부러지는 소리겠지.

역시, 아직은 힘 조절이 잘 안 된다.

‘... 당분간은 다른 사람들이랑 악수도 하지 말아야겠어.’

그렇게, 내 앞길을 막던 불량배들을 대강 치워버리고 감시탑 1층으로 내려왔는데...

“카를리온 도둑 길드, ‘무쇠 주먹’ 에곤이다.”

“...?”

웬 험악한 얼굴을 지닌 덩치 하나가 그 못지않은 인상의 똘마니 몇 놈을 거느리고 1층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 이 새끼... 내 이름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외지에서 온 놈인가 보군.”

“...”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면 감히 그따위 건방진 눈으로 나를 쳐다볼 생각을 못 할 테니까.”

난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쳐다본 건데, 건방진 눈이 어쩌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대답 대신 다른 걸 주기로 했다.

“감히 우리 길드의 사업을 방해해? 하... 시발, 너 어디서 온 새끼냐? 솔직히 불면 목숨은 살려...”

뻐어억-! 콰앙! 쾅!

나에게 가슴팍을 걷어차인 에곤이 한쪽에 놓여 있던 낡은 나무 탁자와 의자를 부수며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

“...!”

뭐라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내 눈앞에서 퇴장해버린 에곤.

자신들이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형님’이 순식간에 방구석에 처박히는 것을 목격한 똘마니들의 얼굴이 공포로 파랗게 질린다.

놈들은 내가 에곤을 걷어차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거다.

감히 복수할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만드는 까마득한 격차.

공포로 몸을 덜덜 떠는 똘마니 녀석 중 한 명에게 코끝을 긁적이며 물었다.

“야, 나 이제 가도 되지?”

“어... 예, 옙! 가, 가십시오!”

내 질문을 들은 녀석이 고개를 아래위로 정신없이 흔들면서 대답했다.

그런 녀석의 곁을 지나 문으로 향하다, 문득 생각난 게 있어 나는 몸을 돌려 물었다.

“야, 너네 있잖아.”

“예?”

어지간히 내가 무서운 것인지, 입술까지 떨며 대답하는 그들에게 내가 꺼낸 말은...

“돈 가진 것 좀 있냐? 있으면 내놔봐. 저녁 좀 사 먹게.”

< 네 번째 히든 피스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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